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24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246화(246/606)
77장 약속(3)
“어……?”
엘로디는 내 말을 듣고선, 돌처럼 굳어서 아무 말이 없었다.
소녀의 커다란 눈망울, 호수를 닮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누군가는 이것을 거짓말이라고 할까.
나의 마음이 아니기에, 프론디어가 아닌 내가, 프론디어인 척하는 내가 내뱉은 말이기에.
이 전부를 가짜라 할까.
“아, 아니. 아하하. 갑자기 무슨,”
엘로디는 어색하게 웃다가, 머뭇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뭐, 뭐야. 그게.”
어린 아이는 어설피 웃음을 내며 말하지만, 울먹임이 가득하다.
“뭐야, 바보야.”
툭, 하고.
별 거 아니라는 듯 내뱉은 한마디는, 소녀가 아닌 내가 처음부터 알던 엘로디와 닮아 있었다.
그러나 그걸 시작으로.
“바보, 야…….”
스스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내뱉은 그 습관의 말이 결국,
“으, 으으, 흐윽…….”
엘로디가 참고 있던 눈물을 무너뜨렸다.
“흐으으, 으, 으윽…….”
엘로디는 천천히 주저앉았다.
고개를 숙여, 양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소리 없이 울었다.
……엘로디는 우는 것마저도 힘들게 울었다.
결코 보여선 안 된다는 듯 얼굴을 가리고, 들려선 안 된다는 듯 울음을 꾹 참고, 그저 작은 어깨가 떨렸다.
나는 엘로디에게 다가가 자세를 낮추어 또 한 번 그녀에게 말했다.
“미안해.”
“으윽, 흐윽, 흐으윽…….”
“내가 나쁜 마음을 먹었어.”
“그, 그렇게, 말하지 마아……!”
와락, 하고 엘로디가 나를 껴안았다.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는데! 왜 네가, 나한테……!”
엘로디는 울먹이면서 그렇게 외쳤다. 가슴팍에 기대어 나를 꽉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네가 잘못한 거 없어.”
잘못이라.
프론디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건 잘못이었을 것이다.
선의를 품은 엘로디와 상관없이, 프론디어에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프론디어가 엘로디에게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나는 일기와 기억을 통해 보았다.
그 악행마저 엘로디의 잘못인가? 엘로디의 자기 자랑이 설령 선의가 아니었을지언정, 프론디어가 엘로디를 나락으로 빠트리려고 한 모든 행위가 전부 엘로디의 탓인가?
엘로디가 프론디어의 마음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홀로 계속해서 괴로워하고 있을 일인가?
“미안해.”
“프론…….”
“미안해. 내 잘못이야.”
그렇기에 내가 말한다.
가짜인 내가 말한다.
“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너를 시기했어.”
프론디어가 엘로디를 용서하지 못할지언정, 내가 용서한다.
내가 하는 이 모든 말이 전부 가짜라 해도.
“그래도 이제 괜찮아.”
지금 이 소녀를 위로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나밖에 없단 말이다.
“널 미워하지 않아.”
“……프론.”
“약속했잖아.”
나는 말했다.
내가 기억하진 않지만, 아마도 틀림없을, 프론디어와 엘로디의 약속.
“나를 지켜주겠다고.”
“……프론…… 프론, 프론…….”
엘로디는 서글프게 떨리는 입술로 나의 이름을 몇 번 읊고는,
“흑, 으아앙, 으아아아아아앙!”
그제야 내 품에 완전히 기대어, 소리내어 울었다.
엘로디가 참으려 했던 게 그저 슬픔만은 아니어서.
겨우 어린아이답게 울기 시작한 엘로디의 눈물은 오래도록 흘렀다.
* * *
우리 둘은 오두막을 나왔다.
엘로디는 조금 진정된 듯했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는 뒤따라왔다.
“엘로디, 괜찮아?”
“……부끄러워.”
고개가 더 들어가서는 중얼거린다.
“이렇게 목 놓아 운 거, 갓난아기 때 이후로 처음일 거야.”
그 뒤로 몇 살이나 자랐다고.
“그 괴물은 언제 와?”
“나도 정확히는 몰라. 다만 왠지 올 것 같다 싶은 느낌이 있어.”
그 괴물이 엘로디의 트라우마라 한다면, 엘로디가 말한 ‘느낌’이란 건 자신의 안 좋은 감정이 자극된 때겠지.
