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22)
〈 322화 〉 천의 날개 토벌전 (10)
* * *
스텔라는 별의 영역을 전개했다.
마치 우주의 한복판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실제 우주의 온도에 비해 이곳은 무척 포근했다.
[대화할 마음이 드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스텔라는 인두겁으로 기괴하게 웃었다.
[무서워라. 표정 좀 푸시죠, 한성호 씨?]네 얼굴이 더 무서운 것 같은데….
스텔라는 미소를 머금은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데, 먼저 베로니카 아슬리우스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볼까요?]뭐든 듣고 싶었기에 순서는 상관없었다.
“베로니카 아슬리우스가 왜 여기 있었는지 알아?”
[그녀는 절 찾아왔어요. 무려 여기까지.]베로니카가 따라가겠다고 말했던 별이란 스텔라를 뜻했나.
그렇다면 베로니카는 어떻게 스텔라를 알았는가?
[변수였죠. 설마 오즈마가 그 대마법사의 본질 속에 숨었을 줄은 몰랐으니까요. 초월의 격을 거머쥔 자가 미래를 바꾸는 건 저로선 내다볼 수 없거든요.]오즈마.
그 이름을 듣고 바로 납득했다.
[베로니카 아슬리우스는 자기 속에 숨어든 오즈마의 존재를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어 진실을 알게 되었죠.]베로니카가 천 년 전에 내게 남겨둔 쪽지에 관한 의문이 풀렸다.
악신을 봉인했던 자가 나를 돕고 있을 것이며, 살고 싶다면 그 자를 믿어선 안 된다…. 그런 내용이었지.
오즈마는 아마 자신을 알아본 베로니카에게 감동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듯했다.
오즈마는 태초의 빙제가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이미 스텔라의 계획을 전해 듣고 거래까지 마쳤던 상황. 2대 빙제, 바로 내가 악신을 쓰러뜨리기 위한 역할로 선택될 줄 알고 있었을 터였다.
[베로니카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오즈마를 내친 뒤, 명계까지 절 찾으러 왔습니다. 오즈마한테서 제가 어디 있을지 들었던 거겠죠. 절 찾아온 목적은 제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겠고요.]다시 시야가 휙 바뀌었다.
멀쩡하게 생긴 베로니카가 얼음 호수의 거대한 문에 이르는 환각이 보였다.
[베로니카는 제 계획에 조금도 속해 있지 않았던 인간이었기에, 굳이 그녀를 만나주진 않았습니다.]“잠깐, 베로니카는 어떻게 얼음 호수 위에 떠 있는 거야? 죽은 자는 얼음 호수에 빠지는 거 아니야?”
[그녀는 태초의 빙제라 불렸을 만큼 타고난 얼음의 마법사. 그래서 이곳, 얼음 호수의 주관자인 마족 루시페르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얼음 호수에 빠지지 않게 되었죠.]“아.”
눈앞의 광경에서, 베로니카가 문을 열자 별 하늘이 그녀를 맞이했다.
[루시페르는 그녀에게 궁극의 얼음 마법, [얼음달]을 전수해주고 얼음 호수의 문지기 역할을 맡기려고 했어요. 만일의 경우, 자신의 영역에 얼음 호수의 죄인이나 괴수가 넘어오는 걸 막아줄 존재가 필요했거든요. 다른 데 같았으면 그런 일은 직접 하면 그만이겠지만, 아시다시피 루시페르는 네피드의 힘에 봉인돼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처지라서요.]스텔라는 검지를 치켜세웠다.
[거기서 베로니카는 예상했던 겁니다.]“예상? 뭘?”
[당신, 한성호 씨가 악신을 이기기 위해 궁극의 얼음 마법인 [얼음달]을 전수 받으러 올 것이라고요.]내가 올 것이라 예측했다?
[그래서 베로니카는 루시페르에게 거래하자고 했습니다. 만약 자신을 뛰어넘어 얼음 호수의 문을 여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얼음달]을 전수해 달라고.]시야에 비치는 광경 속. 베로니카가 마족 루시페르를 향해 뭐라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루시페르는 승낙했고, 베로니카는 문을 넘어가는 자들을 막는 문지기가 되었죠. 그녀는 이 얼음 호수에서 맡게 된 문지기라는 역할과, 당신을 돕는 걸 사명으로 삼았습니다. 그것이 거짓을 뿌리치고 얻은 진실을 위한, 가장 값진 일이라 여기면서요. 제 계획에 도움을 주려 하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저도 그녀가 바라던 진실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베로니카의 의미심장했던 미소의 의미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납득이 갔다.
