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91)
>
>
****************************************************
EP.91 복귀
“회장! 누나가 돌아왔다!”
이예에에에! 팬티 벗고 소리 질러!
“선배, 오랜만이에요.”
근신이 풀린 도로시를 보니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역시 내 최애캐 답게 미모가 광채를 발했다.
그간 여러 일이 있었다.
저번에 루체를 구속했던 날. 그녀의 습성이 끔찍한 혼종의 형태로 변모하려 하자, 나는 곧바로 구속을 풀고 그녀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 그 이후로 구속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으나 나는 여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중이었다.
며칠 전엔 >메르헨의 마법 기사> 「5막 3장, 청랑 V.S. 적상」 파트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천리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확인한 사실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대로 적상 멤버가 청랑 멤버에게 시비를 걸었고, 두들겨팼고, 이는 두 성좌의 다툼으로 번지게 되었다. 적상의 수장, 스칼렛 아틀라스가 이 기회에 서로 우열을 가려보자며 갈등이란 불길에 기름을 들이부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이안을 포함한 청랑 멤버들은 적상 본거지에 쳐들어가 전투를 벌였다. 한층한층 올라가면서 단계별로 적들을 쓰러뜨려 나가는 방식이었다.
역시 대인전 깡패 이안답게 학생들 상대로는 기절하지 않더라. 다행이었지. 마지막에 적상의 수장, 스칼렛 아틀라스까지 쓰러뜨리고서 상황은 종료됐다. 독식의 하인켈이 출현하는 5막 4장이 생략된 것이다.
이제는 조만간 있을 합동 실습 평가에서 엑스트라 배드 엔딩 N.8 「개구리」를 막아야 한다. 그 정도야 지금까지의 난이도에 비한다면 누워서 떡 먹기겠지.
낮, 조세나 숲 한가운데. 가을 하늘은 무척 청랑했고, 주위로 가득한 나무들은 단풍잎을 붉은빛으로 완연히 물들인 채였다.
도로시는 내가 준 초대장대로 내 아지트를 찾아왔다. 소꿉친구 납치 사건 때 에이미를 데리고 왔던 곳이었다.
“니히히, 회장. 나 오늘 굉장히 기대하고 왔다구? 어서 이 누나를 만족시켜보렴!”
자기 가슴께에 손을 올리고 콧김을 훅 내뱉는 도로시.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나는 도로시를 위한 복귀 선물을 준비했다. 우선 그 첫 번째.
도로시에게 다가가 준비해놨던 보라색 꽃 한 송이를 그녀의 마녀 모자에 끼워주었다. 마력이 담겨 있어 시들지 않는 꽃이었다.
“꽃? 어?”
그녀는 내가 가까이 다가오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 뭐야. 키 컸어?”
“원래 점점 크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봐서 확 느끼셨나 보네요.”
“느흐흐. 회장, 사춘기구나?”
“그럴 나인 아니지 않나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음흉하게 웃는 도로시에게 나는 어이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신체 단련 효율] 덕분인지 도로시가 한 말처럼 사춘기 어린애 마냥 나날이 키가 커지고 있었다. 뒤늦은 성장이었다.참고로 1학기 때 내 키는 170cm였고, 지금은 180cm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작이 클 수 있는 최대치까지 크고서야 성장은 멈출 것이었다.
도로시에게서 떨어지고 그녀의 모습을 살폈다. 보라색 꽃은 마녀 모자에 꽤 잘 어우러졌다.
“잘 어울리네요.”
“좋아, 회장 감성 믿어볼게. 고맙다!”
도로시는 해맑게 웃었다.
“다음은?”
나는 도로시와 야외 테이블에 앉은 뒤, 소풍용 바구니에서 크로와상을 꺼냈다.
도로시는 이게 뭐냐는 듯 의문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전에 마부 일 했을 때, 상업지구 쪽에 빵집 하는 아주머니와 친해졌거든요.”
“그래서?”
“그분이 레겔 출신이라고 하셔서요.”
“흐음.”
슬며시 웃고 있는 걸 보니 내 의도가 무엇인지 눈치챈 모양.