‘틀림없어. 그 괴물이 이 꿈을 빠져나갈 열쇠야.’
엘로디가 울음을 통해 감정을 해소한 것으로 트라우마도 해결됐으면 좋았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
위로받은 건 받은 거고, 트라우마가 완전히 치유되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
물론 이번 일을 통해 그 치유의 시작을 끊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지금 우리에겐 그걸 기다릴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저기, 프론디어.”
“응?”
“정말로 너도 싸우게?”
“물론이지.”
나는 즉답했다. 그 괴물은 엘로디 혼자서 이겨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애초에 그렇게 설정된 괴물이다.
지켜본 바, 그 괴물은 모든 마법사들의 천적이다. 일반적으로 마법사들은 자신의 간격을 빠르게 좁히고 들어오는 근접전의 달인들을 경계하지만, 정말로 무서워하는 건 그게 아니다.
자신의 마법 기량을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즉 원거리의 간격에서 농락 당하는 것. 그렇게 되어서는 마법사라는 존재는 그 가치를 잃어버리니까.
‘마법에 파괴되지만 그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촉수 다발, 마법사의 회피 범위를 전부 제한하며 쏴대는 눈동자의 빔.’
차라리 전투 계열이라면 오히려 할만한 전투였을지 모른다. 접근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엘로디의 비행 마법으로도 어느 정도 회피가 가능한 촉수들이다.
보다 기민한 몸놀림이 가능한 전사들은 엘로디와 반대로 거리를 좁히려 할 테고, 그만큼 눈동자들도 공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눈동자가 발광하고 쏘는 것까지 제법 시간이 걸리고, 광범위하게 좁혀들어가는 공격은 그 사이 바로 앞까지 도달하는 전사에게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힐 테니까.
‘애초에 엘로디의 트라우마야. 이길 수 없는 걸 상상하고 있으니, 당연히 못 이기지.’
반면에 나라면 가능하다.
엘로디의 트라우마이기에, 나라면 그놈과 싸울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결국에는 엘로디가 쓰러트려야 한다는 거다.
‘지금 내가 쓰러트려봤자, 언젠가 또다시 등장해 엘로디를 괴롭게 할 뿐이야.’
엘로디의 마음에서 태어나는 괴물.
엘로디가 자기 자신을 이겨내지 않는 한, 트라우마는 계속해서 엘로디를 괴롭힐 것이다.
나는 엘로디를 돕기 위해서 싸운다.
엘로디는 속 시원하게 울고 난 뒤에 많은 감정들을 제법 떨쳐낸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온다.”
엘로디의 고개가 올라가, 그녀는 먼 곳을 향해 시선을 던진다.
얼마 안 가 그 시선 끝에서 천천히, 여전히 어처구니없는 크기로 다가오는 놈이 있었다.
‘……쬐끔 작아졌나?’
정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렵지만, 저번보다는 크기가 좀 줄어든 것 같다. 아마.
엘로디가 나름대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있다는 뜻이다.
“으으…….”
그런데 엘로니는 괴물을 보자마자 뭔가 안절부절못하더니 나와 괴물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 이거.
“역시 안 되겠어! 프론디어, 내가 지금 오두막 안으로 넣어줄 테니,”
직조(織造), 흑천(黑川).
등급 – 레어
장창, 동종 복제 10장
콰아아아아앙!!
엘로디보다 내가 빨리, 창을 쏴 오두막을 날려 버렸다. 좋아, 이제 이 정도의 능력은 허용하는군.
혹시나 싶었는데 엘로디의 과보호는 아직 낫질 않았다.
“프, 프론디어?!”
“앞을 봐 엘로디!”
엘로디는 나의 외침에 시선을 돌려 다시 정면을 향했다.
나 또한 괴물에게 똑바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오두막 같은 건 없어!”
“……!”
“저깟 놈이 언제까지고 널 괴롭히고, 다시 떠나고, 또 찾아오는 그 반복을 하게 둘 수는 없다고!”
엘로디의 트라우마는 죄의식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저 괴물에게 이기지 못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벌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그러나 내가 엘로디를 용서한 이상, 그녀를 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여기서 저놈을 쓰러트린다! 다시는 오지 못하게!”
“……응!”
엘로디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녀는 천천히 떠올라 양손에 각각 자신의 마법을 담았다.
