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528)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528화(528/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528화
144장 모이라이(3)
“버릴 수만 있다면.”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연 것은.
“그러고 싶습니다.”
조디악 리드위였다.
리드위 우르파는 여전히 몰골이 초췌했다. 아무렴 오늘 술을 마시진 않았으나, 그간의 죽을 기세로 퍼부어대던 음주에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는 벌게진 눈으로 황제를 보았다.
“하나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조디악이 신력을 버리고 싶다 한들, 그게 뜻대로 되진 않는다?”
“신력을 갖고 있는 자는 그 힘이 마치 자신의 재능처럼 느껴집니다. 요리의 재능이 있는 자, 수학의 재능이 있는 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요리와 수학을 그만둘지언정, 그 재능을 버리진 못하는 법입니다.”
리드위는 특유의 사투리도 사용하지 않고 진중하게 말했다. 자리가 자리인 탓도 있으나, 지금 그에게는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리드위의 말에는 위화감이 있었다.
“아스터 에반스는 신력을 버렸잖아요?”
필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리드위는 잠시 생각하듯 눈을 낮추었다. 다른 조디악들도 그 의문에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콘스텔의 학생이었기에, 제가 감히 말씀을 올리자면,”
오스프리트가 입을 열었다.
“아스터는 스스로 버린 게 아니라, 신이 자신을 버리길 바랐다고 합니다.”
“버린 게 아니라, 버려졌다?”
“실제로 어떤 과정이 있었던 건지 모르나, 아스터는 발두르가 자신을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스스로 발두르를 버렸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신이 스스로 아스터를 떠났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신력을 버리려면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
“신력이 없어진 사람은 또 있습니다.”
오스프리트가 말했다.
“에드윈 폰 베헤르티오. 그도 신력을 잃었습니다.”
“……아, 헤파이스토스.”
기억이 났다는 듯 리드위가 말했다. 당시의 골렘 사건은 어디까지나 콘스텔 안에서의 일로 마무리 지었으나, 에드윈의 신력이 사라진 건 꽤 유명했다. 당시에는 몰락한 베헤르티오가 완전히 멸문하는 신호라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에드윈은 신력을 잃은 뒤 오히려 더욱 성장했습니다. 제작과 보안의 특출난 재능을 보이고, 이제는 베헤르티오뿐만 아니라 마공학 관리에 없어선 안 될 인재가 되었죠.”
지금의 에드윈은 게임에서 가문을 다시 부흥시켰던 그때 이상의 능력을 뽐내고 있다. 물론 신력을 잃은 직후에는 힘겨워했으나, 그 시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오스프리트가 말했다.
“아스터와 에드윈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신력을 잃고, 오히려 힘이 더 성장했다는 거군.”
듣고 있던 몬티가 답했고, 오스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또 한 가지?”
몬티가 되물었을 때, 답한 건 리드위였다.
“……신을 믿지 않는다.”
“!”
보다 무거워진 공기. 리드위의 나직한 음성은 듣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필리가 잠시 생각한 뒤, 아니, 생각을 함과 동시에 말했다.
“신력을 버리기 위해선 신을 믿지 않아야 한다. 자신을 믿지 않은 인간에게 힘을 줄 신은 없으니까. 앞뒤는 맞네요.”
필리의 음성은 담담하기에, 그래서 더욱 서늘하다.
신을 믿지 않는 것. 프론디어의 편에 선 이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나, 그 반대 측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어떤 관점에서는 그냥 신력을 잃는 것보다도 더한 문제일 수 있다.
결국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신력을 없애겠다고 방침을 정한 조디악은 없었다.
그들에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 * *
“미안하네, 앗지에.”
회의가 끝난 뒤, 앗지에에게 다가간 것은 오스프리트였다.
“무엇이 말입니까?”
“회의의 진행을 위해서라지만,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어. 힘든 역할이었을 테지.”
앗지에는 말했다.
프론디어가 악마라고.
그건 쓸데없이 논점이 이탈되지 않기 위한 말이었으나, 그 말을 뱉는 앗지에의 심정이 어떨지, 오스프리트는 감히 알 수 없었다.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앗지에는 고개를 저었다.
“프론디어가 저였다면, 틀림없이 이렇게 했을 테니까요.”