“대충 맛보기라고 생각해주세요.”
도로시가 나와 하고 싶다고 나열했던 얘기들은 전부 머릿속에 담아둔 상태였다. 그중 하나가 레겔에 가서 유명한 크로와상 먹기였지.
나는 준비해온 따뜻한 커피를 컵에 따르고 도로시에게 건넸다.
도로시는 피식 웃으면서 내가 준 컵을 받아들였고.
크로와상을 조각내 포크로 찍어 건네자 하압, 하고 곧장 입으로 받아먹었다.
“어때요?”
“맛있긴 한데 생각보단 평범하네. 역시 레겔 본토로 가 봐야 하나. 초코 찍어서 하나 더 먹여줘.”
“자요.”
“하압. 맛있당.”
빵을 전부 해치운 뒤엔 아지트에 들어갔다.
“오오!”
화려하게 꾸며진 파티장. 좁은 면적이기에 더욱 도드라지는 풍경.
벽면에는 ‘도로시 복귀 축!’이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까지 걸려 있었다. 회심의 걸작이다.
내가 도로시에게 줄 선물은 ‘홈 파티’. 굳이 선물이 물질적일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참고로 나 혼자서 꾸민 게 아니다. 마테오 조르다나에게 ‘그러고 보니 1학기 때 내가 널 구해줬었지…. 밥값으로 퉁 쳤었나?’하고 쪼잔하게 사색을 내고, 녀석과 그 부하들에게 아지트 꾸미기를 도와달라고 요청했었다.
다행히 마테오는 자기 목숨값을 밥값 정도로만 넘어갔던 게 마음에 걸렸는지, ‘오히려 좋다’라며 기꺼이 도와주었다.
“니히히, 이건 좀 감동이군!”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네요.”
“못다 한 사교회의 연장판 같은 느낌이네.”
“사교회에 비하면 조촐하지만요.”
도로시는 고개를 가로젓고선, 뺨에 홍조를 띠며 내게 배시시 웃어 보였다.
“아냐, 이게 더 좋아. 전부 맘에 들어.”
행복해하는 미소를 보니 안도감마저 든다. 마테오를 실컷 부려 먹은 보람이 있었다.
이후, 우리는 소소한 파티를 벌였다.
종이폭죽 다발을 터뜨리고, 도로시가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며 멋진 포즈를 취하거나.
케이크 따위를 먹으면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거나.
간단한 게임을 벌이거나.
음악이 흘러나오는 마도구로 음악을 재생한 뒤, 노래방에 온 것처럼 신나게 노래를 불러댔다. 이쪽 세계의 노래는 잘 몰라서 나는 호응하거나 춤을 추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도로시의 바람 마법이 예쁘장하게 빛나는 종잇장들을 온화하게 흩날렸고.
형형색색의 별 무리가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나갔다.
도로시는 텐션이 높아서 들뜬 분위기가 내내 유지되었다. 나는 분위기에 젖어 들어 한껏 비장의 춤을 선보였고, 도로시는 그 모습을 보며 눈물까지 머금을 정도로 폭소를 터뜨렸다.
“…….”
그 와중에, 몰래 손가락에 [서리불꽃]을 일으키길 반복하고 있었다. 마력 운용력 단련법이었다.
오늘 이 시간, 도로시를 즐겁게 해주더라도 단련을 게을리할 수는 없었으니까. 솔직히, 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조바심이 일고 있었다.
‘얼마 안 남았어.’
「6막 2장, 결전」 파트에서 이안과 싸웠어야 할 독식의 하인켈이 뒤졌고.
이안의 뒤통수를 치고 「6막 3장, 허구지옥」 파트의 최종 보스가 되었어야 할 허상의 리파 또한 뒤졌으니.
남은 건 부유섬뿐. 앞으로 2달 이내로 놈이 찾아온다.
제르베르 황국 서해 쪽에 출현했었단 소식은 접했다. 황국이 토벌대를 꾸리는 동안 돌연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이제 슬슬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됐지.’
부유섬. 상공을 비행하는 섬 하나가 통째로 하나의 마족이다.
