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96)
〈 296화 〉 철의 요정 토벌전 (6)
* * *
“후웁!”
콰가가강!!
마테오 조르다나는 바위 마력이 뭉친 정권을 내질렀다.
강한 풍압과 석설의 폭풍이 한 데 뭉쳐 일직선으로 나아가고, 철의 기사는 묵직한 바위에 부딪치는 충격을 받으며 산산조각이 났다.
“오오! 마테오 선배! 뭡니까, 그 기술?!”
“호들갑 떨지 마. 가자.”
아벨의 감탄에도 마테오는 별다른 기쁨도 보이지 않았다.
철의 성역 1층.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들은 흩어져서 열쇠 찾기에 한창이었다.
아이작이 준 쪽지 덕분에 아카데미 대항전에 마련된 수수께끼와 기믹을 순조롭게 풀어가며 열쇠를 찾아내나 싶었지만.
점점 철의 기사들이 강해지는 데다 아이템까지 들고 지능적으로 덤벼드니, 열쇠 찾기가 차츰 지연되고 있었다.
“음?”
“이건…?”
아벨 팀 학생들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검은 내복이었다. 다만, 어째선지 그 내복이 떨어진 자리에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다.
철의 성역 1층은 구간별로 공간을 나누었다는 점을 제외하곤 아카데미 대항전의 무대 그대로였기에, 지면이 수복되는 일은 없었다.
“함정? 아니, 함정은 아닌데.”
“그냥 옷 같은데요…? 그 수련용으로 입는 마도구 내복 있잖아요. 그거 같아요.”
옷이지만 무게를 늘릴 수 있는 마도구로, 눈앞에 보이는 내복은 무게 한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았다.
옷을 벗고 떨어뜨리는 것만으로 바닥이 산산이 부서질 정도니까.
아벨은 양손으로 옷을 들어 올리려 했다.
가까스로 무릎 높이까지는 들었지만, 얼굴이 새빨갛게 변할 만큼 옷은 무거웠다.
다른 학생이 보기에 실감 나는 팬터마임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크허!”
아벨은 힘없이 옷을 내려놓았다.
옷이 바닥에 떨어지자 쿠웅,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흙먼지가 피어났다.
“대체 누가 이런걸….”
그 순간, 아벨의 머릿속에 아이작과 함께 마차에 탔던 일이 떠올랐다.
잠깐 그 무거운 마차가 아이작 쪽으로 기울어졌던 일이었다.
학생들은 고개를 들고 높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피부를 짓누르는 무시무시한 마력이 쉬지 않고 내려앉고 있었다. 분노가 느껴지는 격렬한 마력의 세례였다.
“아이작 선배님….”
그 마력의 근원지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을 따라 올라가, 성역 마지막 층.
사사사삭!!
라크닐이 칼날의 연격으로 아이작에게 대항하자, 끝내 아이작은 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자상을 안게 된 아이작은 지면을 박차고 도로시, 카야, 이안, 노아에게 합류했다. 아이작에게선 [빙제]의 온화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얼음 원소 속성의 최고 경지를 실제로 처음 보는 노아는 경외 어린 눈으로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과연 인간 중에서 이토록 압도적인 자가 원왕 말고 또 있을까.
문제는… 적이 생물의 정점이라는 사실이었다.
“미친….”
입을 떡 벌리는 이안.
서서히 라크닐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아이작이 [빙제]의 힘을 머금고 연격을 쏟아부었던 탓에 라크닐의 몸은 부서질 듯했다. 그 몸에 난 수십 갈래의 균열도 똑똑히 보일 정도였다.
[1층의 기사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녀석들이 앞길을 막았을 텐데….]“전부 박살 내고 올라왔어.”
[인간이…, 날 이리 내몬 것은 칭찬하마.]흉측하게 일그러진 라크닐의 얼굴이 아이작 일행을 노렸다.
라크닐 주위로 철의 마력이 퍼지더니 공간을 빼곡하게 메울 만큼 많은 대검이 생성되었다.
연이어 철의 기사 수 명이 라크닐에게로 흡수되며, 라크닐의 몸이 다시 원 상태로 수복되었다.
