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37)
〈 337화 〉 악신 토벌전 (4)
사형식은 휘황찬란한 무도회장에서 열렸다.
악단이 연주하는 성대한 음악 대신 고통에 찬 신음이 회장을 메웠다.
스노우화이트의 모친은 불에 달군 쇠두구를 신고 고통스러워하며, 사치스러울 만큼 넓은 회장에서 춤사위를 벌였다.
죄목은 황족 암살 미수.
그날 카를로스 황제는 감정이 무뎌진 사람처럼 황비의 춤을 냉정하게 지켜보았다.
그곳에서 다린 황실 기사들과 열으 맞추고 서있던 황실 기사, 메를린 아스트레앙은 황녀. 스노우화이트를 발견했다.
화이트는 기둥 뒤에 몰래 숨어 있었다.
그 표정은 너무도 무감정했고, 두 눈동자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다은 황실 기사가 화이트를 발견하고 그녀를 조용히 데리고 나갔다.
그리 떠나는 동안에도 화이트의 시선은 최후의 단독 무대를 펼치는 제 어머니 쪽을 향해 있었다.
“화이트 황녀님!!”
메르헨 아카데미 제2캠퍼스, 듀크관 인근의 정원.
좀비들을 해치워 가던 스노우화이트를 향해 어둠의 발톱이 들이닥쳤다.
메를린은 화이트를 껴안고 지면을 박차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재빨리 화이트를 뒤에 두고 자세를 고쳐 잡는 메를린.
화이트는 자신에게 어둠 마법을 휘두른 백발의 좀비를 확인하고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녀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뒤흔들렸다.
“어머니…?”
심히 해졌으나 한때 매우 어여뻤을 드레스 차림.
썩어 부패한 얼굴엔 옛 시절의 미모가 어렴품이 담겨 있었다.
그 좀비가 신은 굽 높은 쇠구두는 그녀를 죽음으로 인도했던 고문 도구다.
과거, 죽음의 무도를 펼쳤던 모습 그대로였으나 이젠 많은 좀비가 그녀를 따르고 있었다.
그림하일드 황비.
메피스토와의 계약으로 세계 최고의 미모를 얻어 카를로스 황제의 연심을 사고, 극적으로 황비가 되었던 인물.
짐승처럼 그르르, 거린다. 그녀는 죽은 이후에도 제 딸을 향한 원망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아이작 공께서 말씀하셨던 메피스토와의 계약자… 그렇군요. 그림하일드, 당신도 나타나는 게 당연하겠죠…”
메를린은 두 눈을 좁혔다.
“메를린, 저 사람…”
“흔들리지 마십시오, 화이트 황녀님.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알고 있어요.”
메를린의 예상과는 달리 화이트는 몹시 차문하고 올곧았다.
당황한 건 잠시뿐.
화이트는 제 손 위로 요정의 힘, 밤의 마력을 피어 올렸다.
연기처럼 흐르는 군청색 마력이 돌연 기세를 더하며 타오르는 햇살처럼 작열했다.
“메를린, 나머지를 부탁해요. 어머니는… 제 손으로 끝낼게요”
메를린은 화이트의 굳은 결심을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화이트가 과거의 저주를 끊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파앗!
메를린은 좀비 무리를 향해 뛰어들어 능숙하게 적들을 베어 나갔다.
콰가강!!
잇달아 화이트가 그림하일드와 마법을 맞부딪혔다.
그림하일드의 어둠 마법으론 화이트가 사용하는 요정의 힘을 쉽게 밀어낼 수 없었다.
그림하일드는 귀 끝까지 입을 쩍 찢으며 노도의 포효를 내질렀다. 아무리 메피스토의 지능을 물려받은 시체라고 해도, 그 썩어 버린 육신엔 기억의 잔재가 남아 있었기에.
질투심.
고작 질투심 때문이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매일 그림하일드는 말하는 거울에 그리 묻고,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확인 받았다.
그러나 스노우화이트가 어느 정도 자라나자, 거울은 그림하일드의 딸인 화이트가 세상에거 가장 아름답다고 이야기했다.
