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602)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602화(602/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602화
157장 구원
프론디어가 토르에게 일격을 가하는 그 조금 전.
“흐으, 으윽……. 크으윽…….”
타나토스는 애처롭게 몸을 질질 끌고 간다.
“미친, 놈들…….”
사지가 잘렸더라도 신은 신. 인간이라면 절대 살 수 없는 이 몸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허나 피가 흐른다는 건 신의 입장에서는 곧 마나가 흐른다는 것. 가진 마나량이 탁월해도 이 정도의 양이면 죽는 건 시간 문제다.
하지만 그 전까지 이 전장을 탈출해 누군가 그를 발견해 주기만 한다면.
“네놈들 멋대로 싸워라……. 결국 이기게 되는 건 나니까……!”
으득, 어금니를 깨무는 타나토스.
죽음을 다룬다는 그에게 있어, 전쟁이란 건 언제나 그의 편이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죽음은 곧 그의 양식이 되어, 그의 권능과 권위를 더욱 상승시킬 뿐.
이번도 마찬가지다.
누가 이기든 간에, 그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승리자는 그가 되는 것이다.
“하아, 하아……. 어서, 하데스에게…….”
그는 위그드라실을 향해 열심히 기어간다.
쿠궁!
그리고 느껴지는 진동.
토르와 프론디어의 싸움이 너무나도 격렬해, 이미 지진처럼 대지가 들끓고 있다.
“무식한 놈들……. 내가 회복만 하면 네놈들의 영혼을 내 마음껏,”
쿵! 쿵! 쿵!
그리고 격렬해지는 진동.
이제 지면은 흔들린다기보다 들썩이는 것에 가깝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지면이,”
타나토스는 생각도 못했겠지.
그게 자기 유언이었다니.
콰득!
거대한 입이.
그 지면과 타나토스를 통째로 삼켰다.
콰아아아앙!
밑바닥을 뚫고 올라오는 뱀의 머리.
요르문간드다.
아스가르드에 도달했다.
“방금 뭐였어?”
그 위에 타고 있던 사이벨이 물었다.
“뭐가 말이냐.”
“비명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착각이 아닌가?”
그런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벨.
하지만 착각이든 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사이벨은 열심히 주변을 살폈다.
“앗! 저기!”
그리고 프론디어를 발견했다.
“와아! 프론, 디어…….”
그렇게 반가움에 소리치며 손을 흔들다 말고, 사이벨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요르문간드의 눈이 크게 뜨였다.
“……세상에.”
프론디어의 앞에 토르가 있다.
요르문간드가 그것을 토르라고 알아본 것은, 프론디어가 그 머리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르는 목 아래가 없었다. 그저 프론디어의 앞에, 무언가 잔해처럼 보이는 것이 흩어져 있을 뿐.
……그 잔해를 전부 모은다 한들 토르의 형체를 그릴 수 있을지.
“……아!”
그때 프론디어가 사이벨을 발견했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 먼저.
“요르문간드……!”
당연하게도 거대한 뱀을 먼저 보았다.
“네놈, 사이벨에게 무슨 짓을……!”
“아잇, 바보야! 딱 보면 몰라! 우리 편이라구!”
“……뭐?”
사이벨과 요르문간드가 같이 있는 걸 보자마자, 그저 요르문간드가 적이라고 인식해 버리는 프론디어.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가자! 프론디어!”
“어딜?”
“어디긴! 사람들을 도우러 가야지!”
그에 잠시 멍해진 프론디어.
곧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해! 사이벨, 아마도 테이번에 분명히!”
“참 빨리도 말한다. 알고 있으니까 어서 타!”
그에 프론디어가 요르문간드를 보았다.
“……도와주겠어?”
“흥.”
요르문간드는 떨어진 토르의 머리를 보았다.
“내 용건은 끝났으니.”
* * *
타르타로스.
그 입구 앞에 서 있던 앗지에의 몸이 돌연 빛을 발했다.
“……뭐지?”
그에 앗지에가 물었고, 캄페는 눈을 크게 떴다.
“어이가 없군. 그놈 정말로 성공해 버렸어!”
“성공했다는 건, 타나토스를 죽였다는 건가?”
“그래. 곧 영혼이 육체로 되돌아갈 거다. 너에게 가해진 에클렉시스가 취소된 거야.”
그 말처럼, 앗지에의 몸은 더욱 밝게 빛나더니 점차 흐릿해졌다.
“아, 안 돼!”
그때 앗지에의 소매를 붙드는 남자.
“가지 마! 형!”
프론디어다.
절박한 얼굴로 앗지에를 보고 있었다.
“프론디어.”
“모, 모이라이가 나의 죄를 말해주었다 그랬지!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여기서 나갈 수 있는지도,”
“거짓말이었다.”
“뭐, 뭐라고?”
“나는 모이라이와 아무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너는 죄를 인정하지 않았겠지.”
그에 얼어붙는 프론디어.
