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95)
〈 295화 〉 철의 요정 토벌전 (5)
* * *
철의 성역 마지막 층은 왕의 알현실과 비슷한 구조였다.
검으로 이루어진 철제 왕좌에 어린아이의 외형을 지닌 생물이 앉아 있었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흔들거리는 두 다리.
철의 요정 라크닐이었다.
출입구에서 왕좌로 이어진 길을 사이에 두고, 강한 힘을 지닌 철의 기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렬해 있었다.
왕좌 뒤에 구축된 아주 넓은 공간. 그 한가운데엔 철 마력이 응집되어 고치 같은 형태를 이루었으며, 영롱한 광택을 내비쳤다.
철의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지속적으로 그 고치에 공급되었다. 한창 제조 중인 철의 심장이었다.
왕좌 양옆엔 망토를 휘날리는 강력한 철의 기사 둘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 모두의 시선이 철의 성역을 강제로 뚫고 침입한 두 여학생을 향했다.
[요정의 권속들이 이런 데 있을 줄은 몰랐네요.]라크닐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를 향해 도로시가 검지를 뻗고 소리쳤다.
“꼬마! 이게 무슨 짓이야! 당장 그만둬!”
[왜죠?]“그, 무서우니까! 이러다 다 죽어!”
[넌 긴장감이란 게 없네요…?]도로시 주위로 별 무리가 떠올라 차라랑, 하고 맑은 소리를 냈다.
“농담 아니야. 안 멈추면 무력 행사밖에 답이 없다?”
[별빛 마력…. 그 새끼의 권속이었나.]“뭐?”
라크닐은 도로시의 별빛 마력을 바라보며 자기 입가를 가렸다. 그러나 크게 뜨인 두 눈은 그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뭘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어…?”
“도로시 선배, 잠시만.”
카야는 도로시를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현실적으로 두 여학생이 라크닐과 싸워 봤자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카야는 라크닐의 마력을 느끼고 그리 냉정하게 판단했다.
그러니 라크닐이 자신들을 얕보며 여유를 부리는 동안 카야는 대화를 통해 아이작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캐내기로 했다.
카야의 녹색 눈동자가 라크닐을 담았다.
“철의 요정이시죠?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화록청의 권속인가. 너, 이름은?]“카야 아스트레앙입니다.”
[좋아요, 카야 아스트레앙. 심심하니까 설명해줄게요. 나는 새로운 철의 국가를 건립하고, 내 세력을 확립할 계획이에요.]“어째서죠? 무슨 바람이 불어서?”
[한 단계 높은 격에 이르고 싶으니까요.]라크닐의 손가락이 천장을 향했다.
“한 단계 높은 격…? 요정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씀입니까?”
[네. 내 지배 영역이 늘어날수록, 권속이 늘어날수록, 나중에 내가 그것들을 흡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힘의 크기가 상당하거든요.]문득 카야는 화록청의 요정 실피아가 아스트레앙 공작령의 어느 숲을 지배 영역으로 삼기 위해 인간들과 계약했다던 역사를 떠올렸다.
요정에겐 그런 비밀이 있었던 것인가.
“이미 당신은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존재일 텐데요? 그래 봤자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나는 스텔라를 죽일 거니까요.]스텔라.
그 이름이 라크닐의 입에 담기자 도로시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무슨 소리야?”
도로시가 살벌한 어조로 물었다.
카야는 도로시를 일별했다. 은하수를 담은 듯한 도로시의 눈에 강한 살기가 어둠처럼 드러났다.
스텔라는 오즈의 나라에서 도로시를 구해주고, 그녀에게 별빛의 힘을 내려준 별의 요정이다.
미스터리한 생물인 요정 중 특히 가장 미스터리한 요정이기도 하다.
화록청의 요정 실피아와 카야 자신이 각별한 친구 사이인 것처럼 도로시에게도 스텔라는 소중한 존재일 것이었다.
그러니 도로시가 내비치는 분노를 카야는 납득할 수 있었다.
[왜 화를 내는 거죠? 아무리 스텔라의 권속이래도, 인간이 스텔라 편을 들어선 안 되는 것 아닌가요?]“그러니까 무슨 소리냐고 묻잖아.”
별 무리가 더욱 활발하게 활성화되었다.
언제든지 물리력을 조작해 철의 요정 라크닐을 깨부술 준비가 된 것이었다.
카야는 바짝 긴장한 채 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들었다.
[그렇군…. 모르는 거구나. 난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진 몰랐어서요. 미처 파악하지 못했네요.]라크닐은 천장을 가리켰다.
