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529)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529화(529/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529화
144장 모이라이(4)
낙장의 기본은 적의 손에서 무기를 놓게 하는 것.
처음부터 무기가 없는 상대에게는 당연히 통하지 않는다.
물론 앗지에는 낙장으로 상대의 원거리 공격까지 무마시킬 수 있으나, 낙장의 효과가 반감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무기를 사용하지. 무기를 잃는 순간 힘은 반감되고, 나도 잘 알아.”
소년의 말대로 인간의 전투, 전쟁의 역사는 무기와 함께 한다.
상대보다 앞선 무기가 전투의 승패를 가르고, 적은 그 무기를 흡수하고, 발전한 무기에 따라 전술이 변한다.
오러를 사용하는 전사들은 맨손으로도 충분히 싸울 수 있으나, 그들이 자진해서 맨손을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오러가 무기를 보다 강하게 만드니까.
바꿔 말해 앗지에의 낙장은 이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난 그런 신이 아니거든.”
소년이 다시 손을 뻗자, 마치 자석처럼 지면이 조각으로 부숴지며 그 손 앞으로 이끌렸다.
“그 부러진 창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지?”
쉬이익!
소년은 지겹게도 같은 방식을 반복했다. 원거리에서 돌조각을 발사한다.
앗지에의 낙장이 원거리에도 작용한다는 걸 알면서도 행하는, 오만의 극치.
앗지에는 자연히 또 한 번 낙장을 펼친다.
“멍청하긴.”
순간, 소년은 그 사이사이에 또다시 오러의 칼날을 쏘아낸다. 좀 전의 창을 베어버린 것과 같이, 이번엔 앗지에의 몸을 베기 위해.
슷─
허나 그 오러는 돌조각들과 함께 잠들었다.
“……호오.”
앗지에, 낙장의 범위를 늘렸다.
처음엔 오러가 동시에 날아올 것을 보지 못했지만, 아는 이상 보이고, 보인다면 그가 쓰는 낙장의 대상이 된다.
“용케 그런 짓을 하는구나. 그 부러진 창으로.”
“…….”
앗지에는 답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그저, 끝없이 모색 중이다. 상대가 누군지, 목적은 무엇인지.
‘이 비정상적인 힘. 일전에 만났던 악마를 아득히 넘고 있어. 스스로 자칭했듯 신이 확실한 것 같군.’
그렇다면 대체 어떤 신인가.
대체 누가 강림을 시켰는가.
‘신이 이 땅에 강림하는 건 쉽지 않아. 수많은 신도 혹은 아주 오랜 시간. 이 둘 중 하나라도 포함된 기도가 있어야만 해.’
그리고 보통, 이 두 가지 조건이 다 필요하다. 더불어 고정된 장소까지.
이 신의 강림을 위해서 어떤 단체가 오랜 시간 동안 기도했다.
무엇을 위해?
“신이 나를 노리는 이유가 뭐지?”
앗지에는 물었다. 앗지에는 당장에 그가 신에게 노려질 이유로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물론 프로의 일을 하면서 적을 많이 만들긴 했어도, 그 중 신이 들어있진 않을 터. 애초에 신력도 갖고 있지 않은 앗지에다.
“뭐? 하하하! 아냐, 아냐. 너 따위에겐 관심도 없다.”
소년은 크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목적은 네가 아니라, 프론디어다.”
“…….”
“뭐 정확히 말하면 나는 프론디어를 죽이는 게 목적이지만, 다른 쪽은 그걸 원하는 게 아닌 것 같아서 말이지.”
다른 쪽?
‘그렇다면 이 신은 다른 누군가로 인해, 프론디어를 노리는 대신 나를 노리기로 했다는 건가?’
소년의 황금색 눈동자가 무언가를 떠올리듯 하늘로 향했다.
외모처럼 말이 많은 신이었다.
“너를 죽여서 프론디어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그걸 노리는 쪽이 있거든.”
“……과연.”
앗지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 눈동자에 색이 엷어졌다.
앗지에, 그 자신을 노리는 거라면 어찌 됐든 좋았다.
이 신은 강하다. 이 자리에서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수다.
허나.
“널 여기서 죽여야겠구나.”
앗지에는 그저 판단하여 말한다.
소년은 그에 웃는다.
앗지에의 이 반응을 예상했기에, 일부러 말한 것.
이제 앗지에는 도망치지 않는다.
“모독을 뱉는 인간들은 참 귀엽단 말이야.”
