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537)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537화(537/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537화
145장 창천(6)
프론디어는 긴장감에 식은땀을 흘렸다.
엘로디는 아스터에 버금가는 강자다. 마법의 순수한 파괴력으로는 당해낼 자가 없으며, 오스프리트 다음으로 누구보다도 대마법사에 가까운 인물.
게임에서는 파티로 들일 방법이 없었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모든 플레이어의 선망을 받은 캐릭터.
엘로디 드 이니에스 리샤에.
“……나를 지키겠다고?”
프론디어는 한 발 물러나며 말했다.
본래 마법사를 상대로는 물러나는 것보단 접근하는 게 낫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일방적인 마법 공세를 맞게 될 뿐이니까.
허나 이건 엘로디에게도, 프론디어에게도 이미 통하는 상식이 아니다.
엘로디는 근접전도 리스크 없이 대응할 수 있는 마법사고, 프론디어는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전사니까.
무엇보다 프론디어는 엘로디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이상, 싸울 수도 없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몰라도 상관 없어.”
엘로디는 짐짓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으나, 음성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손을 프론디어에게 향했다.
“여긴 출입금지야, 프론디어.”
엘로디는 동굴의 입구를 가로막으며 서 있다. 그 안을 절대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이.
‘큰일이야.’
엘로디를 상대로는 온 힘을 다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온 힘을 다할 수도 없다. 프론디어는 엘로디와 싸울 생각이 없으니.
그건 엘로디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느 쪽이든 이대로면 시간만 소모될 뿐이다.
지금의 엘로디는 아스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까다롭다. 의중을 모르겠고 전력을 다할 수 없는 것도 그렇지만, 프론디어가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스터는 프론디어가 의도적으로 성장을 유도했었다. 프론디어 자신을 아스터의 정신적인 라이벌, 넘어야할 벽으로 만들어 그의 성장을 촉진했다.
그게 가능하려면 편법이든 뭐든 어쨌든 아스터를 이겨야 하기에, 프론디어는 그 대응책을 미리 준비해 두고 있었다. 지금까지 실전에서만큼은 아스터를 앞설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허나 엘로디는 다르다.
적이 될 거라고 전혀 상정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우선 엘로디를 저기서 움직이게 해야 돼.’
프론디어는 직조로 가시를 만들어 쏘았다.
‘엘로디가 피하면 좋고, 방어하면 방어벽의 범위를 파악해서 먼저 부숴놔야,’
슷─
가시가 엘로디의 볼에 스쳤다.
단 한 치도 꿈쩍하지 않은 엘로디. 그녀의 볼에 혈선이 그어져, 피가 주륵 흘렀다.
“엘로디!”
정작 쏜 프론디어의 손이 떨렸다.
만약 방금의 공격, 조준이 조금 더 정확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엘로디를 상처 입힐 생각은 없었으나, 당연히 대처할 거라 믿고 섬세한 조준을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격이라면 피했을까?
……아니, 아마 엘로디는.
“프론디어.”
엘로디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런 걸론 안 돼.”
“엘로디…….”
“그런 공격으론 여길 넘어설 수 없어.”
말한 직후, 그녀의 손에 스파크가 흘렀다.
그걸 본 순간 프론디어는 있던 자리에서 굴렀다.
파지지직─!
엘로디의 손에서 뻗은 번개 줄기는, 지면을 후벼파듯 직선을 쭉 그었다. 프론디어가 있던 자리는 검게 탄 선명한 세로의 흔적이 남았다.
‘저만한 마법을 시동어까지 전부 생략하고……!’
방금의 번개에 맞았을 때, 프론디어라면 죽진 않았겠지만 전투를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엘로디가 노린 것도 그런 거겠지.
이만한 마법을 손 하나 까딱해서 펼쳤다. 아무리 엘로디가 고속 영창에 능하다고 해도 기이한 속도다. 엘로디의 특성상 ‘예약’을 할 수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더더욱.
‘루드라가 전력으로 엘로디를 도와주고 있는 건가?’
엘로디가 개방한 네 명의 신. 그로 인해 엘로디의 마법 소양이 더욱 증폭될 것은 감안했으나, 이건 마치 신들이 앞서서 엘로디를 이끄는 느낌이다.
“역시 피하는구나, 프론디어.”
엘로디는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화염마법 1식
신력 아그니
즉발
영창 1문
‘깊은 어둠의 불꽃, 식을 줄 모르는 빛.’
