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63)
당부.
차기 북부대공녀, 에이첼 화이트클락이 동생인 케리드나 화이트클락에게 이르길.
1. 아이작을 멀리서 지켜봐라. 무리해서 지켜볼 필요는 없다. 다만,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낱낱이 보고해라.
2. 아이작을 상대로 [시야 동화]를 써선 절대로 안 된다. 장님이 되고 싶지 않다면.
3. 아이작에 관한 그 어떤 이야기도 입에 담지 마라. 우리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살 떨린다.
마치 경고하듯 조곤조곤 일러 주던 에이첼의 진중한 목소리가 여전히 케리드나의 뇌리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여전히 전신이 오싹해지는 감각이 들고 만다.
‘대체 뭐냐고, 그 남자.’
임시 3반 강의실.
분홍빛 단발 머리 여학생, 케리드나 화이트클락. 그녀는 자리에 앉은 채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조용히 책상을 두들기며 상념에 잠겨 있었다.
단상 앞에선 교수가 2학기 커리큘럼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 중이었으나.
케리드나는 그 내용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마법학부 1학년 중 마력량 E급 최약체였던 아이작.
화이트클락 공작 가문의 상징이자 신화 속 마수인 백룡.
그 둘이 사역마 계약을 맺던 장면이 머릿속에 단단히 달라붙어 떠나가지 않고 있었기에.
어디서부터 놀라야 할까. 신화 속 백룡이 아직도 살아 있었다는 점? 아이작이 그 백룡과 주종 계약을 맺었다는 점? 어느 쪽이든 지나치게 허황된 이야기이지 않은가.
‘물론 걔가 아직도 최약체라는 건 아니지만.’
2학기에 들어서서 아이작은 마력량 C+급으로 급성장을 이뤄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자신보다 훨씬 약하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혼란스러웠다. 아이작, 대체 그 남자는 정체가 뭐지?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에이첼이 대량의 피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선명하게 되새겨졌다.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
만약 에이첼이 [시야 동화]를 빼앗아가지 않았다면 케리드나 자신은 눈이 멀었을 터였다. 아이작이란 괴물을 훔쳐본 대가를, 에이첼이 대신 치른 것이었다.
그나마 에이첼이 엄청난 수준의 [기초 보호 마법]을 상시 두르고 있던 상태라 다행이었지, 안 그랬다면 그녀는 장님이 되었으리라.
에이첼에게는 평생을 거쳐도 갚기 힘든 빚을 져 버린 셈이었다.
“으극….”
케리드나는 자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비밀을 들춰내려 했던 것인지 조금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사실 만큼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아이작은… 마치 수면 아래, 심해 속에 서식하는 괴물.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을.
이 세상에는 차라리 모르는 게 좋을 진실 같은 게 존재하는 법이다. 그리고 아이작의 비밀이 바로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케리드나는 그걸 목도하려 했다가, 장님이 될 뻔한 아찔한 상황에 놓였던 것이고.
이제는 아이작이, 무섭게 느껴지고 있었다.
* * *
[축하합니다! 두 번째 원소 속성 슬롯이 개방되었습니다!] [당신의 두 번째 원소 속성은 [바위]입니다.]레벨 63에서 68이 되어가는 동안, 스탯을 얻을 때마다 [마법 단련 효율]에 투자했다.
덕분에 [마법 단련 효율]은 지금까지 총합 81 스탯이 배분된 상태. 등급은 A+급이 되어 있었다.
카야 아스트레앙을 만났다. 그녀는 나만 보면 얼굴을 붉히면서 피하려는 눈치였다. 심리를 읽어보니 방학식 날 내 뺨에 키스했던 일 때문에 부끄러워서 그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억지로 카야에게 다가가 가벼운 인삿말을 건넸다. 그녀는 나와 대화를 이어 나갈 의지를 보이지 않고, 단지 “방학식 날 제 실수는 잊어 주십시오….”라고 사정하듯 빌어대기만 했다.
