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46)
포근한 누에고치 속에 머무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전신을 에워싸고 있던 격통이 희석되었다. 흐릿했던 시야는 몇 번 눈을 깜박이니 주위의 풍경을 또렷이 내비쳤다.
그리고,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
밝은 세계.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눈이 부시지 않고 온화한 감각을 느끼게 하는 태양이 하늘 중턱에 떠 있었고.
주위엔 연노란빛을 발하는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으며, 지평선 너머는 그저 이질적인 빛으로 가득했다.
“뭐야…?”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세계에 초대되었다. 허상의 리파가 사용했던 [허구지옥]처럼.
다만 [허구지옥]과 다른 점은, 이 밝은 세계는 내가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완전히 미지의 영역인 것이다.
그렇게 혼란스러워진 머리로 사태를 파악하려 애쓰던 중.
[놀랐나?]“……!!”
굵직한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렸다. 나는 재빨리 그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위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검은 뇌조 한 마리가 날개를 접은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뇌신조-갈리아’였다.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으나, 녀석이 전투 태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경계심을 풀었다.
“어떻게 된 거야?”
[여기는 ‘중천 세계’인 것 같구나. 내 전 주인이 우리를 초대한 것 같다.]중천 세계. 죽음에 가까워졌거나, 죽었는데도 아직 저승으로 가지 못한 영혼들을 초대해 마음 정리할 시간을 주는 곳.
그리고 저승으로 가야 할 영혼이 몹시도 그리워하고 있을 저승의 영혼을 중계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함께 저승에서 영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메르헨의 마법 기사> 설정집에 나오는 내용이다. 안타깝게 죽은 캐릭터들을 위해서 마련된 설정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 스토리에서 이안이 직접 이 세계로 올 일은 없었다. 그가 명망 있는 마법 기사가 되고 정실 히로인과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는 것으로 게임은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런 델 내가 와 버렸네….’
내가 알기로, 중천 세계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다. 이 세계에서 흐르는 시간은 무한하며, 현실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마법조차도 나오지 않는다.
나를 이 세계로 초대한 장본인은 뇌신조의 전 주인, ‘천앙의 대마녀’인 듯했다. 루체의 과거 속,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음을 받아들인 비극의 마녀다.
“네 전 주인은 어디 있는데?”
뇌신조는 고개를 들어 온화한 빛을 내비치고 있는 태양을 부리로 가리켰다. 그 태양 빛은 은은한 온기로 내 전신을 보듬어 주고 있었다.
[그리운 냄새가 저쪽에서 난다.]저 태양이 천앙의 대마녀란 말인가.
사태는 나름 파악되고 있었으나, 여전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하물며 [그레텔에게] 업적은 중요 시나리오 클리어 시 달성되는 전설 업적 중 하나이며, 보상이나 새로운 이벤트 같은 건 따로 없었다. 일종의 트로피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나.
[네 이름을 묻고 싶구나.]뇌신조의 목소리는 내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마치 공명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이작.”
[나는 ‘갈리아’다. …수년간 저주 속에서 허우적댔던 나를, 구해줘서 고맙구나 아이야. 정말, 정말로… 고맙구나.]뇌신조의 굵직하나 포근한 목소리엔 미약한 울먹임이 담겨 있었다. 나는 녀석의 모습을 잠자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따다뿌부!]느닷없이 내 발치에서 활기찬 남자아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숙이자,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작은 크기의 사역마가 눈에 보였다. 꼬리에 번개 마나를 휘감고 있는 너구리 사역마였다.
상태창은 뜨지 않았다. 아마도 육신이 아니어서 그런 듯했다.
그나저나 얜 뭐냐…?
“……!”
돌연 몸체에 원소 마나를 휘감은 수많은 마수가 내 주위를 둘러쌌다. 눈 한번 깜박이자 보이기 시작한 광경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다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사역마들은….
“아까 싸웠던…?”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어둠 마나에 잠식당해 버렸던 사역마들. 내 마법에 전부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던 마수들이었다.
그러나 사역마들의 몸체에선 더 이상 어둠 마나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고맙다, 뿌부!]“어?”
내 발치에 있는 보라색 너구리 사역마가 소리치며 내 다리를 꽉 껴안았다.
그리고,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사역마들이 내게로 다가오더니.
내 몸에 뺨을 부드럽게 비비거나, 나를 껴안아주거나, 내 뺨이나 손등을 혀로 핥아주기 시작했다.
마냥 얼떨떨한 심정이었다.
[고맙다냥!] [쿠오오오─! 감사! 감사다!] [날 그 마족한테서 해방 시켜줘서 고마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공에게 감사를…!]수많은 사역마의 목소리가 물결처럼 잔잔하게 내 머릿속을 울려대고.
그들이 사역의 베라에게 조종당해오면서 품어왔던 애달픈 감정들이 내게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들이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변덕스럽고 미지근한 파도가 내 가슴속을 연신 뒤덮는 듯한 먹먹함이 느껴졌다.
