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603)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603화(603/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603화
157장 구원(2)
파아아앗!
그리고 터져 나오는 빛무리.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은 빛 속에서, 모두가 눈앞을 가렸다.
다만 단 한 명.
프론디어는 지금 곤란했다.
“……음.”
마나를 다 썼다.
날개를 쓰려고 해도, 메노소르포를 이용하려 해도, 방패로 충격을 막아보려 해도.
정말 그 좁쌀만 한 마나마저 남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오랫동안 강행군을 계속했으니.
‘……어.’
이거 진짜 큰일인데.
프론디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여전히 마법진이 눈부셔서 주위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아마 밖에서도 프론디어의 모습이 제대로 안 보이겠지.
설마 나 이렇게 죽는 건가?
프론디어가 생각했을 때.
“여어.”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가볍게 프론디어를 안아들었다.
저 바닥에서 여기까지 뛰어오른 건가. 엄청난 점프력이다.
그렇게 프론디어를 안고서 착지한 남자.
“……허.”
프론디어는 믿을 수 없어 그를 한참이나 보았다.
게임에서 보았다.
콘스텔의 교과서에서 보았다.
그의 공방 지하에서 보았다.
그 얼굴을.
“……아서…….”
“음, 그래. 내가 아서다. 고생 많았어.”
프론디어는 지면에 내려온 뒤에도 멍하니 아서를 보았다.
“아, 윽.”
하지만 얼마 못 가 지면에 주저앉았다. 마나 소진의 영향이다.
그리고 서서히 빛이 가셨을 때.
“……그래, 이거였군.”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들 모두가 낯설었으나 프론디어는 바로 알았다.
이들은 전부 거인이다.
아서를 시작해, 벨레로폰, 시구르드, 롤랑. 모두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
그 수많은 영웅들 중.
프론디어의 바로 앞.
“안녕?”
그곳에는 깃발이 하나, 보였다.
깃발을 들고 선 여자가 있다.
적어도 그녀만큼은 프론디어가 알고 있었다.
여자는 슬쩍 뒤로 시선을 돌려, 주저앉은 프론디어를 보며 씨익 웃었다.
“또 만났네!”
“……잔느.”
“왜 주저앉아 있어! 우릴 소환해 준 사람이 그러고 있으면 어떡해! 폼이 안 나잖니!”
잔다르크는 프론디어에게 손을 내밀었다. 프론디어가 그 손을 맞잡자, 잔다르크는 힘차게 끌어당겼다.
“자, 프론디어.”
잔다르크는 프론디어를 똑바로 보았다.
“명령을 부탁해.”
“……제가 명령을?”
“그럼. 여기서 누가 하겠니? 우릴 소환한 게 너인데.”
잔다르크는 양팔을 펼쳤다. 이 마법진에 등장한 모두를 대표하듯이.
“우린 직조의 기록, 공방의 조각상, 기억의 현신이야! 우린 이 순간을 위해 모였고, 이 순간이 되기를 기다렸어! 네가 공방에 갖고 있는 검과 창처럼! 활과 화살처럼! 너의 적을 쓰러트리기 위해 배치된 그 모든 무기처럼! 우린 너의 무기라고!”
“…….”
프론디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잔다르크와 함께 등장한 거인들. 온갖 영웅들이 프론디어를 보았다.
잔다르크는 씨익 웃었다.
“자, 주인! 명령을!”
아름다우면서, 또한 도전적인 미소. 올곧은 눈동자.
“……그럼 명령보다는, 선언을.”
“오, 좋지. 뭔데?”
잔다르크의 질문에 프론디어는 하나의 문장을 전했다.
그리고 그 문장을 들은 잔다르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아하하하! 그 문구를 기억하고 있어? 멀린이 참 좋아하는 말이었지.”
잔다르크는 근처에 있는 멀린을 보며 씨익 웃었고, 멀린은 뭔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좋아, 내가 선창하지!”
잔다르크는 프론디어에게서 몸을 돌려 앞을 보았다.
거인 전원, 신들을 향해 섰다.
습─
잔다르크는 숨을 가볍게 들이마신 뒤.
오러를 담아 외친다.
“신을 무너뜨릴─”
그 다음.
