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369)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369화(369/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369화
108장 심문(2)
“프론디어……!”
하글리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나를 본다.
단언컨대, 지금 내 눈빛이 이와 정확히 똑같다고 자부한다.
“오냐. 보고 싶었냐?”
“쳐죽일 날을 매일 같이 꿈꾸고 있었지.”
“그 꿈은 깨라.”
덥썩!
나는 하글리의 뒷덜미를 잡아 몸을 일으켰다. 셀레나의 얘기대로라면 하글리는 학자이자 마법사. 힘 싸움에서 나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하글리를 의자에 도로 앉혀놓고, 나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우리 형한테 요상한 소릴 지껄인 모양이구나.”
내 말에 하글리는 입을 비틀었다.
“요상한 소리라니. 너에게 감사를 받아도 모자랄 판에.”
“감사라.”
“그래. 아무도 몰랐던 너의 재능을 네 형에게 전해줬잖나.”
그 말에 나 또한 웃었다.
그렇군. 대강 예상이 간다. 하글리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내 해석 능력을 떠벌렸구나.”
“그래. 네 가족들보다도 내가 먼저 알아챘으니, 알려주는 게 도리지. 앗지에는 제법 놀라더군.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는 얼굴로 말이지. 하기야 가족 전체가 무능이라 생각했으니 무리는 아니지.”
과연.
그런 식으로 앗지에에게 떠벌렸다면, 책임감 넘치는 앗지에가 받을 상처를 짐작할 수 있다.
‘앙페르까지 듣지 않은 게 차라리 다행인가.’
앙페르는 티를 내고 있진 않지만 앗지에가 했던 말과 주변 상황을 미루어볼 때, 아마 현재 가장 마음 고생이 심할 것이다. 거기에다 또 기름을 끼얹고 싶진 않다.
“어이 프론디어. 나는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 네 재능을 찾아준 건 다름 아닌 나야. 분하지도 않나? 그 오랜 세월 동안 무시와 경멸을 받으며 살아왔잖나. 네가 분노해야 할 상대는 내가 아니야. 로아흐다. 로아흐가 너의 적인 거야.”
로아흐가 나의 적이라.
최근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자꾸 들으니 신물이 나려고 한다.
아무래도 이 세상이 정말로 내가 그렇게 생각하길 바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걸 앗지에에게 말해서 네놈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
“글쎄. 나는 그저 네놈 형의 딱딱한 얼굴을 구겨보고 싶었을 뿐이야. 내 생각대로 되었으니 만족한다.”
그럴 리가.
이놈이 그런 감정적인 발상으로 일을 벌였을 리 없다.
실제로 덕분에 앗지에가 나에게 능력을 물었고, 나는 그에 답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이곳에 도착했고.
앗지에가 내가 여기에 오는 것을 말린 이유도, 아마 이 과정 전부가 하글리의 계획 안에 있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 뒤부터는 이놈의 생각대로 놀아날 생각이 없다.
하글리는 내가 자신의 말에 반박할 거라 생각하겠지만, 난 딱히 그럴 생각으로 온 게 아니다.
놈은 아마 대체로 사실을 앗지에에게 전했을 테니.
그래, 나는 그따위 사실에 아무 관심이 없다.
“하글리.”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종이와 연필을 집었다.
연필에 글자를 적고, 하글리에게 내밀었다.
“이걸 봐라.”
“……!”
그 글자를 확인하자마자 눈을 크게 뜨는 하글리.
“이건……! 네놈, 설마!”
“그래.”
딱히 감출 것도 없다.
“고대어다.”
내가 종이에 적은 것은 고대어다.
다른 사람은 못 알아봐도 하글리는 알아볼 터.
“읽어보겠나?”
“……어디서 헛소리를! 고대어는 마나를 새기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그러니까.”
나는 종이를 좀 더 앞으로 내밀었다.
“읽어보라고.”
하글리는 내 말에 수상쩍다는 듯 나를 훑다가 다시 종이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마나를……!”
“그래. 온전한 고대어다.”
프론디어의 재능은 하글리의 예상을 이미 웃돌고 있다.
아니, 이건 재능이라기보다, 프론디어가 이 악물고 연구와 공부에 매진한 결과다.
프론디어는 해석만이 아니라 스스로 제대로 된 고대어를 적을 수 있다.