술식 완성
지옥불
손가락 끝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불꽃의 색이 검다.
‘지옥불!’
화르륵─!
검은 불꽃이 프론디어에게 쏘아지기 직전, 프론디어는 뒤로 뛰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엘로디!’
동시에 목걸이 흑련을 쥐어, 그대로 부순다.
흑천
전체 개방
호수처럼 불어나는 검은 물결이 프론디어의 주변을 감싸, 주변의 땅을 물들이고 프론디어의 등 뒤에 날개가 되어 뻗었다.
콰아앙─!
흑천이 지옥불에 날아가 부딪히고, 지옥불은 탐욕스럽게 흑천을 먹어치운다.
프론디어는 지옥불이 들러붙은 흑천 일부를 포기하고 멀리다가 버렸다. 취이익, 하며 땅에 떨어진 지옥불이 섬뜩한 소리를 내었다.
‘정말로 싸워야 하는 건가!’
엘로디는 프론디어를 봐줄 생각이 없다. 죽이진 않을 지언정, 행동불능으로 만들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할 생각이다.
반대로 말해서, 구하겠다는 엘로디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프론디어를 막지 못할 경우 프론디어가 죽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엘로디! 무슨 일인지 설명해 줘! 대화를 하면 분명……!”
“해봤자야.”
엘로디의 눈은 차갑다.
“다 설명해 봤자, 어차피 너의 선택은 변하지 않아.”
“엘로디!”
“넌 그런 녀석이니까.”
엘로디는 이번엔 양손을 뻗었다. 그와 함께 휘몰아치는 마나. 열기와 바람이 동시에 느껴진다.
─주작오름이 온다.
“프론디어, 널 막으려고 결심했을 때부터 나는 목숨을 걸었어.”
엘로디는 말한다.
“하지만 넌 그럴 수 없어. 형을 구해야 하니까.”
“……!”
“네가 가장 잘하는 블러핑, 이번엔 어려울 거야.”
그 말에 프론디어는 입술을 깨물었다.
엘로디의 말대로다.
프론디어만큼이나, 엘로디 또한 프론디어를 잘 안다.
프론디어는 양손을 뻗었다.
동시 직조, 흑천
묠니르, 엑스칼리버
검과 망치를 양손에 쥐고, 엘로디의 마법을 기다린다.
프론디어는 엘로디를 공격할 수 없다. 엘로디는 그걸 알고 있다.
그러니 그가 이 무기들을 휘두르는 것은 엘로디의 마법이 발현된 뒤다.
허나 그건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엘로디 오리지날
주작오름
콰아아아─!!
불꽃의 폭풍이 되어 프론디어를 향해 날아갔다.
그에 움직이는 프론디어의 양손.
오러 방출, 검기
프론디어 오리지널
정
까─아─앙─!!
자루 끝을 때려 쏘아낸 검기.
주작오름과 정이 공중에서 격돌해, 사방에 충격파를 쏘아낸다.
“크윽……!”
공간을 터트리는 듯한 바람과 피어오르는 먼지. 사위를 분간하기 어렵다.
프론디어는 이를 악물고 날개를 펼쳐 먼지 구름을 뚫었다.
척!
비행으로 동굴까지 일직선으로 꿰뚫어, 엘로디의 근처에 도달했다.
‘엘로디를 공격하진 못하지만.’
엘로디의 신들이 그녀를 도와주고 있다면, 그들 또한 프론디어의 공격 대상이다.
프론디어는 총 모양의 손을 엘로디를 향해 뻗었다.
에클렉시스. 엘로디의 신력을 먼저 없앤다.
‘지금 엘로디는 신력을 발현하고 있어. 그러니 신을 저격할 수 있다.’
그 생각에 곧장 에클렉시스를 쏘기 직전.
프론디어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본다.
“……엘로디.”
프론디어는 망연해져 중얼거렸다.
엘로디 또한 프론디어를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있었다. 그건 프론디어처럼 총 모양은 아니었으나,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에클렉시스를…….”
엘로디가 에클렉시스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정보를 프론디어가 몰랐던 이상, 그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말했잖아, 프론디어.”
엘로디는 굳은 얼굴로 얘기했다.
“그런 걸론 안 돼.”
“엘로디……!”
지금 엘로디의 자세는 프론디어와 아주 비슷하다. 그건 우연의 일치겠으나 프론디어의 머리는 빙빙 돌았다.
