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151)
“저게… 뭐야…?”
합동 전술 평가 목적지 중 한 곳, 엘트라 해안.
먹구름 아래, 우중충한 안개에 둘러싸인 엘트라 해 한가운데. 멀리서 평온하게 굽이치던 바다가 돌연 사나운 파도를 일으키고.
수면 위로 께름칙한 어둠 마력이 수 갈래로 솟구치더니 나선형으로 승천했다.
이어, 바다가 산처럼 변해가듯 위로 들어 올려졌다.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바닷물.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거대한 실루엣을 드러냈다.
세찬 바닷바람과 습기를 타고 불길한 마력이 퍼져나간다.
시험감독관은 식은땀을 흘렸다. 저것이 마족이라는 사실을 알아채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
다급히 팔찌를 들고 학사 측에 연락하려 하였으나, 마족의 특이한 마력 때문인지 팔찌 기능은 먹통이었다.
시험감독관 자신의 마력도 제대로 운용할 수 없었다. 마법을 쓸 수는 있었으나, 평소처럼 수월하게 나오지 않았다.
저 마족의 마력이 일대에 있는 마력을 헝클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제길…!”
시험감독관은 겁에 질린 얼굴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엘트섬 사건과 부유섬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곧 있으면 합동 전술 평가가 진행되던 지하 시설, 옥토버스관의 출입구는 자동으로 봉쇄되고 견고한 결계가 구축될 터.
마족 같은 위험 요소가 출현할 시, 목적지까지 빠져나온 학생들을 도로 옥토버스관으로 돌려보내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외부 상황을 알지 못하는 옥토버스관 내부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시험감독관은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아직 여기에 도달한 학생이 없는 것이었다.
미리 정해졌던 집결지가 있었다. 시험감독관은 등을 돌려 집결지로 뛰어갔다.
높은 파고의 해일이 몰려왔다. 그러자 섬의 외곽에 설치되어 있던 수많은 마도구가 일제히 발동되었다.
진홍빛 장미 잎이 맴도는 투명한 결계가 드넓게 전개되었다. 섬을 외곽까지 모조리 감싸는 크기.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결계로, 지속시간은 20분이었다.
그러나 마족의 힘, [마력 갈취] 때문에 결계에 흐르는 장미 잎 형태의 마력이 쩍쩍 갈라져 갔다. 방어의 기능은 충실히 수행해내지 못할 터.
다만, 결계는 방파제 역할 만큼은 충분히 수행해냈다. 해일은 메르헨 아카데미를 덮치지 못하고 결계를 지나쳐갔다.
부유섬 사건을 겪은 이후 메르헨 아카데미는 온갖 마족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써 왔다. 언제까지고 이름 없는 영웅에게 모든 걸 신세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뻐끔.
바다 위. 무시무시한 크기의 생물이 뺨과 목을 잇는 아가미를 흐느적대고.
완전히 동그란 입에서 얼굴의 반절을 차지하는 두툼한 입술을 오므렸다 펴길 반복했다.
군청색, 사람을 쭉 늘인 듯한 길쭉한 몸. 오히려 사람의 형상에 가까워 아득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생물이었다.
────────[구오오오오오오─────.]
놈의 울음소리는 배가 출항할 때 내는 경적과 흡사했다.
마치 무언가를 부르기라도 하듯 길게 늘어지는 음성.
그 소리를 신호 삼아 바다에서 첨벙첨벙, 놈의 하수인들이 떠올랐다.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기괴한 어류들. 전부 멀리서도 그 형상이 구분될 만큼 거대했다.
뇌를 온통 드러낸 물고기.
내장이 밖으로 튀어나와 몸체를 회오리처럼 휘감은 물고기.
눈알이 한가득 붙어 있는 점액질 그물을 입에 문 물고기.
그 외에도 온통 토악질이 나올 만한 혐오스러운 외형뿐이었다.
사방팔방을 포위한 어류 마족 군세.
놈들은 거무스름하게 일렁이는 어둠 마력을 머금은 채, 메르헨 아카데미를 향해 빠른 속도로 헤엄치거나 인간의 손을 닮은 날개로 날갯짓하며 날아들었다.
두툼한 입술로 이루어진 입을 짜악 찢으며, 깔깔 웃어대면서.
그들과 함께, 가장 거대한 괴수 마족도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섬의 북쪽. 높은 언덕.
황실 기사단 소속인 담녹색 포니테일 머리의 여기사, 메를린 아스트레앙은 다른 황실 기사들과 함께 북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메를린이 이끄는 황실 기사단이 지켜야 할 구간이었다.
나머지 황실 기사단과 메르헨 아카데미의 전투 인력, 협업 관계인 헤겔 마탑의 전투 마법사, 강한 전력을 지녔으면서 아카데미 수호에 적극적으로 지원한 극소수의 학생들은 각자 다른 방향을 도맡기로 했다.