“무슨, 그만한 손상을 저렇게 간단히 회복해?”
“아니, 피해는 누적됐을 거야.”
이안의 감탄에 아이작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놀라지 마. 여긴 라크닐의 성역이 됐어. 요정은 자기 성역에선 누구보다도 우위를 가져. 저놈도 마찬가지고.”
이곳은 철의 성역.
요정은 자연의 질서를 추구하다 보니, 자기 성역을 구축할 때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그 일대를 다스리는 인류와 계약을 맺는다. 그것이 가장 평화로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크닐은 이곳을 강압적으로 자기 성역으로 삼았다. 질서와 인류를 적으로 돌리는 만행이었지만, 이 또한 성역의 구축 방법으론 유효했다.
결국, 여기선 라크닐이 가장 강한 게 당연했다.
“카야, 화이트의 상태는?”
“몸에 이상이 생긴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이작 님 말씀대로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어요.”
“좋아.”
요정의 힘이 발현하려는 때 나타나는 증세였다.
아이작은 암철검을 꺼내 바닥에 내리 꽂았다. 카앙, 하고 철과 철이 맞부딪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지금부터 전부 내 지시에 따라라. 오늘, 저 요정 토벌한다.”
도로시, 카야, 이안, 노아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한편, 철의 성역 바깥.
“폐하, 스노우화이트 황녀님을 모셔왔으나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화이트?”
지상에 깔린 철의 바다를 피해 사람들은 높은 언덕에 있는 대피소로 대피하고 있었다.
그중 중심부. 황실 기사단과 메를린 아스트레앙이 스노우화이트를 카를로스 황제에게 데려왔다.
화이트는 메를린의 등에 업힌 채 고열에 시달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온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당장 치유반을 불러라!”
“예!”
화이트는 침대에 눕혀졌고, 카를로스 황제는 걱정 어린 얼굴로 제 딸을 바라보았다.
창밖에서 폭음과 마법이 연달아 일어나며 건물을 뒤흔들었다.
“화이트의 상태가 왜 이렇지? 저 요정 때문인가? 설명해라, 메를린 아스트레앙!”
“송구합니다, 폐하. 철의 요정이 나타난 후로 스노우화이트 황녀님의 체온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법사 부대는 원인 규명에 힘쓰고, 모든 역량을 쏟아 철의 성 안에 있을 빙제를 지원할 방법을 모색해라! 요정이 가진 미지의 힘에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아무리 황국에서 내로라하는 강자라 하더라도 라크닐이 구축한 철의 성역에 침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스텔라와 실피아의 권속인 도로시와 카야만이 가까스로 들어갈 수 있었을 뿐.
그러나 여기서 아이작을 돕지 못한다면 제르베르 황국의 체면이 서지 않았다.
“하아, 하아….”
화이트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그녀에겐 주변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정신이 몽롱했다. 마치 꿈과 현실 사이에 한 발씩 걸친 듯한 기분이었다.
머릿속이 바늘로 쿡쿡 찔리는 듯한 두통에도 정신이 번쩍 들지 않았다. 고통스러워할 기력조차 사치였다.
치유 마법사가 찾아와 화이트에게 치유 마법을 걸기 시작했으나, 그런데도 화이트의 상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이작 선배….”
어둠 속, 청은발의 남학생이 화이트의 시야에 담겼다.
“화이트 황녀님?”
메를린과 카를로스 황제가 걱정 어린 눈으로 화이트를 바라보았다.
고열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화이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메를린을 쳐다보았다.
“에헤헤…. 괜찮아요, 전….”
“화이트 황녀님, 아무 말씀도 하시면 안 됩니다.”
“아이작 선배가 힘내고 있는데…, 저만 한심한 꼴을 보일 순 없잖아요….”
화이트는 흐릿한 미소를 머금고는 애써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내려가려 했다.
치유 마법사는 만류하려 했지만, 황녀의 몸에 차마 손을 댈 수 없었다.
화이트가 중심을 못 잡고 주저앉으려 하자, 메를린이 달려가 화이트를 부축했다.
─ ‘열이 나기 시작할 거야. 그때부터 시작이야.’