그 처절한 모습에 나는 일단 알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냅다 줄행랑을 쳐버렸던 카야.
당분간 그녀와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을 듯했다.
최근에 반 배정 평가가 진행되었다. 1학년 2학기 반 배정 평가에선 마족이 출현하지 않기에, 그저 최선을 다해서 임하면 됐다.
그 결과, 나는 C 클래스에 배정되었다. C 클래스 상위권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면 된다. 어느 학생이건 믿기 힘들다는 눈치였다.
대부분의 학생은 저번 학기와 똑같은 클래스에 잔류하게 되었다.
D 클래스였던 학생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복도에서 나와 마주칠 때마다 눈살을 찌푸렸다. 심리를 읽어보니 내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캬.’
학생들이 경멸과 멸시의 시선을 보내오던 지난 학기와의 온도차를 보라.
‘내가 아무리 그래도 쟤보단 낫지’의 ‘쟤’를 담당했던 최약체였는데…. 정말이지,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써 >메르헨의 마법 기사> 「4막 1장, 2학기 시작」 파트는 별일 없이 지나갔다.
저녁.
하루 수업을 모두 마치고 나비 정원 구석으로 향했다. 1학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곳이라 그런지, 새로운 게 생기면 그곳에서 검토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까닭이었다.
한 원소 속성만 파고들었던 1학기하고는 달리, 2학기부턴 두 번째 원소 속성 단련도 병행해야 한다. 커리큘럼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으니까.
나로선 효율적인 성장을 위해서 체계적인 마법 교육을 받는 일도 중요했기에, 커리큘럼을 잘 따를수록 좋은 처지였다.
그리고 나는, 이번 학사 커리큘럼을 통해 두 번째 원소 마나 회로를 개방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두 번째 원소 속성 슬롯이 열렸다고 시스템 창이 떴었지.
「바위 생성 (바위 속성, ★1)」
“으음.”
오른손에 마나를 흘려보내자, 조그마한 바위 조각들이 생겨나 무중력 상태라도 된 것처럼 둥실둥실 떠다녔다.
나는 바위 속성 체질이었다. 기왕이면 불, 물, 번개, 바람처럼 기체나 액체로 된 속성이길 바랐는데, 두 번째 속성마저 얼음 같은 고체형이 돼 버렸다.
효율성과 기동성 측면에선 아쉬운 면이 있었다.
‘그래도 장점은 확실하지.’
당장에 떠오르는 장점으론 세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첫 번째 장점은 상성. 얼음 속성의 최대 약점인 불 마법 같은 건 바위 마법으로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물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두 번째 장점은 간지. 팔짱 끼고 바위를 떨어뜨리면서 ‘하늘은 만물을 움직인다’와 같은 멋있는 대사 한 마디 입에 담아주면 간지가 철철 넘쳐날 것이다.
세 번째 장점은 사역마.
나는 이든을 소환했다. 허공에 연갈색 원소 마나가 뭉치더니, 작은 골렘 사역마 이든의 형태가 되었다.
이든은 지면에 가볍게 착지했다.
[꾸우! …꾸웅?]사역마, 이든은 바위 속성. 즉, 내 바위 마나를 이든에게 제공하는 일도 가능했다.
내가 바위 마나를 흘려보내자, 이든은 깜짝 놀라고선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든, 내 마나 맛있냐?”
[그러따!]이든은 만세 자세로 긍정했다.
귀여운 녀석. 나는 웃으면서 이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량의 마력 제공은 사역마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사역마가 주인의 수준을 따라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음에 [멸악자]가 발동됐을 때 이든을 소환해 바위 마나를 콸콸 쏟아붓는다면, 녀석은 일시적 버프를 받고 급격한 파워 업을 할 것이다.
그 후, 상태가 진정된다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몸이 돼 있겠지. 흐흐.
내가 다음으로 상대할 마족은 >메르헨의 마법 기사> 「4막 3장, 땅속 거인」 파트에 나오는 코끼리 마족, ‘무상의 엘페르트’다.