[스텔라는 대재앙을 일으켜 너희 인류나 나한테까지 피해를 줬어요. 대부분 짧게 생을 마감하고 마는 너희 인류로선, 그런 오래된 일은 잊어버릴 수밖에 없었나 보네요?]“대재앙을? 스텔라가?”
[멍청해. 멍청하잖아요, 너희들.]라크닐은 왕좌에서 내려가 도로시와 카야에게 나아갔다.
철의 기사들 중 일부가 마력의 형태로 변하더니 라크닐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라크닐은 단숨에 신장 180cm의 성인 남성처럼 체격이 변화했다.
철컥철컥, 거리며 철의 마력이 허공에서 대검의 형상을 갖추었다. 그리 수 자루의 대검이 라크닐 주위를 떠다녔다.
[과연, 어리석은 종족이로다.]굵직하게 변한 라크닐의 목소리.
카야의 두 눈에 적의가 깃들었다.
녹색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카야는 미소를 머금으며 피 속성 마법진과 식물 속성 마법진을 동시에 전개했다.
“가까이 오지 말아 줄래? 우린 거리 두기가 필요한 사이잖아?”
악식의 인격으로 변한 카야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전의와 웃음기가 담긴 목소리로 경고했다.
라크닐은 놀란 얼굴로 발을 멈추었다.
[굉장해. 카야 아스트레앙…, 그 모든 힘을 포용하고 있는 건가. 마치 생명의 축복이라도 받은 것처럼. 무서운 재능이네.]“칭찬은 고마운데, 난 너랑 친하게 지낼 생각 없어.] [뭐, 이해해줘. 난 저 스텔라의 권속에게 진실을 전하고 싶어졌거든. 너도 듣고 싶잖아. 그치?]
라크닐은 도로시와 눈을 마주쳤다.
[스텔라가 자기 권속을 정하는 기준, 알아?]“그런 거 몰라. 그냥, 스텔라는 내 은인일 뿐이야. 날 구해준….”
[왜 하필 널 구했지? 오즈의 나라가 수많은 인간을 학살하는 동안, 뭐 하다 너만 구했던 거냐고?]“…….”
사실 짐작하고 있었다.
애써 시선을 돌리려 해왔지만, 아이작을 생각하며 버티려 해왔지만.
이미 차고 넘칠 만큼 도로시에겐 많은 단서가 내밀어져 있었다.
[즐거운 얘기지?]라크닐은 씨익 웃었다.
“도로시 선배, 저런 얘기는 귀담아듣지 마. 우린 저 요정의 목적만 파헤치면….”
“카야. 고마운데, 이 언니는 들어야겠다.”
“어? 잠깐…!”
도로시는 카야에게 미소를 건네고서, 라크닐을 향해 몇 발자국 나아간 후 발을 멈추었다.
“말해. 스텔라가 권속을 정하는 기준. 날 두 번째 권속으로 삼은 이유.”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 나한테 확신을 받고 싶은 건가?]“쓸데없는 얘긴 하지 마.”
라크닐은 활짝 웃으며 진실을 밝혔다.
[스텔라가 권속을 정하는 기준은 ‘초월자의 자질을 갖췄는가’야.]“…….”
[초월자의 탄생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지. 스텔라의 첫 번째 권속, 오즈마는 살아있을 적에 초월자가 됐어. 결국, 무시무시한 대재앙이 세계에 들이닥쳤지.]스텔라의 첫 번째 권속이 실종되고, 강한 지진과 쓰나미처럼 온갖 재해가 세계를 덮쳤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구전이었다.
그 시기에 세계는 엎어졌고, 많은 인간이 목숨을 잃었다.
요정이 전하는 진실 앞에 카야는 마른침을 삼켰다.
[오즈마의 행방은? 그녀의 최후는? 어떻게 됐을까?]“…초월자가 된 거지?”
[그래, 이 세계의 초월자가 됐지. 스텔라에겐 계획이 있었거든. 그 새끼는 오즈마가 살아 있을 때, 그 여자를 초월자로 만들어야만 했어.]“그 이유가 뭔데?”
[그것까진 나도 몰라. 별을 쫓다 보면 알게 되겠지.]라크닐의 눈빛이 살벌해졌다.
[난 스텔라의 계획 따위 관심 없어. 단지 난, 스텔라가 일으킨 대재앙이 내 영역에 피해를 줬다는 사실만 알면 돼. ‘스텔라는 망할 새끼다’, 이 정도만 알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스텔라 새끼는 이미 요정의 범주를 벗어나서 말이야.]“무슨 말이야, 그게?”