“마지막 멘토링을…, 잘 마쳐야 하는데….”
화이트는 아이작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과거의 기억 속을 표류했다.
–
약 한 달 전, 어두운 밤.
수국 정원 구석에서 아이작과 손을 맞대고 서로를 바라보며 마력 운용력을 단련할 때였다.
“화이트. 고백할 게 있어.”
“…네?”
“이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마침 분위기는 감성적이었다.
자연 마나가 감도는 호수는 커다란 램프처럼 어두운 밤을 밝혔고, 아이작의 눈빛은 아련하게 반짝였다.
화이트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분위기에 아이작처럼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출중한 연상 남자가 ‘고백’이란 단어를 입에 담는 상황은, 사춘기 소녀에게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어, 네…? 그, 고백…?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뜻의 고백이요? 아이작 선배가, 저한테요…?!”
“뭘 그런 걸 묻고 있냐?”
“아, 아니, 그냥 확인차 여쭤본 거예요….”
화이트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스승인 아이작에게 이따금 설레고 마는 자신을 자책했다.
아이작은 마력을 거두었다.
“사실 너한테 접근한 목적이 있었어. 지금 그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무슨 목적…?”
“잘 들어, 화이트. 너에 관한 이야기야.”
그날, 아이작은 화이트에게 믿기 힘든 이야기를 전했다.
에펠토 황가의 피는 밤의 요정 닉스의 축복을 받았으며, 그중 가장 깊게 축복에 감화된 자가 화이트라고.
그리고 빠른 시일 내로 그 힘을 사용할 때가 올 것이라고 아이작은 예언했다.
“…그때를 위해 널 조금이라도 더 강하게 만든 거였어. 이제 네가 일정 궤도에 오른 덕에, 네 마력을 가까이서 쐰 내가 요정에 대항할 힘을 얻을 수 있게 된 거고. 그 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네 역량으론 단 한 명뿐이야. 마력의 핵이 나뉘는 데 한도가 있거든. 그 한 명이 지금, 내가 된 거지.”
“그건…, 에헤헤, 무슨 얘기인지 통 모르겠는데요….”
“널 이용했다고.”
아이작의 단호한 대답에 화이트는 헛숨을 집어삼켰다.
“미리 말 안 해서 미안하다. 변수를 가능한 한 없애고 싶었어.”
조곤조곤, 담담하게 전해지는 솔직한 이야기.
화이트는 고개를 숙였다.
“절 못 믿으셨단 거네요….”
“…….”
“그건 괜찮아요.”
화이트는 다시 고개를 들고 아이작에게 환한 미소를 건넸다.
“고마워요, 얘기해줘서. 멘토랑 멘티…. 가르침이 끝나면 더는 엮일 일 없는 사이. 그러면 역시, 아이작 선배랑 저는 그런 관계일 뿐인 게 맞는 거겠죠?”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맺는 관계.
화이트를 안심시키는 관계란 그런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아이작에게 유달리 마음이 열렸던 건 그의 선의 때문이 아니었다. 반대로 그가 무작정 선의를 베풀지 않았다는 점이 컸다.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 그것이 화이트를 편안하게 했다.
사람을 믿는다는 건 약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무조건적인 선의는 언젠가 제 목을 노릴 지도 모른다.
제 어머니의 암살 시도를 숱하게 받아오며 화이트가 쌓아온 가치관이었다.
가슴속이 쿡 찔리는 듯한 통증이 있었지만, 이는 자신이 나약해졌다는 증거였다.
괜찮았다. 화이트는 온화하게 웃었다.
“사실 그렇게 이것저것 말씀하셔도 전 잘 몰라요. 제가 아는 전, 미운 사람한테 단 한 대도 제대로 먹이지 못했던 약해 빠진 사람에 불과해서요. 헤헤, 그저… 아이작 선배한테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에요.”
“도와줄 수 있겠어? 나한테 네가 필요해졌을 때.”
“심술궂으시네요….”
“…….”
“…그 일이 끝나면 아이작 선배한테 제 쓸모는 사라지는 거죠? 다시는 여기서, 예전처럼 못 지내게 되는 거죠?”
