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349)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349화(349/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349화
102장 반복(3)
그 뒤, 프론디어는 우선 바엘을 돌려보냈다.
이미 여기서 상당수의 저급 악마들이 죽은 이상, 아고리스에서 이 이상 희생을 내는 건 망설일 것이다.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도 바엘은 필수 불가결했다.
“나를 이대로 보내준다는 건가?”
도리어 바엘이 프론디어를 의심했다.
프론디어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우리는 같은 편이잖아?”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는 프론디어. 악마에게 건네는 웃음이 너무 친근하다.
“……좋을 대로 해라.”
바엘은 그렇게 말한 뒤 떠나갔다. 제국이 아닌, 아고리스가 있을 서쪽 방향으로.
그걸 지켜보던 마르코가 말했다.
“악마에게 같은 편이라는 건 없다, 프론디어. 그저 순간의 이득을 위해 손을 맞잡을 뿐. 그게 아니라면 그에게 복종하거나, 그의 위에 올라서는 방법뿐이야.”
“그래, 알고 있어.”
바엘은 지금 프론디어의 악마의 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바엘은 판테모니엄에 패배해 퇴출당한 자다. 그걸 프론디어가 억지로 다시 데려왔을 뿐. 그러니 둘은 복종 관계가 아니다.
프론디어도 바엘을 완전히 믿을 마음은 없다.
하지만 서로의 이득이 확실한 상황에서, 믿고 안 믿고는 딱히 중요치 않다.
멍청한 게 아니고서야 지금 뭘 해야 할지는 바엘이 더 잘 알 테지.
“넌 네 걱정이나 해라, 마르코.”
프론디어는 마르코에게 말했다.
“바엘은 그냥 보내줬지만, 넌 그렇게 되지 않아.”
마르코는 지금 사탄의 부하다. 여전히.
게다가 프론디어가 마르코의 상황을 바엘에게 까발렸으니 72악마로 다시 가기도 어렵다.
마르코가 양손을 들었다.
“나는 너에게 이미 항복했다. 그래서 그만한 정보를 다 알려주었지. 그렇지 않나?”
“하지만 아직 악마의 힘을 너에게 사용하지도 않았지.”
힘의 우위를 가려 보다 확실하게 자신의 편으로 삼을 수 있는 악마의 힘. 프론디어는 마르코에게도 그것을 사용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마르코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소용이 없을 거다. 악마의 힘 자체는 통하겠지만, 그것으로 복종의 효과를 기대하진 못할 거야.”
“왜지?”
“나는 이미 사탄에게 악마의 힘을 받은 상태다. 악마의 힘은 덮어씌워지지 않아.”
“……설령 내 힘이 사탄보다 강하더라도 말인가?”
그 말에 마르코는 웃었다. 그건 딱히 프론디어를 얕본 게 아니라, 그의 호기심이 발동했던 탓이다.
“나도 궁금하군. 어느 쪽의 힘이 더 강한지 말이야. 하지만 설령 네가 더 강하다고 한들 마찬가지다. 그런 게 허용되었으면 악마는 자기보다 강한 악마가 악마의 힘을 사용할 때마다 복종 관계를 끊어버리고 새로운 악마를 섬길 것이다. 그래서야 엉망진창이지.”
악마의 힘을 한 번 받은 악마에게는 다른 악마의 힘이 통하지 않는다. 그런 게 가능하면 설령 악마의 힘을 사용하더라도 부하를 신뢰할 수 없다. 언제 다른 악마가 채갈지 모르는 일이니.
“나에게 악마의 힘을 사용해 복종시키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사탄을 죽이는 것이지.”
“……순서가 완전히 반대로군.”
“하하하. 그렇지.”
프론디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마르코에게 악마의 힘을 사용하는 건 포기하고, 생각해 둔 일을 마저 하자.
“너는 이대로 나와 함께 갈 것이다.”
“어디로 말이지?”
“내 친구들에게. 네놈이 지금 말한 것을 그대로 들려줘야겠어.”
마르코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나를 다른 인간들과 만나게 하겠다고? 네 입장만 난처해질 것이다.”
