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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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날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봐도 일을 거하게 저질렀으니까.
다만, 나는 앨리스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그녀의 목에서 속박의 낙인이 사라진 게 그 증거였다.
게다가 미리 출현하리라 예상하고 7성급 마법까지 조급하게 숙달한 이유였던 무저갱까지도 쓰러뜨렸다.
남은 건 황국 상대로 사태를 수습하는 것뿐.
망설임 없이 뒤펜도르프의 군대를 소환했던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었다.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함과 동시에 ‘빙제’라는 위상을 얻기 위해서.
내 존재 자체로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되리라고 여겼던 것이었다.
예상대로 이제 나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감정을 갈무리했다. 지금의 상황이 이성적인 사고와는 무관하게 화가 났어도, 분명히 이렇게 된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절로 튀어나온 말에서 분노를 가능한 한 억제하려 한 것도 그런 연유였다.
다만, 내가 내뱉었던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꽤 위협적으로 들린 모양이었다.
“아이작….”
갑자기 뒤에서 누가 나를 꼭 껴안았다.
뒤펜도르프의 군대는 내가 누구 편에 서 있는지 알고 있다. 즉, 그들이 막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기에 내버려둔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작, 아이작….”
그리고 뒤에서 나를 껴안은 이는 아련하고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연신 내 이름을 불렀다. 내가 여기 있다고 몇 번이고 되새기고 싶다는 듯이. 더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뒤로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로즈골드색 머리칼. 루체였다.
“루체, 뭐 하냐…?”
“너 진짜 미워….”
루체는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고, 연신 내가 밉다고 하면서도 더욱 세게 나를 끌어안았다.
그때였다.
“다들 진정해주시길.”
나긋나긋한 목소리. 한 소녀가 호위 신자를 이끌고 아카데미 광장에 나타났다.
머리에 쓴 면사포. 온몸을 꽁꽁 싸맨 새하얀 성녀 복. 헬리제 교단의 성녀이자 메르헨 아카데미 1학년생, 비앙카 앙투라제였다.
황실 기사단과 토벌대, 교직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조아려 성녀에게 예를 표했다.
비앙카는 나와 거리를 두고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더니 싱긋 웃었다. 맹인이라 두 눈을 감은 채로.
[ 비앙카 앙투라제 ]Lv : 70
종족 : 인간
속성 : 빛
위험도 : X
심리 : [ 당신에게 호의를 품고 있습니다. ]
“그분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건 주신 만할라의 뜻이니.”
성녀 비앙카는 뜬금없이 신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나를 옹호했다.
“이름 없는 영웅이자 새로운 빙제여. 인사 올립니다. 제 이름은 비앙카 앙투라제. 헬리제 교단의 성녀이자 주신의 대리인으로서 당신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성국 바르디오와 주신 만할라의 권위를 등에 업고, 성녀 비앙카는 선수 쳐서 나를 받아들였다.
뭐라 반응해야 할까. 예상 밖의 상황이었기에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느덧 광장을 에워쌌던 긴장감이 상당히 완화되었다. 루체와 비앙카 탓일까.
뇌제 자울 드래고니악은 눈을 감더니 마법진을 거두었다.
“자네와 싸울 생각은 없네.”
뇌제 자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애당초 원왕 4명이 난입했던 이유가 모두 해결되었으니 험악한 분위기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잇달아 황실 기사단은 무기를 거두었고, 토벌대는 날 경계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동감일세.”
노령의 남성, 염제 안데르센 또한 마법진을 풀더니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기서 그대와 불필요한 싸움은 벌일 생각 없네. 도로시 하트노바의 폭주도, 밤하늘의 마족도, 모두 그대 손에 해결됐으니 말일세.”
[안데르센 베르산도]Lv :200
종족 : 인간
속성 : 불, 바람
위험도 : ???
심리 : [ ??? ]
도로시가 폭주했다?
주위를 살펴보면 도로시 자신도 어쩌지 못할 사고가 벌어졌던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래서 저렇게 몸 상태가 나빠 보였던 걸까.
…사고의 우선순위를 정하자. 지금은 도로시가 진정했으므로 그녀가 왜 폭주했었는지는 나중에 알아보는 편이 좋으리라.
“흥이 식었네요. 나름 긴박했었는데 말이죠?”
드레스 차림의 우아한 여성, 도제도 마법진을 해제하며 말했다.