“그걸 넌 이용한 거지? 도로시를 통해 내게 전언을 남기면서.”
[악신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이용해야겠죠. 플러스 알파로 좋은 선택지가 생긴 셈이었으니 마다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애초에 전 당신에게 선택지를 줬어요. 여기로 오겠다는 선택지를 고른 건 당신입니다, 한성호 씨.]다시 시야가 바뀌며 스텔라의 모습이 보였다.
베로니카 일로 스텔라에게 화를 낼 순 없었다. 오히려 스텔라는 베로니카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도운 셈이니까.
그렇다면.
“진실…. 베로니카는 널 쫓고 거짓을 뿌리치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었어. 베로니카가 말했던 거짓이란 뭐고, 진실은 뭐냐?”
[그렇군요. 이제 그 진실과 거짓이란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스텔라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찬란한 존재가 의문의 힘으로 네피드를 빚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이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군요. 네피드는 창조의 권능을 지닌 높은 분, 바로 창조주의 걸작입니다. 모든 초월자들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탄생한 존재죠.]“창조주….”
저 존재는 기독교나 불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에서 섬기는 신 중 한 명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존재일까.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까닭에, 네피드는 신살의 권능이라는 대 초월자용 잠재력까지 지니고 있었죠. 네피드는 위기에 처하면 필연적으로 신살의 권능을 각성할 존재였어요. 그런데 네피드는 의지를 지녀 자기만의 길을 택했고, 결국 마왕이 되고 말았습니다.]시야가 바뀌고, 마족들을 이끌고 세계를 파괴해가는 검은 옷의 여성형 마족이 보였다.
마왕 네피드였다.
[의지를 품은 네피드의 잠재력은 지나치게 비대해졌기에, 예상치 못하게 창조주에게도 위협이 되고 말았죠. 그래서 창조주는 자기 뜻을 배반한 네피드를 완전히 소멸시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네피드를 가두고 해치우기 위한 무대이자 전장을 만든 뒤, 네피드를 그곳으로 유인했죠.]“그럼 게임에 나온 세계는….”
[네피드를 완전히 끝내기 위한 일종의 케이스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인간의 관점에 따라선 세계 본연의 가치가 없는 곳이니 거짓된 세계처럼 보이겠군요.]스텔라는 미소 지었다.
[그래서 높은 분들의 의사가 합치되어 그 세계엔 특별한 성질이 하나 주어졌습니다.]“무슨 특징인데?”
[저 같은 이가 미래를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입니다.]미래를 보는 능력은 그 세계에 한정된 것이었나?
[본래 미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관측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신법(神法)의 절대적인 효과죠. 하지만 네피드를 토벌하기 위한 세계는 예외적인 경우였기에, 미래를 볼 수 있도록 허용되었죠.]법률에도 원칙과 예외가 있듯이.
쟤네들 사이에도 저런 법칙이 있었구나.
[그 세계에서 당신을 제외하고 가장 강했던 인간들, 바로 태초의 원왕들이 단편적으로나마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그래서 이런 계획을 짤 수 있었구나.”
인류의 역사도.
오즈마도, 도로시도.
메르헨 아카데미도.
모든 것이 네피드를 쓰러뜨리기 위한 계획에 속해 있었다.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는 신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내가 속한 세계는 체스판.
체스판에 놓인 모든 것은 그저 게임 말에 불과했다.
[그렇죠. 그리고 요정이었던 저는 창조주님의 간택을 받고 하나의 임무를 받게 되었습니다. 네피드를 해치우라고요. 네피드라면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신을 삼켜갈수록 그 힘은 말도 안 되게 강해져 가겠죠.]속되게 말하자면 창조주가 만든 짬을 치워라, 라는 거구나.
