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8
28화
[아이템 제작- ‘징 박힌 가죽 갑옷 (22)’ 을 제작하시겠습니까? (Y/N)]띠링!
[축하합니다! ’징 박힌 가죽 갑옷 (22)’ 제작에 성공했습니다!]와르르!
한쪽에 산처럼 쌓여 있던 재료가 귀신같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 가죽 갑옷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30초도 아니고… 3초 컷.
“와, 이건 진짜…….”
비록 내가 한 거지만… 내 눈으로 보고도 사기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제작하는 게 처음이 아닌데도 그 효용성에 연신 감탄이 나올 지경.
툭툭.
나는 가볍게 손뼉을 마주치고는 밖으로 나가 던컨을 불러왔다.
초조하게 길가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던 던컨이 반색을 하곤 달려왔다.
“설마… 벌써 끝난 건가?”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인가!? 제작할 갑옷이 무려 20개가 넘는데… 저번보다도 더 빠른 속도가 아닌가!?”
“뭐, 이것도 이제 좀 익숙해져서요.”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내 모습에 던컨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곤 황급히 공방 안으로 튀어 들어갔다.
“!?”
이내 공방 안에 쌓여 있던 가죽 갑옷을 확인한 던컨.
그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들어 유심히 살펴보았다.
“맙소사… 정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군!”
여전히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단 표정이었다.
“정말이지 자넨… 신이 낳은 제작 장인이로구만! 아무리 봐도 자네가 있어야 할 곳은 아카데미가 아니라 우리 공방 같은데 말일세…….”
그새 슬그머니 영입을 시도하려는 그의 수작에 빙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일단 확인 끝났으면 계산부터 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오늘은 좀 바빠서 말이죠.”
넋이 나간 듯 잠시 멍한 눈길로 날 바라보던 던컨.
이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곤 얼른 금고 상자에서 은화를 꺼내기 시작했다.
“여기 있네. 넉넉하게 보너스로 400실런 더해서 7,000실런 넣었으니 아낌없이 쓰도록 하게나.”
“어허, 이렇게까지 하시지 않아도 되는데…….”
“그런 말 말게. 천상의 재능을 지닌 자들에겐 그에 마땅한 대우를 해 줘야 하는 법 아니겠나?”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감사히 받겠습니다.”
“대신 내 성의를 봐서라도 아까 했던 말은 잊지 말아 주게. 앞으로도 죽 좋은 인연 맺었으면 좋겠구먼.”
던컨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질 않는지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붙잡고는 신신당부를 했다.
내 능력을 다른 공방에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어지간히 큰 모양.
“알겠습니다. 뭐, 이 정도까지 편의를 봐주셨는데… 저도 그 정돈 신경 써 드려야죠, 하핫.”
두둑한 은화 주머니에 절로 너털웃음이 나왔다.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그럼 다음에 나오면 또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납품할 물건이랑 필요한 재료들, 충분히 준비해 두십시오.”
“고맙네, 정말……. 내 그럼 자네만 믿도록 하겠네!!”
던컨 역시 눈앞에 쌓인 가죽 갑옷 앞에서 연신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여러모로 서로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나는 공방 앞에 주차해 둔 슈란을 타고는 얼른 다시 마구간으로 내달렸다.
그 정신없던 와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분명 외박을 나왔는데… 왜 아카데미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거 같지?’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빠르게 마을을 가로질렀다.
새로 생긴 두둑한 돈주머니 덕분인지 마음도 한층 두둑해진 기분이었다.
* * *
“나 왔다.”
“오냐, 너 잘 왔다, 이 새끼야!!”
윌터가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건초 더미를 모으던 갈퀴를 높이 쳐들곤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잘그랑.
나는 말없이 그런 놈의 눈앞에 은화 주머니를 내밀었다.
“……?”
두둑한 주머니를 마주한 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이거…….”
“7,000실런.”
“뭐… 뭐라고?”
“7,000실런이면 돼? 코가 삐뚤어지게 놀려면 말이야.”
“지, 진짜… 7,000실런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은화 주머니를 낚아챈 녀석이 그것을 열어 황급히 은화를 헤아려 보았다.
