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3
33화
-캬아아악!!
제일 먼저 파이어 볼트에 직격당한 지척의 고블린이 괴성을 내질렀다.
허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일시에 쏘아져 나간 네 개의 구는 그 뒤편에서 돌진해 오던 다른 고블린들까지 휩쓸어 버렸다.
마치 연이어 쏘아져 나가는 미사일을 보는 듯했다.
-켁!
-케켁!
-케에엑!!
-크르륵…….
동시다발적으로 벌러덩 쓰러지는 고블린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물론 파이어 볼트에 직격당한 건 앞 열의 고블린뿐이었지만…….
불의 구에 숨겨져 있던 티끌만 한 그림자는 뒤편의 고블린들까지 사정없이 꿰뚫어 버렸다.
게다가 그림자 덕에 그 위력이 증폭된 불길은 고블린들의 몸에 고스란히 옮겨붙었다.
화륵, 화르륵!
놈들의 몸에 붙은 불이 순식간에 세를 키우며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관통상을 당한 고블린들이 바닥에 쓰러져 부르르 떨고 있던 와중에도 화마는 고블린들을 사정없이 집어삼켰다.
-께륵!
-게르르르륵…….
입가에 피를 흘리던 고블린들이 화마 속에서 팔다리를 휘적이는 모습.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꿀꺽…….”
한편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주시하던 윌터가 마른침을 삼켰다.
교수들 역시 흔들리는 눈길로 그 광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와중에 오직 나만이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눈앞에 경험치 메시지가 쉼 없이 출력되기 시작했기에.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300EXP’를 획득했습니다! (부스트 추가 경험치 +300EXP)]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300EXP’를 획득했습니다! (부스트 추가 경험치 +300EXP)]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300EXP’를 획득했습니다! (부스트 추가 경험치 +300EXP)]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300EXP’를 획득했습니다! (부스트 추가 경험치 +300EXP)].
.
.
.
끝없이 펼쳐지는 경험치 메시지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몰이사냥의 쾌감!
‘그래, 이 맛에 범위 마법을 쓰는 거지…….’
나는 한층 뿌듯한 눈길로 그 메시지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뭔가 이질적인 메시지가 추가로 보였다.
[‘폭탄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3,500EXP’를 획득했습니다! (부스트 추가 경험치 +3,500EXP)] [레벨이 올랐습니다!]“……?”
나는 잠시 멍한 눈길로 그 메시지를 주시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진짜로… 있었다고?”
의도치 않게 모두의 목숨을 구해 버린 것.
그야말로 천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경험치에 욕심을 부린다고 혼자 놈들을 죄다 불태워 버린 게 최고의 한 수가 된 것!
나는 놀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내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경악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나저나 이 분위기, 어쩌지…….’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던 나는 배시시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으음, 운이 꽤 좋았네요.”
“…….”
주변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는 분위기…….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게 단순히 운만으로 다중 캐스팅을 빵빵 써대고 이 많은 몬스터 떼를 혼자 휩쓸어 버릴 수 있겠는가?
‘물론 정말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긴 하다만…….’
화르르륵.
타닥, 타닥.
그 와중에도 고블린의 사체를 집어삼킨 화마는 여기저기서 후끈한 열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 * *
“와, 니들 얘기 들었냐? 이번에 아카데미 주변에 고블린 떼가 출몰했대!!”
“나도 들음! 교수님들이 긴급 출동해서 처리했다며? 진짜 소름 돋네…….”
“미친… 여기 진짜 안전한 거 맞아? 고블린은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건데…….”
“그러게. 여긴 제국에서 수도 다음으로 안전한 곳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 이제 불안해서 외출도 못 나가겠네…….”
“응?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 넌 어차피 성적 안 돼서 못 나가잖아.”
“씨발… 왜 갑자기 시비냐?”
다시 돌아온 아카데미의 풍경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들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고블린 떼가 출몰한 이야기로 썰을 풀고 있었다.
