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245)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245화(245/606)
77장 약속(2)
엘로디의 말에 무어라 대답할 틈도 없이.
“윽!”
내 몸이 자연스레 붕 떠올라 뒤로 날아갔다.
철컥!
뒤에 있던 오두막 문이 열리고, 나를 집어넣자마자 거세게 닫혔다.
“엘로디! 엘로디!!”
나는 오두막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공방에 갇힌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물론 내 공방의 문과 달리 이건 진짜 문이고, 그저 잠겨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어린아이인 나는 힘으로 이걸 여는 게 불가능했다.
“엘로디!”
나는 자리를 옮겨 창가로 향했다. 창문 너머 엘로디가 거대한 괴물과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엘로디는 천천히 공중에서 떠올라, 좀 전에 나에게 보여준 것처럼 양 손에 두 개의 마법을 꺼냈다. 그건 물론 높은 수준의 기량이었으나, 눈앞에 대치한 괴물과 비교하면 너무나 왜소해 보였다.
쉬이이익!!
괴물의 촉수가 먼저 움직였다. 솔직히 세는 것이 의미 없는 수많은 촉수들의 다발. 그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창처럼 경화되어 엘로디를 노렸다.
꽈앙! 꽈아앙!
먼저 엘로디가 이격하여 설치한 마법장벽에 부딪히고, 남은 것들이 다시 쇄도한다.
“흐읍!”
촉수들은 엘로디가 휘두르는 왼손에 불타고, 오른손에 얼어붙는다. 엘로디의 마법은 효과가 있어 보였지만, 하나하나 해치우는 것들에 비해 남은 촉수들이 한참 많고, 속도도 더욱 빠르다.
휘이익!
엘로디는 비행으로 촉수를 피하며 날아다녔다. 거리를 벌림과 동시에 공격해 오는 촉수들을 하나하나 제거한다. 그건 제법 익숙한 몸놀림이었다.
‘……분명, 과거 저 당시보다 뛰어난 실력이야.’
이곳은 엘로디의 꿈속. 엘로디가 아무리 어려졌다고 해도 지금 그녀의 힘은 상당한 수준이다. 마법과 상상이 결합된 결과겠지. 엘로디는 자기가 상상할 수 있는, 자기가 가능할 거라 믿는 최선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 그 순간.
“……하.”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한숨을 닮은 헛웃음을 뱉었다.
괴물의 전신에 달린 수백의 눈이 돌연 부릅뜨더니, 눈동자가 서서히 발광을 일으켰다.
콰—아—아—!
설마설마했더니 그 발광하는 눈동자는 빔 따위를 사방에서 쏘고, 올가미처럼 엘로디를 향해 거리를 좁혀왔다.
엘로디가 아무리 재빠르게 움직여도, 움직일 틈이 없는 곳을 벗어날 방도는 없었다.
“으윽!”
엘로디가 자기 몸을 감쌌다. 거리를 두고 만들었던 마법 장벽을 자기 주위에 두르고, 이중 삼중으로 겹쳐간다.
그것을,
꽈지지지직!!
괴물의 빔이 종잇장처럼 부수며, 그 어린 몸에게 용서없는 일격을 퍼부었다.
콰악! 콰아아악!
엘로디는 빔을 맞으면서 바닥에 추락하고, 그걸로도 성이 안 찼는지 괴물은 눈동자의 빔을 바닥에 납작 엎드린 엘로디에게 퍼부어댔다.
“엘로디! 엘로디!!!”
……나는 그것을, 오두막 안에서 참으로도 평화롭게 관전하고 있다.
어린아이라서, 이곳을 나갈 수 없어서, 엘로디가 나를 여기다 밀어놓고 문을 잠가 버렸으므로.
너무나 알맞게 세팅된 면죄부를 만끽하고 있다.
덥썩!
놈의 촉수 중 하나가 손아귀처럼 펼쳐져 엘로디의 다리를 잡았다. 그리곤 들어 올렸다.
엘로디는 저항할 힘을 잃었는지 허공에서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휘익, 휘익
놈은 엘로디를 이리저리 던졌다. 공격하는 것도, 죽이려는 것도 아니었다. 기절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지고 놀고 있었다. 엘로디를.
툭
그러다 흥미를 잃은 듯 바닥에 떨구고, 엘로디는 데굴데굴 구르다 얼굴이 내가 있는 쪽을 향했다.
엘로디는 오두막 창가에 시선을 올리고,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
내가 거기 멀쩡히 있는 것에 안심했다는 듯이 살포시 웃고는, 푹 고개를 떨궜다.
꽈득
그리고 그때, 내 이성이 끊어졌다.
꽈앙!