도로시에게 저주를 건 당사자이며, 순수 레벨은 190. 애당초 이기라고 있는 마족이 아니다. 6막 1장과 2장에서 주요 전투 무대로만 쓰였을 뿐이었지.
하물며 도로시는 놈에게 흡수되고, 저주가 촉진되면서 무력화되기까지 한다. 전투에서 그녀의 도움을 바랄 순 없다.
6막 1장에서 부유섬은 거대한 마법진을 구현한다. 제한 시간이 지나면 마법진이 발동되고, 아카데미가 있는 이 섬을 포함해 황국 영토 10분의 1과 바다 일부가 증발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도로시는 자기 목숨을 대가로 별빛 마법 궁극기 [초신성 폭발]을 발동하고, 부유섬을 저승길 동무로 삼는다. 그때, 도로시는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셀 수 없이 봐 왔다.
명장면 따위라 불리는 그 애달픈 장면이, 나는 무척이나 싫었다.
생애 마지막 미련까지 훌훌 털어내고, 자기희생으로 모두를 지켜내며, 끝내 입가에 미소를 흘리던 도로시의 영웅 같은 모습이.
내 눈에는 단지, 이미 마음이 무너져 버린 사람처럼 애처로운 모습으로 내비칠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도로시를 구해낼 방도는 없었다. 그녀가 목숨을 내놓지 않으면 누구도 부유섬을 쓰러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로시의 희생은 필연이었다.
─ ‘회장, 나 해 보고 싶은 거 생겼어.’
그리고 나는 그 필연을 꺾을 생각이었다.
한번 죽을 뻔했던 뇌신조와의 전투 따위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난이도겠지만, 기어이 해낼 생각이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가 내 현실이 됐다면, 내게 있어서 도로시는 천금보다도 귀한 가치를 지닌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회장, 왜 갑자기 조용해졌어?”
나도 모르게 깊은 상념에 잠겨 버렸을 때.
도로시가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물었다. 마녀 모자를 벗어둔 채라 그 아름다운 얼굴이 완연히 내 시야에 비쳤다.
여느 때와 같은 장난스러운 미소와 어투.
잠깐 당황했지만, 대처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내 귓가를 가리키며 능청맞게 대답했다.
“별 건 아니고, 그냥 선배 목소리가 너무 미성이어서 잠깐 넋을 잃었습니다.”
“니히히, 아첨은. 그건 당연한 거구.”
흩날리던 종잇장이 처연히 바닥에 떨어지고, 별 무리가 잠잠해졌다.
“너무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듯한 표정이라.”
도로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굳이 그럴 필욘 없는데.”
그리 나직하게 말하며 내게서 떨어진다.
뭔 이상한 소릴 하고 있냐, 얘는. 맥락을 모르겠네….
대충 고민 상담 따위를 들어 주겠다는 의미로 들려서, 나는 도로시에게 물어보았다.
“…고민 나눠드려요?”
“좋지, 회장 고민이라면. 아, 연애 고민은 어렵겠다. 이 누나는 연애해본 적이 없거든!”
엄지를 치켜세우며 자랑스럽게 떠벌릴 내용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진로에 관한 고민인데요.”
“됐어, 그건 재미없으니까 넘길래.”
분위기 확 식어 버리시네.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역시 도로시다웠다.
“뭐, 그건 됐고요. 선배, 오늘 소감은?”
“대─만족. 징계 받은 보람이 있네, 니히히.”
도로시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특해. 팬 하난 잘 뒀어, 내가. 고마워, 회장.”
도로시의 심리는 별빛 마나에 가로막혀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지금 짓고 있는 미소에 진심이 담겼다는 것 정도는 굳이 [심리 간파]를 쓰지 않더라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둘만의 파티를 한껏 만끽했다.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 * *
─ 이브 로펜하임에게.
잘 지내냐, 이브! 네 영혼의 친구 알리샤다!
전에도 말했지만, 너 없는 동안 아카데미에선 이런저런 사건들이 줄지어 터지는 중이었다!
