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43)
〈 343화 〉 악신 토벌전 – 종막 (2)
얼마 전, 나는 제1캠퍼스 쪽에 남아 있던 8성급 마수들이 자유를 되찾게 해주었다.
「악신 토벌전」 이전에 내가 협력을 구했던 녀석들이었다.
그들은 태초의 원왕들이 남긴 최후의 전언을 따라야 하는 처지로서, 전설 무기를 거머쥐고 자신을 쓰러뜨릴 자가 아니면 그 어떤 지시도 따를 수 없다고 했었다.
이후 그들은 악신이 소멸했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태초의 원왕들이 남긴 전언은 효력이 사라졌다.
더는 그곳에 있을 이유가 사라진 것이었다.
그들은 전설 무기를 품고 각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갔다.
······
메르헨 아카데미는 겨울 방학을 맞이했다.
그러나 웬일로 학생들은 고향으로 떠나지 않고 아카데미 제2캠퍼스에 머무르고 있었다.
차디찬 겨울 공기를 막아주는 결계가 전개된 가운데, 화려한 장식들과 아름다운 음악 소리, 맛있는 음식들의 매혹적인 냄새가 교정을 가득 메웠다.
어디든 파티장이었고, 많은 손님들이 찾아온 까닭에 넓은 교정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악신 토벌대의 승리를 기념하며, 메르헨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제르베르 왕국이 커다란 축제를 연 것이었다.
악신을 토벌한 직후가 아닌, 이제야 축제가 열린 건 내가 돌아오길 기다렸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막상 내가 돌아오지 않았거나 죽음이 확인되었다면 축제가 아닌 웅대한 장례식이 열렸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좋게 잘 풀렸다.
화봉국, 각 원왕의 나라들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천리안]으로 세계를 둘러보면 어디든 축제 분위기였다.뒤펜도르프에서도 축제가 열렸는데 거긴 어제까진 갔다 온 참이었다.
오늘은 메르헨 아카데미의 예비 졸업생으로서, 자주 얼굴을 봐온 사람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고 싶었다.
“건배!”
“마셔라! 마셔라!”
잔잔한 밤하늘 아래, 술잔을 들고 파티를 벌이는 학생들 틈을 돌아다녔다.
내게 잘 보이려고 다가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누구든지 날 아부하며 혓바닥을 놀려봤자 속내를 감출 수 없다고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부담 없이 먹거리를 마음껏 휩쓸고 다녔다.
은은한 단 맛과 떫은 맛.
포도주 맛에 가까웠다.
다른 음료에 비해 맛있다고 보긴 어려웠지만, 풍부한 향기와 목 넘김은 썩 마음에 들었다.
“회장, 처음 먹어보는 술맛은 어때?”
“마음에 드네요.”
내 옆에서 함께 걷던 도로시의 물음에 웃으며 대답했다.
“애기야, 아.”
도로시 반대편에서 걷던 앨리스가 내게 고기가 가득 꽂힌 꼬치를 내밀었다. 육즙이 줄줄 흘렀다.
한입에 먹었다. 감칠맛이 터져 나오니 무척 맛있었다.
도로시는 도끼눈을 뜨고 앨리스와 눈싸움을 했다. 여느 때처럼 앨리스는 여유로운 미소로 화답했다.
처음엔 도로시와 단둘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학생회와 잠깐 놀고 온 앨리스가 합류해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
한편 카야는 부모와 함께, 루체는 진로 문제로 성위급 마탑주와 함께, 화이트는 카를로스 와과 함께 축제를 보내고 있었다.
그녀들도 이따가 내게 합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영 안 취하네.’
기대했던 건 기분 좋은 알딸딸함이었는데.
술을 아무리 마셔도 영 취기가 돌진 않았다.
혹여나 음료를 술이라고 착각하고 마시고 있던 게 아닌가 싶었더니 그건 또 아니었다.
단순히 내 육체 문제였다. 아무래도 나는 웬만한 알코올 따위로 취하지 않을 만큼 강해진 모양이었으니.
