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40
40화
“이번 실기는 여러분들이 본격적으로 치르는 첫 번째 수행 평가입니다. 그만큼 점수에 따라 확실한 상벌이 준비되어 있으니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진행을 담당한 아론 교수의 공지에 생도들이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로 답했다.
꽤 중요한 시험이라 그런지 다들 적잖이 긴장한 기색이었다.
점수도 점수지만 황립 아카데미의 전통과도 같은 시험이었기에.
“오오, 드디어 강자의 게임이 시작되는 모양이네? 이번엔 누가 1등 할 것 같냐?
“흐음, 카엘이란 놈이 특이한 능력이 있어서 추적에도 능하고 꽤 날쎄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 녀석이 아닐까?”
“클라리네스 가의 슈란도 있지 않아? 대대로 영웅을 배출해 낸 집안의 무남독녀라니까 확실히 기대해 볼 법하지.”
“듣자 하니 루안 엘시르란 놈이 역대 생도들의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고 하던데? 교수들도 다들 모이기만 하면 그 녀석 얘길 한다더군.”
시험을 치르기 위해 운동장에 한데 모인 신입생들.
이를 구경하던 선배 생도들도 관심을 보이며 저마다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만큼 이번 실기 시험은 아카데미에서 상징성이 꽤 큰 시험이었다.
역대 졸업생 중 굵직한 업적을 남긴 영웅들은 대부분 이 시험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니까.
그래서인지 이 시험에서 최상위권에 든 학생들은 학기 내내 교수를 비롯한 전교생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신입생들 역시 이를 잘 알아서 그런지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좋아, 지긋지긋한 필기도 잘 봤겠다… 슬슬 내 주 종목에서 실력 발휘 좀 해 볼까?”
슈란이 스트레칭을 하며 은근한 여유를 보였다.
본인이 이 게임의 주인공으로 활약할 것을 조금도 의심치 않는 기색이었다.
반면 루안과 카엘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다만 두 사람도 시험에 임하는 표정만큼은 평소보다 한층 진지했다.
그만큼 이 시험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고 있는 듯했다.
‘미안하지만 이번 실기는 내가 1등을 가져가야겠어.’
나 역시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무려 휴가권에 생도라면 누구나 탐낼 수밖에 없는 마나 증진 포션까지 달려 있는 시험이니까.
뭐, 마나 증진 포션이야 내겐 별로 효용성이 없었지만… 워낙 귀한 포션이라 분명 써먹을 데가 있을 터.
“자, 그럼 시험 방법을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워낙 유명한 시험이니 아는 생도들도 있겠지만…….”
아론 교수가 우렁찬 목소리로 시험의 룰에 대해 설명했다.
그 와중에 난 상태창과 미리 완충한 그림자의 성흔을 점검했다.
어차피 내가 만든 시험인데, 굳이 일일이 설명까지 들을 필요는 없으니까.
게다가 내겐 그 어떤 설명보다 일목요연한 퀘스트 창이 있지 않은가?
띠링.
아론 교수의 설명과 동시에 마침 관련 퀘스트가 활성화되었다.
[메인 퀘스트, 첫 번째 실기 시험 (강자의 게임)]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황립 아카데미의 첫 번째 실기 시험이 임박했습니다.
아카데미의 생도라면 누구든 치열한 전투와 영광스러운 피로 얼룩진, 화려한 승리를 꿈꾸기 마련입니다.
허나, 생존과 승리를 위해선 이보다 선행되어야 할 필수 능력이 있습니다.
훗날 드넓은 아르웨이 대륙을 가로지르며 주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승마 실력.
필요에 따라 위협적인 적들을 회피하는 은폐 능력.
불리한 상황, 적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도주 능력.
목표물에 대한 끈질긴 추격 능력.
최후에 적을 고꾸라뜨리고 주요 물자를 강탈하기 위한 순간 결정력.
이는 실상 피가 튀는 전투보다 더욱 자주 맞게 되는 상황이며 이에 요구되는 필수 능력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강자(?者)란 바로 이러한 능력을 모두 겸비했을 때 빛을 발하는 자라 할 수 있습니다.
늘 실전 능력을 중시하는 황립 아카데미에선 일찍이 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실기 시험을 그러한 능력의 종합 평가로 시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지금부터 총 12마리의 말을 사방에 풀게 됩니다.
또한 각 말에는 그 신체 능력과 획득 난이도에 따라 1번부터 12번까지 번호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생도들은 약 5분 후 12마리의 말을 추적하여 이를 찾아내야 합니다.
