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38)
〈 338화 〉 악신 토벌전 (5)
할로웨이 백작가의 저택
대련장에서 두 명의 마법 기사가 검술과 마법을 다루며 대련을 펼쳤고, 어렸던 이안 페어리테일은 흥미진진하게 그 대련을 관람했다.
에이미 할로웨이는 저런 게 뭐가 좋으냐고 도끼눈을 뜨고 이안에게 물었다. 이안은 눈을 반짝이며 두 마법 기사의 대련에 집중하느라 에이미의 물음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날 , 이안의 목표는 마법 기사가 되었다.
그때의 두 마법 기사가 유달리 명망 있는 사내인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들이 마법과 검술을 함께 다루며 싸우는 모습은 이안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꽃밭에서 이안은 튼튼한 나뭇가지를 하늘로 뻗으며 에이미 앞에서 맹세했다.
자신은 마법 기사가 되겠다며.
에이미든, 누구든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질 것이라고 크게 소리쳤다.
소년은 그리 꿈을 품었다.
화아아아아!!
튼튼한 나뭇가지를 쥐었던 두 손은 이제 신성력을 머금은 창명검을 거머쥐고 있다.
파멸룡-아지다하카가 격한 화염 폭풍을 일으키자 악식 토벌대는 일제히 결계를 전개했다.
휘우우우!!
초고온의 열풍이 결계를 부수고 들이닥치며 토벌대를 휩쓸었다. 파멸룡의 날갯짓만으로 이미 고위 마법에 버금간다.
여기서 열풍 따위에 휩쓸리면 창명검에 스민 신성력이 풀어질 터.
이안은 자신의 사역마, 렉스와 융합해 공룡의 피부를 갖추었다. 그의 입가에 화염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콰앙!
거세게 땅을 짓밟자 그 주위로 균열이 일고, 그의 발이 파묻혔다. 그대로 자신을 고정한다.
렉스와의 웅합 덕분에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도 견딜 수 있었다.
이안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눈은 오로지, 격렬힐 저항하는 파멸룡과 고요히 지상을 관조하는 거대한 눈을 향했다.
창명검의 검신이 신성력을 쉴 새 없이 끌어모았다.
[가만 놔둘 것 같습니까!]계약의 메피스토가 이안을 향해 어둠 마법진을 전개했으나, 공격이 쉽게 허용될 리 없었다.
삽시간에 은빛 양손 도끼를 쥔 근육질 여성이 메피스토 앞에 이르렀다. 단순히 지상에서 뛰어올랐을 뿐이었다.
메피스토가 올드렉에서 싸웠던 뒤펜도르프의 군단장, 아자젤 실버울프였다.
“오랜만이다, 마족!!”
씨익 웃는 아자젤.
냉기가 응축되고 마법진이 뒤따르는 도끼가 휘둘러진다.
콰아아아!!
벌람하는 빙결. 5성급 얼음 마법 [빙결 폭발]이 메피스토를 덮쳤다.
메피스토는 기괴한 의자에 탄 채로 빠르게 거리를 벌려 [빙결 폭발]을 피했고, 아자젤은 그리핀 사역마를 소환하고 그 등에 탑승해 메피스토를 뒤쫓았다.
뒤이어 다른 뒤펜도르프의 군단장들과 얼음 기사들이 일제히 메피스토를 추격했다.
메피스토가 어둠 마법을 시전하자, 뒤펜도르프의 전력이 얼음 마력을 합쳐 강력한 얼음 마법을 쏟아 내며 대항했다.
한편, 연륙교 방향에서 쳐들어오는 좀비 군단 쪽으로 빨간 망토 미첼, 철의 권속 노아 바르탕, 황실 기사들, 마법사 군단 일부, 암갑귀-고르모스의 골렘 무리가 나섰다.
막기 어려운 좀비 군단의 어둠 마법 협공은 암갑귀가 대규모 바위 마법을 시전해 상쇄했다.
미체링 적사각의 회오리를 머금고, 노아가 허공에 수많은 대검을 전개한다. 마법사들이 마법진을 구축하고, 황실 기사들이 검과 창은 꼬나쥔다.
곧 그들은 결계 아이기스에 의해 지켜졌던 연륙교 위에서 대규모 전투를 벌였다.
[파우스트.]메피스토의 시큰둥한 부름에 따라, 인간이었던 과거의 흔적조차 남지 않은 거대한 어둠의 괴수가 허공에 나타나며 표효했다.
대현자, 하인리히 파우스트.
여태 메피스토가 계약했던 모든 이 중 가장 강력한 마력을 지녔던 인간.