영웅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거인을 위하여!!!
그 목소리는 지면을 두드렸다. 하늘을 울렸다. 신들의 피부와 폐를 저릿하게 만드는 거대한 음성이 파도처럼 일대를 휩쓸었다.
“자아.”
잔다르크는 자신의 깃발을 크게 들어.
쿵!
내리쳤다.
– 잔의 성역 : 잔은 생애 전체를 인류를 위해 싸웠다. 영역 내 아군들은 임시의 생명력과 마나를 부여받으며, 인간일 경우 효과가 증폭된다. 반대로 인간을 적대하는 모든 대상의 능력치가 저하된다. 이 효과는 깃발에 가까이 갈수록 양쪽 다 상승된다. 단, 소유자가 잔 다르크여야 한다.
– 구원의 깃발 : 깃발이 전장 위에 세워졌을 때 아군은 모든 저주가 사라지고 버프를 부여받는데, 이 버프의 종류는 잔 다르크가 결정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소유자가 잔 다르크여야 한다.
깃발은 전장 위에 세워졌다.
잔다르크의 두 눈은 패기에 물들었고, 미소 짓는 입가는 도발적이며 강렬하다.
읊조리는 음성은 범의 울림을 내었다.
“리벤지다.”
“와아아아아아아!!!”
거인과 신의 격돌.
다시 한번 벌어지는 전장에서, 인간 측 모두는 역습을 개시했다.
이번 전쟁이 벌어지고서 단 한 번도 공세를 펼치지 못했던 인간 측.
허나 거인의 참전으로 상황은 바뀌었다.
가장 큰 건 무엇보다 잔다르크의 깃발. 깃발의 버프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조디악들은 이제 고위 신들에게 밀리지 않게 되었고, 거인들로 인해 이제 강자의 수적 열세가 사라졌다.
‘위험해. 그때의 놈들이 다시!’
제우스는 초조한 얼굴로 전장을 둘러보았다.
그의 힘으로 무언가 바꿔보기엔, 당장 눈앞의 아스터를 대처하는 것만도 벅찼다.
거인들이 다시 나타났다. 전쟁에서 그들의 강함을 피부로 느꼈던 제우스. 거인이 어느 정도의 위협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제우스는 머리를 굴렸다. 역전의 한 수가 필요하다.
곧 제우스는 손을 뻗었다.
[전군.]그 목소리는 신들에게만 들린다.
[프론디어를 노려라.]신들 전원에게 고하는 명령.
모두가 각자 싸움에 바쁜 그때, 고위의 신들은 인간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자연스럽게 프론디어의 주변으로 멀리 포진했다.
“……젠장.”
멀리 있는 프론디어는 그 광경을 보고 의도를 눈치챘다.
인간과 거인들은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머리 잘 썼네.’
프론디어는 지금 마나가 바닥이다. 소리를 외치고 싶어도 오러를 담아야 들릴 텐데, 그만한 기조차 없으니.
‘하지만 지금 죽을 순 없지.’
프론디어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마나소진 이후의 마나를 끌어오는 방법은 단 하나뿐. 생명력을 꺼내는 것이다.
허나 과연 이 몸을 바쳐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
그사이 신들은 각자 프론디어를 노리기 적절한 위치로 모였고.
[지금.]제우스의 명령이 떨어졌다.
처억!
그 순간 모든 신들이 각자의 무기를 쳐들어, 그 칼날 끝을 날카롭게 세웠다.
“……! 안 돼!”
일제히 움직이는 그 모습에 뒤늦게 알아낸 인간 측. 허나 늦다.
그때 프론디어의 옆에 선 것은,
단 한 명뿐이었다.
“……아.”
프론디어는 멍하니 그를 보았다.
눈앞에.
“프론디어, 가만히 있어라.”
도검이 서 있다.
“너는 너무 겁이 없어.”
“……앗지에…….”
앗지에가 돌아왔다.
프론디어가 알던 그 모습 그대로.
그의 창을 들고서, 예의 날카로운 모습으로 전장 위에 섰다.
앗지에는 창 끝을 길게 뻗었다.
그 자세. 흘러나오는 예기.
거기에 더불어.
파아아앗!