앗지에는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핑계를 댈 때의 얼굴, 나는 알고 있으니까.”
그랬었지.
앗지에는 어렸을 적 프론디어의 거짓말을 거진 꿰고 있었다.
그럼에도 프론디어가 바뀐 걸 왜 몰랐을까.
그렇게 뛰어난 연기력, 갑자기 성실해진 행동, 근성과 용기, 위협이 닥쳤을 때의 마음가짐.
……프론디어가 그럴 리 없는데. 왜 바뀐 걸 몰랐을까.
어쩌면 나는 그저.
“……날 지켜주겠다 했잖아!!”
프론디어는 외쳤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하라고……! 그렇게 말했었잖아?”
“…….”
앗지에는 그런 프론디어를 말없이 보았다.
“이게 뭐야! 대체 어딜 봐서 지켜주었다는 건데! 이대로 날 버리고 갈 거라고? 안 돼! 앗지에! 보낼 수 없어!”
“네 말이 맞아.”
앗지에는 답했다.
그의 손이 프론디어의 머리 위에 올라갔다.
“……형?”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쓸쓸한 앗지에의 얼굴. 멍하니 바라보는 프론디어.
그 얼굴을 프론디어는 알고 있다.
아마 어릴 적의 프론디어만에게 보여주는 따스한 얼굴이다.
“그러니 다시 만나자.”
“……어?”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되어도, 어떤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앗지에는 다시 한번 프론디어와 약속했다.
“여기로 와주마. 그때 만나자.”
“……아니,”
프론디어가 내뱉는 말.
전부 듣지 못한 채.
슷─
앗지에는 사라졌다.
그 영혼이 육체를 향해 떠난 것이다.
“허, 대단한 형 납셨군.”
지켜보던 캄페가 입을 열었다.
“어이, 잘 된 일이잖냐. 네가 그토록 미워하던 형도 너와 같은 꼴이 될 테니까. 여긴 오겠다는 사람 막진 않거든. 어때, 속이 후련하냐?”
“……하!”
프론디어는 고개를 쳐들었다.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거잖아! 앗지에는 결국 날 구해주지 못했어! 나랑 같은 고통을 겪는다고 내 고통이 나아지나? 아니! 아무 쓰잘데기도 없는,”
프론디어는 그렇게 내뱉다가.
“……없는 짓을.”
무릎을 꿇었다.
양 주먹이 지면을 누른 채 덜덜 떨리고, 깊게 숙인 눈 아래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형.”
떨리는 목소리로 프론디어는 말한다.
“오지 마, 형.”
“…….”
그저 닿기를 빌며.
“그런 게 아냐. 그런 걸 원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어. 형이 여길 오면 안 돼.”
캄페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프론디어는 마치 사죄하듯이, 오래도록 눈물을 흘린 채 주먹을 떨었다.
그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캄페는 물었다.
“그럼 앗지에가 안 와도 괜찮냐? 타르타로스는 복수하기엔 최적의 장소라고?”
“형은 이런 곳에 올 만한 인간이 아냐.”
프론디어는 벌게진 눈을 들었다.
“나 같은 인간이 아니라고.”
* * *
요르문간드를 탄 프론디어와 사이벨.
그들은 빠르게 테이번으로 향하고 있다.
허나 아직은 신들의 세계다.
‘제발, 빨리…….’
프론디어는 조급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다. 타나토스를 쫓은 것도, 토르를 처치한 것도.
결국 필요한 일이긴 했어도, 그만큼 지상에 도달하는 것이 늦었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런데 그때.
꾹.
“프론디어!”
앞에 앉아있던 사이벨이 갑자기 뒤를 돌더니, 그의 양볼을 잡았다.
“어, 엉?”
그에 멍한 대답을 했을 때, 사이벨은 히히, 하고 웃었다.
그녀는 빛나는 미소로 말했다.
“바다는 예쁘더라!”
“……!”
그 말에 프론디어의 눈이 서서히 열리고,
화악!
때마침 요르문간드는 인간 세계에 도달했다.
푸른 하늘이 열리고.
그들은 구름보다도 위에서, 하늘 아래로 쏟아졌다.
“와아!”
사이벨은 푸른 하늘과 햇살을 보며, 입가를 환하게 열었다.
프론디어도 멍하니 그 풍경을 보았다. 쏟아지는 바람, 지나치는 구름. 청명한 햇살과 하늘을.
펄럭이는 바람 소리가 시끄럽고, 하늘의 냄새가 난다.
“프론디어!”
사이벨은 외쳤다.
“다음엔 바다에 가자!”
그 말을.
프론디어는 눈을 깜박이며,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것처럼 보았다.
“……응, 그래.”
그렇게 대답한 프론디어.
만족한 듯이 사이벨은 웃고서, 다시 앞을 보았다.
그리고 프론디어는.
뚝.
‘아, 젠장.’
눈가를 한 번 훔쳤다.