─ ‘저 광활한 바다를 보세요. 수많은 생명이 저 바닷속에서 잉태되겠죠. 거기에 마족이 없을까요? 있죠, 있고 말고요!’
문득 입학시험 날, 마차 안에서 황녀 화이트가 덜덜 떨면서 떠들어댔던 말이 떠올랐다.
절묘하네, 정말.
“훌륭한 감이시군요, 화이트 황녀님.”
장난스럽게 피식 웃는 메를린.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금세 진중해지고, 그녀의 금안은 바다 위 메르헨 아카데미에 쳐들어오는 마족의 군세를 향했다.
검성의 딸. 제르베르 황실 기사단 1번대, 그리핀 기사단의 부단장. 메를린 아스트레앙.
그녀를 포함한 황실 기사단이 메르헨 아카데미에 온 연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무슨 위협이 들이닥치든지.
황녀를 지킨다.
국민을 지킨다.
황국을 지킨다.
이름 없는 영웅의 정체를 조사하는 것도, 아카데미의 시험감독관에 지원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사명이야말로 그들, 황실 기사단 그 자체였으니.
메를린은 한껏 숨을 들이마신 후, 크게 소리쳤다.
“들어라! 우리는 요새! 적은 마족이다! 우리는 이 섬의 북방(北方)을 사수한다!”
마법 기사와 궁병은 원거리 공격으로 적들을 요격한다.
그들이 미처 막아 내지 못한 적은 나머지 기사들이 해치운다.
그것이 침략자를 상대로 한 그들의 기본적인 전법이었다.
“싸우자, 제르베르의 기사들이여!”
비장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메를린.
그녀는 허리춤에 찬 검집에서 검을 꺼내 들었고.
잇달아 그녀 뒤로 질서정연하게 진을 친 기사들은 일제히 각자의 무기를 빼 들었다.
그들은 적들을 향해 돌격했다.
한편. 아킨스 해 방면, 건물 옥상.
한 여학생이 난간에 걸터앉은 채, 메르헨 아카데미를 향해 진격하는 어류 마족 군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에 쓴 마녀 모자가 바닷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그것을 푹 누르는 그녀.
여학생은 조금의 위기감도 느끼지 못하고 여유롭게 다리를 휘적거렸다.
“지인짜, 시시한 역할이네.”
이 세상에는 규격 외의 존재란 게 있다.
바로 이곳, 옥상에 있는 연보랏빛 머리칼의 여학생처럼.
도로시 하트노바. 그녀는 “읏차.”하고 난간 위로 올라섰다.
메르헨 아카데미는 작년에 마족 출현 사태를 자주 겪은 까닭에, 만일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세세하게 정해 두었다.
대 마족 방어체계. 그런 이름이었던가.
마침 도로시는 아카데미를 지키는 일에 도움이 되겠다고 나섰고.
부유섬이 출현했던 날처럼 사방팔방에서 마족들이 쳐들어오는 대규모 위기 상황 발생 시, 1차적으로 아카데미의 서쪽 수호를 맡기로 했다.
아이작의 부탁 때문이었다.
그녀 한 명이 얼마나 많은 전투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 수준.
즉 아이작은 메르헨 아카데미를 더욱 확실하게 지켜내기 위해, 도로시에게 학사와 협력해 아카데미를 지켜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지금쯤 여러 전투 인력들이 서쪽으로 달려오고 있겠으나, 도로시는 몇 명이 오든 상관없었다.
혼자서 저들을 해치울 자신이 있었으니까.
“뭐….”
도로시는 오른손을 펼쳤다. 그 위로 형형색색의 별 무리가 일어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별빛 마력. 요정 스텔라의 선택을 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비로운 속성의 마력이었다.
“빨리 끝내자.”
도로시는 태평하게 읊조렸다.
합동 전술 평가에서 각 목적지에 도달했던 학생들은, 그 장소에 있던 시험감독관들을 따라 지하 대피시설, 옥토버스관으로 되돌아갔다.
옥토버스관에 그들 모두가 돌아오자 모든 출입구가 닫히고 헤겔 마탑이 개발한 강력한 결계가 발동되었다.
지상에 있는 학생들도 학사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모두 사전에 교육받았던 대로 지상 대피 시설로 이동했고.
아직 떠도는 학생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아카데미를 돌아다니는 학사 직원들도 있었다.
한편, 옥토버스관 내부.
합동 전술 평가는 긴급중단되었으나, 바닷속에서 올라온 마족의 마력 탓에 시험용 팔찌가 기능을 상실해 교신이 어려워진 상황.
그래서 집결지로 모였던 시험감독관들은 필립 멜트런 교수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분주히 돌아다니며 아직 옥토버스관을 나도는 학생들을 대피시키는 역할.
가장 안전한 구간에 모인 학생들을 보호하는 역할.
