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535)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535화(535/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535화
145장 창천(4)
─도와줘.
프론디어가 디에르에게 전한 짤막한 메시지.
그와 함께 프론디어는 지도 한 장을 전해 위치를 표시했다.
디에르는 곧장 프론디어가 알려준 장소로 향했다.
그가 질주하는 속력은 말에 버금 갔고, 도착지까지 그는 쉼없이 내달렸다.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프론디어가 그를 그 장소로 부를 것을 이미 예측했다.
‘……앗지에 선배가 사망한 사건 현장. 프론디어 선배는 그곳에 있어.’
아마 거의 대부분에게 비슷한 내용을 전했을 것이다.
그래서 디에르는 고양감에 차올랐다.
‘선배가 나에게 연락했어.’
프론디어가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평생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프론디어 드 로아흐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때가 오다니.
그리고 그게 다른 누구도 아닌 디에르 자신이라는 사실에, 그는 각오를 다지며 나아갔다.
“……보인다.”
디에르가 연락 받은 위치에는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면면들을 달리면서 확인한 디에르는,
촤아아악!
그중 한 명의 얼굴을 발견하고 주욱 미끄러졌다.
“화, 황후 전하를 뵙습니다.”
필리의 앞에서 그는 완벽한 자세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물론 저 멀리서부터 그의 발까지 지면에 긴 자국이 남긴 했으나.
“네, 어서 와요. 디에르 에이거.”
디에르는 필리의 말에 움찔 몸을 떨었다.
황후가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 영광스러움과 동시에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프론디어 씨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황후가 가벼운 턱짓으로 어느 한쪽을 향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중앙. 프론디어의 등이 보인다.
‘선배가 날 기다렸다고?’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디에르를.
그 말만으로도 디에르는 심장 박동수가 증가했다.
디에르는 침을 삼킨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디에르는 일어선 뒤 천천히 나아갔다. 그가 한걸음 걸어감에 따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자리를 비켜주었다.
여기 모인 건 아무나가 아니다. 황궁 측으로는 황후 필리를 시작으로 황녀 셋, 엘리시아, 살레, 아텐이 있었다.
거기에 어떻게 먼저 왔는지 콘스텔 교사인 제인과 빈키스, 거기다 총장 오스프리트까지.
‘……이 멤버, 설마.’
그 얼굴들을 하나씩 지나치며 디에르는 생각했다.
이 멤버, 제국 내에서 손가락에 꼽을 지략가들이다. 프론디어가 어떤 의도로 이들을 모았는지 대강 짐작이 갔다.
전부를 지나치자 다다른 프론디어의 등.
디에르가 온 것을 알아채고 프론디어가 고개를 돌렸다.
“와줘서 고마워. 오랜만이네.”
“……오랜만이에요, 선배.”
디에르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겉으로 보았을 때 프론디어는 평소 같았다. 그 얼굴이 너무나 그대로라 마치 어제 만난 듯했다.
프론디어가 내색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나 되니 섬뜩할 정도다.
“오자마자 미안하지만 부탁할 게 있어.”
“네, 말씀하세요.”
디에르는 바라던 바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서 프론디어가 그를 기다렸다. 부응해야 마땅하다.
프론디어는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저기, 앗지에가 누워 있는 게 보이지?”
“……네.”
조금 떨어진 장소에 앗지에가 누워 있다. 어느 정도 반경 안에는 어느 누구도 그 근처에 있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지금 앗지에는 만질 수 없어. 그래서 어떻게 당했는지도 알기 어려워.”
“……그렇군요.”
“하지만 보는 건 가능해. 현장 상황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그 말에 디에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앗지에의 시신을 중심으로 꽤 넓은 공간이 비어있었다. 아마 출입을 금지시킨 것이리라.
당연한 일이다. 여긴 사건 현장이니까. 게다가 시신을 가져갈 수도 없으니 더욱 현장 보존에 힘썼겠지.
“이 현장을 보고서 네 나름대로 상황을 파악해 줄래? 의견을 듣고 싶어.”
그 말에 디에르가 프론디어를 보았다.
프론디어는 지금 디에르의 추리를 원하고 있다.
프론디어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시선이 디에르에게 향하고 있었다.
‘……이건.’
아마 틀림없이, 디에르가 오기 전에 여기 사람들은 대강의 상황파악이 끝났을 터.
허나 프론디어는 그 내용을 디에르에게 전달하지 않고, 디에르만의 추리를 원한다.
즉, 이들은 무언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 있다.
‘현장 이외의 정보를 주지 않는 건, 나도 같은 문제에 빠지지 않길 바란 걸까.’
디에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디에르는 모두의 시선을 뒤로하고 쓰러진 앗지에에게 다가갔다.
‘이런 현장 경험은 처음이네.’
이미 3학년인 디에르. 프로 체험을 통해 사건 현장을 살펴보는 건 자주 해본 일이었다. 게다가 디에르 본인이 이런 것에 능해 훌륭한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허나 대부분의 현장은 시신을 이미 치운 뒤인 경우가 많다. 아직 성인도 안 된 학생인 그의 참여는 사건 발생보다도 한참 나중이니까.
