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9)
카야는 어느 B 클래스 남학생을 처치하며 두 장째 펠 카드를 얻어냈다.
덕분에 학기말 평가를 진행하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펠 카드를 보유하고 있으면, 그 카드를 다른 데에 놔둬도 보유 현황에는 그대로 기재된다는 점이었다.
그녀가 남학생을 처치하자 엉뚱한 장소에서 펠 카드가 염동 마법으로 날아왔던 까닭에 알아낼 수 있었다. 즉, 카드에 신체를 접촉하기만 했다면 다른 곳에 숨겨놔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물론 의미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냥 해치우면 알아서 오는 걸.
‘그나저나….’
카야는 하늘에 떠 있는 점수판을 쳐다보았다.
…한 여학생이 무서운 속도로 점수를 올리고 있었다.
펠
[1위(자) 시엘 카르네다스 펠 카드 +4] [2위(녹) 카야 아스트레앙 펠 카드 +2] [3위(적) 마테오 조르다나 펠 카드 +1] [4위(황) 트리스탄 험프레이 펠 카드 +1] [5위(청) 루체 엘타니아 펠 카드 +1]처치
[1위(청) 루체 엘타니아 처치 +53] [2위(황) 트리스탄 험프레이 처치 +4] [3위(녹) 카야 아스트레앙 처치 +4] [4위(자) 시엘 카르네다스 처치 +3]시엘 카르네다스. 그녀는 처음 펠 카드를 발견해낸 이후, 고작 30분 만에 3장의 카드를 더 발견했다.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럴 만했다. 반 배정 평가 때, 시엘은 여유롭게 낮잠을 자고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3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점수 얻는 속도로만 따지자면 루체나 카야 자신보다도 우수한 실력자였다.
항상 졸린 눈을 하고 다니고, 틈만 나면 잠을 자는 데도 A 클래스에서 3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시엘이다. 이번 학기말 평가에서 그녀는 다크 호스인지도 몰랐다.
‘분발하자.’
루체 엘타니아를 이기겠다고 다짐했건만, 3위한테 밀리고 있으면 어쩌자고.
카야는 펠 카드를 찾아내기 위해 쉴 틈 없이 발을 옮겼다.
……
슬슬 하늘에 노을빛이 드리우고 있었다. 학기말 평가 시작 후 2시간째였다.
카야는 입을 하 벌린 채 멍하니 하늘에 떠 있는 점수판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엘의 동향을 납득할 수 없었기에.
펠
[1위(자) 시엘 카르네다스 펠 카드 +7] [2위(녹) 카야 아스트레앙 펠 카드 +2] [3위(청) 루체 엘타니아 펠 카드 +2] [4위(흑) 케리드나 화이트클락 펠 카드 +2] [5위(적) 마테오 조르다나 펠 카드 +1]처치
[1위(청) 루체 엘타니아 처치 +62] [2위(자) 시엘 카르네다스 처치 +12] [3위(녹) 카야 아스트레앙 처치 +8] [4위(흑) 케리드나 화이트클락 처치 +6] [5위(황) 트리스탄 험프레이 처치 +5]‘왜 7장을…?’
아마 다른 학생들도 의아해하고 있을 것이다.
학기말 평가는 펠 카드 5장만 얻으면 끝이다. 5장을 초과해봤자 가산점은 없으니 쓸데없는 짓하지 말라고 페르난도 교수가 언급하기도 했고.
심지어 펠 카드 5장을 얻으면 제출처가 어디인지 자동으로 뜬다고 했으니, 시엘은 이미 목적지를 알아낸 상태일 터.
즉, 그녀가 펠 카드를 긁어모으는 건 의미가 없는 행위였다.
[1위(자) 시엘 카르네다스 펠 카드 +8] [1위(자) 시엘 카르네다스 펠 카드 +9]멈추지 않았다. 무서운 속도로 시엘의 펠 카드 보유량이 늘어나고 있었다.
시엘 카르네다스, 사실 그녀는 루체를 뛰어넘는 천재였던 건가?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마나 감지력이란 말인가…!
마치 학기말 평가를 치르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것이 나다’라고 수치로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생각입니까, 시엘 카르네다스…?”
카야는 복잡하게 돌아가는 머릿속을 갈무리하고, 팔찌로 ‘펠’을 선택해 구 메르헨 아카데미 부지 맵을 살폈다. 시엘 카르네다스를 의미하는 자색, 즉 보라색 마나 알갱이는 여기서 달리면 2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장소에 있었다.
…가보는 수밖에.
카야는 발에 바람 마법을 싣고 시엘이 있는 장소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시엘의 속셈이 무엇이든지 간에, 얼른 펠 카드를 5장 얻어 그녀를 역전하고 싶었다. 카야의 목표는 이 학기말 평가에서라도 1위를 차지하는 것이었으니.