과거에 그림하일드는 세계 최고의 미모를 손에 넣기 위해 마족에게 많은 걸 내걸었다. 육신도, 영혼도.
그러나 화이트는 그저 그림하일드의 배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보다 더한 아름다움을 손에 쥐고 만 것이었다.
어찌 이리도 불공평할 수 있을까.
그림하일드는 분노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는 자신이어야만 했다.
“정말 웃기는 일이죠!”
카가가각!!
화이트는 코웃음 치며 밤의 마력을 머금은 바람 칼날을 연격으로 쏟아 냈으나, 그림하일드는 어둠 방어막을 전개하며 그 공격을 막아 내고 흡수했다.
“어머니가 딸을 죽이려고 작정했었다는 게! 전 적어도, 장신이 조금쯤은 절 딸이라고 여겨줄 줄 알았어요! 눈곱 만큼이라도 그래줬다면, 전 살아가면서 어떻게든 당신을 원망하지 않으려 노력했을 거예요!”
아무리 자신을 몇 번이고 살해하려 했던 어머니라고 해도, 그녀가 선물로 주었던 회중시계 만큼은 평범한 선물일 것이라 믿으며 화이트는 소중히 간직해 왔다.
그 시계조차도 화이트를 영원한 지곳으로 몰아넣을, 그림하일드의 회심의 수단이었다는 사실은… 화이트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겨 주었다.
한 걸음, 한 걸음. 화이트는 밤바람 칼날을 쏟아내며 그림하일드에게 다가갔다.
마침내 화이트는 그림하일드의 코앞에 이르렀다.
“여기서… 이만 다 끝내요, 어머니.”
당신이 걸어버린 가슴속 족쇄를 깨불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 화이트는 그림하일드에게 끝을 고할 것이었다.
화이트의 마력 밀도가 높아진다.
이내, 화이트가 쏟아내던 밤바람 칼날의 연격이 그림하일드의 어둠 방어막을 뚫고 그녀를 사정 없이 난도질했다.
사사사삭!!
그림하일드는 비명을 내질렀다.
쉽게 절삭된 그녀의 썩은 육신은 서서히 무너지는 모래 성처럼 바스러지며 잿빛 가루가 되어 사라져갔다.
마족의 최후였다.
화이트는 쓰러져가는 그림하일드를 두손으로 받쳤다. 화이트를 담은 흉측한 두 눈에 실핏줄이 일어섰다.
그림하일드는 척박한 논밭처럼 수분기 하나 없이 말라 버린 입술을 조용히 달싹였다.
[아…가…]그 순간, 화이트는 헛숨을 집어삼켰다.
그녀의 두 눈이 더할 나위 없이 크게 뜨였다.
[우리 아가…]또렷이 들려왔다.
그림하일드는 마치 사랑스러운 무언가를 바라보듯 허공을 응시하며 그리 읊조리고 있었다.
두 번째 죽음을 앞둔 그녀는 이미 많은 기억을 소실해 버린 채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가장 강렬한 기억 속에서 그녀는 표류했다.
그 남은 기억은, 제 품에 껴안긴 하얀 머리의 아기를 바라보던 한때였다.
검지를 내밀자, 눈을 채 뜨지 못하던 작은 아기는 그 검지를 조막만 한 손으로 꼭 붙잡았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림하일드의 만면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제 뱃속에서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던 여인은 그리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처음으로 아름다움 이외의 보물이 생긴 것이었다.
“아가, 라니…?”
그제야 화이트는 깨달았다.
자신의 이름은 어머니가 지어준 것이었다.
새하얀 눈처럼 예쁘다 하여 ‘백설’.
스노우화이트
제 딸의 미모조차 질투할 여인이었다면, 어찌하여 그런 이름을 지어주셨을까.
의문이 이어진다.
메피스토는 그림하일드와 두 번이나 계약을 맺었다.
어째서였을까.
주위에 가득한 계약자들의 최후를 살펴보면 그 해답은 간단했다.
메피스토는 인간의 욕망을 장난감 삼아 계약을 맺는 마족.