“마, 맙소사… 진짜잖아? 너 대체 이런 돈이 어디서?”
내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윌터가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너… 귀족 가문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응, 내가 번 거야.”
“5분도 안 돼서 이 돈을 벌었다고? 너, 대체 무슨 일을 한 거냐? 상점이라도 털었어?”
“다 정당하게 번 돈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실컷 쓰라고.”
그때였다.
뒤늦게 우릴 발견한 마구간 주인이 잔뜩 흥분하여 득달같이 달려왔다.
“이… 이 사기꾼이 겁도 없이 다시 여길!!”
순간 홱 고개를 돌린 윌터가 마구간 주인을 그대로 바닥에 메쳐 버렸다.
“컥!”
그러곤 벙찐 얼굴로 쓰러져 있던 그를 향해 기세 좋게 소리쳤다.
“너 이 자식… 감히 황립 아카데미의 특급 기대주이자 대들보인 우릴 사기꾼 취급해!?”
“네, 네 이놈들! 대여비도 안 내고 말을 도둑질한 주제에 아직도 입이 살았……!!”
짤그랑!
윌터가 돈주머니에서 꺼낸 은화 한 줌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졸지에 은화 벼락을 맞은 마구간 주인.
그가 제 주변에 널린 은화를 보곤 연신 두 눈을 끔뻑였다.
“3,000실런! 그거면 돼? 대여비 말이야.”
마구간 주인은 뭐라 말을 하지 못한 채 입만 뻐끔거렸다.
슈란의 하루 대여비가 200실런이라고 했으니 무려 15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되, 되고 말고요. 나으리…!!”
마구간 주인이 황송한 표정으로 허겁지겁 은화를 주워 섬겼다.
“잘 들어. 앞으로 다시는 우리를 무시하지 말라고!! 귀한 고객 잃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알아들었어!?”
“아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으리!”
“그리고… 저 말은 이제 우리 강준식이 전용이니까 언제든 빌릴 수 있도록 항상 안장 위를 비워 두도록!”
“알겠습니다! 늘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여 대기시켜 두도록 하겠습니다!!”
은화를 손에 가득 쥔 마구간 주인이 헤벌쭉 웃으며 연신 고개를 숙여 보였다.
‘기특한 녀석… 알아서 다 해 주네.’
앞으로 내가 언제든 마구간에 볼일이 있을 수 있단 걸 알고 미리 찜까지 해 둔 모양.
게다가 슈란이 적잖이 내 마음에 들었다는 것도 눈치 빠르게 알아챈 모양이었다.
뭐, 내 돈으로 생색을 내는 게 좀 황당하긴 했지만…….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저 정도는 해 줘도 괜찮지 싶었다.
“와, 이거 재밌네? 내가 돈으로 큰 소리 떵떵 치는 날이 올 줄이야……. 귀족 놈들이 왜 그리 목에 뻣뻣하게 힘을 주고 다니는지 이제야 알겠구만, 하하핫!”
윌터가 킥킥 웃으며 내게 어깨동무를 했다.
“이봐, 암만 그래도 네놈 때문에 이 몸이 외출까지 나와서 빌어먹을 노동을 해야 했다, 이 말이야. 그것도 저 냄새 나는 마구간에서 말이야… 알지?”
제 고생을 재차 강조하는 윌터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안하다. 아깐 너무 급해서 경황이 없었어.”
“괜찮아, 인마. 누군들 이 돈 앞에서 마음이 넉넉해지지 않을 수 있겠냐?”
윌터가 씨익 웃으며 내 앞에 돈 주머니를 짤랑짤랑 흔들어 보였다.
“오늘은 아주 배 터지게 고기를 먹고 맥주로 샤워를 할 수도 있겠구만! 그리고 또 여자도…….”
윌터가 히죽거리며 응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누가 용병단에서 구르던 사내놈 아니랄까 봐 벌써부터 질펀하게 놀 생각에 흠뻑 빠져 있는 듯했다.
“그래, 오늘은 양껏 먹고 마시고 즐기자고!”
나는 높게 쳐든 은화 주머니를 짤랑거리며 기세 좋게 소리쳤다.