쿵!
앗지에는 창대로 소년의 발을 막았다.
저 멀리에서 여기까지 도달하고 내딛는 발, 일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틀림없이 앗지에는 이 속도를 능가할 수 없다.
탕! 타닥! 쿵!
소년의 연속된 공격. 앗지에는 그저 방어로 일관한다.
“하하하! 그 부러진 창을 언제까지 들고 있을,”
슷─
한데 어느 순간,
“……?”
소년의 뺨에 상처가 났다.
고개를 틀어 피한 건 본능과 반사신경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자신의 얼굴에 날아오는 공격을 예상치 못했다.
‘뭐지?’
소년은 뒤로 물러섰다.
무언가 있을 수 없는 공격을 받았다. 앗지에의 자세에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공격을.
“후우.”
앗지에는 숨을 정돈하듯 뱉고, 창을 가볍게 휘둘렀다.
부러졌음이 분명한 창이, 그의 손을 따라 돌아갔다.
“……?”
소년은 지금 분명 괴이한 것을 보고 있다.
허나 신의 눈으로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창이 붙었다고?”
소년은 스스로의 의문을 입에 담았다.
그 뒤, 입가가 히죽 길게 열렸다.
* * *
프론디어는 다시 앞을 향했다.
이미 문틀은 없어졌다. 여기까지 온 이상 거인을 찾을 수밖에.
“여긴…… 동굴인가?”
프론디어는 사방이 좌우와 위아래가 돌로 가로막힌 굴 안에 있었다. 좁은 동굴인 듯했다.
판테모니엄은 승자의 에클렉시스가 남는다.
만약 이곳에 거인이 남아 있다면, 이 동굴은 신의 것이라는 뜻이다.
“신의 에클렉시스가 이렇게 좁고 어두운 곳이라니.”
프론디어는 우선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 거인은 보이지 않는다. 둘이 싸운 곳은 여기가 아니다.
저벅, 저벅.
얼마나 걸었을까. 프론디어는 코끝으로 바람 냄새를 느꼈다. 곧 커다란 장소가 나온다. 그런 직감이 왔다.
그리고 그 직감 그대로 그는 거대한 공동에 발을 들였다.
좁고 어두운 곳이라니, 그럴 리가 없지. 프론디어가 있던 곳은 어디까지나 입구였을 뿐이었다.
“굉장하군.”
프론디어는 고개를 높이 들어 눈가를 좁혔을 때, 간신히 동굴의 천장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공동의 높이는 높았고, 아득하게 넓었다.
“올림픽 종목 전부를 이 안에서 해도 공간이 남겠어.”
바닥은 동굴이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매끈하고, 원으로 둘러싸인 벽 위에는 계단이 빽빽히 둘러싸고 있었다.
이곳은 아주 거대한 경기장, 혹은 콜로세움이다. 그리고 하늘을 뚜껑으로 덮은 듯한 모습.
“이 모습은 어떤 신의 에클렉시스일까.”
프론디어는 조용히 읊조리며 주변을 살폈다. 어딘가에 있을 거인을 찾기 위해.
그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시야가 확 트인 넓은 공간, 그 중앙에는 사람의 형체가 있었다.
그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지독하군.”
한 남자가 중앙에서 수많은 창과 칼날에 꿰뚫려 서 있었다. 그 창과 칼들은 그저 무기만이 아니라, 분명히 쥐고 있는 인간들이 있었다.
다수의 인간이 중앙의 사람에게 자신의 무기를 찔러넣은 채, 그대로 굳어버린 듯했다.
“이게 이 거인이 패배한 순간인가.”
프론디어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거인의 얼굴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스슥!
인간 중 하나, 자신이 찌른 칼날을 빼냈다.
“!”
그걸 확인하고 프론디어는 뒤로 뛰었다. 그가 다시 착지했을 때, 거인에게 무기를 찔러넣은 전원이 프론디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은 오싹했고, 동시에 기이하기도 했다.
‘이 에클렉시스의 주인은 이미 떠났을 텐데, 그 힘은 여전히 가동하고 있다니.’
패자에게는 끝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지옥, 판테모니엄. 그 표현은 거짓이 아니다.
판테모니엄은 계속 가동한다. 승자가 떠난 뒤에도.
털썩.
꿰뚫렸던 무기들이 전부 빠지자, 거인이라 짐작되는 남자는 털썩 쓰러졌다. 미동도 없었다. 프론디어는 저 상태의 거인이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판테모니엄은 재입장을 허락하지 않아. 아니, 애초에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지.’