계약자의 해피 엔딩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두 번의 계약을 맺은 건 그림하일드에게 비극을 선사해주기 뤼함이었을 터.
말하는 거울은 무엇이었을까.
그 기이한 거울은 메피스토의 선물이었다. 그것은 그림하일드에게 당신이 가장 아름답다며, 그녀의 확인 욕구를 매 순간 충족시켜주었다. 미오를 향한 집착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나중에 거울이 입장을 바꾸었을 때, 그림하일드가 품게 될 질투심마저 메피스토의 작품이었던 것.
메피스토는 계약자의 마음이 악의로 차오르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하트 여왕의 권력을 찬탈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게도 그리할 수 있었듯이.
그 능력이, 고작 미모를 탐냈던 평범한 여인에게 통하지 않았을 리 만무했다.
때가 무르익자, 메피스토는 기다렸다는 듯이 적절한 때에 그림하일드를 찾아와 화이트를 무저갱에 집어넣기 위한 두 번째 계약을 맺어주었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그림하일드의 비극을 바라면서.
“잠깐만, 어머니…! 사라지지 마요, 아직 사라지지…!”
스르르. 그림하일드의 형체가 온전히 사라졌다.
메피스토에게 놀아났던 여인은, 그리 보잘것없는 두 번째 최후를 맞이했다.
화이트의 손엔 어머니의 유골조차도 남지 않았다.
꽉 쥔 주먹을 펼치자 손바닥 안에 남아있던 처량한 잿빛 가루만이 바람에 허무하게 흩날릴 뿐이었다.
내장이 난도질 당하는 것만 같았다. 전신의 피가 부글부글 끓었다.
견딜 수 없는 분노가 그녀를 집어삼켰다.
화아아아!!
화이트가 품은 격렬한 감정을 따라 밤의 마력이 용솟음쳤다.
그것은 군청색의 날개 형상을 이루며 그녀의 능력을 몇 단계나 높은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미 방의 요정의 마력에 누구보다도 감응된 육체다. 하물며 그간 피와 땀을 흘리며 단련에 치중해온 덕분에, 화이트는 각성 단계를 견뎌낸 수 있었다.
교정에 막강한 마력이 내려앉았다.
스으으으으!
영롱한 군청핵 마력이 지상을 뒤덮었다.
묵직한 마력이 화이트의 동료들을 피해, 오로지 좀비 무리만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메르헨 아카데미의 교직원들과 학생들, 황실 기사단은 크게 놀란 얼굴로 일대를 뒤덮음 밤의 마력을 살폈다.
“이건…?”
좀비들의 무력한 비명만이 울려 퍼졌다.
당황한 메를린은 곧바로 화이트를 쳐다보았다.
지면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상실감을 젖어 있는 백발의 소녀가 눈에 보였다. 달아오르는 밤의 마력이 그녀의 머리칼과 옷자락을 나부꼈다.
화이트의 등 뒤오 뻗은 마력의 날개가 불꽃처럼 일렁였다. 군청색 날개와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육신은 새하얗게, 은은하게 발광하고 있었다.
“화이트 황녀님…?”
화이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메를린은 화이트의 얼굴을 시야에 담았다.
슬픔과 분노로 얼룩진 얼굴은 두터운 살의로 뒤덮여 있엇다.
“메를린, 전 가봐야겠어요.”
“어디 말씀이십니까…?”
“제1캠퍼스.”
하늘을 메운 거대한 안구는 제1캠퍼스 쪽을 향해 있다
사나운 화염이 제1캠퍼스의 하늘에 퍼져나가고 있다.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랄 전장.
「악신 토벌전」이 벌어지고 있는 그곳으로 화이트는 떠날 셈이었다.
“그 마족은… 제 손으로 죽여야겠어요.”
화이트는 어떻게 해서는, 어머니를 이 꼴로 만든 마족을 처단하고 싶었다.
“화이트 황…!”
화아아아아!!
메를린이 막으려 달려들 때, 화이트는 날개를 이루는 군청색 마력을 폭발적으로 뿜어내며 순식간에 그 자리를 벗어났다.
군청빛 유성이 제1캠퍼스 방향으로 상공을 가로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