“동생을 믿고 있군.”
“이건 믿음이 아닙니다.”
앗지에는 작은 미소를 띠었다.
“제가 해야 할 일일 뿐이죠.”
오스프리트는 말의 내용보다, 앗지에의 미소에 놀랐다. 로아흐 가문의 사람들의 표정은 언제나 그를 놀라게 하지만, 이번 앗지에의 미소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따스한 미소다. 오스프리트는 바로 느꼈다.
“그러면 신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그것을 갖고 있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군요.”
앗지에는 신력이 없다. 사실 오스프리트도 마찬가지다.
이 둘이 ‘신력을 버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근본적으로 아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저 단편적인 이해에 그칠 뿐이다.
“그러나 조디악 리드위가 말한대로 그게 어떠한 ‘재능’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그걸 버리는 게 가능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 제어가 안 되는 힘이라곤 해도 그 힘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온 이들이야. 돌연 버리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일 리 없지.”
그리고 제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지금 조디악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자신들이 조디악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그와 더불어 자신의 가치가 그저 신력 하나에 매몰되어 부정 당하는 것을.
“앗지에, 만약에 말일세.”
오스프리트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었다.
“만약 조디악이 이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할 텐가?”
“신력을 버리는 것을 거부한다면 말입니까?”
“그렇네.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나아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조디악이 서로 분열할 지도 모르네.”
그에 잠시 생각한 뒤 앗지에는 말했다.
“조디악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선택은 그들의 몫입니다.”
조디악은 제국에 충성해 왔고, 전쟁에서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다.
그것이 신력의 도움 때문이었다 한들, 그들이 목숨을 바친 것은 틀림없는 사실.
“그러나 그로 인해 제국과 시민들이 위험해진다면, 저는 그것을 막을 뿐입니다.”
“프로로서 말이군.”
“예. 프로로서.”
앗지에는 프론디어와 달리 그 본인이 먼저 나설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역할에 충실할 뿐. 프로인 그는 그가 할 일이 있다. 자신의 영역 밖으로 넘어설 생각은 없다.
오스프리트가 그 말을 듣고 싱긋 웃었다.
“그러면 내가, 조디악의 분열을 막아달라는 의뢰를 보낸다면 그것도 들어주겠군.”
“……프로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만…….”
앗지에는 곤란한 듯이 미간을 조금 모으면서도.
“그러겠습니다.”
분명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 * *
황궁을 나선 앗지에는 차를 타고 저택으로 향했다.
다른 귀족들과 달리 그는 운전수가 없다. 스스로 직접 운전한다.
과거 그의 운전수가 습격에 의해 죽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운전대를 잡고서 정면을 주시하는 앗지에.
그는 지금, 지난날부터 지금까지 해온 생각을 그저 또 하고 있을 뿐이다.
‘……프론디어.’
프론디어가 제국을 떠난 날, 로아흐 가문은 변했다.
모두가 변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프론디어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제국을 떠났으며, 덕분에 제국은 평화를 되찾았다.
가짜의 적을 물리쳐서 얻은 가짜 평화.
그러나 가짜의 적 또한 적이고, 가짜의 평화 또한 평화이므로.
안 그래도 과묵하기로는 귀족 중에서도 정점에 있던 로아흐 가문은, 모두가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변했다.
앙페르도, 말리아도, 앗지에 본인도.
그들은 여느 때와 똑같은 일상을 계속했다.
앙페르는 영지를 지키고 기사단을 훈련시켰으며, 말리아는 콘스텔의 보건 교사 일을 계속했고, 앗지에는 프로가 되어 임무를 해결해 간다.
하나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의 일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껏 사람을 지키고자 힘써왔다. 영지도, 기사단도, 교사도, 프로의 일도 결국은 모두 그것을 위해.
그리고 그 사람들이 프론디어를 쫓아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우리가.
“프론디어. 돌아와라.”
앗지에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나 표정이 변할 것은 없었다.
“아버지가 힘들어하신다.”
앗지에가 엷은 목소리를 흘렸다.
그 이후의 말은 없었다.
그는 자신 또한 로아흐 가문의 사람인 것을 증명하듯, 정적에 잠겨 도로를 향해 차량을 쭉 당겼다.