후우, 그사이 나는 긴 숨을 내뱉은 뒤 천천히 읊었다.
“메노소르포.”
거대한 마법진이 일순간에 그려지고, 이 주변 전부를 자신의 영역으로 물들인다.
메노소르포
허공 직조, 동시 복제
황궁 무기고
전체 개방
그와 함께 수많은 무기들을 허공에 띄웠다.
‘……여기까지는 엘로디가 목격했으니.’
이미 엘로디가 내 능력을 한 번 본 이상,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된다. 내가 이게 ‘미래의 능력을 빌려와서 쓴다’는 설정을 덧붙였으니까. 지금의 프론디어도 이만큼은 가능한 거다.
“프론! 그거 얼마나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거야?”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게!”
나는 엘로디의 질문에 얼기설기한 대답을 했다. 그냥 아주 긴 시간을 언급하고 싶지만, 그랬다가 엘로디가 믿지 못하게 되면 말짱 도루묵이고, 너무 짧은 시간을 말하면 자체적으로 제한시간이 걸리게 된다. 차라리 이렇게 대답하는 게 낫다.
‘아마 높은 등급의 무기들은 직조할 수 없을 거야.’
엘로디가 보지 못한 기술을 쓸 수는 없다. 또 엘로디가 의식을 잃으면 모를까. 애초에 내가 원하는 게 그것도 아니고.
즉 지금 꺼낸 이 무기들이 내가 이 꿈 안에서 다룰 수 있는 최대치다. 이걸로도 웬만한 것들은 전부 제압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온다!”
괴물의 촉수가 뻗고, 나의 무기들이 그 촉수들을 향해 쏘아진다.
그 속도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으나, 촉수들을 베어내는 무기들의 힘이 영 시원찮다.
‘이것마저도 엘로디의 상상대로란 말이지.’
문제는 이거다.
엘로디에게 이 무기들의 위력을 보여주지 않았기에, 위력 자체가 본래보다 하향평준화 된다.
이건 엘로디의 상상이니까 좀 상향되는 것도 있으면 좋으련만, 엘로디는 어디까지나 지독히도 현실적이었다. 저렇게 어린아이가 되고 나서도.
“하아앗!”
그사이, 엘로디가 불길을 쏟아낸다. 어린아이의 손에서 붉은 커튼처럼 휘감기는 불꽃이 촉수들을 태워나갔다.
겉보기엔 호쾌한 광경이었으나, 나의 미간이 모였다.
‘……약해졌어.’
엘로디의 힘이 약해졌다. 트라우마 또한 약해졌지만, 엘로디의 힘도 마찬가지였다.
여기는 엘로디의 꿈 속. 상상대로 되어야 할 그녀의 마법이 약해지는 것은 마나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문제다.
“하앗! 흡! 앗, 꺄악?!”
그 덕에, 본래대로라면 불타 그대로 쓰러질 촉수가 완전히 죽지 않고 다시 엘로디에게 덤벼들었다.
나는 그 촉수들을 막아내기 위해 무기를 쏘았으나, 그보다 많은 촉수들이 엘로디에게 달려들었다.
보통이라면 그 남은 만큼은 엘로디가 잘 해치울 수 있었겠지만, 어째서인지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난 그 광경을 조금은 예측했기에.
“앗! 프론디어!”
엘로디가 도망치면서 지면으로 가라앉는 곳을 향해, 미리 도달해 있었다.
“엘로디.”
나는 엘로디를 보며 눈을 가라앉혔다.
“거기 가만히 있어.”
“어, 뭐?”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내가 하는 걸 잘 봐.”
나는 엘로디를 내 뒤에 두고, 내 눈앞으로 달려드는 촉수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전부를,
콰악! 콰과과곽!
흑천이 막았다.
흑천은 내 의지에 따라 촉수들을 붙잡고, 막아내고, 베어내 나와 엘로디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
엘로디는 그 광경을 놀라서 보고 있었다.
흑천은 엘로디가 본 것이지만, 그 위력과 용도를 전혀 모르는 물질이다. 하지만 보기는 봤으니까, 나의 어떠한 능력인 줄은 알고 있겠지.
그렇기에 이미 무기를 만드는 재주를 보인 메노소르포보다, 지금은 흑천의 활용도가 높다.
엘로디의 입장에선 뭔지 모르는 정체 불명의 물건이니까, 위력도 내가 알던 그대로다.