녀석에게 도달하려면 「4막 2장, 먹이사슬」 파트에서 상당히 어려운 미션을 클리어해내야만 한다. 당연하게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랄 맞은 난이도가 예상된다.
그것보다, 신경 쓰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카야가 문제인가.’
「4막 3장, 땅속 거인」 파트의 히든 보스, ‘악식의 카야’.
우리의 그 카야 아스트레앙이 맞다. 카야는 마족이 된다. 그렇다고 해도 일시적일 뿐이나, 마족이 된 그녀와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
커뮤니티에선 흑화 카야, 줄여서 ‘흑카야’라고 불렸다. ‘흑카야 난이도 애미 뒤졌냐’와 같은 있지도 않은 부모님께 패드립을 날리는 글이 많이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 패턴이 워낙 변칙적이라 지지리도 어려웠었지.
현재 카야는 본래의 시나리오보다 강해진 데다 전술의 폭까지 넓어진 상태.
탄타크 지하 동굴에서 협동 경험치를 받았던 일은 둘째 치고, 내가 아르마나의 완드를 선물로 줘버린 게 결정적이었다.
그 선물은 1학기 땐 나를 살려준 신의 한수가 됐지만, 2학기 땐 쇠사슬 부메랑이 되어 내 목을 노리고 날아올 예정이란 얘기다.
즉, 흑카야의 패턴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었다. 이는 내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내가 이길 텐데 뭐.’
하지만 내가 별 걱정없이 카야에게 아르마나의 완드를 준 까닭은 명료했다.
아무리 흑카야 패턴이 달라진다고 한들, [멸악자] 상태의 내가 더 강하단 건 자명한 사실이니까.
일단 레벨부터 [멸악자] 상태의 내가 흑카야보다 훨씬 높다.
참고로 레벨이 상대보다 낮을 수록 대미지가 덜 들어가지만, 나로선 그럴 염려가 없지.
게다가 내겐 서리낫과 빙설룡까지 있다.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그리 생각에 잠겨 있던 도중.
“회자앙.”
“으억!”
느닷없이 내밀한 음색이 내 귓가를 울렸다.
화들짝 놀라 그 귀를 가리고서 몸을 옆으로 내뺐다. 와, 귀 녹는 줄 알았다.
다급히 소리가 들린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녀 모자를 쓴 연보랏빛 머리칼의 여학생이 시야에 들어왔다.
“냐하하! 회장 귀여워!”
능청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도로시였다.
“아…. 선배, 오셨네요.”
도로시의 속삭임과 숨결이 맞닿았던 귓가에 여운이 길게 남았다. 나는 한 동안 도로시 장난의 희생자가 돼버린 귀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두 번째 속성 깨우쳤구나?”
“네. 바위였어요, 저.”
“요새 회장 근육 좀 붙어서 상남자스러워졌단 말이지. 바위가 어울리긴 해.”
“무슨 논리예요…?”
도로시는 특유의 니히히, 웃음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긴 오랜만에 왔네? 요새는 맨날 훈련장 가더니만.”
“여기서 생각 좀 정리하고 싶었거든요. 새로운 원소 속성도 알았겠다, 앞으로 어떻게 단련하면 좋을지 같은 거.”
“흐응, 이제 막 깨우쳤으니까 바위 마법은 잘 못 쓰겠네?”
“네, 아직 기초 마법밖에요. 조만간 기본적인 마법들은 익혀둘 생각이에요.”
내 [마법 단련 효율]과 [학습 효율]은 저번 학기와는 극명하게 차이 나고 있다. 수월하게 익힐 수 있겠지.
“누나가 도와줄까?”
대뜸 음흉하게 웃는 도로시.
“선배가요? 뭘요?”
“대답만 해. 도와줘, 말아?”
“도움이 된다면 저야 고맙죠.”
“그럼 손 내밀어봐. 양손 다.”
나는 도로시의 말대로 양팔을 내밀었다.