창조주도 이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지금의 악신 네피드를 해치울 수 있는 방법은 이안 페어리테일이 신성력을 실은 창명검으로 베어내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울까요? 어려웠죠. 그래서 계획을 세웠습니다.]“그 계획의 일부가 >메르헨의 마법 기사>를 개발하는 거였지?”
[정확합니다.]스텔라는 웃으면서 양팔을 양옆으로 들어 올렸다.
[게임이란 참으로 좋습니다. 플레이한 인간에게 즐거움을 제공해 게임 내용을 각인시키고, 이야기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익힐 수 있게 해주며, 보스들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 철저히 연습시켜주니까요.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죠.]스텔라는 얇은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그렸다.
[심지어 원하면 간접적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히로인 콘텐츠까지 즐길 수 있었으니. 인간이라면 거부하기 어려운 게임, >메르헨의 마법 기사>는 그야말로 최고의 수단이었습니다.]스텔라는 두 손을 뒤로 넘기고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플레이어의 영혼이 게임 속 세계로 옮겨지더라도 괜찮지 않았겠어요? 상태창도 있고, 이미 자신이 아는 세상이고, 미래마저도 파악하고 있으니까. 패닉에 빠지기보단 상황을 헤쳐 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겠죠?]그렇기에 게임.
그렇기에 >메르헨의 마법 기사>.
[다만, 히로인은 무작정 오락 요소로만 넣은 게 아니었어요. 루체 엘타니아, 카야 아스트레앙, 시엘 카르네다스…. 그녀들은 제 계획에 따르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자들. 그래서 히로인 콘텐츠로 넣어 플레이어에게 주의시켜줬던 것이었죠.]루체는 새장 엔딩을 주의해야 할 대상.
카야는 마왕 엔딩을 맞이할 수 있고, 악신의 힘이 되어 줄 수도 있는 그릇.
시엘은 이안에게 창명검을 전해주는 핵심적인 역할.
‘게임 속 히로인은 어떤 규칙으로 넣었지?’ 하는 작은 의문이 있었는데. 그런 이유로 고른 것이었구나.
“에이미 할로웨이는?”
“그녀는 원래 이안 페어리테일과 이어질 운명이라 넣었던 것뿐이죠.”
“그래…. 이해했다.”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피드가 있는 세상엔 신살의 권능 때문에 마음껏 개입을 못 하니까, 문명이 발달한 데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채택할 수 있는 다른 세계에서, 네피드를 이기기 위해 이용해 먹을 게임 말을 고른 것이다…. 맞지?”
[‘이용해 먹을’이라…. 표현이 다소 과격하지만,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선택된 게 지구, 대한민국에 살았던 당신, 한성호 씨였죠.]스텔라는 가볍게 손뼉을 한번 쳤다.
[즉, 베로니카 아슬리우스가 뿌리치려 했던 거짓은 이런 것입니다. 그녀는 오즈마에게서 세계가 악신을 해치우기 위한 무대일 뿐이라는 진실을 전해 듣고, 자신이 살던 세계가 무가치한 거짓된 세계라고 여겼던 겁니다.]스텔라는 말을 이어갔다.
[악신을 쓰러뜨리기 위한 계획이, 베로니카에게 있어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로 여겨졌던 것이죠. 얼음 호수의 문지기 일도 그 거짓된 세계를 벗어난 것이니 가치가 있다고 여겼을 테고요. 생각해보시죠, 한성호 씨. 뒤펜도르프의 모두가, 인류가, 그저 악신을 해치우기 위해 세워진 게임 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고작 인간인 그녀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분명 지독한 고독함을 느꼈을 겁니다.]베로니카가 탄생시켰던 [한빙지옥]의 영창을 떠올렸다.
그녀의 주위엔 사람이 많았다. 분명 정을 주는 사람도, 칭송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당장에 빙설룡-힐드도 그녀를 무척 사랑하고 있지 않았는가.
그러나 의문스럽게도 베로니카는 고독함을 느꼈다. 그 답을 이제야 깨닫는다.
‘무엇 하나 내 생애에 의미를 가지지 못했나니….’
주위의 사람들도, 발을 붙인 세계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모두가 소중한 가치로 여겨 온 모든 것이 헛되구나.
거짓된 세계. 남은 것은 고독뿐.
그러니 고독뿐인 이 세상은.
‘지옥이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