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29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296화(296/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296화
88장 리리의 기사(6)
리리는 긴장감을 높이며, 그럼에도 대담한 미소를 띠고는 프론디어를 보았다.
“나를 죽이겠다고?”
“필요하다면, 그리해야지요.”
마치 리리의 생사여탈권을 프론디어가 쥐고 있는 듯한 오만한 말. 그러나 프론디어의 감정 없는 눈동자는 결코 허세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는 프론디어가 리리보다 압도적으로 강해서가 아니다. 리리는 조디악이며, 프론디어는 최대의 힘을 내기 위해선 몇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다만 리리를 죽이겠다고 결정한 프론디어라면, 무슨 짓을 해서든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의 눈이 말하고 있다.
‘……아냐.’
리리는 섬찟한 공포가 눈앞에 드리우는 것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프로디어가 자신을 해하지 않을 거란 모종의 확신이 있다.
적에 대해서는 주저가 없는 프론디어지만, 상대가 적인지 아닌지를 확신하지 못할 경우, 프론디어는 상당히 신중해진다.
프론디어는 동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물며 리리는 만곶이 온다는 프론디어의 말을 믿고 전적으로 제국에 가세한 입장. 물론 프론디어가 그녀의 기사가 되어준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왜 저에게 아멜린의 호위를 맡겼죠? 아멜린을 지키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배제하고 싶으신 겁니까? 왜 그 선택을 제가 하도록 만들었죠?”
프론디어는 리리에게 물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역시 프론디어는 틈을 주지 않는다. 나른한 얼굴인 것처럼 보여도 빈틈이 없다. 그녀에게 접근하는 것 또한, 실제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리리가 지금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 또한 이미 들켰겠지.
“아니면.”
프론디어는 그걸 알면서, 어디 한번 열심히 생각해 보라는 듯 느긋하게 말을 이어간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궁금했을 뿐, 아멜린의 목숨은 아무래도 좋았습니까?”
프론디어가 이 질문을 한 순간, 그의 흑천이 사방으로 퍼져 살기를 흩뿌리며 리리를 노렸다.
무기의 형태가 아닌, 날카로운 가시의 모습을 띄고 뾰족한 날을 세운다. 어떠한 무구도 아니기에 특성을 갖고 있진 않으나, 그 예기와 프론디어의 오러가 실린 조합. 무시해도 될 공격은 아니다.
‘……이 질문으로 결정할 생각이야.’
리아 리스가 프론디어의 적인가, 아닌가.
즉 리리가 아멜린의 목숨을 어떻게 여기는가가, 프론디어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문제다.
암부의 비밀을 자기도 모르게 쥐고 있는 아멜린. 그것만으로도 위험하기에, 암부는 아멜린을 죽일 생각을 했다.
그것을 눈치챈 리리가 아멜린의 호위로 프론디어를 보냈다.
이 시점에서 사실 암부는 아멜린뿐만이 아니라 리리 또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 많은 임무 중에서 하필 프론디어에게 아멜린 호위 임무를 맡긴다. 우연이라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즉 리리는 아멜린을 지키려는 듯이 보였다. 적어도 암부의 비밀에 관해서는 한 배를 탄 것이 맞다.
이 사실이 ‘아직까지는’ 프론디어의 칼날이 리리에게로 뻗지 않는 이유다.
리리는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아니, 나에겐 반대였어.”
“반대?”
“나는 네가 제국을 등질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에 프론디어의 눈가가 조금 움직였다.
“……아멜린을 구하기 위해 제국을 적대한다. 제가 그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지금 실제로, 걔의 목숨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로 조디악을 적대할 각오를 품었잖아?”
리리는 이번 일에 그녀가 완전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제국의 병기로서 존재해야 할 조디악이, 제국의 암부와 적대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허나 프론디어라면 다르다. 현재 제국의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고 그 힘이 미지수이긴 하나 아직 조디악은커녕 아무 직책도 갖지 않은 인물.
아멜린의 호위를 맡기면 프론디어는 분명히 그 임무를 다할 것이다. 일이 잘만 풀리면 암부가 아멜린을 죽이려고 했었을 때 하필이면 프론디어가 호위였다고 하는, 억지가 심하긴 해도 암부의 불운이었다고 하는 헤프닝으로 넘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일을 방해한 것이 프론디어니까, 거기에 시선이 쏠린 잠시 동안은 리리도 암부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프론디어가 너무 빨리 알아챘어.’
프론디어는 처음 산적을 만나자마자 위화감을 느꼈고, 아멜린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를 알았다.
“……나는 네가 아무것도 모르길 바랐어.”
