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591)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591화(591/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591화
155장 자격(3)
앗지에와 타나토스의 반복되는 공방.
허나 그 양상은 거의 비슷하다.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타나토스와 그걸 받아내는 앗지에.
앗지에의 공격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타나토스의 공격 사이의 틈이 필요하다.
허나 타나토스의 속도는 앗지에보다 한없이 우위에 있으며,
까가가각!!
앗지에가 가능한 최대의 수비를 펼쳐도, 오러에 의해 창이 손상된다.
퍼걱!
그리고 또다시 부서지는 창.
이번이 몇 번의 파괴인지 모른다. 처음에는 그래도 ‘부러진다’는 표현이 옳았는데, 이젠 버티지 못할 때마다 조각조각으로 부서졌다.
‘틀림없어. 저건 정말로 복원되고 있는 거야. 앗지에가 가진 창의 개념이 튀어나온 거다. 그 양손에.’
그 모습에 타나토스는 속으로 감탄했다.
지금 앗지에가 쥐고 있는 건 창이라기보다, 그가 지금껏 연마한 창의 개념 자체다.
그렇기에 창이 부서진다 해도, 앗지에가 가진 창의 개념이 멀쩡한 이상 창은 계속해서 복구된다.
허나 그것에도 한계는 있다.
‘복원할 때마다 손상도가 심해지는구나. 너의 개념이 완전해도 창은 그렇지 않아!’
이건 프론디어가 사용하는 복원과 비슷하다.
되돌려놓긴 해도 전부 다 되돌리진 않는다. 아마 창의 개념으로 가져오지 못할 정도로 조각난 것들은 복원할 수 없을 터.
‘그렇다면 그때까지 부술 뿐!’
생각을 정한 타나토스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수비로 일관하는 앗지에. 그 벽을 뚫는 건 쉽지 않으나 불리해지는 건 분명 앗지에였다.
게다가,
‘하늘의 흐름이 좋지 않아.’
앗지에는 불길한 기운이 모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둘이 싸우는 전장 위로 천천히 구름이 모여들고 있다.
그 속도와 규모, 필시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틀림없이 타나토스의 권능이다.
후둑, 투두둑.
모여드는 구름은 빗방울을 몇 차례 떨구더니,
쏴아아아─
앗지에와 타나토느가 싸우는 그 좁은 전장 안에, 비를 떨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젖어가는 몸, 눈가와 손 끝에 닿는 빗방울.
‘최후의 일격을 준비해야겠어.’
앗지에와 몇 합을 겨룬 뒤 타나토스는 느꼈다.
기술적으로는 앗지에가 그를 능가하고 있다. 아마 어느 신이라도 앗지에를 넘어서긴 어려울 터.
허나 그 공백은 압도적인 힘과 속도로 채울 수 있다.
이미 신으로서의 자존심 같은 건 버렸다.
까가가가강!!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창.
또다시 부서졌다.
창이 부서지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그 복구에도 만만치 않은 기를 사용할 터!’
타나토스의 추측은 맞았다.
실제로 큰 데미지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앗지에의 얼굴은 피로로 물들었다.
‘철저하게 죽여주마, 앗지에!’
앗지에가 아무리 힘들어 보여도 성급하게 나서지 않는다.
실제로 힘에 겨운 건 그 얼굴뿐, 앗지에의 자세는 빈틈이 없다.
함부로 큰 공격을 감행했다가 찔리는 건 타나토스 그가 될 터. 앗지에라면 이미 그 정도의 경로를 다 만들어뒀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펑─!
“!”
창에서 기묘한 소리가 났다.
또다시 타나토스의 공격을 흘리던 창이, 풍선 터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먼지로 휘날렸다.
그리고 다음은 없다.
앗지에의 빈손에 창이 돌아올 일은 없었다.
“하하! 한계에 달했구나!”
그걸 본 타나토스, 희열에 차 외쳤다.
“애초에 무기 없이 싸우는 나를 만났을 때부터, 너의 패배는 정해진 것이다!”
타나토스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었다.
쿠구구─
돌연 불어닥치는 바람. 변하는 기류.
앗지에는 하늘을 보았다.
모여든 구름이 소용돌이를 친다. 어둑한 밤을 흐리게 만드는 연무.
“신의 위용을 잘 봐라, 앗지에.”
콰직, 콰지지직!
서로를 밀어넣으며 꾸역꾸역 모여드는 구름은 스파크를 튀기며 천공을 가로지르는 번개를 뿜어낸다.
모여든 구름이 만들어내는 형상은 하나의 거대한 낫.