오직 12명만 말을 얻을 수 있으며 정확히 3시간 후에 말을 타고 아카데미에 도착하는 생도들만 말의 순번표에 따라 점수가 차등 부여됩니다.
단, 해당 시간 전에 도착하는 이들은 인정하지 않으며 시간에 맞춰 말을 타고 도착하기만 한다면 다른 생도들의 말을 강탈해도 문제없습니다.
클리어 조건: 12마리의 말 중 1마리에 탑승하여 3시간 후에 아카데미로 귀환.
보상:
17,000EXP 경험치 획득, 차등 실기 점수, 2박 3일 휴가권 및 최상급 마력 증진 포션 (1번마 획득 성공 시).
1박 2일 휴가권 및 상급 마력 증진 포션 (2번마 획득 성공 시).
외출권 및 중급 마력 증진 포션 (3번마 획득 성공 시).
하급 마력 증진 포션 (4~12번마 획득 성공 시)
“자, 이해했습니까? 혹시 못 들은 생도가 있으면 그냥 탈락하시면 됩니다. 황립 아카데미의 시험은 두 번 설명해 줄 정도로 친절하지 않으니까요.”
어리버리한 몇 생도는 당황하여 주변에 있는 다른 생도들에게 묻기 바빴다.
물론 나는 퀘스트 창으로 이미 깔끔하게 복습까지 한 마당이라 별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브리핑이 끝나고, 어느덧 가지각색의 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 말들은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저마다 옆구리에 큼직한 번호표가 부착되어 있었다.
“어? 야, 강준식! 저거 슈란 아니냐?”
“응? 슈란?”
무심코 윌터가 가리킨 곳을 보니 어딘가 익숙한 말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린가 했더니… 사람이 아니라 말 슈란 얘기였다.
‘엥? 슈란이… 1번마라고?’
이건 나도 미처 몰랐던 일이었다.
물론 실기 시험에서 쓰이는 말들은 보통 주변의 마을에서 기간제로 대여해 온다는 설정이 있기는 했지만…….
그중에 어떤 말을 들여올지까지 내가 일일이 다 알 수는 없는 노릇.
‘이것 봐라?’
어느덧 내 입가에 한층 진득한 미소가 걸렸다.
안 그래도 나를 위한 무대나 다름없는데… 이미 한 번 내 손을 탄 말까지 이곳에 등장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공교롭게도 1번마로 말이었다.
“훠이, 훠이!!”
이윽고 수행원들이 묶어 둔 말들을 풀자 놈들이 기다렸다는 듯 무서운 속도로 튀어 나갔다.
과연 고르고 고른 최고의 말들답게 저마다 무척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응?”
한데, 아직 세 마리의 말들은 풀지 않고 있었다.
1번마부터 3번마까지…….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녀석들.
그때였다.
에드윈 교수가 2번 말과 3번 말의 갈기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이내 교수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하얀빛이 놈들의 전신에 스며들었다.
-이히히힝!
그러자 두 마리의 말들도 무지막지한 속도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조금 전, 다른 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
“…….”
생도들이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와중에
이번엔 아실리 총장이 1번마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이내 황금빛의 광채가 스며든 1번마가 앞발을 치켜든 채 힘껏 포효했다.
그러곤 곧장 광풍을 일으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헤이스트인가…….’
최상위권의 말들에겐 속도를 비약적으로 증진시켜 주는 마법까지 부여한 것.
“와, 징하네… 저걸 어떻게 잡냐? 평범한 말도 잡기 힘든데…….”
몇몇 생도가 황당한 기색으로 불평했지만 아론 교수는 아랑곳없이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정확히 3시간 후에 뿔피리를 불며 신호탄을 쏘아 올릴 예정이며 이후 10분 이내에 말을 타고 돌아오는 이들만 합격으로 인정됩니다!”
이윽고 아론 교수의 외침과 함께 마침내 시험이 시작되었다.
“자, 그럼 대망의 첫 번째 실기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타타탓!
교수의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생도들이 연이어 자리를 박차고 튀어 나갔다.
어떻게든 한 발이라도 먼저 말을 선점하기 위한 것.
거의 130명에 달하는 경쟁자를 뚫고, 고작 12마리밖에 안 되는 말을 쟁취해야만 했다.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1번마는 내가 침 발라 놨으니 손끝 하나 건드릴 생각 마!”
슈란이 순식간에 제일 앞서 나가며 기세 좋게 소리쳤다.
과연 오랜 훈련으로 탄탄하고 날렵한 몸을 자랑하는 피지컬의 소유자다웠다.
허나, 루안이 어느새 귀신같이 슈란을 앞질러 나갔다.
“루안 네놈이… 감히 날 추월해?”