‘엘로디가 정말로 에클렉시스를 사용할 수 있을까?’
엘로디는 프론디어가 에클렉시스를 사용하는 걸 몇 번이고 보았다.
그가 총 모양의 손으로 상대를 겨누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았다. 지금 엘로디는 그걸 보고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닐까?
‘에클렉시스는 습득하기 어려워. 나도 아랄드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야. 그걸 엘로디가 스스로 알아낼 수 있을까?’
만약 엘로디가 할 수 있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비슈누가 등장했을 때.
그때 엘로디는 프론디어를 먼저 보냈다. 만약 에클렉시스를 터득할 기회가 있다면 그때가 유일하다. 다른 때라면 프론디어가 목격했을 것이다.
허나 확률은 낮다. 에클렉시스는 쉽게 얻는 힘이 아니다.
분명 엘로디의 저 몸짓은 허세고, 프론디어가 지금 에클렉시스를 쏜다면 신들 중 하나에게 닿을 터. 그쪽 확률이 높다.
─너는 단 1%의 확률이라도, 엘로디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면.
“크윽…….”
프론디어는 침음을 흘릴 뿐, 움직이지 못한다.
만에 하나 엘로디와 판테모니엄에 들어간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그저 에클렉시스를 쏘는 것만이 가능한 판테모니엄 안에서, 프론디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프론디어의 에클렉시스는 지나치게 치명적이다. 그걸 알기에 엘로디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터.
질 수도 이길 수도 없는 절망적인 싸움을 반복해야 한다.
“……제발, 비켜 엘로디.”
프론디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모습을 엘로디가 보았다. 엘로디는 동공이 커진 채, 시린 듯이 프론디어를 보았다.
“미안해.”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뭘 어떻게 나를 구한다는 거야. 난 형을 구하러 가야 한다고.”
프론디어의 말에 엘로디의 눈가가 흔들렸다.
이 교착 상태, 누가 물러서기 전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엘로디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
“프론디어, 이 뒤에는,”
그때.
엘로디는 순간 눈앞이 까맣게 뒤덮였다. 무엇이 일어났는지 몰라 잠깐 굳었다.
텅─!
직후, 엘로디는 지면에 누워 몸을 제압당했다. 양손이 묶이고, 목에 날카롭고 뾰족한 무언가가 닿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가세요! 프론디어 님!”
이 목소리.
“셀레나!”
프론디어와 엘로디가 동시에 외쳤다.
엘로디의 그림자에서 솟아올라, 순식간에 엘로디를 제압한 셀레나. 그녀는 다급한 어조로 프론디어에 말했다.
“프론디어 님! 어서!”
“……그래!”
프론디어는 정신을 차리고 나아갔다.
근접전에선 당해낼 자 없는 셀레나지만, 상대는 엘로디다. 프론디어가 지금 당장에 생각해 낼 수 없는 방법으로 셀레나를 쓰러뜨릴 수 있다.
“셀레나! 비켜!”
엘로디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 그 잠깐 사이 프론디어는 빠르게 멀어져 갔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어?!”
“알고 있습니다.”
“아니! 넌 아무것도 몰라! 막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알고 있어요!!”
셀레나가 외쳤다.
그녀는 엘로디와 같은 표정이었다.
“……이대로 보내면 죽는다는 거죠.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프론디어의 죽음. 그걸 막기 위한 엘로디.
셀레나가 보았을 때 이 둘이 싸우는 건 그 이유 말곤 없다.
엘로디가 말했다.
“그럼 뭘 해야 하는지 알잖아! 여기서 비켜! 프론디어를 막아야 해!”
“……그럴 수 없습니다.”
“너 제정신이야?! 프론디어를 사지로 보낼 셈이냐고!”
“…….”
셀레나의 말이 멎었다. 그녀의 몸이 떨렸다.
이를 악물고, 떨리는 양 눈가에 눈물이 얼룩져 흘렀다.
뚝, 뚝, 하며, 엘로디의 위로 떨어지는 눈물.
셀레나는 떨리는 입술을 천천히 열어, 말했다.
“예.”
“……너…….”
“프론디어 님을 사지로 보내고서.”
셀레나의 목소리엔 숨이 깃든다.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가겠습니다.
모든 걸 버리는 듯한 한숨이.
“저도 그곳으로 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