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350)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350화(350/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350화
102장 반복(4)
아스터의 검이 내뿜는 서늘한 살기.
프론디어는 그것을 눈앞에 두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 셀레나의 양손에 바늘 8개가 전부 장착되었다.
‘……안돼.’
허나 셀레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아스터의 ‘일섬’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이 거리, 아스터에게 바늘을 쏘는 것보다도 아스터의 속도가 빠르다. 그녀의 최대 사출 속도도 아스터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그림자 전이로 프론디어 님의 앞을……!’
그렇게 셀레나가 움직이려는 순간, 프론디어의 눈과 마주쳤다.
그는 눈으로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오지 마라.
‘윽……!’
물론 셀레나는 프론디어라면 그렇게 말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자기 호위가 위험하다며 이번 작전에 데려가지 않았던 프론디어다. 일섬을 대신 몸으로 받는 것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겠지.
“프론디어, 생각을 바꿔라. 악마를 이용한다는 건 위험한 판단이야.”
그동안 아스터는 프론디어에게 말했다.
이미 중단세의 자세를 취한 아스터. 그리고 셀레나가 스스로 늦다고 판단한 이때, 그를 앞서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스터, 그만둬.”
허나 그를 미리 막지 못하더라도, 경고를 할 수 있는 이는 존재한다.
“네가 만약 그걸 쓴다면, 난 너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엘로디는 ‘이니에스’의 눈으로 아스터에게 말한다.
그 경고는 진심이었다기보다, 사실에 가깝다.
누군가 프론디어를 해한다면 엘로디는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그것이 제국의 희망이라 불리는 아스터라 해도.
“프론디어가 엉뚱한 생각을 접는다면 끝나는 일이야.”
아스터는 말했다.
그에 프론디어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무리야, 아스터. 내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들 중에는 악마보다 더한 인간도 있다. 너라면 알 텐데, 아스터.”
“……나라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악마를 위험시하는 게 아니다. 프론디어, 악마는 인간보다 오러에 친숙하다. 그것이 왜일 것 같나? 그들이 인간보다 훨씬 더 본능적이기 때문이야.”
악마는 인간보다 ‘마’에 가깝다. 그렇기에 그들의 선천적인 오러의 발현은 재능이라기보다 종족 특성에 가깝다.
그렇기에 그들은 보다 본능적이며, 더 간단히 말한다면 야생에서 살고 있다.
“악마들은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족속이다. 그들은 충동을 제어하지 않아. 악마보다 더한 인간이 있다고? 악마는 전부 그 꼴이다. 인간이나 악마나 악한 마음을 먹을 수야 있지. 허나 그것을 절제하고 제어하는 것, 사회를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다.”
아스터의 담담한 말.
프론디어는 그것을 반박할 수 없기에 참으로 곤란하다.
‘당장에 악마들에게는 ‘욕망’이 있으니. 그것 때문에 인간 사회에서 겉돈단 말이지.’
프론디어가 예상컨대, 마계는 아마 철저한 힘의 논리로 이루어진 계급 사회일 것이다.
강한 자는 위에서 군림하고, 약한 자는 복종한다. 그 철저한 규율이 있지 않고서야 악마들의 욕망 충동을 다스릴 수가 없을 터.
“아스터, 지금 여기의 악마들과는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믿을 수 있는 녀석들이야. 내가 인간을 구하려고 했듯, 필요하다면 악마도 구할 것이다.”
“……그렇게 두지 않아.”
아스터가 내뿜던 오러가 서서히 사라진다.
그건 아스터가 싸움을 그만두려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아스터의 오러가, 전부 응축되어 완전히 갈무리되고 있는 것이다.
“너를 막아야겠어.”
프론디어는 아스터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뜻을 알았다. 프론디어의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번졌다.
“너답다, 아스터.”
그것이 신호가 된 듯.
탓!
아스터의 신형이 고속으로 나아갔다. 위로 쳐든 검은 일직선으로 내달려 프론디어의 눈앞까지 도달한다.
일섬, 그 어느 누구도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궤적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처억!
프론디어의 머리카락을 베고, 그 미간 앞까지 도달하여 멈췄다.
“…….”
“…….”
프론디어는 아스터의 일섬이 시작되어 그의 눈앞에 칼날이 도달할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디에르가 눈으로 보았다.