“그런데 프론디어, 셀레나는 어디 있어?”
지상을 향해 내려가면서, 사이벨은 물었다.
“아, 셀레나는 구원의 세계가 열렸을 때,”
프론디어가 대답하려 했을 때.
[프론디어.]전음이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메이?”
프론디어는 목소리를 듣고 바로 알았다.
그런데 메이의 말투가 이상하다.
[미안, 프론디어. 지금의 나는 조금 섞여 있어.]“뭐라고?”
[나는 네가 알고 있는 메이이면서,]메이는 현재 테이번의 전장 근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녀의 곁에는 셀레나가 있었다. 서로의 그림자 전이를 사용해 메이를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셀레나도 놀란 눈빛으로 메이를 보고 있었다.
[로키이기도 해, 프론디어.]“……!”
[미안하지만 길게 말할 시간이 없어. 너 지금 이쪽으로 오는 중이잖아.]전부 알고 있는 듯한 메이의 목소리.
프론디어는 바깥을 보았다. 곧 있으면 테이번의 상공.
“……좋아. 먼저 갈게! 사이벨!”
“아, 엥? 우왓!”
그렇게 말하고서 프론디어는 요르문간드에서 떨어졌다.
쏟아지는 바람을 맞으며 추락하는 프론디어.
메이는 셀레나를 보았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직후.
“……?!”
전장의 한가운데에.
셀레나와 메이가 도달했다.
메이는 양손을 펼쳤고, 셀레나는 외쳤다.
“1분만 버텨줘요!”
그 말을 곧장 이해한 인간 측 전원. 메이와 셀레나 주변으로 모인다.
그러나 알아챈 것은 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메이를 중심으로 서서히 태어나는 마법진.
“……! 설마, 저건!”
그에 눈을 부릅 뜬 제우스. 오러를 발해 외친다.
“저 여자를 죽여라! 그냥 두어선 안 돼!!!”
그에 신들은 저마다 무기를 들어 메이를 향해 돌격한다.
허나 그보다도 빨리.
“막아!!”
엘로디의 외침과 빗발치는 마법 탄환. 피엘롯이 쏟아내는 검은 비, 오스프리트의 연쇄 폭발.
신들의 접근을 막는 오러와 마나의 폭격들이 메이를 주위로 펼쳐진다.
어지러운 전장 사이에서 메이는 서서히 마나를 펼쳐냈다.
‘안 되겠어. 내가,’
제우스가 불길함을 느끼고 아스트라페를 든 순간.
그 눈앞에 인간 하나가 도달했다.
“이번엔 진짜군요.”
“아스터……!”
아스터 에반스, 도착했다. 그의 엑스칼리버는 곧장 제우스를 덮치며, 제우스는 아스트라페를 들어 검을 막는다.
까앙!
파직, 파지지직!
아스트라페는 그 자체가 번개이기도 하기에, 닿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데미지를 입는다.
허나 아스터는 미동도 없다.
“……아스터, 네놈 번개에 대한 대책을 미리……!”
놀란 제우스가 외쳤을 때.
아스터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제우스를 노려보았다.
“……뭔 대책이요.”
대책 같은 건 없었다.
“이런 건 근성으로 버텨야지!!”
“이 정신 나간 것이!”
그리고 같은 시간, 떨어지는 프론디어.
그는 오러를 이용해 떨어지는 위치를 조정한다. 그곳은 메이의 바로 위였다.
양손을 지면을 향해 뻗는다.
“메노소르포.”
말해보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면이 너무 멀다.
직조가 아무리 만능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법진을 허공에 그릴 순 없다.
그때 메이가 말했다.
[계속해.]“메이?”
[마법진을 그릴 면적은 내가 만들 테니까.]그 말에 프론디어는 다시 양손을 펼쳤다.
“후우…….”
그답지 않게 긴장한 모습으로 숨을 뱉는 프론디어. 저 아래에 있는 메이의 모습을 확인하며, 천천히 마나를 흘려넣는다.
그와 동시에.
양손을 펼친 메이의 입이 열렸다.
술식의 완성을 위한 영창.
허나 그것은 영창이라기보다,
들어라, 신들아, 그리고 너희도, 여신들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모두 들어라.
왜 내게 한 자리를 주지 않느냐,
잔치에서, 술이 오가는 곳에서.
마치 시와 같았다.
너는 모든 것을 안다고 자부하나,
너의 지혜는 거짓투성이로다.
너의 약속은 늘 변덕스럽고,
너의 말은 믿을 수 없도다.
그리고 영창을 지속함과 함께, 메이가 말했던대로 공중 위에 프론디어가 마법진을 그릴 영역이 만들어졌다. 둘의 사이에서 메이는 영역을 만들고, 프론디어는 마법진을 그린다.
너는 운명에 스러지리라.
너는 황혼과 함께 저무리라.
메이는 영창을 완료하여.
둘은 동시에 시동어를 발했다.
“메노소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