“……!”
그러자 도로시는 내 양손 위로 자기 손목을 올리고는, 내 양 손목을 살며시 붙잡았다.
서로의 손과 손목이 완전히 밀착한 탓에,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여실히 느껴졌다. 당혹스러웠다.
“내 손목 잡아봐.”
뭔데, 이거…?
일단 잡으라고 해서 잡았다. 도로시의 손목은 가냘픈 편이었다.
딸내미 같았던 도로시도 일단 여자구나, 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고 있는 때.
스으으으으─.
서로의 손목을 맞잡은 부위에서 연갈빛 바위 마나가 흐르기 시작했다.
손목에서부터 시작해, 전신 구석구석에 감겨 있던 바위 마나 회로가 서서히 활기를 띠어가는 듯한 감각.
내가 얼음 마법 숙련도를 높여갈 때마다 느꼈던 바로 그 감각이었다.
신기해서 도로시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내게 환한 미소를 건네고 있었다.
마녀 모자 아래, 그녀의 금빛 귀걸이가 노을빛을 받아 매끄러운 광택을 뽐냈다. 눈동자는 여느 때처럼 우주를 담은 듯했다.
눈 호강 미쳤고요.
“나도 바위 속성 체질이라구? 정확히는 바람, 바위. 그래서 내 바위 마나로 회장이 바위 마법 익히기 쉽게 만들어 주고 있는 거야. 이건 나니까 가능한 거다?”
“선배, 최고. 진짜 최고.”
“니히히.”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도움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오늘 도로시를 만나서 천만다행이었다.
이 감각대로라면,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여러 바위 마법을 숙달할 수 있을 듯했다.
어느덧 도로시의 바위 마나가 흘러들길 멈추고.
“참고로 마나 회로가 이제 막 개방됐을 때나 효과가 있는 거라, 이 이상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어!”
이 정도만 해도 개꿀이지.
나는 도로시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오냐!”나 “으흠!” 따위의 추임새를 내뱉으며 의기양양하게 반응했다.
……
이름 : 아이작
Lv : 68
성별 : 남
학년 : 1
칭호 : 학사 생활에 적응한 1학년
마력량 : 5200 / 5200
– 마력 회복 속도(C+)
– 체력(B)
– 근력(B)
– 지력(C+)
– 정신력(A+)
잠재력 >>상세>>
[ 전투 능력 ]원소 계열 1 : 얼음
– 원소 화력(B)
– 원소 효율(B)
– 원소 시너지(B)
원소 계열 2 : 바위
– 원소 화력(C)
– 원소 효율(C)
– 원소 시너지(D+)
[ 보유 스킬 ]보유 스킬 >>상세>>
스킬 트리 >>상세>>
[ 고유 특성 ]– 멸악자
여름날의 온기가 서서히 사그라져 간다. 슬슬 초가을에 접어들 무렵인 듯했다.
바위 속성의 [원소 화력], [원소 효율]이 올라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마법 단련 효율]이 A+급인 데다가 도로시의 도움까지 합쳐진 결과였다.
깨우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C급이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바위 속성은 [원소 시너지]가 쓸모 없으니 그 능력치는 올리나 마나고.
새로운 마법들도 익혔다.
우선 4성급 얼음 속성 마법, [얼음 창]. 아주 유용한 마법이다.
[얼음 창]은 [얼음 생성]으로 만들어 내는 창 모형 조각품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마나 밀도를 자랑하며.적을 향해 투척하는 방식으로 주로 사용된다. 내 인식에 따라 마법진이 알아서 쏘아준다.
내 얼음 마법 중 공격 마법은.
공격 범위가 넓지만 공격력이 낮은 [서리불꽃]이나, 평범하게 쓰기엔 상당히 과한 [빙결 폭발]뿐이었으니.
그래서 공격 범위는 좁더라도 일점 공격력이 아주 뛰어난 [얼음 창]을 익힌 것이었다.