현실적으로 ‘단순히 펠 카드를 찾는다’라는 선택지로는 어려웠다. 그렇다면 시엘을 처치해서 펠 카드를 가져가는 게 상책이리라. 아마 다른 A 클래스 학생들도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 시엘을 중점으로 A 클래스끼리의 쟁탈전이 벌어질 터.
“……!”
고오오오오───.
푸른 장미 화원을 지나던 중, 생존본능을 자극할 만큼 살벌한 마나가 카야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녀는 헛숨을 삼키고서 장미 정원 한가운데서 멈춰 섰다.
한 로즈골드색 머리칼의 여성이 카야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몰포나비 색감의 머리 끈을 장식한, 세련된 외모의 여학생.
푸른 장미가 수놓인 꽃길은 마치 그녀를 위해 존재하고 있던 것처럼, 그녀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
그녀의 머리 위로는 물 마나가 청아한 빛을 발하며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주위엔 직경 2m 정도 되는 푸른빛 마법진 다섯 개가 허공에 새겨진 채로 따라다녔다. 언제든 물 마법으로 상대를 처치할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
시엘 카르네다스가 하도 눈에 띄었던 탓에 ‘처치’ 분야의 순위권 학생들 위치를 파악하는 걸 깜박하고 있었다.
이 학기말 평가에서 가장 요주의 인물인 학살마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했는데…!
긴장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마법학부 1학년 중 가장 강한 학생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바람 생성 (바람 속성, ★1)」
카야는 완드를 꺼내 들고 전투 태세를 취했다.
로즈골드색 머리칼의 수석, 루체 엘타니아는 무감정한 눈으로 카야를 훑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카야는 순간 전신이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수석과 차석. 고작 한 등수 차이.
그러나 그 한 등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하나의 벽은, 생각 이상으로 단단했다.
루체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수석과 차석은 푸른 장미로 가득한 화원에서, 거리를 두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긴장감이 팽배하게 감돌고.
카야는 언제든지 마법을 쏠 수 있도록 주위에 연녹빛 마법진을 구현했다.
“루체 엘타니아…. 저도 쓰러뜨리려는 겁니까?”
루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 반응을 카야는 알고 있었다. 반 배정 평가 때 아이작이 자신에게 내보였던, ‘너 따윈 시시하다’라는 표정.
아이작 님은 엄청난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 쳐도, 당신이 그러면 안 되지…!
카야는 미간을 찌푸리곤 루체를 향해 오른손에 쥔 완드를 뻗었다. 그 완드 앞에도 연녹빛 마법진이 구현되었다.
5성급 바람 마법, [질풍 엄니]의 마법진이었다.
“한 가지만 묻죠. 학생들을 일부러 해치우고 다니시는 모양이던데, 이유가 뭡니까?”
카야는 긴장감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루체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고는, 푸른 대양을 담은 듯한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고.
“…흐으.”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대답하기 부끄러워하는 눈치였다.
카야로선 예기치 못한 순수한 반응이었다.
“내 친구, 때문에. 혹시 모르니까 위험할 것 같은 애들은 다 청소해주려고….”
‘친구’란 표현은 루체를 여린 소녀로 만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 별거 아닌 듯한 울림이 자기 입을 타고 느껴질 때마다, 그녀는 전신이 오싹거려 얼굴을 붉히고 만다.
‘친구…?’
A 클래스는 고작 5명. 그래서 카야는 루체와 엮일 일이 많았기에 알고 있었다.
‘당신, 친구 없잖습니까…?’
매우 실례되는 생각이지만 사실이었다. 루체는 누구에게나 쌀쌀맞게 대하고, 항상 혼자서만 다니는 아웃사이더였으니까. 친구가 없는 게 당연한 성격이었고, 실제로 그랬다.
이내, 카야의 머릿속에 학기말 평가 필기시험 직전까지 학생들 사이에 떠돌던 입소문이 떠올랐다.
아이작과 수석이 심상치 않은 관계인 것 같다, 수석이 D 클래스의 평민에게 관심이 있어 보인다, 남들한테 항상 쌀쌀맞게 대하던 수석이 유독 아이작한테만 밝은 미소를 지어 준다, 수석이 계속 아이작 곁에만 붙어 있으려고 한다.
등등, 등등등.
소문은 소문일 뿐. 카야는 ‘사정이 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아이작은 언제나 깊은 뜻을 지니고 있는 존재니까. 애초에 입소문 따위로 사람을 재단하는 일 자체가 카야의 신념에 어긋나기도 했다.
심지어 그 소문의 당사자 중 또 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냉담한 태도를 취하던 루체가 아니던가. 필시 어떤 오해가 오해를 불러온 것에 불과하리라, 하고 카야는 생각했던 것이다.
‘설마, 그 친구라는 게…?’
아이작, 그를 말하는 것인가?
누구에게나 무뚝뚝하던 루체가, 아이작에게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 설마 그 입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오늘따라 루체가 얼마나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는지 새삼스레 깨닫고야 만다.