[캬하하하─! 강하구만, 친구! 보기 좋게 한 방 먹었어!]거체의 붉은 마수, 하킬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내게로 다가왔다. 거북이 머리와 근육질 몸체, 눈망울이 달린 세 쌍의 날개는 여전했다.
사역마들은 내게 하던 애정 표현을 멈추고 함께 하킬 쪽을 쳐다보았다.
하킬은 내 앞에 멈춰 서고는 지그시 나를 내려다보며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하킬의 날개에 있는 눈들은 전부 감겨 있었다. 날개도 살짝 접은 것이, 내게 예를 표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나는 말이다, 내 주인과 좀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고 싶었다.]하킬은 눈을 내리깐 채 조곤조곤 읊조렸다.
[그런데 그 마족에게 당해 버려서 말이다…. 내 주인을 내 손으로 죽이고 말았지. 그날, 나는 모든 걸 잃었다.]푸념하는 듯한 목소리가 내 뇌리에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그 마족 밑에서 사는 건 정말이지 끔찍했는데 말이다…. 한때의 적이여, 나를 구해줘서 고맙다…. 정말 고맙…, 고맙다…. 절대로, 이 은혜를 잊지 않으마….]하킬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큼지막한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하킬을 시작으로, 다른 사역마들도 자기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잠자코 그 이야기들을 들어주었다.
[나는 주인이랑 고기 먹다가 그 마족을 만나버렸다냥…. 그날 내 주인의 피 냄새를 절대로 잊지 못한다냥….] [주인은 항상 나를 안아준 채로 잠들었어. 나는 그 품이 좋았어…. 그런 주인을, 내 손으로 죽여 버렸어. 그때 주인이 죽어 가면서 나보고 괜찮다고 해줬어. 같이 여행해 줘서 고맙다고 해줬어….] [제 주인은 버려져 있던 저를 주워주셨습니다. 그 은인의 심장을 꿰뚫었던 감각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아따다뿌부….] [제리, 그 여자한테 억지로 조종당해서 화가 났어! 완전 화가 났어! 힘들었어! 맨날 울었어!]나는 그들을 구할 수 없었다. 그들은 사역의 베라가 죽더라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어둠 마나에 깊이 침식당해 있었기에.
설령 베라에게서 해방됐더라도 살인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 살상을 일삼는 저주받은 생애를 살았을 터다.
그렇다. 나는 감사 인사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저 배드 엔딩을 막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있는 사역마들을 망설임 없이 처단했을 뿐이었다.
그걸 그들은 자신을 구해 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죽음만을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냐….”
그 많은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한꺼번에 울리고 있음에도, 나는 사역마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전부 알아듣고 있었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사역마들은 웃거나 울면서 그간 쌓여 왔던 많은 이야기를 내게 쏟아냈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며, 사역마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등을 토닥여주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평선. 광활한 빛이 뻗어 있는 곳에 사람 형상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수는 눈 깜짝할 새에 수십 명으로 불어났다.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마치 마중을 나온 듯한 모습.
빛을 내뿜고 있어서 정확한 생김새는 모르겠으나, 사역마들은 전부 그들이 누군지 알아차린 듯 보였다.
[……?]사역마들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한 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킬 또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곳은 저승의 영혼들을 중계해주는 곳. 중천 세계가 어떤 인물들을 데리고 왔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
이내, 사역마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고.
그들은 사람들을 향해 내달리거나 날아가기 시작했다.
와락.
사역마들은 자기 주인들의 품에 안긴 채 목메어 울었다. 그동안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자신들이 얼마나 슬퍼했는지 제 주인에게 토로하면서.
그들의 주인은 오랜만에 만난 사역마들을 꼭 껴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 하소연을 잔잔한 미소로 들어 주었다.
[오랜만이구나, 다이크.]하킬은 제 주인인 근육질 남성 앞에 서서 인사를 건넸다.
그의 주인이 피식 웃으며 주먹을 내밀자, 하킬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하킬은 근육질 남자와 주먹을 맞댔다. 주인과의 어느 한때를 떠올리고 있는 듯, 깊은 감상에 빠진 채로.
이윽고, 사역마들과 주인들이 함께 광활한 저승 빛의 세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 쪽을 돌아보는 사역마들. 큰 소리로 내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마워여, 인간!]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아따다뿌부!] [완전 고맙다냥!] [쿠오오오! 이 화염의 마크! 영원토록 그대를 기억하겠다!] [이 불초의 몸, 귀공의 은혜를 저승에서도 쭉 간직하겠소…!] [잘 있어! 고마웠어! 고마웠어! 정말로, 정말로, 고마웠어…!]선명한 빛이 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간 사역마들을 감싸고.
들뜬 모습으로, 그들은 지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춰갔다.
나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면서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제 그들은 지나온 아픔조차도 잊을 수 있을 만큼 영겁의 세월을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이승에서 못 다한 새로운 모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사역마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나는 눈을 한 번 지그시 감았다 뜨고서, 조용히 감정을 갈무리했다.