“하글리, 고대어는 네놈 평생의 연구였지.”
“윽……!”
“그러니 읽어봐라. 내가 열심히 가르쳐줬잖나?”
하글리는 내 말에 이를 악물고는 종이에 손을 가져간다. 보다 마나를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하여.
그러나 당연히, 읽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는 만곶에 고대어의 핵심을 전달한 적이 없고, 하물며 진짜 마나가 섞인 고대어는 완전히 처음 보는 것.
마나를 느낀다고 한들, 그 소리가 들린다고 한들 무슨 소리인지, 이 문자와 어떻게 대입해야 하는 건지를 모른다.
“……하글리. 네놈 생각은 잘 알아.”
“닥쳐라…….”
“내 고대어의 재능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챈 선구안. 그 힘을 제국에 팔고 싶은 거겠지. 덧붙여 고대어를 연구한 기록까지.”
“닥치라고! 지금 곧 해석할 테니,”
“메노소르포.”
파앗!
심문실 내에 마법진을 펼친다. 이 방을 채울 정도로만, 적당한 크기로.
“뭐, 뭐냐!”
“그 글자의 이름이다.”
“뭐……?”
“메노소르포라고 읽는다.”
나는 보란 듯 허공에 무기를 만들어낸다. 허공에서 마치 마술 묘기를 하듯, 내가 만들어내는 무기는 하나 같이 화려한 일면을 갖추고 있다. 황궁의 무기들이니까.
그걸 멍하니 바라보는 하글리. 아마 지금 이 순간도, 메노소르포의 원리와 공중에 떠다니는 무기들을 분석하고 있겠지. 고대어의 마법진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니.
휘익!
나는 손을 거두어, 만들어진 모든 무기들을 없앴다.
“미안하지만 하글리.”
“……!”
“나는 네놈의 ‘선구안’ 따위에 아무 흥미가 없다.”
“……뭔 헛소리냐. 내 능력을 어필할 대상은 네놈 따위가 아니라,”
“그 정체를 알기 때문이다.”
하글리의 눈이 부릅떠진다.
그의 반응들이 모두 전부 예상대로라, 내 눈은 점점 식어갔다.
이 느낌, 참 오랜만이다.
나는 점점 지루해지고 있었다.
“그 정체를 내가 제국에 떠벌리면, 과연 아직도 네놈에게 이용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구나.”
“가, 같잖은 허언은 집어치워라. 네놈이 내 선구안을 알 리가,”
“네놈은 선구안을 갖고 있는 게 아니야.”
“……! 아, 아니! 나는……!”
“네놈이 남의 능력을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대상자가 스스로.”
나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
딱히 하글리가 방해한 것은 아니고, 모처럼 내가 직접 하글리를 위해서 멈춰주었다.
나는 옆 면의 거울을 보았다. 저 건너편에는 에스더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다.
“……더 얘기할까? 아직도 더 증명해야만 하나?”
“네, 네놈이, 어떻게……!”
하글리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하글리가 스스로 어필한 자신의 능력. 타인의 재능을 알 수 있는 힘.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심리적인 트릭일 뿐, 진실은 단순하다.
하글리는 원래부터 환혹술에 능하다. 프론디어에게도 과거에 환혹술을 걸었고. 그의 트릭은 환혹술의 응용이다.
‘하글리는 당시의 프론디어만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고대어 해석을 하도록 시켰지. 고대어 해석은 만곶 전체의 프로젝트였으니.’
하글리는 프론디어의 재능을 미리 알아채고 접근한 게 아니다.
프론디어처럼 심약한 아이들에게 환혹을 걸어, 고대어 해석을 시키고, 재능의 편린이 보이는 이들을 추려나간 것. 마지막에 남은 것이 프론디어였을 뿐이다.
이건 하글리에겐 커다란 행운이었고, 지금도 아직 제국을 상대로 블러핑을 써먹을 수 있는 재료다.
물론 내가 없었다면 말이다.
‘하글리는 환혹을 걸어 대상자의 기억을 누락시키지. 그러니 내가 그 정체를 알고 있었을 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고.’
하지만 나는 프론디어이기 이전에 게이머다.