나는 그 열띤 수다에 관심을 끈 채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이미 두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전투까지 치른 판국이니 굳이 관심을 둘 이유가 없던 것.
그때였다.
“야, 강준식!”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슈란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나무 상자를 내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쿵!
꽤 묵직한 소리에 곳곳에서 한창 수다를 떨던 생도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네가 말한 활, 공수해 왔다. 어렵게 구한 거야.”
재차 제 노력을 강조한 슈란이 다크 서클이 내려앉은 눈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제 내놔. 공부 비법…….”
나는 잠시 그런 슈란을 빤히 바라보다가는 다시금 책상 위의 나무 상자로 시선을 옮겨 갔다.
옻칠까지 한 상자의 상단에는 멋스러운 특유의 문양까지 새겨져 있었다.
‘이건… 제테르가(家)의 표식?’
제테르는 700년이 넘도록 대대로 무기를 만들어 오는 장인의 가문이었다.
아르웨이 대륙에 손꼽히는 3대 장인.
제테르는 그중에서도 가장 솜씨가 좋은 가문으로 알려져 있는, 명실공히 최고의 장인 가문이었다.
심지어 황제도 이 제테르의 장인이 바친 검을 쓴다고 할 지경이니 그 브랜드 가치는 말할 것도 없었다.
‘설마 이걸 구해 올 줄이야…….’
새삼 클라리네스 가문의 재력과 인맥을 느낄 수 있었다.
제테르는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쉬이 무기를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와… 저거 제테르 표식 아니야?”
“미친, 저 명품을 그냥 준다고? 돈 주고도 못 사는 걸!?”
“쟤 이번에 만점 받았잖아. 슈란이 공부 비법 알려 달라고 저러는 거야.”
“와, 저 정도 재력이 되면 성적도 돈으로 사는구나…….”
“근데 쟤 엄청 쓰레기 같은 활 쓰지 않았나? 그때 다들 비웃었는데… 공부를 잘하니까 저렇게 최고급 무기를 공짜로 뽑아 버리네…….”
여기저기서 부러움과 질시 섞인 시선이 이어졌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소득에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툭 내뱉었다.
“흐음… 뭐, 이만하면 그럭저럭 쓸 만해 보이네.”
“뭐? 그럭저럭!? 너 이게 얼마나 비싼 건지 알기나 해!?”
“그렇긴 한데, 난 마음만 먹으면 더 좋은 걸 구할 수도 있어서… 그렇게 아쉬운 건 또 아니긴 한데.”
은근히 속을 살살 긁는 내 말투에 슈란이 기가 막힌단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슈란을 보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니, 나도 딱히 거짓말한 건 아니라고.’
아무리 유명한 장인이 만든 질 좋은 무기라 한들, 던전에서 희박한 확률로 얻는 유니크급 이상의 아이템만은 못하기 때문.
아무래도 그런 아이템에는 좋은 특수 옵션이 붙기 때문에 단순히 성능이 좋은 무기보다는 월등히 앞설 수밖에 없었다.
‘뭐, 그만큼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허나, 나는 앞으로 그런 무기도 충분히 구할 자신이 있었다.
이미 그런 희귀급 이상의 아티펙트를 구하기도 했고 말이었다.
“수지가 좀 안 맞는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뭐, 힘들게 구해 왔으니 일단 접수는 해 둘게.”
“…….”
생각보다 고자세로 나오는 내 모습에 슈란이 부들부들 떨었다.
한데, 놀랍게도 어떻게든 자중하는 모습이었다.
‘와, 천하의 슈란 클라리네스가 이 상황에서 저렇게 입을 꾹 닫고 참는다고?’
답지 않은 그녀의 인내심에 새삼 감탄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당장 저 나무 상자로 내 뚝배기를 깨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진짜 어지간히 시험 잘 치고 싶나 보네.’
뭐, 슈란의 승부욕이야 충분히 알고 있는 바였지만…….