[너희가 이해할 얘기는 아니야.]라크닐은 아, 하고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맞아. 한 명. 여기서 꽤 흥미가 가는 녀석이 있었어. 그 녀석 얘기를 빼 먹으면 안 되겠네.]“누군데?”
[청은발의 소년. 인간 치곤 강하더군.]도로시와 카야는 두 눈을 부릅떴다.
아이작 이야기가 틀림없었다.
터지기 직전의 폭탄처럼 공기가 부풀어 오르는 듯했다. 두 여학생은 금방이라도 라크닐에게 공격할 기세를 보였다.
[하긴, 당연한 거겠지. 너희들은 알아차렸나? 그 소년 안에 깃든 거대한 존재를.]라크닐은 양팔을 옆으로 뻗으며 소리쳤다.
[바로 오즈마를!]“그게 뭔 소리…?”
라크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한 카야와는 대조적으로, 도로시는 입을 힘없이 벌린 채 혼란을 느껴야만 했다.
“오즈마…?”
도로시는 아이작의 본질 속에서 보았던, 셀 수 없이 많은 눈을 지녔던 미지의 괴물을 떠올렸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스텔라의 계획 속, 스텔라의 첫 번째 권속.
살아 있는 초월자가 탄생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인류가 목숨을 잃었으며.
끝내 이 세상에 새로이 탄생한 초월자, 오즈마.
그녀가 아이작의 본질을 거처로 삼았다.
도로시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복잡한 감정이 그녀를 뒤덮었다.
어째서? 왜?
[아아, 그 소년은 모르고 있겠지! 대량의 목숨이 짓밟힌 책임이 자기 속에 있다는 사실을!]“그런 건 그 애랑 아무 상관도 없잖아!”
[무슨 소리야? 오즈마와 그 소년은 지금 하나나 다름없는데? 내 눈엔 그년이 그놈이라고. 애초에,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아?]“뭐…?”
[스텔라의 권속이여. 왜 진실로부터 눈을 돌리려 하지?]라크닐은 도로시를 보며 낄낄 웃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 넌 살아 있으면 대재앙이 될 존재야. 언젠가 첫 번째 권속과 같은 꼴이 될 거야.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겠지.]아카데미 광장에서, 도로시의 별빛 마력이 폭주하려던 때.
원왕들이 나타나 그녀를 향해 공격 태세를 갖췄던 때가 도로시와 카야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카야는 다급히 소리쳤다.
“도로시 선배! 듣지 마! 모함이야!”
[넌 죽지 않으면 안 돼. 넌 모두를 위해 죽어야 할 존재라고.]잇달아 도로시의 머릿속엔 자신이 깨달았던 초월적인 힘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진흙탕 같았던 까무잡잡한 과거에서도, 부유섬에서 죽어가며 자신의 목숨을 바쳐 역발산기개세의 힘인 9성급 별빛 마법 [초신성 폭발]을 발동하려던 때에도.
도로시는 기어이 빛나고자 했다.
하지만 자기 생존이 대재앙의 방아쇠라는 사실은, 그간 죽을 힘을 다해 빛나고자 했던 삶의 태도마저 무색하게 만들어버린다.
사람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릴…! 사람들한테 피해 주는 건 네가…!”
[나와 저 스텔라의 권속은 같은 입장이 아니야. 난 원래 많은 희생을 강요할 생각이었다고. 애초에 뒤가 수상한 스텔라를 내버려두지 않는 편이 장기적으론 너희 인류에게 이득일지도 모르지.]“너…!”
[이야, 표정이 볼 만해졌잖아? 어때, 진실을 마주한 기분은? 네 머릿속을 맴돌던 의문이 확실시되는 기분은?]어두워진 도로시의 얼굴.
라크닐은 실실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알려줘, 자신이 죽어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껴버리는 그 비통한 기분…!]그때였다.
콰아아아앙!!!
단단한 바닥이 박살 나고 철 조각이 비산했다.
동시에 바닥을 뚫고 나온 청은발의 남자가 라크닐의 얼굴을 한 손으로 붙잡았다.
라크닐의 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잡았다.”
청은발의 소년, 아이작이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살의가 어린 적안이 라크닐을 노렸다. 라크닐의 얼굴을 꽉 쥔 손에 살인적인 냉기가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회장…?”
“아이작 님!”
도로시와 카야는 깜짝 놀랐다.