제국의 사람들은 악마를 용납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전부 전할 경우, 프론디어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악마의 편이 되었다든가, 악마를 다루는 더한 악마라든가 하는 말이 나오겠지.
“상관없어.”
프론디어는 말했다.
“어차피 나 혼자 해결할 수는 없으니.”
* * *
상황이 정리되고, 아스터는 프론디어와 다시 연락했다.
양쪽 다 별문제 없이 일을 끝낼 수 있었다.
둘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아스터는 프론디어의 목소리를 모두에게 들려주었다.
프론디어가 전화 건너편에서 말했다.
─그럼 만나자. 장소는 너희들이 갔던 저택에서.
그 말에 아스터와 다른 이들이 서로의 눈을 보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사이벨이 말했다.
“저택이라면, 그 악마들이 왕창 모여 있던 거기?”
─응. 거기서 설명하는 게 이해하기 쉬울 테니까.
딱히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프론디어의 목소리.
하지만 이들 모두는 이유 모를 불안을 느꼈다.
그 저택에서 만난 이들은 분명 모두 악마였다. 허나 그들은 아스터 일행에게 협조했고, 그것은 틀림없이 프론디어의 힘이다.
그렇다면 프론디어는 대체 어떻게 한 걸까?
악마와 협력하는 인간이라니, 이들 모두는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너 괜찮은 거지?”
엘로디가 물었다.
─응. 괜찮아. 다 설명해 줄 테니까.
프론디어가 그렇게 단언하니 다른 이들도 무어라 반박할 수는 없었다.
장소는 조금 걸리지만 그들 모두도 프론디어를 만나고 싶어했으니.
여기서 엘로디 말고는 전쟁 이후 프론디어와 만난 사람이 없다. 물론 셀레나도 있긴 하지만, 그녀도 전쟁 끝난 뒤 일주일 뒤에 보고 지금까지 보질 못했으니.
“좋아. 거기서 봐.”
─그래.
짧다면 짧게 끝난 통화.
아스터 일행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부상을 확인하고, 서로의 상태를 보고, 마음을 한데 모으는 눈빛.
“좋아, 가자.”
아스터의 선언으로 그들은 모두 움직였다.
물론, 폐가에 있던 악마들은 모두 죽었다.
아스터는 이곳에 있는 악마들 중 단 한 놈도 남겨두지 않았다. 루니아가 마법진으로 구속했던 악마까지도.
…….
그들이 저택에 도착했을 때, 프론디어는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악마들과 함께.
‘어떻게?’
물론 굉장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방벽을 넘어 서쪽 끝에 있던 프론디어가 어떻게 그들보다 더 빨리 올 수 있지?
그들은 프론디어가 오두막과 연결된 포탈이 있다는 걸 모른다. 그리고 그의 오두막에서는 이 저택까지가 그들보다 더욱 가까웠다.
“프론디어!”
물론 그런 의문보다는 우선 반가움이 앞섰다.
프론디어의 얼굴을 보고 만면에 화색을 띤 동료들. 그들을 보며 프론디어는 마주 웃었다.
그 자신조차 참으로 오랜만에 지어보는 편안한 웃음이었다.
“프론디어! 잘 지냈어?”
“콘스텔은 왜 안 나오는 거야?”
“너 리아 리스 님의 기사가 되었다며? 무서운 소문이 있던데?”
“언제 돌아와? 콘스텔은?”
프론디어에게 다가간 이들이 모두 한 마디씩 던졌다.
프론디어는 오랜만에 날아오는 질문 세례에 조금 당황하면서도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다가 곧, 아스터에게 눈길을 돌린다.
“아스터. 오랜만이야.”
“그래. 정말로 고마워. 네 덕에 루니아를 구했어.”
옆에 있던 루니아가 조금 민망한 듯 딴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냐. 나 때문에 루니아가 납치된 거니까. 무사해서 다행이야, 루니아.”
거기서 조금 우물쭈물하던 루니아가,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동료가 위험할 때마다, 자기 탓으로 돌리면 안 돼.”