[세이렌 실리비안]Lv :199
종족 : 인간
속성 : 물, 얼음
위험도 : ???
심리 : [ ??? ]
“…….”
어린 소녀의 외형을 지닌 풍제는 말없이 마법진과 바람의 활을 거두었다.
[에린 캠벨]Lv :198
종족 : 인간
속성 : 바람
위험도 : ???
심리 : [ ??? ]
원왕은 염제를 제외하곤 저마다 [불로(不老)]의 힘을 받아들였다.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르면 대개 그 힘을 손에 넣을 기회를 얻는다고 들었다.
노령의 남성 외모를 가진 염제는 자신의 의지로 [불로]의 힘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나머지 원왕은 외형만 봐선 나이를 판별할 수 없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설정집에서도 원왕들의 나이가 몇인지는 나오지 않았지.
여담이지만, 극소수의 사람은 대마법사가 아니어도 운 좋게 [불로]의 힘을 얻기도 한다. 교장 엘레나가 그러했다.
“남의 땅에서 이러는 것도 영 모양이 안 살고. 새로운 빙제가 귀엽게 생겼다는 사실을 확인한 거로 만족해야겠네요. 꽤 좋은 구경도 했고요.”
도제 세이렌은 히죽거리더니 등을 돌리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음흉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걸렸다.
“나중에 또 봐요, 빙제님.”
푸우우우!
세이렌은 소용돌이치는 물 원소로 모습을 바꾸고는 회오리치면서 아름다운 마력을 흩뿌리며 떠나갔다.
대마법사의 경지. 인간이면서도 자신을 원소의 형태로 변화시키는 능력이었다.
어느새 어린 소녀의 외형을 가진 풍제 에린이 다가와 내 앞에 섰다. 오른쪽 눈에 안대를 끼었으며, 무표정이었다.
고개를 숙여 에린의 왼쪽 눈을 들여다보았다. 바람 마력이 흐르는 눈동자가 신비롭게 보였다.
“새로운 빙제.”
“…….”
“건방져.”
“……?”
휘우우우!
에린은 입술을 비죽 내밀고 그 말을 남기더니 연녹빛 회오리로 변해 아카데미 광장을 떠나갔다.
쟨 뭐야.
“자리가 아닌 듯하군…. 빙제여, 훗날 정식으로 인사하겠네. 나중을 기약하지.”
화르르륵!
타오르는 불길을 휘감은 염제 안데르센은 불덩이가 되어 하늘로 솟구쳤다.
곧 뇌제 자울이 내게 다가왔다. 우리는 가까이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오랜만이군.”
“그래…, 삯 안 준 건 기억나냐?”
“삯? 흠.”
작년 여름 방학 때 마부 일로 엮였던 뇌제다. 돈 안 내고 튀었지.
자울은 고민하더니 이윽고 대답했다.
“…아쉽게도 까먹었군.”
이 새끼, 얼굴에 철판 까는 솜씨가 심상치 않았다.
내가 눈을 가늘게 좁히자 자울은 내 이마에 손가락을 살며시 대었다. 공격 마법이나 환각 마법의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자네에게 전할 사항일세.”
그 순간, 머릿속에 자울의 메시지가 흘러 들어왔다.
아주 잠깐이었다. 자울은 곧바로 손가락을 내렸다.
여전히 나를 뒤에서 껴안고 있던 루체는 자울의 마력을 느끼고 그를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날 건드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눈치였다.
다만, 자울이 내게 건넨 메시지는 루체가 화낼 만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다.
‘원왕 회의?’
자네를 원왕 회의에 초대하겠다.
화이트클락 공작 가문의 에이첼 화이트클락을 찾아가라.
그녀가 바로 원왕 회의의 진행자다.
그런 메시지였다.
“그리 알면 됐네.”
등을 돌리는 자울. 그의 몸은 자색 마력으로 바뀌더니, 번개가 되어 섬을 벗어나 바다를 가로질렀다.
자울이 지나간 자리엔 번갯불이 잔상처럼 남았다. 나와 루체는 그가 떠나간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기들끼리 작당 모의라도 하고 있었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 세계가 발칵 뒤집힐 게 뻔했다.
그런 자리를 알려주고 초대했다는 것은 나를 부정의 여지 없는 빙제라고 받아들였다는 의미일 터.
여기서는 얼굴 도장만 찍는 데 그치고, 제대로 된 이야기는 원왕 회의에서 하게 될 듯했다.