“저번에도 말했듯,”
나는 덤벼드는 촉수들을 하나하나 막아내며, 엘로디에게 말했다.
“난 강해졌어, 강해질 거고.”
“……!”
그 말에 엘로디가 살짝 숨을 들이켜는 소리.
그건 마냥 기쁜 내색이 아니다.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대마법사라.’
엘로디는 강해지려 한다. 대마법사가 되기 위해.
대마법사가 되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프론디어의 ‘무능’이라는 낙인을 지우기 위해.
그러나 이제 프론디어는 무능이 아니다.
엘로디는 프론디어가 무능인 것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프론디어가 강해질수록 그녀의 동기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 때문에 지금 엘로디의 힘이 약한 거겠지.
“그래도.”
하지만 프론디어인 내가 ‘무능’이 아니게 된다고 해서,
“그래도 여전히 난 네가 필요해.”
“……아.”
그녀의 꿈이 무가치해지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멸망할 세계.
이 세계에 정말로 거대한 재해와 고난이 찾아온다면, 그건 비단 프론디어나 엘로디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엘로디가 그녀가 원하는 풍경을 그려내기 위해서라도, 엘로디의 힘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만큼,
“그리고 그만큼, 너에겐 내가 필요하다고.”
엘로디가 프론디어를 지켜주겠다는 약속. 그 약속으로 인해 끊임없이 강해지려고 노력한 엘로디.
그 전부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껏 짊어져온 약속이 그녀를 너무 힘겹게 만들었으니.
이 약속에는 뒷말을 붙여야 할 뿐이다.
“그러니, 내가 너를 지켜줄게. 니가 나를 지켜주는 동안에.”
“……!”
엘로디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길 생각 따위도 없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나와 엘로디의 관계는 이래야 했다.
“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법을 펼쳐. 앞은 나한테 맡기고.”
“……응.”
엘로디는 마법사다.
언젠가 인류 최강이 될 마법사다.
마법사에겐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앞을 지켜야 할 검과 방패가 필요한 법.
그리고 나에게 검과 방패는 그 누구보다도 충분하다.
“──개별 술식 전개.”
엘로디가 그 한마디를 내뱉은 순간.
나는 그 목소리가 변한 것을 느끼고, 풍기는 분위기가 바뀐 것을 보고 다시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의 뒤에는, 엘로디가 서 있었다.
엘로디 드 이니에스 리샤에.
그녀는 푸른 눈을 고고히 반짝이며, 이 꿈의 풍경을 다 빨아들이는 듯한 마나를 꺼내었다.
개별 술식 전개
화염마법 4식
원소 저항, 착탄, 확산, 마나 대체 …… 명명, ‘지옥불’
바람마법 4식
범위 증가, 이격 발동, 고속 회전, 상승 기류 …… 명명, ‘폭풍시’
……추가.
번개마법 2식
중첩, 연쇄 …… 명명, ‘연쇄 번개’
술식 결합, 집속
삼원소 조합
엘로디 오리지널, ‘주작오름 – 무간지옥’
그렇게 펼쳐낸 마법은 엘로디의 검지 위에 물방울처럼 자그맣게 담겼고,
그녀가 가볍게 던진 물방울이 가장 가까운 촉수에 닿은 순간,
콰아아아아-!!!
“……!”
그녀가 자랑하던 불꽃의 폭풍이, 촉수를 따라 ‘연쇄’했다.
그 수많은 촉수는 오히려 확산하기 좋은 표적이 되었고, 폭풍은 모든 촉수를 집어삼키며 불타올랐다.
애초에 자기 몸인 촉수에게 도망칠 수 없는 괴물 또한 사방에서 밀어닥치는 불꽃 폭풍에 집어삼켜, 모든 눈이 번뜩 뜨고는 고통스럽게 불타올랐다.
나는 그 엄청난 광경을 멍하니 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엘로디를 보았다.
엘로디는 시원한 얼굴로 서 있었다.
언제나 당당한, 자신에 가득 찬, 무엇 하나 흠집을 낼 수 없을 것 같은 그 얼굴로.
그건 내가 본래 알던 콘스텔의 2학년 엘로디였으며,
“아.”
나 또한, 아이가 아닌 본래의 내가 되어 서 있었다.
엘로디는 은은한 미소를 품고 잠시 정면을 보다가,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히히, 어딘가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로 웃으며.
“안녕, 프론.”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