[어…?]라크닐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선지 아이작의 얼음 원소 마법이 요정인 자신에게 먹혀들고 있었으니.
고유 특성 [밤의 칼날]이 아이작의 마력에 씌워져 있던 까닭이었다.
바닥이 삽시간에 재생되는 동안 허공에 떠 있던 여러 자루의 대검이 아이작을 노렸으나.
아이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생된 지면에 라크닐의 머리를 내다 꽂았다.
콰아아앙!!
[크헉!]폭음과 함께 엄청난 경도를 자랑하는 바닥이 움푹 파여 균열이 발생했다.
무시무시한 괴력이었다.
아이작의 이마에 십자핏줄이 돋아났다. 내면에서 솟구치는 분노와는 대조적으로, 그의 머릿속은 엄청난 속도로 마법 식을 연산하고 있었다.
허공에 구축해 놨던 7개의 얼음 마법진이 아이작을 노리던 여러 자루의 대검들을 향해 7성급 얼음 원소 마법 [빙뢰]를 쏘아냈다.
콰가가가강!!!
전격처럼 쏘아진 강렬한 냉기가 수 갈래로 갈라지며 대검들을 일제히 부서뜨리고, 사나운 폭발을 일으켰다.
“그렇게 강한 결계는 전개하지 말았어야지? 내 마력도 감지 못했잖아.”
콰아아아!! 콰아아아!!
아이작은 말하면서도 꽉 붙잡은 라크닐의 얼굴에 연속으로 [빙결 폭발]을 시전했다.
지면이 연신 어그러지고 주위로 세찬 한풍이 소용돌이쳤다.
흉악하게 일그러진 라크닐의 얼굴이 쉴 새 없이 터지는 새파란 폭발에 휩쓸렸다. 누구도 그의 표정을 확인할 틈이 없었다.
[이 새끼가…!]라크닐은 아이작의 팔을 붙잡고 발버둥치려 했으나, 아이작의 얼음 마법이 라크닐의 팔까지 박살 낼 기세로 쏟아졌다.
철의 기사들, 수많은 대검이 일제히 아이작을 노렸지만, 아이작은 [서리혁작]과 [빙뢰]를 쉴 새 없이 퍼부으며 저항했다.
고농도의 강력한 마력이 서로 충돌하며 충격파가 지속적으로 퍼져나갔다.
요정이라고 해도 생물이다. 라크닐도 사고할 수 있는 뇌가 있었고, 생명 활동을 할 수 있는 신체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라크닐이 당황한 지금, 아이작은 그가 제대로 된 이성을 차리기 전에 가능한 한 최대한의 피해를 입힐 생각이었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해선 안 됐다.
단 한 번의 공격이라도 허용한 순간 치명상을 입게 될 테니.
“도로시 선배님! 카야!”
이안과 노아가 계단으로 올라와 그녀들에게 합류했다.
그들 모두 말없이 아이작을 도와야 한다고 의사가 합치했다.
콰가가강!!! 콰아아아!!!
라크닐의 하수인과 무기들을 향해 신성력의 검격이, 철 마력으로 이루어진 수십 갈래 칼날의 세례가, 별빛의 파도가, 피의 폭풍이 몰아쳤다.
라크닐의 대검들이 튕겨 나가고, 철의 기사들이 방어 태세를 취했다.
그 와중에도 아이작은 라크닐의 철체(鐵體)를 깨부수기 위해 미친 듯이 고강도의 얼음 원소 마법을 한껏 때려 박았다.
“누가 죽어야 한다고?”
아이작의 두 눈에 실핏줄이 벌겋게 일어섰다.
북받치는 가슴속이 그의 싸늘한 목소리를 떨리게 했다.
[비켜…! 아악!]콰아아아아!!!
라크닐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빙결 폭발]의 폭음에 파묻혔다.
냉동고처럼 변해 버린 철의 알현실. 얼음 마법과 철 마법이 부딪치며 일으키는 사나운 파찰음 속.
아이작은 고개를 내려 라크닐을 노려보았다.
충혈된 두 눈에 차가운 분노와 살의가 깃들어 있었다.
“죽어야 할 건 너야, 라크닐.”
아이작에게 도로시는 반드시 살아야 할 존재였다.
누가 뭐라 하든, 세상이 어찌하든.
아이작은 도로시의 죽음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
“넌 내가 목숨 걸고 죽인다.”
맹렬히 쏟아지는 얼음 마법은 이윽고, 라크닐의 몸에 균열을 일으켰다.
처음으로, 라크닐은 인간에게서 섬뜩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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