대현자가 머리 절반이 갈라질 정도로 입을 쩍 벌리자 사방에 검붉은 화염이 아름다운 나비 형상을 이루고, 기이한 별이 상공에 떠올랐다.
대현자의 영역 지배, [마녀의 밤]이었다.
연륙교에서 싸우던 토벌대는 경계심을 품었다.
[그르르르!] [그아아아!!]좀비들이 내뿜던 어둠 마력의 강도사 월등히 높아졌다.
그들이 내지르는 어둠 마법의 위력 또한 증대되었다.
대현자가 발현한 영역 지배 마법의 효과였다.
“여보!!”
한때 이름을 떨쳤던 천재 마법사, 히스토리아 아스트레앙이 바람 원소 마법을 사용하며 좀비들의 어둠 마법에 대적하고.
검성, 제랄드 아스트레앙이 유려한 검술과 섬광 같은 속도로 좀비 무리를 뚫고 대현자 파우스트를 향해 검격을 내질렀다.
그때.
메피스토는 뒤펜도르프의 군단장들과 여러 토벌대 병력과 싸우는 와중, 이아늬 뒤통수를 향해 나선형의 어둠 줄기를 뻗어냈다.
그러나 이안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에겐 맡겨진 역할이 있었기에.
스르르르!
무서운 속도로 이안을 향해 허공을 가로지르던 어둠 줄기는, 곧 군청색 밤의 마력에 흡수되었다.
[당신까지…]메피스토는 당황했다.
그 마족의 눈엔 요정의 날개를 뻗은 새하얀 소녀, 스노우화이트가 내보이고 있었으니.
“화이트 황녀님?”
황국 측의 전력은 저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화이트는 말없이 메피스토를 향해 날아들었고, 밤바람 마법을 시전하며 격전을 펼쳤다. 그녀의 눈엔 오로지 냉담한 전의만이 내비치고 있을 뿐이었다.
스으으으으!!
동시에 군청빛 마력의 바다가 연륙교와 흑염체 군단을 뒤덮었다.
화이트가 정한 규칙에 속한 이들을 무시하고 그 외의 것들을 갉아먹는 힘이다.
많은 좀비들이 그 힘에 당했으나, 흑염체 군단은 여유롭게 검붉은 화염을 퍼뜨려 화이트의 마력을 몰아냈다.
[카아아아!!]포효를 내지르는 파멸룡. 그 거페가 새까맣게 타올랐다.
이윽고, 파멸룡은 완연한 검은 용으로 변모했다.
원왕들과, 그들이 소환해둔 사역마들이 궁지로 몰아넣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그러나 파멸룡의 날갯짓 한번 막기에도 원왕들에겐 벅찬 일이었다. 그들을 이미 한가득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휘우우우우!!!
파멸용이 화염 폭풍을 일으키자 퍼져나가는 소멸의 불꽃은 흑염체를 상대하던 대다수의 기사들을 휩쓸고 전장을 초토화했다.
“끄으…!”
어느덧 카야는 악식의 인격으로 바뀌어 피 마법과 식물 마법으로 제 동료들을 치유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카야를 포함한 치유 마법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치유 마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리 치열한 전황 속에서도 이안은 온 정신력을 끌어보아 검을 휘두를 준비를 마쳤다.
위이이잉.
파멸룡의 머리 위로 새햐얀 법진이 전개된다.
위기를 직감함 파멸룡이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원왕들과 각자의 사역마들 전력을 쏟아 원소 결계를 펼쳐 파멸룡의 이동 경로를 차단했다.
그 순간, 이안은 파멸룡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신성력이 폭포처럼 쏟아지며 파멸룡을 덮쳤다.
지상으로 내리쬐는 창백한 광선 속에서 파멸룡은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며 점차 형상이 사라져갔다.
[낙원추방]. 이안의 일격이 적절한 떼에 먹혀들었다.빛이 사그라지자, 파멸룡은 생명을 다한 불씨처럼 바람에 흩날리며 사그라졌다.
토벌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파멸룡의 몰락을 지켜보았고, 한 명의 황실 기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아지다하카, 토벌에 성공했습니다!!”
악신 토벌대는 함성을 내질렀다.
전세가 희망 찬 방향으로 기울었다.
파멸룡을 토벌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불꽃 같은 전의에 기름을 끼얹는 듯했다.
“잘했다, 이안!!”
“아닙니다.”
“…이제부턴 오리지 네 몫이다. 준비되면 말해라. 언제든 쏘아내 줄 테니. 맹세한다. 목숨 걸고 꼭 지켜주마.”
중년의 남성 황실 마법사가 이안에게 말했다.
“…네.”
이안은 붉은 하늘을 메운 거대한 눈을 쳐다보았다.
다음 문제는 앙그라마이뉴다.