그런 그녀가 아이작에게만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카야는 어째선지 가슴속이 아릿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왠지 이 싸움…. 여러 의미로 져선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루체는 갑자기 화염이 타오르듯 호승심을 불태우고 있는 카야의 모습을 보고 의구심을 품었다. 강한 의지가 공기를 타고 피부에까지 느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애도 아이작한테 위험할 수 있으니까…. 정리해야 해.’
상관없었다. 해치울 뿐.
루체 주위에 구현되어 있던 푸른빛 마법진이 더욱 밝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일촉즉발.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인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마법을 퍼붓게 될.
─그때였다.
차라락차라락─.
하늘에 새겨진 마나 알갱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체와 카야는 서로를 향한 전투 태세를 유지한 채로, 슬쩍 고개를 들어 점수판을 살폈다.
펠
[1위(자) 시엘 카르네다스 펠 카드 +9] [2위(녹) 카야 아스트레앙 펠 카드 +2] [3위(청) 루체 엘타니아 펠 카드 +2] [4위(흑) 케리드나 화이트클락 펠 카드 +2] [5위(적) 마테오 조르다나 펠 카드 +1].
.
.
펠
[1위(백) 아이작 펠 카드 +5] [2위(자) 시엘 카르네다스 펠 카드 +4] [3위(녹) 카야 아스트레앙 펠 카드 +2] [4위(청) 루체 엘타니아 펠 카드 +2] [5위(흑) 케리드나 화이트클락 펠 카드 +2]“어, 어…?”
루체와 카야는 정지했다. 비단 그녀들뿐만이 아니었다.
구 메르헨 아카데미 부지 내에서, 학기말 평가를 치르고 있던 모든 학생이 멈춰 섰다.
싸움을 치르고 있던 학생들은 싸움을 멈추고.
펠 카드를 찾아다니고 있던 학생들은 죄다 입을 떡 벌린 채.
도저히, 자기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펠 카드 보유 현황 1위를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아이작.
그가 모든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치고 단번에 1위로 치고 올라왔다.
* * *
때는 학기말 평가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때.
내 작전은 간단했다.
강한 녀석 하나 잡아서 빌붙는 것이었다.
나는 펠 카드의 위치를 전부까진 아니어도, 대부분은 기억하고 있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를 셀 수 없이 플레이하고, 게임 공략 글을 직접 작성해 인터넷 카페에 올리기까지 하면서 익혀낸 게임 지식이었다.
따라서 적절한 거래 상대를 찾은 뒤 그에게 펠 카드 위치를 알려주고, 그 조건으로 경호와 펠 카드 제공을 약속 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거래 상대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잘 따르는 놈이어야 하겠지만.
나를 지성 없이 따라주는 카야가 가장 좋은 상대일 터. 문제는 시간이 촉박한데 그 애가 어디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나를 태운 마차가 세이란관 앞에 도착한 덕분에, 나는 미리 생각해놨던 후보자들 중 한 사람을 찾아갈 수 있었다. 바로 학기말 평가 중반부까지 어느 작은 숲속에 틀어박혀 있을 잠꾸러기였다. 그곳은 세이란관에서 제법 가까운 편이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숲속 호수에 이르자, 굽이치는 청색 단발머리의 어여쁜 여학생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나무에 등을 기댄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내 눈에 비치는 옆모습은 몹시 곱상했다.
새하얀 햇볕이 나뭇잎 틈새를 비집고 내리쬐고 있는 호숫가의 경관. 그녀는 숲속의 공주라는 명칭이 절로 떠오를 만큼,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자연의 경치에 잘 스며들어 있었다.
“크르릉….”
독특한 코골이 소리가 그 고상한 분위기를 깨뜨리고 있다는 게 옥에 티일까.
시엘 카르네다스. 마법학부 1학년의 삼석이었다.
[ 시엘 카르네다스 ]Lv : 92
종족 : 인간
속성 : 불, 물
위험도 : X
심리 : [ 크르릉…. ]
>메르헨의 마법 기사> 학기말 평가 중반부까지 이 숲에 들어오면 잠자고 있는 시엘 카르네다스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녀는 중후반부부터 잠에서 깨어나 학기말 평가에 가세한다. 그때부터 시험 난이도는 급증하게 된다.
‘시엘이라면 내 계획에 적합하지.’
그녀는 약속한 건 철저히 지키는 스타일이다. 애초에 카르네다스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약속, ‘빛의 아이를 발견하면 천상 세계로 데려와 달라’도 지키려 하던 녀석이니.
믿을 만…하겠지?
좋아. 가 보자.
“시엘 카르네다스, 거래를 하러 왔다!”
나는 위풍당당하게 시엘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화염구 (불 속성, ★3)」
돌연 허공에 구체형 화염이 짐볼 크기로 형성되더니, 투수가 야구공을 던진 듯한 속도로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