루안은 열을 내며 빽빽대는 슈란을 무시한 채 더욱 속도를 높였다.
“좋아, 어디 한번 해 보자 이거지?”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속도 경쟁을 벌이며 선두권을 이룬 가운데, 다른 생도들도 그 뒤를 바짝 따라붙으며 호시탐탐 역전을 노렸다.
“…….”
허나, 나는 그 와중에도 여유롭게 자리를 지켰다.
“야, 안 가? 지금 뭐 하는 거야? 1초가 급한데!!”
윌터가 다급한 어조로 물었지만 나는 말없이 먼저 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
이제는 그런 내 모습도 꽤 익숙한지 윌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하여간 이놈은 뭐 하나 그냥 평범하게 하는 꼴을 못보네…….”
이내 윌터도 얼른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어느덧 그 많던 생도가 순식간에 자리를 비웠다.
“네 녀석…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지?”
어느덧 내게 다가온 카엘이 다 안다는 듯 픽 미소를 흘렸다.
내가 대꾸하지 않자 녀석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각오해야 할 거다. 이번엔 나도 쉽게 네 녀석에게 놀아나진 않을 테니…….”
카엘도 그 말을 남기곤 천천히 자리를 떴다.
나는 그런 카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저 녀석이 이번 시험의 최대 복병이 될지도 모르겠군.’
어쨌거나 내 능력을 알고 있는 유일한 생도니까.
뭐, 그래도 이번 시험의 우승자가 나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세상엔 알고도 못 막는 게 있는 법.
그렇게 모든 생도들이 자리를 뜬 이후에도.
나는 가만히 선 채 그들의 뒷모습을 고고하게 관망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날뛰어 봐야 치타 앞의 경주견일 뿐…….
터벅터벅.
마침내 내가 조용히 발걸음을 뗐다.
아마 앞서간 다른 놈들은 직감적으로 긴장하기 시작할 터였다.
* * *
썰물처럼 아카데미를 빠져나가던 생도들을 지켜보던 교수진.
에드윈 교수가 턱을 쓸며 흥미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이번엔 누가 우승할 것 같습니까?”
“아무래도 루안 엘시르 생도가 제일 유력하지 않을까요?”
아론 교수의 말에 다들 동감하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요, 워낙 변수가 많은 시험인지라. 그래서 늘 이변도 많았고……. 단언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저도 동감합니다. 물론 루안 생도가 특출 나긴 하지만… 이번엔 다른 유능한 생도들도 꽤 많아서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일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전 슈란 클라리네스 생도에게 한 표 던지지요.”
“전 카엘 데로트 생도를 꼽겠습니다. 초반엔 좀 주춤했는데, 요즘 성장세가 갈수록 매섭더군요.”
“앤드류 윌터 생도도 만만치 않던데요? 피지컬로 따진다면 제가 본 생도 중 단연 최고입니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추측이 오가는 가운데, 볼턴 교수가 그들의 의견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들 강준식 생도는 잊은 겁니까? 필기시험 최고 점수에 다중 캐스팅까지 하는 역대급 생도가 아닙니까?”
“으음, 그건 인정합니다만… 아무래도 신체 능력이 제일 요구되는 시험이 아닙니까? 암만 봐도 피지컬은 형편 없는 것 같던데… 이번 시험에서만큼은 그 생도는 후보에서 제외하는 게 옳을 듯싶군요.”
“아니요! 그렇게 예의 바르고 건실한 청년이 그동안 신체 단련을 게을리했을 리가 없습니다. 전 강준식 생도를 믿습니다!”
볼턴 교수가 콧김을 내뿜으며 반문했다.
허나, 다른 교수들은 저마다 침음을 흘리며 침묵했다.
지극히 사적인 감정이 개입한 의견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홀홀… 저도 강준식 생도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그레고리 교수의 말에 다른 교수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호오… 우리 그레고리 교수님이 생도 보는 눈이 있으시구만? 암, 저런 건실한 청년이 이런 시험에서 우승해야 제국의 기강이 바로 서는 법 아니겠습니까? 크하핫!”
“…….”
어느덧 교수들의 시선이 하나둘 아실리 총장을 향했다.
그녀가 이 상황을 정리해 줄 것이라 믿는 듯.
“흐음, 전 중립을 지키겠습니다. 생도들을 품어야 할 총장으로서 시작도 전에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될 일이죠.”
그 말에 좌중이 침묵했다.
모두의 의견을 단박에 정리하는 강력한 한마디였다.
허나,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총장의 눈길은 한곳에 붙박여 있었다.
모두가 떠나고 난 뒤에야 여유롭게 걸음을 떼던 한 생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