그러곤 슬쩍 주변의 동태를 살폈다.
과연 몇몇 부랑인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곤 이쪽을 힐끔거리는 게 눈에 띄었다.
다행이다.
혹시라도 어그로가 안 끌릴까 걱정했는데…….
내가 이번에 대량 제작으로 돈을 확 땡긴 이유.
단순히 윌터에게 한턱 쏘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이곳 마을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소지하고 있으면 악질 도적 떼를 만날 확률이 생긴다.
또 그 돈을 방만하게 쓰거나 눈에 띄는 행위를 하면 이들을 만나게 될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아무래도 내가 지금 그 확률을 가볍게 뚫어 버린 것 같다.
띠링.
[서브 퀘스트, 도적 길드 출몰]황립 아카데미 주변엔 작은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생도들은 가끔 외박을 나와 휴식을 취하며 피로를 풀고, 마을 사람들은 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요.
이런 공생 관계에서 웬만하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 없지만…….
어디에나 무뢰한들은 있는 법이죠.
이곳에는 근처의 다른 마을까지 아우르는 도적 길드가 있습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절도와 약탈, 살인을 일삼으며 그 세를 불려 나갔습니다.
대부분의 길드원이 질 좋은 무기로 무장했으며 용의주도하여 큰 건수가 아니면 겉으로 그 세력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렇듯 늘 수면 밑에서 암약하여 아카데미에서도 꽤 골칫덩이로 여겨지는 이들입니다.
외출을 한 생도들에게 적잖은 위협이 되기 때문이죠.
당신은 방금 이들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물론 제국령에 따라 아카데미 생도에게 위해를 가하면 가중 처벌을 받지만 이들은 무척 대담하며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들에게서 반드시 살아남고, 당신의 돈과 목숨을 지키세요.
클리어 조건: 도적 길드의 사정권에서 도주 & 전투에서 승리
보상: 마을 주민의 호감도 & 5,000EXP 경험치 획득
드디어 기다리던 서브 퀘스트가 눈앞에 떴다.
어느덧 내 입가에 짙은 미소가 어렸다.
‘그래, 이런 게임에선 도적 무리를 마주치는 이벤트가 빠지면 섭하지…….’
보통 이런 놈들은 주인공에게 시비를 걸다가 역으로 흠씬 두들겨 맞고 경험치 등을 제공해 주는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본래 내 기획에서도 외출을 나온 주인공에게 접근했다가 역으로 털리고 보상을 제공하는, 무척 평범한 서브 퀘스트였다.
사실 그냥 지나쳐도 상관없는 소규모의 이벤트…….
허나, 나로선 결코 지나칠 수 없는 퀘스트이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말고 다 털어먹어야 했으니까.
게다가 지금의 난 기간 제한의 경험치 부스트까지 장착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건.
‘이 퀘스트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거지…….’
나는 다시금 부랑인들을 힐끔 보고는 히죽 미소를 흘렸다.
“이거, 돈이 너무 많아서 주체가 안 되는데? 하하! 윌터 이 녀석, 오늘 이 돈 다 쓰기 전까지 아카데미로 돌아갈 생각하지 말라구!!”
“호오… 너, 이 자식, 샌님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놀 줄 아는 놈이었잖아? 좋아, 얼른 가자고!!”
내가 통 크게 넉살을 떨자 윌터도 상기된 얼굴로 호응했다.
좀 어색하게 연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윌터가 알아서 받아 주니 나름대로 그림이 나왔다.
그때였다.
길모퉁이에서 이쪽을 힐끔거리던 부랑인 하나가 황급히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리고 또 한 명은 은밀하게 기척을 죽인 채 우리 뒤로 따라붙었다.
그 모습에 다시금 입가에 옅은 미소가 어렸다.
한편 옆에서 날 지켜보던 윌터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자식, 질펀하게 놀 생각에 아주 입이 귀에 걸렸구만!? 거, 이제까지 어떻게 참았대?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하하!!”
“…….”
역시 이 녀석… 함께 나오길 잘한 것 같다.
덕분에 내 어설픈 연기도 제대로 묻혀 버린 듯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