죽음의 신 타나토스. 그 오른손이 가지는 권능.
타나토스는 주먹을 뒤로 당겼다.
하늘 끝에 걸린 낫이 시야조차 아득한 먼 곳까지 넘어갔다.
이 다음.
타나토스가 내지르는 주먹과 함께, 저 낫은 앗지에를 향해 떨어지겠지.
“후우…….”
맨손인 앗지에, 피로한 눈동자로 그 광경을 본다.
떨어지는 빗줄기가 안 그래도 피곤한 몸을 무겁게 했다.
“죽어라!”
그를 향해 뻗는 타나토스의 주먹, 내리치는 낫.
쏟아지는 빗줄기.
─앗지에, 낙장을 가르쳐줘.
언젠가 앗지에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골렘 연구의 대가이자 콘스텔의 교사, 빈키스에게.
앗지에는 이미 콘스텔을 졸업한 뒤였는데.
─네 데이터를 학습시킨 건데, 상대의 검이 망가졌대.
어떤 학생의 폭주로 골렘이 연구소를 빠져나갔는데, 누군가와 싸우면서 낙장을 사용했다는 얘기.
상대의 검이 망가졌다는 말을 듣고 앗지에는 생각했다.
당연히,
아무렴 그렇겠지.
낙장은 인간의 기술이다. 골렘이 따라할 수 없다. 그건 낙장이라는 기술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이유는 보다 간단하다.
골렘은 자비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
앗지에는 한 번의 호흡 안에서, 눈을 차갑게 빛냈다.
‘그게 너의 무기냐.’
타나토스가 내지르는 주먹에 앗지에의 손이 뻗었다.
창을 잃은 맨손이,
그에게 돌진하는 타나토스의 주먹과,
앗지에 오리지날
낙장
──원형
닿은 순간.
쏟아지는 빗줄기, 내리치는 거대한 낫이,
훅─!
사라졌다.
“허……?”
낫은 연기처럼 흩어지며, 비는 하늘을 향해 도로 치솟았다.
그저.
구름을 뚫은 청명한 달빛만이, 앗지에의 얼굴을 스친다.
타나토스는 자신의 오른쪽을 보았다.
후두둑─
피가 흐른다. 아니, 떨어진다.
팔이 없다. 그 자리를 메꾸는 듯이 피가 울컥울컥 쏟아진다.
“이, 뭐, 아아아아아아아악!!”
타나토스는 비명을 질렀다. 공포의 비명이었고, 아픔은 그 다음에나 찾아왔다.
현실을 믿을 수가 없어 자신의 뒤를 보았다. 그의 권능에 따라 분명히,
“……!”
권능으로 모여든 거대한 구름. 그것을 소용돌이를 쳐 만들어낸 거대한 낫.
그 전부. 종잇장을 찢어놓은 것처럼 날아갔다.
“허억, 헉, 허억……!”
타나토스는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뒷걸음질 쳤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저놈은 창을 잃었을 터! 복구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저놈, 맨손으로.
‘무기가 없는 나의 팔을……!’
“네놈, 무기가 없다 했었지.”
“앗지에……!”
도검, 앗지에.
그 눈빛은 서슬퍼렇게 타나토스를 베어낸다.
“정말로 없고 싶으냐?”
“이, 이놈……!”
타나토스의 몸이 붉게 물들었다.
초조함과 분노가 그의 사고를 지배했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이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수단은 두 가지.
하나는 최악이고, 다른 하나는 차악이다.
도망치든가, 아니면.
─절대로 에클렉시스를 사용하지 마라.
─반드시 네 손으로 직접 죽여라.
─만약 앗지에에게 그걸 사용했다간.
─우리가 운명을 읽지 못하는 프론디어가,
“죽어!!!”
타나토스는 모이라이의 경고를 무시하고.
최악을 택했다.
텅!
앗지에는 타나토스의 에클렉시스를 받았다.
이때, 앗지에는 처음으로 에클렉시스라는 힘을 보았다.
아무리 그라 해도 모르는 힘에겐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과연.”
허나 앗지에는 그 힘을 받고서,
“그런 거로군.”
전부 이해했다는 듯이 풋, 웃었다.
털썩.
그렇게 쓰러진 앗지에.
“……하.”
타나토스는 앗지에가 쓰러진 뒤에도 잠시 서 있었다.
마치 조금 지나면 앗지에가 일어날 것처럼, 잔뜩 긴장한 얼굴로 한참이나 앗지에를 보았다.
“……하, 하하!”
