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604)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604화(604/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604화
158장 후일
하늘 위로 치솟은 프론디어. 요르문간드를 보았다.
“부탁해! 아스가르드로!”
“흠……?”
그에 요르문간드는 의아했으나 프론디어를 태워주었다.
“아스가르드는 왜 가는 거지?”
“아직 끝내지 못했어!”
“……호오, 과연.”
요르문간드는 그 말을 이해하고 속도를 높였다.
“철저한 남자로군.”
요르문간드는 빠르게 날아 아스가르드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나서 요르문간드는 기이함을 느꼈다.
“……이봐, 여기 뭔가 이상하다. 들어가지 않는 게,”
“넌 빨리 돌아가.”
프론디어는 아스가르드의 땅을 밟았다. 요르문간드는 보지도 않고 말했다.
“어서.”
“…….”
요르문간드는 그에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닫았다. 뱀의 머리는 길게 틀어 아스가르드에서 되돌아갔다.
프론디어는 날아, 신들의 거처인 글라드스하임으로 향했다.
아스가르드는 소름 끼칠 정도로 조용했다. 신들이 모두 전쟁에 떠났기 때문이다.
허나 이곳엔 분명 남은 신이 한 명 있다.
탁─
그리고 프론디어는 그를 보았다.
“오딘.”
“……왔는가.”
프론디어를 등지고 앉아 있던 오딘. 시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프론디어는 그 옆으로 잠깐 시선을 향했다.
거대한 늑대가 쓰러져 있다. 상처투성이였지만 호흡이 완만하다. 아직 살아 있었다.
“펜리르에게 자비를 베풀 줄은 몰랐는데?”
“……후후. 그럴 리가 있나.”
그렇게 프론디어를 향해 돌아본 오딘.
“……!”
프론디어는 순간 놀랐다.
오딘은 그의 생각보다도 너무 늙어있었다. 아니, 그걸 늙었다고 해야 할까. 주름이 너무도 깊게 파고들어 뼈에 달라붙은 듯하다.
“난 그저 펜리르를 죽일 힘이 없을 뿐이야.”
“……그러냐.”
프론디어는 직조로 묠니르를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오딘이 쥐고 있는 창을 살폈다.
‘틀림없어. 궁니르야. 하지만 이거.’
오딘은 분명 궁니르를 쥐고 있기는 하나.
직감적으로 못 써먹을 물건임을 알았다.
이 세상 최고 등급의 필중이 붙은 신의 창. 허나 너무나 마나를 소비하는 괴물이다. 들고 있는 거라면야 아무 문제가 없을 테지만, 전투에 사용하려고 했다간 마나 소모로 오딘이 나자빠질 것이다.
“승리한 걸 축하하네, 프론디어.”
“아직 네놈이 남았다.”
프론디어의 말에 오딘은 고개를 저었다.
“신이 인간에게 패배했다네. 이것의 의미를 모르겠는가?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이제 모든 신들은 서서히 존재를 잃고 사라질 거야.”
“그럼 너는 왜 여기에 있지?”
프론디어는 살기를 피웠다.
“나한테 죽고 싶어서 기다렸나?”
“내가? 왜 자네가 나를 죽이겠나.”
“……뭐라고?”
오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가?”
“…….”
프론디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느끼고 있다. 어딘가 익숙한 감각. 무언가가 되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내 모든 힘을 전부 사용했다네. 펜리르를 죽일 힘까지 전부 끌어다가,”
오딘은 마치 장난치는 것처럼 말했다.
“구원의 세계를 다시 만들었지.”
“……!”
구원의 세계.
신과 인간을 나누는 벽.
“적어도 이 세계 안에서는 존속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네놈……!”
“아직 시간이 있네, 프론디어.”
오딘은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쪽이 지름길이야.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았으니 어서 가보게.”
“…….”
“나를 죽이려고 애쓰다간 시간이 없어질 거야.”
쉭!
콰앙!
“크억!”
프론디어는 빠르게 달려들어 오딘을 무너뜨렸다. 묠니르를 들어 머리를 향해 내리친다.
까아앙!
“?!”
허나 망치는 무언가의 벽에 막혔다.
‘이거, 토르의 턱을 가격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야!’
프론디어의 감각은 옳았다.
“프론디어, 나에게 묠니르는 소용이 없어. 이미 대책을 마련해놨거든.”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했지? 신이라 한들 쉬운 작업이 아닐 텐데. 묠니르에 당할 걱정을 하다니. 네놈은 토르의 아버지잖…….”
거기서 프론디어는 말을 멈췄다.
스스로 어떠한 답에 도달했다.
“……너, 애초에 토르를 믿지 않았구나.”
“크흐흐. 그렇다. 잘 알아봤구나.”
그의 아들이 언젠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을 두려워, 묠니르가 간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허나 프론디어, 미스틸테인이라면 나를 죽일 수 있다. 직조할 수 있을 테지?”
“…….”
프론디어의 눈이 커졌다.
그 모습을 보고 오딘이 웃었다.
“크흐흐, 내가 그걸 가르쳐주는 이유가 궁금한가?”