생물이라면 누구든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공포스러운 거체. 앙그라마이뉴가 자랑하는 압도적인 위용은 토벌대의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했다.
파멸룡-아지다하카는 세계 최고의 전력이 전부 모인 악신 토벌대가 힘을 합쳐 어떻게는 내몰 수 있었으나, 앙그라마이뉴 만큼은 오로지 이안만이 승부를 봐야 했다.
이안은 심호흡으로 떨리는 가스목을 진정시켰다.
“이길 수 있다…”
나지막이 독백하면서.
모두가 희망을 품었다.
이길 수 있다.
이 흐름대로라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토벌대는 전투를 이어 나갔다.
쿠우우우우웅!!
그러나… 그들 모두를 비웃듯, 돌염 하늘에 전개된 [무궁빙설경]이 진동하며 검붉은 화염에 휩싸였다.
화르르르륵!!
대립하던 아이작과 악신의 영역이 허물어진다.
마침내 악신의 영역이 아이작의 영역을 집어삼킨 것이었다.
[무궁빙설경]이 해제되었다.마치 시간이 느려지기라도 한 것처럼, 토벌대는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해야만 했다.
거체의 마수들이 역소환되어 가며 일제히 추락했다.
빙설룡-힐드, 분쇄자-이든, 상귀-메르뷸, 빙퇴웅-바르바토마, 태동악-투가로스.
그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자, 홀로 떨어지고 있는 얼음의 마법사가 토벌대의 눈에 들어왔다.
잠깐, 세상인 숨을 죽인 듯 침묵이 뒤덮였다.
토벌대의 눈에 무력감과 절망감이 들어찼다.
“아이작…?”
루체도, 도로시도, 앨리스도, 화이트도 그 광경을 목도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작 님!”
반사적으로 카야는 바람을 타고 날아들어 아이작을 받아냈다.
이미 아이작은 기절한 채였다.
그을린 피부, 상처투성이 몸.
악신의 불꽃에 직접 태워지진 않았으나, 만신창이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쿠우우우우우!!
상공에 휘황찬란하기도, 어둑하기도 한 위광을 내뿜는 검은 드레스의 여신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거센 압박감이 토벌대를 짓눌렀다.
악신 네피드.
상공에 떠오른 그 마족이 다섯 쌍의 화염 날개를 펼쳤다.
화르르르르르!
토벌대는 황급히 결계를 전개했으나, 고작 발산했을 뿐인 악신의 마력조차 버티지 못하고 모든 결계가 우르르 깨져 나갔다.
“꺄악!”
아이작을 껴안은 카야는 피와 식물 속성 마법으로 보호막과 도로시의 별빛 보호막으로 보호를 받았으나, 그조차 쉽게 타버리며 날아가 버렸다.
“으윽…!”
열풍에 휩쓸렸던 이안은 창명검을 바닥에 꽂고, 비치적비치적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마족의 신. 악신 네피드가 토벌대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안은 짙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모두를 지키겠다는 다짐마저 그 마족의 위세 앞에선 무용했다.
악신은 오른팔을 위로 뻗었다.
화르르르르륵!!!!!
가늠할 수 없는 마력이 그 오른손 위로 새까만 불꽃의 형태가 되어 타오른다.
그 불꽃은 순식간에 검은 구체가 되어 하나의 태양을 이루었다.
주위로 시공간이 어그러질 만큼 천문학적인 마력량.
그 어떤 경이로운 자연 현상이라도 그 앞에선 무력할 것이었다.
“샤, 샤를로트 님…! 아이기스를…”
“너도 눈치챘을 텐데”
대마법사 샤를로트는 눈을 감고 체념했다.
“아이기스오 소용없어. 저건 못 막아.”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눈앞에 놓인 상황은 너무오 명확했다.
전 세계가 힘을 모아 구축한 최강의 결계조차 악신 앞에선 그 어떤 효용도 거두지 못하리라.
이 순간, 그들이 쌓아온 모든 것은 무의미해졌다.
[전부 끝이내요.]메피스토는 깔깔대고 웃었다.
쿠구구구구!
전 세계 곳곳에 검은 구체가 나타나며 공간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악신 네피드의 능력. 구체가 차지한 공간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무로 물든다.
“전원!! 구체에 접근하지 마라!”
로얄 가드, 자큘 칼릭스가 자신의 목소리에 확성 마법을 걸고 소리쳤다.
불규칙적으로 생성되는 검은 구체들은 아카데미 건물의 일부든, 땅이든, 바다든, 무엇이든 분별없이 잡아먹었고, 점점 크기를 키워나갔다.
그 힘은 그 어떤 차원도, 그 어떤 세계도 차별하지 않는다.
종말의 때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