그러다 겨우 앗지에가 쓰러진 것을 확신하고서.
“하하! 내가 이겼다! 하하하하! 내가 이겼다고, 앗지에!!
온몸이 떨리는 채로, 왜 떨리는지 이유를 모르면서 열심히도 외쳤다.
“네가 아무리 강해도, 앗지에! 넌 나를 넘어서지 못해! 네놈은 인간이니까 말이다!! 감히 신을 넘보려니 그런 꼴을 당하는 거야! 하하하, 하하하하하!!!!”
타나토스는 팔 하나를 잃은 채, 그렇게 미친 듯이 웃었다.
* * *
프론디어는 현실로 돌아왔다.
앗지에와 타나토스의 싸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전부 보진 못했으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았다.
‘그렇군. 그래서 타나토스의 팔이 없는 거구나.’
대체 누구한테 당했나 했더니, 말할 것도 없이 앗지에였다.
사건 현장에서 쏟아진 피가 정말로 타나토스의 피였다.
그 전부를 이해한 프론디어.
감상은 짧았다.
‘역시 앗지에다.’
그때.
“어이. 아쉽게 되었구나.”
토르가 말했다.
프론디어가 타나토스의 과거를 보는 동안 시간은 멈춰 있었다.
그러니 토르는 거의 직후에 말을 건 것이다.
“이 녀석은 내가 좀 맡아주게 되었거든.”
토르는 뒤의 타나토스를 가리켰다. 타나토스는 자신의 잘린 팔을 감추며 긴장한 얼굴이었다.
하긴, 팔 하나가 없이는 불리한 일이다.
“그리고 말이지. 나에게는 명령이 떨어졌다. 널 죽이기로 했거든.”
토르는 검을 빼 들었다. 검은 토르의 힘에 물든 듯이 똑같은 스파크를 내기 시작했다.
섬뜩한 번개가 피어오르고, 그걸 보는 프론디어의 눈동자가 번개의 모습을 따라 푸르게 빛을 발했다.
“그러니 포기해라. 내가 딱히 너에게 악의가 있는 건 아냐. 이 녀석도 어쩔 수 없이 지키는 거다.”
토르는 한쪽 입가를 올리며 프론디어를 도발했다.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 그에 프론디어가 토르를 보았다.
토르가 프론디어를 얕본 것은 아니었다.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도발은 일종의 토르가 가진 성정이기도 하며.
지금 프론디어와 싸운다면, 조금이라도 프론디어를 흔들 필요가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렇구나.”
그런데 프론디어는 도리어 그 말을 이해했다는 듯.
“어쩔 수 없이 지키는 거라니, 다행이야.”
“……네놈,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 이게 무슨 뜻인지,”
“토르.”
프론디어는 토르의 말을 끊었다.
“내가 도와주마.”
“……뭐?”
“너도 눈은 깜박일 테지.”
그 기묘한 소리에 토르의 눈이 깜박이는 대신 꿈틀했을 때.
번──쩍!!
꽈앙!!!
토르의 옆을 무언가 지나갔다,
“악……!”
옆에서 소리가 났다.
“아악, 아아아아아악!!!”
타나토스가 바닥을 뒹굴었다.
토르는 부릅뜬 눈으로 타나토스를 보았다.
왼 다리가 뭉개졌다.
토르도, 타나토스 본인도 반응하지 못한 뭔가가 타나토스의 다리를 망가뜨렸다.
‘뭐냐, 이 속도는?’
그렇게 토르가 다시 프론디어를 보았을 때.
쉬익!
퍼어억─!
“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엔 왼팔. 그나마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니고 덜렁거린다. 전부 으스러진 뼈가 온갖 신경을 죄다 꿰뚫어놓는다.
타나토스의 양팔을 로아흐의 형제가 하나씩 박살 냈다.
“아악, 어윽……! 토, 토르! 나를, 나를 지켜……!”
“!”
가까스로 내뱉는 타나토스. 토르는 정신을 차리고 그 앞을 막아섰다.
허나.
서걱─!
“아아아악!”
이번엔 오른 다리.
이때의 공격은 보이지조차 않았다.
토르가 분명 앞을 가로막았는데, 그 뒤에 있는 타나토스가 비명을 내지른다.
타나토스는 사지를 전부 잃었다.
“걱정 마라, 토르.”
프론디어는 그저 담담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방금 닭의 목을 친 도살자처럼 말했다.
“네 탓이 아니야.”
“……재미있구나.”
토르의 눈에는 살기와, 그에 버금가는 각오가 깃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