프론디어라는 존재는 게임에서 거의 잊혀지는 존재다. 그건 게이머 뿐만이 아니라 하글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만곶의 중추인 하글리는 게임에 종종 등장하고, 프론디어를 써먹지 못하게 된 하글리는 제 능력을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입으로 떠벌린다. 당시엔 ‘환혹술’ 자체가 그의 능력을 어필하는 기술이었으니.
그러니 즉, 하글리에게 애초에 타인의 능력을 알아채는 기술 따위는 없다.
아마 제국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뒤에도, 나에게 했던 똑같은 짓을 몰래 하려고 들겠지. 환혹을 통해 뭐라도 시켜보면 재능 한 두개 쯤은 발견하는 법이다.
꼭 그게 안되더라도 당장의 하글리는 처벌을 피하거나 줄이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해야 하니까.
“이봐, 하글리.”
“…….”
하글리의 눈동자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린다.
그 좋은 머리로 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써먹을 재료가 마땅찮을 것이다.
“네놈은 평생을 고대어 해석에 몸 바쳐 살았다던데.”
“……!”
“뭣 하러 그러는 거지?”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게도 어렵나? 고대어가. 그 뛰어난 머리로도 말이다.”
“닥쳐……! 닥쳐라! 네놈!!”
“네놈은 제국의 인정을 받고, 그 머릿속에 담아둔 고대어의 연구자료와 지식들을 지속하고 싶은 모양인데,”
나는 손을 모아 탁자 위에 올려두고, 놈에게 몸을 기울였다.
“나에겐 고대어가 그렇게 소중하지 않아.”
“네, 네놈…….”
“어느 정도로 가치가 없냐면 말이다. 그냥 네놈의 기분을 잡치게 하기 위해서, 제국에 고대어를 해독하는 방법을 전부 알려줄 생각도 있다.”
하글리가 지금까지 연구한 고대어의 자료들. 그건 꼭 해독만은 아니다.
그의 연구 자료들은 아마 그것 외에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학술 자료로서, 역사를 이해하는 개념으로도 적절할 것이고, 당시에 살던 인간들의 상황이나 환경을 추측해 볼 만한 근거가 되겠지.
하지만 하글리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건 ‘고작’ 그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제국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고대어를 읽을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걸.
“그런데.”
그래서 나는 여기로 왔다.
하글리의 머릿속 계획이 참으로 같잖아서.
“나의 형한테 헛소리를 지껄이고,”
“……!”
“형이 나에게 확인을 하게끔 만들고,”
“윽……!”
“내가 몸소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구나. 고작 그따위 계획으로 말이다.”
하글리는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감정이 치욕인지 분노인지, 이렇게만 봐선 잘 모르겠다.
하긴, 내가 알 바가 아니지.
“그딴 알량한 생각으로 나와 적이 될 생각을 했구나.”
하글리의 분노가 어떻든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의 분노뿐이다.
“하글리, 네놈이 스스로 벌인 일이다. 나의 적이 된 기념으로 내가 지금부터 할 일을 미리 전해주지.”
나는 하글리에게 내밀었던 종이를 다시 가져와, 고스란히 접어 품에 넣었다.
“우선 네놈이 그토록 바라는 고대어의 해독 능력, 일주일이면 제국 모두가 알 것이다.”
“……뭣……!”
“말했잖나. 나에겐 그만한 가치가 없는 언어다. 안 그래도 지금 제국의 학자들이 만곶에 적힌 고대어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잘 됐군.”
나는 일어섰다.
천천히 하글리에게 다가가, 그의 귀에 나지막하게 말했다.
“하지만 네놈은 모를 테지. 이 교도소 안에서 평생 썩을 테니.”
“……!”
“내가 여기 교도소장과 황궁에 전해, 특별히 너에게만은 고대어에 관련된 그 어떤 자료도, 어떤 정보도, 글자 하나 전해지지 않도록 해주겠다.”
“자, 잠깐…….”
“네놈이 평생을 목메던 것이 무가치해지는 걸 눈으로 똑똑히 봐라. 뭐, 너에게만은 여전히 가치가 있겠군. 너 혼자 그 방법을 모를 테니.”
나는 얼어붙은 하글리의 표정을 보았다.
──여전히, 놈이 뭔 감정이든 아무래도 좋다.
“똑똑히 기억해 둬라.”
나는 그저 전할 뿐이다.
“이것이 나와 적이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