옥토버스관의 출입구는 모두 봉쇄되었을 테니 결계를 굳이 부수기라도 하지 않는 한 빠져나간 학생은 없을 터였다.
하물며 결계의 강도도 뛰어난 편이니 웬만큼 강한 학생이 아니라면 깨부수기도 어려울 터.
그러나, 메르헨 아카데미가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여긴가.”
흑발의 안경잡이 남학생, 스페이드 팔라딘은 나침반을 따라 엘트라 해안으로 이어지는 출구에 도달했다.
주변에 발광 램프만이 빛을 흩뿌리는 구간. 위쪽에 굳게 닫힌 출구가 떡하니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되었다.
다만, 출구에는 결계가 구축되어 있었다. 강도가 상당했다.
스페이드 팔라딘은 눈살을 찌푸리곤 오른손에 얼음 마력을 응축시키더니.
출구를 향해 마력을 터뜨렸다.
──────「빙결 폭발 (얼음 속성, ★5)」
콰아아아아──────!!!
얼음 마력의 폭발이 단숨에 결계를 깨부쉈다.
엘트라 해에 출현한 마족의 힘 [마력 갈취] 때문에 마력이 흐트러졌지만, 결계를 부수고 출구를 날리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그렇게 스페이드 팔라딘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 바닷바람을 맞이했을 때.
“……!!”
메르헨 아카데미에 있던 모두가 어마어마한 마력을 느꼈다.
옥토버스관을 나돌던 무녀 미야도, 성녀 비앙카도.
이제 막 밖으로 빠져나온 스페이드 팔라딘도.
도로시도, 황실 기사단도, 그 외의 전투 인력들도.
몸속 심지에서부터 두려움이 시끄럽게 아우성쳤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밀도의 마력이었다.
그저 마력을 감지한 것에 불과했으나, 그들은 모두 정체 모를 무언가에게 잡아 먹힐 것 같은 오싹함을 느꼈다.
차라라라라락──────!!!!
동시에 엘트라 해안을 기점으로 동쪽 바다, 엘트라 해가 무서운 기세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6성급 얼음 마법, [엄동의 파란].
파도가 사납게 일렁이던 모양대로, 엘트라 해는 그대로 꽁꽁 얼어붙어 대형 얼음장이 되었다.
헤엄쳐 오던 어류 마족들은 몸속까지 싸늘하게 얼어붙은 채 시간이 정지해 버렸다.
가장 거대한 인간 형상의 마족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휘청거렸고.
날아오는 어류 마족들은 휘몰아치는 냉기 탓에 움직임이 둔해진 채 꺼억, 꺼억,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이내, 허공에 얼음 마력이 뭉치더니 커다란 몸집을 지닌 용의 형상을 갖추었다.
─────────[카아아아아아아─────!!!]
강대한 얼음 마력을 흩뿌리며 백옥빛 날개를 활짝 펼치는 백룡.
그 마수는 하늘로 비상해 자신의 위용을 한껏 뽐내고서, 바다 위에 서 있는 흉측한 마족을 향해 억센 포효소리를 내질렀다.
백룡 위에는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연푸른 냉기가 그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신장 2m가 넘는 근육질 사내. 군청색 마법사 로브는 큼직한 근육 탓에 꽉 조여 터질 듯했고, 눌러쓴 후드 안쪽에선 칠흑 같은 피부와 둥그렇고 새빨간 안광이 내보였다.
지상에 있는 많은 사람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에 넋을 잃은 이들이 태반이었다.
그 정체를 누가 모를 수 있을까.
부유섬을 단신으로 해치운 자.
전세계에 그 명성을 떨친 정체불명의 대마법사.
이름 없는 영웅. 그가 나타났다.
스페이드 팔라딘은 눈을 좁히고는 안경을 들쳤다.
막 출구를 빠져나온 탓에 한쪽 무릎을 굽힌 채 아직 일어서기 전이었다.
그는 거대한 마족을 향해 날아드는 백룡과 이름 없는 영웅의 뒷모습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
직접 놈의 마력을 피부로 느끼고서 깨달을 수 있었다.
왜 여왕님께서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왜 팔라딘 전부가 힘을 합쳐도 저놈의 상대가 못 된다는 것인지.
어떤 상상을 하든, 그 이상으로 불합리한 마력이었다.
저게 정녕 자신과 같은 생물이 맞는 건지 의문이 들 만큼, 완전히 다른 경지에 이른 초월적인 존재 같았다.
스페이드 팔라딘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위용을 지켜보았다.
저놈이 바로, 자신들이 해치워야 할 대마법사.
“검은 괴물….”
옥토버스관 안에서 무녀 미야와 성녀 비앙카가 엘트라 해안 방향으로 여전히 나아오는 중.
동쪽 바다 위에서 이름 없는 영웅과 마족의 군세가 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