이번엔 엘트 섬에서 마족이 나타났었대. 진짜 미친 거 아니니? 황실 기사단이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 학사도 뭔 생각인지 모르겠고. 아, 엘트 섬 마족은 검은 괴물이 처치했으니 안심하라구~.
그리고… 자퇴하겠다는 녀석들이 요새 꽤 속출하고 있어. 여기에 힘들게 입학했어도, 솔직히 요즘 상황이 무섭긴 하잖니. 이해는 돼. 그래도 뭐, 알아서 잘 풀리지 않겠냐? 황실까지 나선 마당에.
아무튼, 우울한 이야기는 됐고!
재밌는 소식이 있다!
그 도로시 하트노바가 사교회에서 파트너를 데려왔더라! 그런데 레이젤 그 재수 없는 멍청이가 도로시 파트너를 건드려버린 거 있지?! 걔 완전 도로시한테 박살 나버렸어. 진짜, 너도 봤어야 했는데. 무서운데 웃겼거든.
그런데 있잖아, 도로시 파트너가 어째 너랑 꽤 닮았더라? 머리색이랑 눈동자가. 너 생긴 게 흔한 편은 아니잖아.
너 사실 숨겨진 동생 있었던 거 아니야?
흐흐, 농담이고! 조만간 돌아오겠네. 들려줄 얘기 많으니까 오자마자 나한테 들러라!
그럼 이만!
알리샤 아르민트가.
메르헨 아카데미엔 2, 3학년을 위한 제도가 있다.
휴학하고 아카데미 지원 길드나 마탑 등 여러 조직에 잠시간 소속되어 실무를 체험해 보는 것. 인턴 제도 같은 것이었다. 아카데미생 신분으로 전문가들 밑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진귀한 기회이니만큼 경쟁률은 치열했다.
오늘은 반년간의 실전 경험을 마무리 지은 몇몇 학생들이 아카데미로 복귀하는 날이었다.
한 마차가 아카데미 정문에 이르렀고.
그 마차에서 여학생 한 명이 짐을 챙기고 조심스레 내렸다.
고양이상, 창백하리만치 새하얀 피부. 햇볕이 그녀의 곱상한 미모를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마법 지팡이로 지면을 짚었다.
가을바람에 기다란 청은발이 나부끼고, 한쪽 귀에만 달아준 은빛 귀걸이가 흔들렸다.
그녀, 이브 로펜하임은 거슬리는 머리를 옆으로 묶어 하얀 눈송이 모양의 머리핀으로 고정시킨 뒤, 적색 눈동자로 메르헨 아카데미를 훑었다.
올해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에 휩싸였던 장소치고는 꽤나 평화로워 보였다.
“데본, 짐 옮기자.”
이브 주위로 연푸른빛 마나가 뭉치더니 얼음 속성 백호 사역마, 데본의 형태가 되었다. 그녀는 데본의 등에 짐을 싣고서 함께 발을 옮겨 갔다.
─ 너 사실 숨겨진 동생 있었던 거 아니야?
이브는 친구, 알리샤 아르민트가 보내주었던 편지 내용을 떠올렸다.
동생. 그 단어만 떠올려도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 기억들엔 조각조각, 청은발의 소년이 담겨 있었다.
해맑게 웃으며 이브에게 순수한 애정을 쏟아붓던 여섯 살배기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 ‘누나, 뭐 해?’
─ ‘누나! 이거 봐봐. 우리 가족 그렸다!’
─ ‘누나아…. 아파아, 흐어엉!’
─ ‘누나 완전 멋있어! 어떻게 마법을 그렇게 잘해?!’
─ ‘누나가 엄마 다음으로 세상에서 제일 예뻐!’
─ ‘누나, 천둥 무서워…. 같이 자자아….’
─ ‘이브 누나는 신이고 나는 무적이다!’
─ ‘엄마, 난 커서 누나가 될래!’
─ ‘이 빵은 내 거야! 누나라도 못 줘! …반은 줄게.’
─ ‘나도 열심히 하면 누나처럼 마법 잘 쓸 수 있어?’
“아니겠지….”
이브는 나지막이 중얼거리고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합동 실습 평가가 얼마 남지 않은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