리리는 진심 어린 목소리를 내었다. 거기에 진짜로 진심이 담겨 있는지는 둘째 치고.
프론디어는 아멜린을 버리는 것도, 제국의 적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기에, 그 전부를 ‘없었던 일’로 만들어놓았다.
그런 건 리리조차도 불가능하다. 마차에 아무런 흠집도 내지 않고, 아멜린에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채 암부의 온갖 습격을 사전에 소거한다니.
그런 게 가능할 줄 몰랐기에 지금 이 상황인 것이다.
리리는 경계의 자세를 풀었다. 적대하는 프론디어를 두고 빈틈투성이로 몸을 내렸다.
언뜻 보기에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었으나, 이것이 가장 ‘원만하게’ 일을 무마할 수 있는 방법이다.
“네가 너무 깊은 부분을 파고들지 않으면, 너는 그냥 호위 임무를 한 것일 뿐, 이번 일과는 무관해질 수 있었잖아.”
리리는 애절한 표정으로, 목소리로, 프론디어에게 간곡하게 말하며.
동시에 그녀의 힘, ‘매혹’을 전개한다.
프론디어의 예상대로 리리는 악마가 맞았다.
칠죄종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힘을 사용할 수 있다. 마나나 오라로 감지할 수 없는 악마의 힘.
“너를 지키고 싶었어, 프론디어. 그래서 말하지 않은 거야.”
완전 무방비의 자세, 청초한 외모에 담긴 애절한 눈빛, 동시에 흘러나오는 악마의 힘.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그녀의 힘이 방 안을 채워나가, 프론디어를 에워싼다.
“하지만 너는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하구나. 몰랐어.”
“……리리.”
리리의 힘이 효과가 있는 듯, 프론디어의 목소리가 변했다. 어딘가 슬픈 듯, 동시에 안타까운 듯 리리를 바라보는 프론디어의 시선.
거기에 용기를 얻고 리리는 작은 걸음을 내디딘다.
“너에게 그 정도의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내가 진작 너에게 이 상황에 대해 설명을,”
쉬익!
콰아악!
리리의 얼굴 옆을 무언가 스쳤다.
공기를 절단 내는 것 같은 무서운 속도의 칼날이 벽에 꽂혔다.
주륵, 리리는 자신의 뺨에 흐르는 피의 감각에 잠시 굳었다.
프론디어를 설득하기 위해서, 정확히는 그녀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녀는 정말로 ‘완전한 무방비’였다.
조준이 조금이라도 빗나갔다면 칼날은 리리의 머리에 꽂혔을 것이다.
“……프론디어……?”
리리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능력이 사전에 차단당했다면 모른다. 아니면 프론디어가 경계를 하고 있거나. 보호 마법이든 뭐든 걸어두어서 그녀의 힘에 저항했다거나.
하지만 그런 것 하나 없이, 방금 프론디어는 리리의 매혹을 직격으로 맞았다.
그 상황에서 이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 리리에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게 당신의 대답입니까……?”
“……!”
프론디어가 칼날을 조준한 손. 그 끝이 떨고 있었다. 분노와 슬픔으로 떨고 있었다.
프론디어는 리리를 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리리는 자신의 능력에 걸렸다고 믿었으나, 정확히 반대였다.
그녀의 힘이 오러와 마나로는 감지하지 못한다고 한들,
프론디어의 감지를 벗어날 수는 없다.
“제가 당신을 죽여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프론디어의 목소리가 떨린다. 감정이 제어가 되지 않아 겉으로 드러난다.
언제나 나른하고 태평하던 얼굴에, 위협이 닥쳐와도 오히려 더욱 가라앉았을 뿐인 프론디어.
그런 그가 감정 제어에 실패할 정도의 분노를 느꼈고,
“한데 나에게 악마의 힘을 사용하려 드는 것이.”
“……아.”
리리는 그것을 마주한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오러를 끌어올렸다. 판단이라기보단 공포에서 촉발된 행위였다.
도망쳐, 이곳을 빠져나가, 출구는? 창문은 프론디어가. 문으로 나가, 빨리, 가만히 있지 말고, 어서, 움직여, 발을 움직여, 리아 리스!
프론디어의 말을 일일이 듣고 있을 필요가 없다. 그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동안에 움직이는 것이 그녀의 희박하고도 유일한 활로.
생각을 결정하고 리아 리스가 발에 힘을 주었을 때.
그 순간 그녀는 프론디어의 눈과 마주한다.
“그게 너의 대답이냐, 리아 리스.”
“…….”
리아 리스는 생각했다.
인간이, 저런 눈을 할 수가 있구나.
……아, 도망쳐야, 하는데…….