새삼 또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주인공 3인방 중에서도 그녀는 특히 유난스러운 승부욕의 소유자였으니까.
그래도 유독 저자세로 나와서 슬쩍 까불어 봤는데…….
생각보다 잘 먹혀서 그런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그동안 얄미운 적이 많아서 이번 기회에 좀 비싸게 굴어 보고 싶던 것.
이런 날이 또 언제 오겠는가?
천하의 슈란 클라리네스가 내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는 상황 말이었다.
“야, 강준식. 나 이거 구하느라 좀 힘들었거든? 공부 비법, 제대로 뱉지 않으면 각오해야 할 거야…….”
슈란은 애써 노기를 억누른 채 싸늘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나는 금세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곤 한층 과장된 몸짓으로 겁먹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 혹시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그러곤 미련 없이 나무 상자를 그녀 쪽으로 슥 밀어냈다.
“미안, 심장 떨려서 못 가르쳐 주겠다. 내가 좀 담이 약한 편이라…….”
“…….”
순간 슈란의 안색이 한층 창백해졌다.
꾹 말아 쥔 작은 주먹이 파르르 떨리는 게 확연히 보일 정도.
‘개꿀잼이네.’
나는 왠지 고소한 기분에 표정 관리를 하느라 애를 먹어야만 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실실 웃기까지 하면 진짜 죽빵이라도 날아올 것 같았기에.
그래도 절대 엄한 짓은 못할 터였다.
외출도 반납하고, 두 눈이 충혈될 때까지 공부해 가며 저 귀한 활을 손에 넣은 걸 보면…….
그동안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절대 포기 못할 위인이었다.
“아, 알겠어… 곱게 말할 테니까 제발 좀 가르쳐 줘…….”
슈란이 굳은 얼굴로 힘겹게 중얼거렸다.
“뭐, 그 정도까지 통 애원을 하고 사정을 한다면야… 그 정성을 봐서라도 조금 가르쳐 주긴 할게.”
“…….”
슈란이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 모습에 생도들이 저마다 놀란 얼굴로 숙덕거렸다.
“와… 쟤, 슈란 맞아?”
“미친, 천하의 슈란이 저 좋은 무기까지 갖다 바치고 설설 기고 있네.”
“근데 강준식, 쟨 무슨 깡으로 저렇게 막 지르냐?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심장 쫄리는구만…….”
이내 슈란이 으르렁거리며 애먼 데 화풀이를 했다.
“아가리들 안 닫아? 구경났냐, 이 새끼들아!?”
슈란의 엄포에 너 나 할 것 없이 서둘러 시선을 피하는 생도들.
드르륵!
때마침 교실의 문이 열리며 그레고리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사삭.
순간 생도들이 바퀴벌레마냥 뿔뿔이 흩어지며 제자리로 가 앉았다.
‘응? 이번 수업은 그레고리 교수님이 아닐 텐데…….’
생도들이 의아한 기색으로 저마다 그쪽을 바라보던 와중.
잠시 문가에 우두커니 서 있던 그레고리 교수가 날 향해 입을 열었다.
“강준식 생도는 교무실로…….”
“……?”
이내 생도들이 저마다 의아한 기색으로 날 바라보았다.
“뭐야, 또 쟤야?”
“쟨 무슨… 한 달 내내 존재감도 없던 놈이 갑자기 맨날 도마에 오르냐.”
“하여간 샌님같이 생겨서는, 은근히 사고 많이 치고 다닌다니까.”
다시금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천천히 교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야, 강준식!”
그때 슈란의 고함 소리가 울렸다.
잠시 문가에 멈칫한 내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살벌한 기운을 폴폴 풍겼다.
“빨리 와라.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먹튀 하면 진짜 내 손에 죽는다…….”
“…….”
살벌하기 그지없는 협박이었다.
허나, 그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가득해서 그런지 별로 와닿지는 않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