3성급 바위 속성 마법, [투석]도 익혔다. 바위를 날리는 마법이며, 당연히 [바위 생성]으로 만들어 내는 것보다 마나 밀도가 높은 편이다.
참고로 마나 밀도가 높을 수록 마법의 위력과 무게가 올라간다. 고체형 마법의 경우엔 경도도 더욱 단단해지고.
“아이작, 이상 없음. 통과.”
현재 나는 시험 장소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선실 내부. 시험 감독관이 검문 마법으로 스캔하듯 내 몸 안에 특이한 물품이 들어 있지 않은지 확인했다. 별다른 건 챙겨오지 않았기에 곧바로 통과됐다.
이번 시험에선 마도무기나, 사정상 무조건 챙겨야 할 물품 빼고 들고 갈 수 있는 게 없었다.
재해의 검집은 마도무기가 아니라 마도구로 취급되기에 기숙사에 놓고 왔다.
참고로 마도무기와 마도구, 두 가지를 구분 짓자면.
마도무기는 마력 운용이 복잡해지는 대신 마법의 위력을 끌어 올려주는 마법사의 무기다. 카야 아스트레앙의 완드나 리제타 라이온하트의 나무 방망이, 록타 같은 것이다.
마도구는 단순히 마법이 개입된 도구를 지칭한다. 주문서 같은 것이다. 재해의 검집은 마법을 저장하고 쓰는 용도밖에 없으므로 주문서와 비슷한 취급이었다.
소지품 검사를 마친 뒤 선실을 나섰다. 갈매기가 끼룩,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아카데미 소유의 선박 위였다.
푸른빛 하늘. 바닷바람이 피부를 스치고 습한 공기가 폐부를 적셨다. 주위로 뻗어 있는 건 드넓은 대양이었다.
고개를 뒤로 돌리면 아직 시야에 담기는 아카데미 선착장의 팔딱거리는 요동이 느껴졌고.
정면을 쳐다보면, 바다 한가운데에 굳건히 자리 잡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은 ‘엘트 섬’. 이번 시험 장소이자, >메르헨의 마법 기사> 「4막 2장, 먹이사슬」과 「4막 3장, 땅속 거인」의 메인 스테이지였다.
수 척의 배는 마법학부 1학년생들을 나눠서 실은 채 엘트 섬을 향해 이동하는 중이었다. 제각각 엘트 섬에 마련된 여러 선착장에 정박하고서 학생들을 내려줄 것이었다.
많은 학생이 갑판을 돌아다니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저들은 앞으로 무슨 시험을 치르게 될지 조금도 알지 못 하는 상태겠지. 이번 시험은 상당히 곤혹스럽고 힘들 것이다.
나는 배 난간에 팔짱을 올리고 바다를 쳐다보았다. 머나먼 수평선 너머로 구름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었다.
‘어으, 긴장되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라도 하고 있는 듯한 아찔한 긴장감이 들었다.
나름 작전을 짜오긴 했지만 역시 걱정된다. 이번 시험에서도 예상할 수 없는 변수가 차고 넘쳐날 게 뻔하니까.
“……?”
그리 고심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앗.”
건너편 배에서, 난간을 잡고 서 있는 귀여운 담녹빛 머리칼의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양갈래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춤추고 있었다.
카야 아스트레앙이었다.
카야는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 카야 아스트레앙 ]심리 : [ 당신과 눈을 마주쳤단 생각에 설레고 있습니다. ]
수줍어하는 얼굴. 희미한 미소가 카야의 입가에 걸린다. 뭇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항상 그러했듯, 무척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카야가 내게 연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진작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악신을 쓰러뜨리기 전까지 내게 연애 고민은 사치였다.
“…….”
이제 나는 카야와 싸우게 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보란 듯이 저 아이를 구해낼 것이다.
약한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의욕을 다졌다.
이번 4막 시나리오 난이도가 얼마나 지랄 맞든, 기어코 넘어 보이리라.
이제까지 그래 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