“──흐읍!”
리아 리스는 떨어지지 않은 발을 억지로 움직여 문 밖으로 달려나갔다.
이미 한참 늦은 것 같았는데 다행히 문 밖으로 나가는 데 성공했다.
이대로 복도를 빠져나가서 다른 창문이나 정문으로 나가기만 하면 도주가 가능할 것이다.
프론디어의 비행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몰라도, 날아가는 거라면 리리는 꽤 자신이 있었으니.
‘……저게 뭐지?’
허나 리리는 달려가는 도중, 정면에 낯선 무언가를 발견한다.
처음에는 바닥의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수직으로 뻗은 빛은 새어 들어온다고 하기에 너무나 인위적이었다.
하지만 당장에 도망갈 길은 이 방향뿐이었기에, 리리는 아주 조금 더 가까이 갔고,
“……아.”
그것이 작은 빛기둥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긴급히 멈춰보았으나.
메노소르포
확장 개방, 물결
대상 – 공방
그물
빛기둥은 순식간에 퍼져나가, 마법진의 영역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동시에 새까맣게 만들어지는 벽들의 구조물이 리리를 에워싼다.
공방, 그것은 지금 막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다.
콰득, 콰드드득!
콰지지직!
콰아아아앙!!
공방은 현실에 등장하여, 리리의 저택을 자신의 영역으로 밀어붙여 부수고, 으깬다.
본래 프론디어는 리리와의 상황을 조용히 정리하려 했으나,
지금의 그에게 그따위 것을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아.”
깨달았을 때 리리는 이미 프론디어의 공방 안에 있었다.
리리는 이 공방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황궁에서 메타모프의 재앙을 사로잡기 위해 사용했을 때.
그때와 거의 똑같은 수법으로 리리는 갇힌 것이다.
“……후…….”
리리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녀의 저택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었는데, 이 공방이 완성된 순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완전한 무음, 정적.
리리의 땀이 턱 끝에 흘러, 땅으로 추락하고.
똑-
그 소리가 땅에 닿는 것마저 들릴 정도의 적막.
‘빛이 부족하긴커녕, 전혀 존재하지 않아.’
악마의 눈으로도 이 방의 내부를 전혀 볼 수 없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밀폐성.
이 공방이 프론디어가 만들어낸 거라면, 이미 그녀는 그의 영역 안에 완전히 사로잡힌 셈이다.
고래에게 먹힌 물고기가 위액에 녹기를 기다리는 꼴.
“……윌 오 더 위습.”
리리는 간단한 빛마법을 사용하고 그제야 주위를 볼 수 있었다.
“……무기고……? 아니, 콜렉션인가……?”
그녀의 사방에 번쩍이는 무구들. 그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것들이며, 애초에 스케일이 만만치 않다.
이 한층만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는 무기의 행렬.
“프, 프론디어. 진정해. 이건 약간의 오해가.”
저벅.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을 내딛으려 할 때.
쉬쉬쉬쉬쉭!!
진열된 무기들이 날아들어 리리에게 쇄도한다.
“아, 으.”
리리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무기들은 리리의 목, 어깨, 허리 할 것 없이 전신에 그 칼날 끝을 대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인다면 리리의 몸 어딘가 하나는 없어질 것이다. 어느 한 부분도, 손가락 끝 조차도 움직일 수 없다.
‘……그래, 내가 오만했어.’
리리는 프론디어가 자신을 헤치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믿는 사이, 그를 자신에게 끌어들이기 위해 악마의 힘을 사용했다.
“……프, 프론디어.”
리리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겨우겨우 목소리를 내었다.
“미안해. 내가 건방졌어.”
리리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진심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 ‘진심’은 아까의 ‘진심 어린 목소리’ 따위와 완전히 똑같은 음색이기에, 그것이 도리어 리리를 불안하게 한다.
‘……아냐, 그래도 다시 얘기해 보면 분명히…….’
리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프론디어를 기다린다.
……1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났을 때.
“……설마.”
리리는 여전히, 손 끝 하나 움직일 수 없이.
“오지 않을 생각이야?”
그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등골을 스며든 공포에 몸이 움찔 떨린다.
“윽!”
그리고 움직인 만큼 정확하게, 그녀의 몸이 칼날에 베여 피가 주륵, 흘렀다.
허나 공포는 멎지 않고, 서서히 떨리는 몸이 그녀를 상처 입히고, 고통에 반응하는 몸이 다시 상처를 낸다.
그 반복에, 반복이, 반복하며, 그녀의 눈망울이 서서히 떨리는 와중에도.
공방 어디에도 있지 않은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리리였으나.
──프론디어는 여전히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