“응?”
문득 어느 행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과 손님들이 모인 가운데, 2학년 여학생이 활기차게 소리치고 있었다.
“자아! 과연 최고의 술꾼은 누구인가? 메르헨 아카데리 배, ‘술 많이 마시기 대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바로 참가했다.
“캬하.”
술통을 들고 시원한 술을 몇 번이고 들이켰다.
슬슬 취기가 도는 듯라다. 이제야 조금 만족감이 드네.
나 이외의 참가자는 모두 한참 전에 뻗어 버린 상태.
내가 대회에 참가한 탓에 행사장엔 많은 구경꾼이 몰려 있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주량! 시합 종료! 1등은 우리의 영웅, 아이작 선배님입니다! 모두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교복 차림으로 다니고 있어선지 진행자 후배는 날 선배라고 칭해주었다.
아카데미 학생으로서 놀고 싶다는 내 마음을 눈치껏 알아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구경꾼들의 갈채 속에서 시상적이 이어졌고, 우승 상품으로 아카데미에 마련된 어느 주점의 상품권이 주어졌다.
명망 있는 제르베르 왕궁 요리사가 축제 기간 동안 운영하는 곳으로, 그 사람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곧바로 찾아가 고기 요리를 배부르게 먹어 치웠다.
도리시, 앨리스와는 함찬 수다를 떨었다. 조금도 무게감이 없고, 조금도 건설적이지 않은, 그저 웃기기만 한 이야기들만을 우리는 주고 받았다.
우리는 함께 축제 오락장을 나돌며 많은 놀이를 즐겼다. 셀 수 없이 웃음을 터뜨리다 보니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회장”
축제 거리를 걷던 중, 도로시가 말했다.
“아.”
곧바로 시계탑을 보았다. 도로시가 얘기했던 시각이다.
“아까 중요한 일 있다고 했었죠?”
“맞아, 아주 중요한 일이지.”
비장하게 대답하는 도로시.
그녀는 갈 데가 있다고 미리 이야기했었다.
이유는 말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심각한 문제는 아닌 듯 보였다.
“애기야, 이따 보자.”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들고 있는 술을 마저 마시며 손을 흔들었다.
여전히 도로시와 앨리스의 심리는 읽을 수 없었다. 사이가 별로 안 좋은 두 사람이 함께 걸을 수밖에 없는 연유란 도대체 무엇일까. 짐작도 안 갔다.
두 사람과는 약 3시간 뒤에 다시 보기로 했다. 약속 장소는 아카데미 상가에 마련된 고급 숙박 시설인 아이리스 숙소였다.
[천리안]으로 엿보면 실망할 것이라고 도로시가 으름장을 놓았다. 날 위한 이벤트라도 준비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뭐, 오늘은 밤샐 계획이니까.’
3시간 정도는 혼자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운치도 있고.
기분 죻은 취기를 만끽하며 아카데미를 돌아다녔다.
[천리안]으로 여러 건물 옥상들을 살폈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남녀 한 쌍이나, 한창 애정 행각 중인 커플이 보였다.아무도 없는 옥상으로 올라가 난간을 짚었다. 아무리 밤이 깊었어도 여전히 교정은 축제 분위기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죠정에 전개된 결계 탓에 겨울의 찬바람을 못 맞는다는 점은 아쉬웠으나, 이 온화한 분위기도 나름 마음에 들었다.
“……”
내 여정은 끝을 맺었다.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악신을 쓰러뜨리는데 데에도 성공했다.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으니 뭘 하느 즐거웠다.
앨리스의 게이트를 타고 이 세계를 돌아온 이후, 곧바로 이렇게 된 건 아니었다.
처음엔 뭘 해야 할지 몰라 운동만 했다.
그동안 부단히 단련만 해온 까닭인지, 억지로라도 쉬어 버리면 나도 모르게 불안해지고 말았으니.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모든 과제를 끝마치고 맞이하는 자유는 엄청난 충족감을 안겨주었다.
“아이작.”