프론디어가 이곳에 있는 건 이 세계의 입장에선 버그 내지 이레귤러다. 없어져야 할 무언가.
어떠한 메커니즘인지, 아니면 메커니즘 따위가 없는 것인지, 이 판테모니엄은 이제 프론디어를 적으로 설정했다.
쿵! 쿵! 쿵!
거인을 찌른 인간들은 둔중한 걸음으로 프론디어에게 다가온다.
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올 수도 있겠으나, 그들은 대열을 맞추었다.
‘군대인가.’
움직임을 보아하니 저마다 제각각의 인간들이 아니다. 이 인물들이 하나의 팀이다.
프론디어는 손을 들었다.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어 그 중 하나에게 겨누었다.
‘시험 삼아.’
머리를 노려, 자신의 에클렉시스를 쏘아낸다.
텅─!
사실 소리가 나진 않았으나, 프론디어의 느낌으로는 그런 소리를 내며 머리가 날아갔다.
다만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적은 속도를 전혀 늦추지 않고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적들은 이 힘에 당했을 때 놀라서 몸이 굳어버리곤 했는데, 이 녀석들은 그런 게 없군.’
자기 몸 어디가 날아간다는 것에 충격이 없다. 아니 애초에 자각 같은 게 없다. 자의식도 없어 보이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군대야말로 신의 에클렉시스일 터. 인간처럼 보여도 어디까지나 힘일 뿐이다.
‘이 힘의 주인이 여기 없다는 게 오히려 귀찮아졌네.’
프론디어는 거리를 좁히는 적들을 보며 눈을 살짝 찡그렸다. 판테모니엄에서는 에클렉시스 이외의 힘을 쓸 수 없다. 다시 말해 흑천이나 직조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는 바엘이나 아테나도 마찬가지였고, 덕분에 프론디어가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다 날려 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저 거인도 함께 지워질 거야.’
지금 쓰러진 거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저 상황에서 프론디어의 힘까지 받아버렸다간 틀림없이 죽는다. 여러 가지 의미로.
게다가 프론디어는 아직 에클렉시스를 다루는 게 난폭하다. 연필로는 온갖 그림을 그릴 수 있으나, 지우개는 그저 지울 뿐. 그에 대단한 기술 같은 건 없으니.
‘하나하나, 확실하게.’
쉬익!
찔러 들어오는 창을 피하고, 손을 그어 다리를 지운다. 기우뚱하고 넘어지는 적.
그리고 다음 적을 노렸을 때,
우르르르─
“헉.”
프론디어가 긋는 손, 그 방향에 있는 적들 전원이 다리가 없어지고 몸이 고꾸라졌다.
프론디어의 표정이 싸해졌다. 신중해서 다행이었지, 그가 바라보는 직선상에 거인이 있었다면 그 몸까지 방금 잘라버릴 뻔했다.
‘그래도 물리적으로 다리를 지워버리면 어쨌든 전투 불능이 되네.’
프론디어는 판단하고 곧장 자신에게 오는 적들 전원을 고꾸라트렸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고, 양팔로 기어오고는 있었으나 위협이 되진 못했다. 보기에 좀 징그럽긴 해도.
“휴, 뭐 그래도 이 정도면 신의 에클렉시스가 그렇게 강력한 건 아니었,”
프론디어는 거기까지 말하고 생각했다.
이거 플래그라고.
철컥!
쾅!
쾅!
콰앙!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방에서 둔탁하고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거대한 공동의 사방 끝에 문이 부숴지듯 열렸다.
투두두두두─!
그 사방에서 쏟아지는 인간들의 발소리는 이미 걸음이라기보다 총소리를 닮았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어 프론디어에게 몰려왔다.
“……너무 반칙인데.”
탓!
프론디어는 빠르게 달려 쓰러진 거인의 곁에 도착했다.
잠깐 얼굴을 살폈지만 역시 본다고 알 리가 없었다.
중요한 건 거인의 곁에 도달했다는 거다.
프론디어는 거인을 등 뒤에 두고 손으로 한 번 쓸고,
몸을 돌려 거인을 넘어 다시 등 뒤에 둔 다음, 똑같이 손으로 한 번 쓸었다.
결과.
“휴, 위험했네, 위험했어.”
프론디어와 거인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거인은 누운 자리를 제외하면 온통 새까만 공간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