“…아.”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퍼뜩 떠올랐다.
여태 생각은 안 해봤지만, 원왕들을 악신 토벌대 멤버로 포섭할 수 있을까.
저들의 심리는 읽히지 않는 데다 모두 섣불리 믿을 수 없는 괴짜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들이 악신 토벌대의 전력이 되어 준다면 분명 든든할 것이었다.
…그 사안은 차근차근 검토해 보자.
거북이 등딱지처럼 달라붙은 루체를 내버려둔 채 등을 돌리고.
도로시와 카야, 앨리스, 뇌신조-갈리아, 고개를 조아려 내게 예를 표하는 뒤펜도르프의 단장급 병력을 쳐다보았다.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 버린 원인에는 내가 무저갱에게 잡아먹혔던 이유도 클 것이었다.
나로선 메피스토와 대치할 때까지 무저갱이 출현하리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추측만 했을 뿐. 내가 확신하게 됐을 때는 메피스토와 얘기를 나눈 뒤였다. 그 탓에 도로시와 카야에게 이야기를 전하지 못했다.
무저갱을 쓰러뜨릴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었기에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이었다. 다행히 내가 가진 화력은 기대 이상이었고, 무저갱을 조지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엔 도로시나 카야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고 일을 이렇게 키운 건 온전히 내 잘못이었다. 분명 더 좋은 방법도 있었으리라.
‘제대로 사과해야겠지.’
도로시, 카야에게.
그녀들처럼 날 걱정해준 루체에게도.
“아이작 니이임…!”
내 미소를 본 카야는 울먹이면서 몸에 바람 마력을 휘감고 날아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러더니 공중에 뜬 채로 내 어깨를 휘감고 내 뺨에 제 뺨을 비벼댔다.
매끈하고 말랑말랑한 감촉이었다. 연신 ‘아이작 님’이라 흐느끼며 안심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보였다.
도로시는 비틀거리며 다가와 내 품에 기댔다. “회자아앙…. 난 지쳐부렀다….”라며 흐늘거리는 모습. 그녀가 한 말 그대로 굉장히 지쳐 보였다.
독감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도로시에게서 상당한 고열이 느껴졌다. 왜 이렇게 됐느냐고 묻자 도로시는 모르겠다고 힘없이 대답했다. 그나마 이게 방금 나아진 거라는 얘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회장. 나 사고 쳤어….”
“저도 미안해요. 늦게 와서.”
감정이 가라앉아서 목소리가 침잠했다. 가슴속이 가시로 찔리는 듯한 죄책감이 들었다.
마력 고갈 상태였지만 손에 가벼운 냉기를 두르는 정도는 가능했다. 냉기를 피워 올린 손을 도로시의 이마에 갖다 댔다. 열을 식히기 위해서였다. 도로시는 눈을 감고 내 손에 이마를 기댔다.
그리 루체와 카야, 도로시와 달라붙은 채로 있으니 앨리스는 많은 감정이 담긴 듯한 미소로 우리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앨리스 캐럴.”
부단장 마그리오를 필두로 황실 기사단이 앨리스에게 다가가자 뒤펜도르프의 단장급 병력이 막아섰다. 마그리오는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잠깐만.”하고 루체와 카야, 도로시를 조심스레 떨어뜨린 뒤 그 대치 상황에 끼어들었다.
뒤펜도르프의 단장급 병력 앞에 서서 부단장 마그리오를 마주했다. 무거운 분위기였다.
황실 기사단은 심장 부근에 손날을 대고 남은 손을 허리 뒤로 넘기며, 기사식 예법으로 내게 절도 있게 인사했다.
“새로운 빙제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리오. 황실 기사단 4번대 펜리르 기사단 소속, 부단장 ‘마그리오 할펜트’요.”
이 사람 상대로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으로선 존댓말을 써야겠지만.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나는 새로이 얻은 지위를 등에 업고 그들을 대하기로 했다.
이름 없는 영웅이자 빙제로서.
“앨리스 캐럴 사건은 제르베르 황국에서 벌어진 일.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건대, 우리 황국은 이 일을 쉬이 넘길 수 없소.”
“응.”
“그러니, 그들을 넘겨 주시길 바라오.”
한쪽 눈살을 찌푸리고 마그리오를 노려보았다.
황국을 상대로 한 앨리스 캐럴의 신변 문제.
내가 당면해야 할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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