좀 전까지 없었던 흑천이 내 몸에 깃들었다. 나에게 돌아온 것과 거의 같은 속도로 흑천은 오두막의 문을 날려 버렸다.
나는 오두막 문을 나와, 주저없는 걸음으로 괴물을 향해 나아갔다.
“메노소르포!!”
메노소르포
허공 직조, 동시 복제
황궁 무기고
전체 개방
나는 앞뒤 생각도 않고 외쳤고, 마법진은 최대의 크기로 펼쳐졌다.
무기는 허공에 그 존재를 새겨나가, 하늘에서 저 멀리로 뻗어나가는 해와 달, 은하수의 빛을 받아 반짝였다.
지잉—
괴물의 눈이 나를 향했다. 수백개의 눈이 나를 향했다. 수많은 촉수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려 파르르 떨었다.
“이 잡종도 되지 못한 것이 감히……!”
나의 무기들이 내 분노에 맞추어 놈을 겨냥했다.
이 기회에 네 놈의 촉수가 얼마나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지 내가 직접 일일이 세어주—
“……어? 프, 프론디어!”
그때 잠깐 정신을 잃은 듯했던 엘로디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 순간.
“하……?”
내가 만들어낸 모든 무기가 사라졌다. 메노소르포도, 흑천도 온데간데없었다.
동시에 내 눈앞에 당장이라도 죽일 것처럼 노려보던 거대한 괴물도 사라졌다.
“으윽.”
나는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마나가 되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도로 무능한 소년의 몸으로 돌아왔다. 마나가 갑자기 사라진 듯한 현기증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프, 프론! 괜찮아?”
엘로디는 내게 다가왔다. 본인 몸이 성치 않은데 열심히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낫고 있어.’
그 생각도 잠시, 엘로디의 몸에 났던 상처들이 점차 사라져갔다. 아물었다기보다, 꼭 지우개로 지우는 것처럼 사라진다. 애초에 심각한 상처들도 없어보였다.
‘그렇구나. 상처도 어린 엘로디가 상상할 수 있는 만큼만 다치는 건가.’
사실 생각해 보면 그 정도 어처구니 없는 공격을 맞고도 그저 잠깐 정신을 잃은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마법 장벽이 깨져나간 걸 내 눈으로 목격했는데.
‘그런가. 내가 마나를 되찾은 건.’
엘로디가 잠깐 정신을 잃었기 때문인가. 꿈에서 정신을 잃는다는 게 조금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때 엘로디는 한순간 내 의식 밖에 있었다. 즉 나에게 지정된 역할이 사라졌다.
그리고 아마, 엘로디의 안에서 나와 저 괴물이 싸우는 건 상정되어 있지 않을 거다. 그러니 나와 대치한 괴물 또한 사라져 버렸다.
오직 그녀가 싸우기 위한, 그리고 그녀가 패배하기 위한 괴물이다.
온 힘을 다해 저항해 보지만 그럼에도 압도적인 힘의 격차에 의해 패배하고, 그 뒤에도 더한 아픔을 겪고, 마지막에는 조롱당하듯 이리저리 가지고 놀아지다가 땅에 버려진다.
그 일련의 과정.
‘정말로 이길 수 없는 건가?’
자기가 상상한 괴물과 싸우는데 그걸 이길 수 없다. 나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나 실제로 이루어졌다.
즉, 저 괴물은 엘로디의 ‘상상’이 아니다. 그것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 엘로디가 스스로 저항하거나 회피할 수 없이 파고드는.
‘……트라우마.’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괴물은 엘로디의 트라우마야.’
엘로디 스스로가 만들어냈지만.
이제 그녀로서는 없앨 수도, 대처할 수도, 상상을 막을 수도 없는.
소녀 엘로디의 천적이다.
그리고 아마, 저 괴물을 처치하는 게 이 꿈의 탈출구일 것이다.
* * *
나와 엘로디는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엘로디는 내 몸 어디 다친 데가 없는지 이리저리 살피며 호들갑이었다.
“……미안해.”
이윽고 얼굴을 푹 숙인 채 내뱉은 엘로디의 말이 그거였다.
현실과는 너무 다르게, 꿈 속에서 엘로디의 말버릇은 ‘미안해’였다.
“오두막 문이 부숴질 줄 몰랐어. 좀 더 견고할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부쉈는데.
엘로디는 괴물이 오두막 문까지 열어 나를 공격하려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나.
“……엘로디.”
“프론, 오두막 안은 무조건 안전해. 설령 문이 열려 버렸다 해도 밖으로 나오면 안 돼.”
“엘로디.”
“저 괴물은 나를 쓰러뜨리고 나면 알아서 물러나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엘로디.”
나는 엘로디의 양손을 잡아 눈 앞으로 들었다. 그제야 엘로디의 작은 고개가 올라와 나를 보았다.