반대로 말해 디에르는 ‘사건 발생보다 한참 시간이 지난 현장’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아마 프론디어가 기대하는 부분도 그 점일 테지.
‘기대가 무거워.’
디에르는 침을 삼키고 몸을 낮췄다.
항상 시신을 치운 뒤의 현장만 보았는데, 이번에는 그의 눈앞에 앗지에가 있다. 디에르는 손을 내밀어보았다.
‘듣던 대로 만질 수 없어.’
손을 내밀고 있는 기분이 들지만 정작 내밀고 있지 않다. 묘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신을 만질 순 없어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디에르는 곧바로 가장 곤란한 점을 발견했다.
‘……사인을 모르겠어.’
앗지에의 몸에는 자잘한 상처가 있다. 아마 전투의 흔적일 테지. 그의 옷과 엎어진 자리의 땅이 피로 젖어 있어, 아마 상당히 처절한 싸움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 앗지에는 엎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몸 정면에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볼 수 없다. 만질 수 없으니 몸을 돌리는 것도 불가능. 적어도 등이나 사지에 보이는 상처는 대단치 않다.
앗지에가 아주 뛰어난 전사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지금 눈에 보이는 상처로는 결코 앗지에를 죽일 수 없다.
‘몸 정면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건가.’
디에르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먼 시선이 길가에 닿았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듯한 차량이 거기에 있었다.
디에르가 가서 살피니, 차는 앞범퍼가 찌그러져 있었다.
‘만약 앗지에 선배가 운전하던 중 여기로 박은 거라면.’
디에르는 바닥을 살폈다.
교통사고에서 늘 있는 것이 없다.
‘……스키드 마크가 없어.’
현장 상황이 제대로 보존되어 있다면 남아 있어야 할 바퀴의 브레이크 자국.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바퀴의 자국이 길게 남는 스키드 마크가 있어야 하는데, 이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
즉, 앗지에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서 무언가를 들이받았다.
디에르는 차의 앞범퍼를 다시 보았다.
‘……구겨진 모양이 이상해. 본넷 위가 말려 들어갔어. 이거 설마…….’
들이받은 충격에 앞범퍼가 찌그러질 경우, 앞범퍼는 깨져서 떨어지거나 안쪽으로 구겨진다. 그로 인해 본넷이 조금 들어 올려지거나 같이 박살 난다.
그런데 지금 이 차는 본넷이 말려 들어갔다. 그것도 본넷 위에서 안쪽으로.
‘……손아귀로 차를 쥔 건가?’
그 오싹한 상상에 디에르의 눈가가 찡그려졌다. 오러를 사용했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평범한 괴력이 아니다.
‘앗지에 선배는 차에 탔을 때부터 이미 상대가 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그대로 들이받은 거야.’
즉 앗지에의 적은 자신의 살기를 숨기지 않고서 앗지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정면으로 붙어서 앗지에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
‘처음부터 앗지에 선배를 노리고 있었고, 여기로 올 걸 알고 있었어.’
물론 앗지에의 경로를 아는 건 어렵지 않다. 사건 발생날 황궁에서는 회의가 있었고 앗지에가 참석했으니. 당연히 저택으로 돌아올 앗지에의 앞을 점하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앗지에가 다른 어디로 새지 않고 적이 예측한 그대로 저택으로 돌아왔다는 거다.
그러니 디에르도 적과 똑같은 예측을 할 수 있다.
‘앗지에 선배가 돌아오는 걸 노렸으니, 차는 본래 이쪽 방향에서 오고 있었어.’
디에르는 도로 중앙에 섰다. 그리고는 정면에서 보이지 않는 앗지에의 차량을 그려내었다. 황궁에서 로아흐 저택으로 향하는 방향, 그 방향 그대로 차는 달린다.
앗지에는 무언가를 보았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채 그대로 들이받았다. 본넷의 자국을 보아하니 상대는 차에 그대로 받혔으나, 손으로 차를 쥐었다.
“그렇게 내던져서 저곳으로 날아간 거군.”
디에르는 다시 한번 차를 보았다.
만약 디에르가 앗지에를 상대한 적이라면, 차도 앗지에를 향해서 날렸을 것이다. 즉 지금 차가 파손된 자리 근처에, 잠깐이나마 앗지에는 있었다.
‘위치를 보아하니 앗지에 선배는 차가 적에게 격돌했을 때, 이미 차량에서 빠져나왔어. 그래서 범인은 앗지에 선배가 있는 곳으로 차를 내던진 거야.’
만약 그걸 맞았다면 앗지에도 무사하진 않았겠지. 아마 피했을 거다. 지금 앗지에가 쓰러진 자리도 차량과는 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내던진 차량 따위에 앗지에가 얻어맞을 거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저거.’
이번에 디에르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서진 차량과도, 앗지에와도 가깝지 않은 곳.