‘……흑천조차, 움직이지 않았어.’
디에르는 확신했다.
프론디어는 아예 막을 생각조차 없었다. 아스터가 그를 벨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
디에르 또한 아스터가 프론디어를 정말로 공격하진 않을 거라 믿었다.
다만 아예 없는 확률이 아니다.
아무리 적은 확률이라 해도, 리스크는 최대한 피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 그것도 자기 목숨이 걸렸다면 더욱.
‘아마 나라면 이 상황을 만들 거 같지 않아.’
디에르는 이 순간 느꼈다. 프론디어와 그가 가진 사고방식의 차이를.
머리를 굴리는 타입이란 점에서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너무도 달랐다.
엘로디가 말했던, ‘사람이 갈 길이 아니야’라고 했던 게 무엇인지,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주륵-
그때, 프론디어의 이마에 피가 흘렀다.
아스터의 검은 도중에 멈추었으나, 오러의 영향으로 조금 벤 것이다.
아스터는 말했다.
“……네가 참 마음에 안 들어, 프론디어.”
“미안해.”
아스터는 검을 거두었다.
자신의 생각을 전부 읽고 있는 듯한 프론디어, 그걸 알면서도 그 생각을 바꿀 수 없는 아스터.
결국 아스터는 프론디어를 막을 수 없다. 정말로 죽일 각오라도 하지 않는 한.
아스터는 프론디어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 얼굴은 참담했다.
“가라, 프론디어. 너를 막을 수 없고, 그렇다고 너를 도와줄 수도 없으니. 여기 있는 악마들에게는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하지.”
“……그래, 고맙다.”
프론디어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아스터가 이 악마들을 공격할 일이 없어졌으니, 일단 여기서의 목적을 완료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할 일이 있었다.
“자, 잠깐! 프론디어!”
그의 망설임 없는 걸음에 사이벨이 외쳤다.
허나, 프론디어는 말릴 틈도 없이 포탈을 만들어 넘어갔다.
프론디어가 포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갑자기 없어진 프론디어의 모습에 다른 이들은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왜.”
그때 들려온 목소리는, 아텐이었다.
아텐은 아스터를 보며 말헀다.
“왜 그렇게까지 했나요?”
“……악마의 편을 드는 걸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스터는 아텐에게 존칭을 사용했다.
지금 아텐의 모습이 ‘황녀’의 모습이었기에.
“거짓말.”
아텐의 무구한 시선이 아스터를 투과한다.
“당신이 그렇게 맹목적인 믿음만으로 움직일 리 없어요. 그것도 프론디어 씨를 상대로.”
아스터가 악마를 싫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들 모두가 그렇다.
허나 그만큼, 프론디어에 대한 신뢰는 그 어느 누구보다 두텁다.
이들은 모두 전쟁을 겪고 성장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프론디어가 무슨 일을 해왔는지 잘 알고 있다.
“무언가 생각이 있나요?”
“……생각이 아니라 걱정이 있습니다.”
아스터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저녀석을 믿고 있습니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깊은 생각이 있을 거라 짐작했죠. 저 녀석은 저를 성장시키기 위해 발두르의 말에 따라 제가 녀석을 멋대로 경계하던 것까지 기다려준 녀석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째서?”
아스터가 프론디어를 신뢰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방금의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
그에 아스터가 말했다.
“저녀석은 악마를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진심이든 아니든 간에, 저희는 그렇게 말하는 프론디어를 도울 수가 없죠.”
“……제국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테니.”
“지금 저 녀석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으득, 아스터는 어금니를 씹고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그에게서 거의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걸 아니까 일부러 말을 저렇게 하는 겁니다. 저 녀석이 저를 이해시키고 싶었다면, ‘악마와 인간이 똑같다’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구태여 그 말을 해서, 자기를 위험 인물로 보이려 했습니다.”
“…….”
“방금의 대화, 녀석은 일종의 거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따라오지 말라는, 그 근거와 동기를 전부 미리 만들어둔 거죠.”
그래서 아스터는 화가 났다.
프론디어가 그들을 거절하는 이유는 뻔하다.
이 뒤가 위험하기 때문에.
결국 프론디어는 하나도 변한 게 없는 것이다. 만곶과의 전쟁에서 단신으로 만곶의 심장을 꿰뚫으려 하던 그때와.