“이미 멘토링 할당량은 예전에 다 채웠으니까.”
아이작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이제 내가 다시 널 가르칠 일은 없을 거야.”
화이트는 언제부턴가 아이작이 머나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 미래는 몹시 막막해서, 아이작 같은 희대의 대마법사도 조급해하는 기색이 보일 정도였다.
어디까지나 자기 망상인지도 몰랐다. 대마법사의 머릿속을 자신이 어떻게 헤아리겠는가.
확실한 건, 화이트는 아이작의 발목을 잡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었다.
“…에헤헤. 진짜로 심술궂으셔라.”
화이트는 자연 마나가 감도는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았다.
이곳, 메르헨 아카데미의 수국 정원에서 아이작과 함께 보냈던 시간을 기억했다.
그 순간들은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처럼 아름다웠다. 그렇기에 언젠가 꽃처럼 시들어 버리는지도 몰랐다.
문득 아이작을 껴안고 떠나지 말라며 애원했던 부끄러운 지난날이 떠올랐다.
아이작은 화이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단언했고, 그날 그가 했던 말을 화이트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금 화이트는 새삼스레 깨달았다. 두 사람은 어디까지나 아카데미가 맺어준 멘토와 멘티 사이에 불과했다는 것을.
‘거짓말쟁이.’
결국 떠날 거면서.
화이트는 다시 아이작을 바라보며 애써 웃어 보였다.
“어쩔 수 없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작 선배를 돕는 게, 황녀로서의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전 아이작 선배 편이에요. 마지막까지 아이작 선배랑 웃는 얼굴로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고맙다.”
그날, 아이작은 얄미울 만큼 차분했다.
화이트는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어머니의 모습이 화이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녀는 마치 고귀한 보석처럼 빛나 보였다.
화이트는 어머니의 미모를 동경했다.
제 어머니에게 자기 목숨을 노릴 때에도, 진실을 모르기 전까지 화이트는 그러했다.
“메를린….”
“예, 화이트 황녀님.”
어머니께서 선물로 주었던 회중시계마저도, 사실은 자길 영원한 고통 속에 빠뜨리기 위한 악의적인 도구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다시금 화이트의 가슴속을 옥죄어 온다.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을 믿으려 하면 언젠가 그 대가로 제 목에 칼이 들어올 것만 같았다.
아이작도 마찬가지였다. 스승이라고, 대마법사라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를 동경하며 많은 정을 퍼부었으나, 그가 믿을 만한 사람이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화이트는 대답을 망설이고 말 것이었다.
아이작은 화이트에게 알게 모르게 선을 그어두었고, 화이트는 그 선이 있었기에 안심하고 아이작을 좋아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관계였다.
그리고 그 종착지가 지금이었다.
“메를린은, 절 떠나지 않을 거죠…?”
허탈한 감정을 느끼며, 화이트는 미소를 지었다.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메를린은 눈을 내리깔았다.
“예. 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에헤헤…, 고마워요….”
거짓말.
당신도 언젠간 내 곁을 떠날 거면서.
황실 기사로서, 호위 기사의 명을 받았기에 곁에 함께 있었던 것뿐이잖아.
“절 창가로 데려가 주세요…. 아이작 선배를, 도와야….”
화이트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단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었다.
“누구냐! …크학!”
돌연 복도에서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충격음이 들렸다.
메를린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춤에 찬 검에 손을 올렸고.
카를로스 황제는 출입구 쪽을 노려보았다.
콰앙!!
출입문이 부서지고, 피투성이가 된 황실 기사가 날아들어 지면을 굴렀다.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고작 한 명.
“마족…?”
화이트는 눈을 희번득 뜨고 그 생물을 쳐다보았다.
그 생물의 기이한 외형을 보고 마족이라는 사실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메를린은 상대의 강함을 눈치채고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선지 앨리스 사건 때 나타났던 마족의 기세가 눈앞의 마족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방에 있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일제히 전투 태세를 취했으나, 상대는 여유로운 미소만 흘길 뿐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르베르 황국의 황제시여.]마족은 정중하게 상체를 숙였다.
[제 이름은 메피스토. 계약자의 몸을 빌려 인사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