그곳에 잘려 나간 창이 있었다. 디에르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앗지에 선배의 창이야. 틀림없어.’
현장이 대체로 그렇지만 이 주변은 특히 전투의 흔적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전투 도중에 앗지에의 창이 반으로 베어졌다.
그것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건 이 창이 지금 누워 있는 앗지에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즉 쓰러졌을 때 앗지에는 창을 들고 있지 않았다.
‘적과 싸우던 중 창을 놓친 건가? 아니면 스스로 버렸나?’
어느 쪽이든 앗지에는 상대를 맨손으로 상대해야만 했다. 힘겨운 싸움이었을 터.
‘……그리고 몇 번의 전투 끝에, 저 자리에서 사망…….’
디에르의 시선은 다시 처음 앗지에가 쓰러진 자리로 향했다.
차를 타고 돌아오던 중인 앗지에, 도중 범인을 만나 차를 그대로 적에게 들이받고 빠져나갔다.
그 뒤 적이 내던진 차량을 피하고 창을 이용해 전투, 허나 도중 창이 잘려나가, 맨손으로 싸웠다. 그래서 결국 범인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하여, 그대로 죽었다.
“어때?”
가만히 서 있는 디에르에게 프론디어가 다가왔다.
“대강의 상황은 읽은 것 같아요.”
디에르는 대답했고, 동시에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 계신 분들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 같아요.”
디에르의 추리대로라면 앗지에가 어떻게 죽었는지가 더욱 선명해질 뿐.
범인도 알 수 없고, 앗지에가 죽었다는 현실만 명확해진다.
아마 여기 있는 모두가 같은 추리를 했을 것이다.
그에 프론디어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짧은 대답.
디에르마저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이 옳은 거겠지.
디에르는 착잡한 마음에 고개를 내렸다.
앗지에가 살아 있길 바란다. 그 마음은 당연히 프론디어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디에르도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내심 직접 현장을 본다면, 다른 것을 발견할 거라는 기대를 했었다.
게다가 프론디어가 그를 불렀다는 건 무언가 미심쩍은 게 있다는 뜻 아닐까? 그런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허나 앗지에는 피를 흘린 채 엎어져서 죽었다.
상황은 일목요연하다.
‘……?’
거기서 디에르가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상황이 명확한데,”
“응?”
“범인은 왜 이런 귀찮은 마법을 썼을까요?”
“왜냐니, 어떤 효과를 가졌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앗지에를 죽이기 위해…….”
프론디어는 대답하려다, 스스로 모순을 깨닫고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아니, 말이 안 되는 구나. 전투에서 앗지에를 쓰러트렸으니, 굳이 마법을 쓸 필요가 없어.”
프론디어는 처음엔 앗지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와 싸워서 패배한 뒤, 그 결과가 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앗지에의 몸에 손이 닿지 않는 건 프론디어가 전혀 모르는 전투를 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다.
앗지에와 범인의 전투는 누구나 알기 쉬운 인간의 그것이었다. 전투의 흔적을 보면 명확하다. 미지의 무언가와 싸웠다기에 이 현장은 너무도 평범하다.
이상한 것은 딱 하나. 앗지에의 몸을 만질 수 없는 지금 이 상황. 온갖 마법사와 힐러를 불러도 해제할 수 없는 마법이다.
그런데 이것이 만약 전투와 별개로 범인이 해놓은 짓이라면.
범인은 앗지에의 몸을 만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디에르는 주변을 살폈다.
‘핏자국은 앗지에 선배가 쓰러진 곳 주변뿐. 다른 곳에는 없어.’
차량의 위치, 부러진 창의 위치, 그리고 앗지에가 쓰러진 위치를 보았을 때, 전투는 다방면에서 펼쳐졌다.
그리고 앗지에는 그 전투 동안 피를 흘릴 만한 상처를 입지 않았다.
오직 저 자리에서만.
그가 쓰러진 자리에서만 피를 흘렸다.
‘간단히 생각하면 이전까지는 순조롭게 대응하다가, 예상치 못한 일격에 당한 거야. 그게 죽음으로 이어진 거고.’
그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번에 죽은 건 앗지에 드 로아흐다.
그가 예상치 못한 일격이라는 게 대체 뭐지?
그런 사소한 의문으로 디에르는 다시 앗지에에게 다가갔다.
“디에르?”
“그냥 조금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디에르는 앗지에를 살폈다.
역시 만질 수 없어서 자세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디에르가 확인하려는 건 앗지에의 몸이 아니다.
피다.
“……!”
디에르는 앗지에가 흘린 핏자국에 손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알았다.
이 피도 그의 손이 닿지 않는다. 앗지에의 몸에만 접촉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이 핏자국에도 접근할 수 없다.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디에르가 생각한 대로 정말로 범인이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서 마법을 쓴 거라면.
앗지에의 몸이나 이 피에 대해 알려지지 않길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이 핏자국이 만약에.”
디에르는 프론디어에게 말했다.
이미 같은 생각에 도달한 그에게.
“앗지에 선배의 피가 아니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