“……그리고 하나 더.”
그때 나직이 중얼거리는 음성.
루니아였다.
“저 녀석, 홀린 걸지도.”
“……뭐?”
옆에 있던 엘로디가 되물었다.
루니아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악마의 편이 된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는 없잖아. 쟤, 자기도 모르게 홀린 거 아닐까?”
“그렇게 보이진 않았는데. 평소랑 똑같은 모습이었고.”
“물론 아예 정신이 나간 건 아니겠지. 하지만 우리, 그, 알잖아? 옛날 프론디어, ‘인간늘보’라 조롱 받던 그 시절.”
“……아.”
그 말을 듣고 엘로디는 루니아의 뜻을 이해했다.
루니아가 계속 말했다.
“그거 소문으로는, 사실 악마에게 저주를 받았기 때문이었다던데? 하지만 콘스텔의 모든 사람들 중 그 사실을 알아챈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같은 반 학생들, 교사, 총장님까지도. 그저 심각할 정도의 게으름뱅이라고만 여겼지. 악마에게 홀린다는 것도 사실 비슷한 거 아닐까?”
“즉, 악마에게 홀리는 사람도, 겉으로는 그것을 알 수 없다……?”
엘로디의 말에 루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주를 버텨낸 녀석이니, 정말로 홀렸다고 해도 사실 큰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난 아스터의 말에 동의해. 프론디어는 위험한 일에 우리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고, 그래서 일부러 저렇게 말했어. 하지만 저런 행동 근원에 악마의 영향이 있다면, 아무리 현명한 녀석이라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수 있을까? 저렇게 머리가 좋은 녀석이 홀렸다면 도리어 더 위험한 거잖아.”
“…….”
“뭐, 사실은 그냥 멀쩡한 걸 수도 있지. 내가 말한 건 그냥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야.”
그럴 리가 없다, 엘로디는 말하고 싶었으나.
루니아의 말을 듣고 엘로디에게 떠오르는 게 있었다.
─만약 혹시나,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나를 막아줘.
프론디어가 엘로디에게 부탁했던 그 말.
듣고서, 엘로디가 결코 해내지 못할 것임을 스스로 깨달았던 그 한마디.
프론디어는 언젠가 이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건가.
“……나는.”
입술을 꾹 깨물고 깊은 생각을 하던 엘로디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 * *
시간이 흘러.
프론디어는 리리의 저택에 있었다.
그는 리리의 집무실에서 가만히 서 있었고, 리리와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러면.”
리리는 작성이 완료된 서류 몇 장을 모아 툭툭, 바닥에 두드려 정리하고는 말했다.
“축하해, 프론디어! 계약 완료야!”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는 프론디어.
리리와의 약속, 한 달 간 그의 기사가 될 것.
약속한 한 달이 마침내 끝났다.
“아쉽네, 프론디어. 좀 더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그러셨군요. 아쉬우셨겠습니다.”
“그럴 땐 ‘저도 아쉽습니다’라고 하는 거야! 빈말이라도!”
“하지만 리리 씨는 빈말이라는 걸 알아도 꼬투리를 잡아서 더 붙잡으려고 하실 거잖아요.”
“그건 그래.”
……그 대답으로 끝인가?
프론디어가 도리어 어처구니없어 하는 사이, 리리가 말했다.
“그럼 당분간 전쟁 위험은 없겠네? 잘해주었어, 프론디어. 이 건은 내가 보고서를 이쁘게 작성해서 황궁에 올리도록 할게.”
“마법진에 관해서, 엘리시아에 대한 공적을 명확히 기술해 주세요.”
“알았다니깐.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녀석이네.”
“……그런 게 아닙니다.”
“나도 알아! 나한테는 관심도 없으니깐, 너!”
전혀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화를 내는 리아 리스.
그 말을 듣고 미묘한 표정을 짓던 프론디어,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그 건에 관해 잠시, 리리 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문득 생각난 듯.
프론디어는 가볍게 숨을 들이키고, 리아 리스에게 전한다.
“리리 님은 사탄의 부하였습니다.”
“……뭐?”
“기억하십니까?”
그에 멍하니 프론디어를 바라보는 리리.
그녀 자신도 잘 알다시피, 프론디어의 눈동자는 그저 흑색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