“응?”
“네가 아스터에 버금가는 실력이 되었다고 들어서 하는 말이야.”
이번엔 똑바로 프론디어를 보며 말하는 루니아.
“강한 사람은 동료를 상처 입힐 수밖에 없어. 적들이 그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노릴 테니까. 그럴 때마다 죄책감을 갖게 되면 끝이 없어.”
“…….”
“그건 네 탓이 아냐. 너와 함께 가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니까. 모든 건 자기 책임이지.”
그 말에 프론디어의 눈이 조금 커졌다. 자기도 모르게 손이 떨려, 움켜쥐었다.
“……뭐, 뭐! 나는 너랑 별로 친했던 건 아니니까, 이번 경우는 좀 억울한 면도 있지만!”
그러곤 다시 고개를 돌리는 루니아.
그에 프론디어가 웃었다.
“고마워, 루니아.”
“……됐어.”
다시 퉁명해진 루니아.
프론디어는 아스터를 보았다.
“역시 보는 눈이 있네, 너.”
“뭐 그렇지.”
둘의 대화에 고개를 푹 숙인 루니아. 얼굴이 붉어진다.
“자, 그런 얘긴 그만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죠.”
그녀를 구해준 건 다름 아닌 디에르 에이거였다.
“프론디어 선배, 우리도 어느 정도 정보를 얻긴 했어도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들려주실 수 있나요? 지금 어떤 상황인지.”
그에 프론디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전부 말해줄게.”
그렇게 말하고선 프론디어는 저택 내부를 둘러보았다.
“사실 너희들을 여기로 부른 이유는, 이 악마들에게도 할 말이 있어서야.”
“……역시 여기에 있는 이들 모두, 악마로군요.”
디에르가 주변을 둘러보며 긴장했다.
그러다 문득, 마르코에게 시선이 간다.
“……저 악마는 처음 보는데요.”
그에 디에르를 보는 프론디어.
“……설마 이 많은 인원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는 거야?”
“아뇨. 설마요. 어떻게 다 기억하겠어요. 근데 저 남자는 처음 봐요.”
……그럼 다 기억하고 있었다는 거 아냐? 조금 다른가?
“앗! 저 남자!”
거기서 누군가 소리를 높였다.
사이벨이었다. 그녀는 마르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적의를 불태웠다.
“나와 아텐이 싸웠던 악마야! 사탄의 악마라구!”
“……네, 맞아요. 틀림없네요.”
거기에 동의하며 똑같이 경계심을 높이는 아텐.
프론디어가 마르코를 보았다.
그에 한숨을 내쉬는 마르코.
“싸우고 싶었다만, 다친 건 내 쪽이다. 특히 저 사이벨이라는 여자에게 말이지. 불에 태워지고, 감전 당하고, 사지가 죄다 날아갔다. 그건 싸운 게 아냐.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거지.”
그 말을 듣고 사이벨이 외쳤다.
“야! 너! 누가 72악마 아니랄까 봐 말을 잘 놀린다? 그게 무슨 일방적 폭행이야! 아프지도 않았으면서!”
“무슨 소립니까? 굉장히 아프답니다. 재생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고통까지 없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거짓말! 죽지도 않는 놈이 고통을 왜 느끼는데!”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당신도 잘 알테지요.”
“그런 건 근거가 되지 않아!”
맞는 말이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일행들도 조금씩 전투 자세를 갖춰나갔다.
“잠깐, 미안하지만, 지금 마르코는 나에게 투항한 상황이야. 싸울 필요는 없어.”
“……투항?”
거기서 목소리가 바뀌어 되묻는 아스터.
“그런 걸 했다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지?”
“……아스터.”
“놈은 악마야. 그것만으로도 죽일 이유가 충분해. 한데 저놈은 콘스텔을 덮친 악마들의 리더야. 그런 놈이 이제 와서 투항을 한들 봐줘야 할 이유가 있나?”
“…….”
그에 침묵을 지킨 프론디어.