대뜸 옥상 출입문 쪽에서 한 남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발견해 따라오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왜 따라왔어?”
“아, 들켰었나?”
고개를 뒤로 돌리자 앞머리를 올려 한껏 꾸민 이안 페어리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술잔을 든 그 녀석은 어색하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왜 혼자있어? 네 여자들은?”
“다들 바쁘시대.”
“이 좋은 날에 외톨이라니,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됐냐?”
“그러게 말이다.”
이안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옆에 멈춰 섰다.
아까 확인한 바, 이안은 에이미 할로웨이와 함께 나다니고 있었다. 그 둘은 공식 커플이니까.
이안은 빛의 아이로서 악신의 하수인들과 악신을 마무리 지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덕분에 곧 높은 귀족 계급을 하사 받을 예정이라고 들었다.
이 녀석이 나아갈 마법 기사로서의 앞길도 탄탄대로겠지.
>메르헨의 마법 기사> 엔딩에서 보았던 마법 기사 이안의 모습도, 별일 없으면 확정된 미래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축재 분위기로 들뜬 아카데미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네가 차원의 저편으로 넘어가면서 날 구해줬을 때.”
이안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돌아왔는데도 도저히 기뻐할 수 없더라. 그 전쟁에서 승리했는데도 뭔가, 좌절스러웠어.”
“자책했냐?”
“부정 못하겠네”
이안은 싱긋 웃었다.
“아이작, 돌아와 줘서 고맙다. 그리고 정말 고생했다.”
“너도. 고생했다”
이안이 주먹을 내밀었기에, 우리는 살며시 주먹을 맞부딪혔다.
“근데 하나 물어봐도 되냐?”
“응?”
“너 원래 기절이 특기였어?”
악신 문제까지 다 해결됐으니, 물어보기라고 하자.
“하하, 그렇게 물으니까 좀 창피해지는데…”
이안은 광대뼈 부분을 긁적이며 헛웃음 소리를 냈다.
뭐, 이 녀석이라고 기절하고 싶어서 기절해온 건 아닐 테지.
“마법 기사를 지망하다 보니까, 검술이랑 마법을 동시에 단련해왔거든. 그래서 그동안 이도저도 아니게 됐던 것 같다. 차차 나아지겠지만.”
“그러냐.”
예상했던 대답 중 하나였기에 그냥 넘어갔다.
“…근데 너, 그 다섯 명이랑 다 결혼할 거야?”
“다섯 명?”
“카야, 루체, 도로시 선배, 앨리스 선배, 그리고 스노우화이트 공주님.”
앞의 네 명은 확정이다.
무조건 결혼하고 내가 꿈꿔온 하렘 왕국을 차릴 생각이었다.
아니… 난 황제 직위를 가졌으니 하렘 제국이라 하자.
다만, 화이트에겐 의문의 여지가 남았다.
‘날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화이트는 내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기 센 애들과는 달라서 제대로 솔직한 심정을 표현하지 않았을 뿐.
심리를 간파할 줄 아는 내게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이다.
나는 화이트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가.
…부정하지 못하겠다.
‘귀여웠어.’
제자로 대했던 동안 보아온 화이트는 지나치게 귀여웠으니까.
설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확신이 든다. 나는 화이트도 좋아한다.
결국, 내 대답은 명료해진다.
“무조건. 한 명도 포기 못해.”
“하하! 확고하네.”
“넌 에이미랑 결혼할 거냐?”
“사실… 이미 청혼했다.”
“오, 진짜? 언제? 어떻게?”
그건 흥미롭네.
“그건 말이다…”
이안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수 년간 플레이해 왔던 게임 속 주인공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도중에 에이미도 끼어들었고, 우리는 한참이나 웃고 떠들었다.
* * *
쾅!
“주목! 지금부터 정실 대전을 시작하겠다!!”
도로시 하트노바가 테이블을 힘차게 내려치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테이블엔 카야 아스트레앙, 루체 엘타니아, 앨리스 캐럴, 심지어 스토우화이트까지 모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