[느껴지는구나.]뇌신조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린다.
[내 전 주인은 너에게 감사하고 있는 것 같다.]나에겐 그저 따사롭고 온화한 빛을 내비치고 있을 뿐인 태양이지만, 뇌신조에게는 다르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나는 이성을 잃었던 때에도, 그레텔의 마음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네가 그레텔의 친구가 돼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다, 아이야. 내 전 주인도 같은 이유로 너에게 감사하고 있는 듯 하구나.]“…….”
그레텔. 루체의 예전 이름이다.
생각이 깊어진다. 나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들고,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세상을 관조하던 천앙의 대마녀를 응시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3막 4장, 뇌신조 토벌전」. 이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모든 마력을 빼앗겨 허공에서 무력하게 떨어질 루체를 받아주는 일. 단지 그 정도의 일로 이번 여정은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내 내가 중천 세계에 왜 와 있는지를 깨닫고 나서.
나는 한동안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 이제 곧 죽는 거지? 너도 그렇고.”
나는 뇌신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뇌신조는 고개를 숙였다.
우회적인 대답. 그 말의 속뜻을 알아채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 내 이럴 줄 알았다. 레벨 175의 뇌신조-갈리아를 상대로 싸우고 허우대 멀쩡한 상태로 살아남을 수 있었겠나.
허무한 결말이었다. 배드 엔딩 막겠다고 그 지랄 지랄을 다 떨었는데….
그러나 감정의 격류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주마등 같은 것도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이리 차분해질 수 있는 건, 분명 [빙제]의 효과 때문일 터다.
누가 그랬던가. 만약에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 해도 자기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고. 지금 내가 딱 그런 기분이었다.
“돌려보내줘.”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지막으로 할 일이나 하자고.
“루체, 이제 곧 떨어지잖아. 나 말고 받아줄 사람 없잖아.”
어차피 죽을 거라면, 내가 소중히 여기고 있는 사람 한 명쯤은 구해주고 가는 편이 낫겠다고.
나는 루체를 애정하고 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가 내 현실이 된 이상, 그녀가 다치는 꼴은 못 볼 것 같았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루체만큼은 구해주고 가고 싶었다.
──그때였다.
[천앙의 대마녀가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천앙의 대마녀가 당신의 운명을 들여다보고, 당신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한 선물을 건넵니다!]새로운 시스템 창이 나타나고.
“끄윽!”
돌연 왼쪽 손목에서 타들어 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그 손목 쪽을 살폈다. 마법진 형태의 검은색 각인이 내 손목에 새겨지고 있었다.
각인이 온전히 새겨지자, 고통은 순식간에 멎어 들었다.
“뭐야…?”
[축하합니다! [8성급 사역마 계약진]을 획득했습니다!]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수는 1성급부터 4성급까지는 사역마 소환진으로 소환할 수 있고, 서로의 의사만 합치된다면 계약을 맺을 수 있다.
5성급부터 7성급까지는 사역마 소환진으로 소환할 수 없으나, 만나서 서로의 의사만 합치된다면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반면 8성급은 운 좋게 만나서 인연을 쌓았든, 아무리 서로 마음이 통했든, 마음대로 사역마 계약을 맺을 수 없다. 특수한 각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각인, ‘8성급 사역마 계약진’은 >메르헨의 마법 기사> 극후반부에나 가야 얻을 수 있다.
그것을, 천앙의 대마녀는 내게 줘버린 것이다.
이제 곧 죽을 사람한테 무슨 운명을 봤다고 이런 걸 준단 말인가.
내가 천앙의 대마녀에게 물으려는 순간, 나는 목소리를 잃어 버렸고.
그 마녀가 발산하는 빛이 내 전신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 그레텔에게.
문득 낡은 감색 원피스 차림의 어린 소녀가 눈에 보인다. 로즈골드색 머리칼은 유난히 곱상하다.
그녀는 검은 마녀 모자를 쓴 매부리코 노년 마녀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고 있다.
호기심 많은 10살의 어린 소녀다. 그녀는 마녀의 손을 붙잡고 모험을 떠난다.
시간이 흘러, 교복을 입은 소녀가 마녀와 함께 아카데미 졸업식에서 활짝 웃는다.
시간이 흘러, 마법사가 된 여인이 마녀에게 자기의 활약상을 자랑한다.
시간이 흘러, 마탑주가 된 숙녀가 마녀의 손을 붙잡고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만면에 피어오른 웃음이 10살 때 순수하게 웃고 있던 소녀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녀는 그 모습이 너무도 흡족한 나머지 행복하게 웃고 있다.
천앙의 대마녀. 그녀가 비극 속에서 죽지 않았다면 벌어졌을 일들.
운명을 내다본 천앙의 대마녀가 품고 있던, 미처 현실이 되지 못했던.
사라진 미래의 추억, 기억의 편린이었다.
─ 항상, 사랑하고 있단다.
그 광경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며,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