그의 에클렉시스가 빛을 발했다.
로아흐 창술
앗지에 오리지널
허수 낙장
일순.
“……허…….”
숨 같은 소리가.
전장 전체에서 피었다.
하늘 위를 부유하는 온갖 무기들이 떨어진다.
금빛으로 반짝이며.
마치 별가루가 떨어지듯이.
쉬이이이…….
딸캉!
쿵!
터엉─!
그런 싱거운 소리를 내며, 온갖 무기들이 땅을 뒹군다.
신들 전원의 무기가 하늘을 날았다.
그 다음은.
서걱─!
또 한 번의 수평베기가 하늘을 가르고.
“끄아아아악!!”
신들은 비명을 지른다.
앙페르의 일격이다.
무기가 있는 채로도 막기 어려웠던 공격.
이번엔 두 동강이 난 신들이 대거 속출했다.
하지만 앙페르는 그 모습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서둘러 저 먼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앗지에와 프론디어에게.
돌아온 두 아들을 향해 간절한 시선을 던졌다.
둘 또한 하늘을 가른 일격에 자연히 앙페르를 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이 마주쳤을 때.
“……허, 허허……!”
앙페르는 미소를 짓기도 전에 소리부터 나왔다. 순간 검을 놓칠 뻔했다.
허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곧 그는 숨을 가라앉힌 뒤 앗지에와 프론디어를 보았다.
로아흐 가문의 셋, 서로의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프론디어!”
그때 메이가 서둘러 프론디어에게 다가왔다.
프론디어는 조금 어색하게 메이를 보았다.
“메이가 맞는 거지?”
“맞아. 로키이기도 하고.”
“그 말 진짜 헷갈리는데.”
“하하하. 걱정 마. 어차피 오래 가지 않아.”
“오래 가지 않는다고?”
프론디어의 말에 메이는 조금은 쓸쓸하게 웃었다.
“잊었어? 마법은 현상이라구.”
“……아.”
“내 기억은 얼마 가지 않아. 조금 있으면 네가 아는 메이로 돌아갈 거야.”
그리고 메이는 품을 뒤적거려 작은 결정 하나를 꺼냈다.
프론디어가 만들어내는 드래곤 하트였다.
“자, 이거. 프론디어 하트.”
“……그렇게 부르지 말아줄래?”
말하면서 프론디어는 드래곤 하트를 삼켰다.
파아앗!
“음, 이제 제어를 잘하네.”
“아홉 세계의 마나를 거둔 덕이겠지.”
이번엔 지난 만곶 전쟁과 달리 마나 제어가 감당이 안 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허나 분명 폭발적으로 마나가 채워지고 있었다.
거인들이 합세하며 전장의 분위기는 일변했다.
프론디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강력한 영웅들의 힘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에 못지 않은 오스프리트와 엘로디의 힘, 그리고 조디악들과 그의 제자들까지.
프론디어는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아마, 이 전쟁.’
승리할 것이다.
상황을 보면 명백했다.
애초에 지금 프론디어가 싸우지 않고 주위를 관망하는 시점에서, 신들은 승기는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
프론디어는 잠깐 하늘을 올려다본 뒤, 다시 앞을 보았다.
그는 천천히 주변에 시선을 던졌다.
그의 고개는 아주 천천히, 좌에서 우로 흘렀다.
저 멀리서 싸우는 동료들이 보였다.
조디악이 보였고, 콘스텔의 교사들이 보였다.
그의 제자들이 보였다.
그 전부를 눈에 담고.
프론디어는 깊게 감았다.
잊지 않도록.
잊지 않도록.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었다.
미안하다고도.
보답을 받았다고.
바다에 가고 싶었다고.
‘……그치만, 말할 시간이 없네.’
그리고 눈을 뜬 프론디어.
촤악!
악마의 날개를 펼쳐 날아오른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그곳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잠깐 빼앗겼다.
허나 전쟁 속, 계속 어딘가에 신경을 쓸 순 없었다.
다만 이 전쟁에서 가장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한 명.
그녀는 의문이 죄다 미간에 모인 것 같은 얼굴로 프론디어를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았다.
오싹, 소름이 끼쳤다.
“……설마 저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