아스터의 말은 정론이었다. 마르코는 콘스텔을 공격한 악마들의 리더. 이들이 크게 다치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결과일 뿐이고, 당장에 여기 없는 로발드 리에프는 부상자다.
인간은 악마를 혐오한다. 악마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처치해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한 것이다.
“거기서 비켜, 프론디어. 죽지 않는 놈이라 했지? 어디까지 재생할 수 있나 시험해 보지.”
아스터의 손이 검으로 향한다. 그에 마르코의 눈이 낮아졌다.
물론 아스터의 일격으로도 마르코는 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맞아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고통은 느낀다는 건 사실이니까.
지금 마르코가 프론디어를 따르는 이유는, 지금 그의 목숨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유일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많은 인간, 게다가 이 모두가 범상치 않은 실력자들. 이 상황이라면 한 번 붙잡히면 그야말로 재생과 파괴가 반복되는 지옥이 펼쳐질 뿐이다.
그런 것까지 감내하면서 프론디어를 따를 이유가 없다.
“……마르코.”
그때 프론디어가 마르코를 불렀다. 무심코 그의 눈이 프론디어를 향했다.
“잠깐 자고 있어라.”
순간 마르코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리고 알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이, 개새끼가,”
털썩
마르코는 쓰러졌다. 허망할 정도로 갑자기.
그 황당한 광경에 모두가 놀라 프론디어를 보았다.
“뭐, 뭘 한 거야? 프론디어?”
엘로디가 놀라 물었다.
마법 능력과 감지가 탁월한 그녀도, 방금의 장면은 너무나 기이했다.
“……모두들, 말할 게 있어. 여기 저택의 악마들에게도.”
프론디어는 그렇게 말한 뒤 저택의 악마들을 쭉 둘러보았다.
이미 상당한 긴장감이 쌓인 덕에 모두가 프론디어를 보고 있었다.
“서쪽, 아고리스의 악마는 오지 않아.”
“……!”
“나와 여기에 있는 내 친구들이 막아냈으니까.”
그에 순간 소리를 삼키고 프론디어를 보는 악마들. 그들은 숨이 멎은 듯한 침묵 속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쿠궁!
이윽고, 그 무릎을 꿇고 프론디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택의 수많은 악마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으니, 거대한 소리가 안을 울렸다.
“……프론디어, 너 대체.”
거기서 아스터가 프론디어를 보았다.
그 눈빛이 서서히 의심과 적개심으로 물드는 것을 보고, 프론디어는 작게 숨을 뱉는다.
‘……뭐, 알고 있었으니.’
예상하고 있을 고통이라 할지라도, 아프다.
당연한 일이겠지.
“아스터, 그리고 모두들.”
프론디어는 아스터와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난 여기 있는 악마들을 구할 거야. 마르코까지 포함해서.”
“……진심이야?”
“그래. 그리고 그게 전쟁을 막아낼 방법이야.”
스릉!
아스터가 검을 빼냈다. 그 칼끝은 어느 누구도 아닌 프론디어에게 향했다.
“……악마는 적이야. 구할 필요가 없어. 그래선 안 돼.”
“미안, 아스터. 너도 알고 있겠지. 나는 내 적을 용서하지 않아. 그건 인간이라 해도 마찬가지야.”
프론디어는 알고 있다.
이 제국에, 악마가 가진 인식이 어떤지.
그리고 지금 콘스텔을 덮친 악마들의 존재로 인해, 이들이 악마 전체에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하지만 프론디어는 바로 얼마 전까지, 만곶과 싸웠다.
그 수뇌부는 악마였을지언정, 만곶은 전부 인간이었다.
프론디어는 악마와도 싸웠지만, 인간과도 싸웠고, 하물며 신을 적대한다.
그렇기에 그는 말했다.
제국의 인식을 알면서도.
“악마는 인간과 다를 게 없어.”
“……프론디어!”
아스터가 검을 양손으로 맞잡았다.
기울어진 칼끝, 아스터의 시선과 직선상에 위치했다.
“아스터!”
엘로디가 그를 막아보려는 듯 외쳤다.
말할 것도 없이,
아스터의 자세는 중단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