부웅—
얼마나 향했을까. 제국과 로아흐 저택의 중간 지점쯤 도달했을 때.
그는 저 멀리서, 차도 한가운데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뭐지?’
그 의문은 수초에 지나지 않았다.
인적 없는 장소, 사람이 걷지 않는 차도, 제국과 저택의 중간 지점.
……살기.
쾅!
앗지에는 곧장 옆으로 날아 앞문을 부수면서 차 밖으로 빠져나왔다.
차는 그대로 질주해 차도에 서 있는 남자에게 도달했다.
콰드득, 무언가 이그러지는 소리.
앗지에는 일어서 차량을 확인했다.
“판단 빠르네.”
낯선, 그리고 어린 소년의 목소리.
소년은 세단 바로 앞에서, 차량의 앞 범퍼를 손아귀로 쥐고 있었다.
인간의 악력이 아니다.
“……넌 뭐냐.”
앗지에는 전투 자세를 완료했다. 허나 지금은 맨손이다. 그의 창은 차에 고정되어 있다.
소년은 앗지에를 보았다.
황금색의 눈동자가, 불쾌함을 내비치고 앗지에를 향했다.
소년은 말했다.
“존칭을 써야지.”
소년은 마치 인형이라도 내던지듯, 차를 한 손으로 들어 앗지에에게 던졌다.
후웅—!
“인간아.”
고속으로 날아오는 차량, 앗지에는 몸을 낮춰 아래의 빈틈으로 몸을 날려 피했고.
척.
다시 자세를 잡았을 때 그 손에는 창이 들려 있었다.
“호오. 보통 재주가 아니구나. 날아오는 차량을 피하기만 해도 바쁠 텐데, 부착된 창을 해제해서 손에 든다니.”
소년은 감탄하듯, 또한 평가하듯 말했다.
앗지에는 자세를 잡았다.
“다시 묻지. 넌 뭐냐.”
“상황을 모르는구나, 너.”
한숨을 내뱉는 소년. 한 발자국 앞으로 내민다.
그 발이 땅에 닿았을 때, 소년은 앗지에의 눈앞에 있었다.
‘축지!’
꽈앙!
앗지에는 창을 들어 막았다. 스스로는 무엇을 막았는지 몰랐다. 반사신경과 본능, 그리고 수없이 반복한 기본기의 결과였다.
막았음에도 앗지에는 몇 미터를 날아가 다시 착지했다.
“칠죄종을 쓰러뜨려서 그런가, 아니면 다른 신들의 꼴사나운 모습을 봐서 그런가. 요즘 인간들은 참 오만해졌어.”
앗지에는 소년이 말하는 동안, 다시 자세를 잡았다.
……방금의 일격으로 어깨와 손목에 심상치 않은 통증이 왔다.
“인간에 빙의한 신들을 보고 무언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빙의가 아니다.”
소년은 손을 펼쳐 가볍게 위로 들었다.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진 지면의 조각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강림한 거란다. 애송아.”
쉬이익—!!
앗지에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드는 돌조각들의 파도.
앗지에의 눈이 번뜩인다.
로아흐 검술
앗지에 오리지널
낙—
서걱!
앗지에의 기술보다 앞서, 그의 창이 잘려 나갔다.
“……!”
순간 앗지에는 몸을 굴려 돌의 폭풍을 피했다. 콰드드득, 하는 섬찟한 소리가 지면을 새겼다.
“너, 기술이 그거 하나라며?”
앗지에는 두동강이 난 창을 들고 다시 섰다.
돌조각들 사이로 오러가 날아왔다. 앗지에의 창을 순간에 베어버리는 오러가.
“상대의 무장뿐만 아니라, 공격의 기세 전체를 잠재우는 기술. 듣기에 참 대단하긴 한데, 목적한 대상 이외에는 처리하지 못하지.”
앗지에는 답하지 않았다. 소년 또한, 앗지에의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구태여 확인하고, 재차 물을 것도 없이.
——낙장의 약점을 알고 있다.
“안그래도 약점 투성이의 기술인데 이젠 창도 없고, 상대가 맨손이면.”
소년은 고개를 갸웃한다.
“넌 어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