“너도 봤잖아.”
“…….”
“오두막의 문을 누가 열었든, 네가 그걸 보지 못했든, 하늘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무기들.”
“……나, 는.”
“못 봤다고 말하진 않을 거야.”
나의 직조와 능력이 사라진 건 엘로디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그녀가 목격했으니까 사라졌다.
“그건 내 능력이야.”
“…….”
내 말에 엘로디는 곤란한 듯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지금의 엘로디에게 이런 말을 해봤자 납득하지 못하겠지. 어차피 그녀가 믿지 않는 한 나는 능력을 쓸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엘로디에게 조금 더 받아들이기 쉬운 거짓말을 전하기로 했다.
“미래에 내가 얻게 될 능력이야.”
“미래?”
내 말에 엘로디는 눈이 동그래졌다.
“응. 나도 처음 써봤는데, 아무래도 미래의 능력인 것 같아. 내가 나중에 쓰게 될 힘을 미리 빌려와서 쓰는 느낌이었어.”
여긴 엘로디의 꿈속.
아무리 허황된 말인들 엘로디가 납득하기만 한다면 가능하다.
여기에는 마침 적당한 핑계가 있다.
“그래서인지 몇 초도 못 가서 사라지더라. 너도 봤지?”
“……아, 그게 그래서……. 그렇구나.”
물론 엘로디가 스스로 지워낸 거지만, 엘로디는 본인이 꿈속에 있는 줄 모르고 상상을 더한다.
내가 만들어낸 무기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괴물이 취소된 것처럼 없어지는 건 분명 꿈의 모순 중 하나겠지.
그걸 내가 직접 모순을 해결해 주고 있으니, 엘로디는 쉽게 납득할 것이다.
“봐, 엘로디. 나도 능력이 있어.”
“……응.”
엘로디는 내 말에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러니 저 괴물을 같이 죽이자.”
나의 이 말에는.
순식간에 얼굴이 새파래지더니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 그건 안 돼!”
“왜?”
“너, 너무 위험해. 프론디어. 저 괴물은 강하다구. 내가 아무리 힘을 내도 저 괴물에게 닿는 것도 못했어!”
“그러니까 함께 싸워야지.”
“아, 아냐. 안 돼. 그럴 순 없어. 네가 다치면 난…….”
난 그 모습에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엘로디가 프론디어를 과보호하고 있다. 그 감정은 알겠다.
프론디어의 열등과 질투를 본능적으로 눈치채고, 그것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걸 알았다.
……하나, 그 전부는.
‘그 당시의 엘로디는 모르고 있었던 거잖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엘로디가 소녀의 모습이라고 한들.
실제 엘로디가 과거로 돌아간 게 아니다.
처음에는 현실에서 작아진 엘로디의 모습을 보고 순간 그런 줄로 착각했지만. 엘로디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이 죄책감에 몸서리치는 엘로디는 당시의 소녀가 아니다. 지금의 엘로디 그 자체다.
당연하다. 그때 어렸던 엘로디는 모르고 있었다. 프론디어의 시기, 질투, 열등, 엘로디에 대한 혐오를. 그렇기에 엘로디는 프론디어에게 보란 듯이 자랑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열심히 프론디어에게 전해주었다.
……이 꿈은 엘로디가 가진 프론디어에 대한 사죄다. 죄악의 발현이다.
—그런 뜻이 아니었어. 미안해. 말이 서툴러서. 잘 전하고 싶었는데. 네 기분을 나쁘게 하고 싶은 게 아닌데.
엘로디는 프론디어에게 보다 자기 마음을 잘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다. 그녀가 만들어낸 프론디어라는 역할을 향해.
지금의 프론디어에게 전할 수 없는 말인데. 전하더라도 의미가 없는 말이 되었는데.
그렇기에 어린 프론디어를 향해, 어린 엘로디가 사과하는 것이다.
그것이 꿈속이라 해도.
그것이 엘로디가 만들어낸 가짜라고 해도.
‘……가짜라.’
나는 그 생각에 쓴웃음이 입가에 번졌다.
엘로디가 꿈속에서 행하고 있는 이 행위들이, 누군가는 참으로 무가치하다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 마침내 그걸 내가 목격해 버렸다.
엘로디의 사죄를.
사죄할 필요도 없는 사죄를 끝없이 반복한 걸, 내가 보았고 내가 들었다.
프론디어가 아닌 내가.
가짜인 내가.
“……엘로디.”
아마 나는 죄를 저지르고 있는 거겠지.
실제의 프론디어가 듣지 못한 사과를 들은 척하며.
“미안해.”
프론디어가 하지도 않은 사과를, 내가 대신하여 전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너를 질투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