“……설마, 너.”
“그래. 너와 같은 생각인 거다.”
꽈악.
오딘은 프론디어의 옷깃을 잡았다.
“프론디어. 네놈, 나의 행동을 읽었지? 구원의 세계를 만들 거라는 걸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로 와서 나를 죽일 생각을 했잖느냐. 자신이 구원의 세계에 갇힐 걸 알면서! 나를 죽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
그렇다. 프론디어는 알고 있었다.
오딘이 이 전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때, 그의 꿍꿍이를 읽었다.
왜 펜리르를 본인 스스로 맡았는지, 그걸 핑계 삼아 아스가르드에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그렇다면 죽여라! 프론디어!!”
“……!”
“나를 죽이려면 미스틸테인이라 하더라도 열 번은 찔러야 할 것이다! 그래, 그렇게 죽여라! 허나 이 구원의 세계에서 너는 빠져나가지 못할 게야! 모든 신들이 죽는다 해도, 이 세계에서 너만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크윽!”
프론디어는 묠니르를 해제하고, 그 손에 미스틸테인을 쥐었다.
그걸 보고 오딘은 씨익 웃었다.
“그래! 너라면 가능하다! 네놈이 신에게 반역하여, 인간들에게 승리를 가져왔지. 그렇다면 너는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고쳐야 할지! 그걸 보여봐라, 프론디어! 인간들에게 진정 올바른 방향을 지시해 보여라! 시간조차 무의미한 이 공간 안에서 인간을 위해 힘써보아라! 다른 누구도 할 수 없겠지만, 프론디어! 프론디어!! 너라면 가능하다!”
파직, 파지직!
그때 미스틸테인이 소리를 냈다.
프론디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프다.
처음 쥐었을 때는 바늘에 찔린 정도였던 그 고통이 서서히 불어나, 어느덧 프론디어의 몸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어서, 어서! 나를 죽여라! 프론디어!!”
까득.
프론디어는 이를 악물었다.
휘익─!
푸욱!
오딘의 심장에 창날을 박아넣는다.
“커어억!”
허나 그걸로는 죽지 않는다. 오딘의 말대로다. 이 한 방으로는 부족하다.
프론디어는 오딘의 말대로, 수없이 그를 찌른다.
오딘의 비명 소리, 비산하는 피, 그의 피가 프론디어의 얼굴을, 몸을 적신다.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
푸우욱!
그때의 오딘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의 생은 거의 다했다.
그는 모든 근육을 놓는 듯, 그렇게 프론디어를 보며 말했다.
“프론디어…….”
그 동공의 마지막 불이 꺼지며.
“──유일신이 되어라.”
그것이 유언이 되었다.
프론디어는 잠시 그를 보다가 일어섰다.
주위를 둘러보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완성되었다.
구원의 세계가.
“……후우.”
프론디어는 아주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알았다.
이곳은 나갈 수 없다.
저 멀리는 금빛 천장이 보이고, 화려한 건축물과 조각상들이 길가에 놓여 있다.
언젠가는 수많은 신들이 살았을 이 곳.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끼잉.
“아, 참!”
프론디어는 그 소리에 놀라서 움직였다.
펜리르에게 달려갔다.
“펜리르, 괜찮아?”
“……네놈에게 걱정받을 정도는…….”
펜리르가 쓰러진 채 괜히 으르렁거렸다.
그럼 끼잉 소리를 왜 냈는데.
“그래, 넌 펜리르니까. 어련히 살겠지.”
“네놈과 계속 같이 살아봤자 무슨 의미냐.”
“……듣고 있었구나.”
펜리르는 느긋하게 눈을 감았다.
“듣지 않아도, 대강 아는 법이다.”
“…….”
프론디어는 펜리르의 옆에 털썩 앉았다.
“그래, 이제 너와 나뿐이야. 여기에는.”
“구원의 세계가 완성되었나.”
“그런 것 같아.”
프론디어는 멍하니 앞을 보았다.
여기는 낮과 밤의 개념은 있을까? 태양이나 달이 지나가는 게 보이긴 할까? 이곳에서는 별자리를 알아볼 수 있나?
아스가르드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다. 거의 다 이전 세계의 지식이고, 실제와는 너무 많은 차이가 있었다.
처음 이 세계로 들어왔을 때, 설마 아스가르드에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신이 된 걸 축하한다, 프론디어.”
“……고마워.”
“기분은 어떤가?”
“삭신이 쑤신다.”
프론디어의 말에 크흐흐, 하며 펜리르는 짓궂게 웃었다.
파아앗!
그리고 곧 그 거대한 몸이 빛을 발했다.
프론디어가 놀라서 펜리르를 보았다.
“……설마 너도.”
“그래. 한계에 달한 것 같군.”
펜리르는 그 말만을 남기고,
빛은 더욱 크게 불어나 프론디어의 눈을 가리게 했다.
그리고 완전히 꺼진 빛.
“……엉?”
거기에 웬 강아지가 한 마리 누워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펜리르였다.
“……이 자식이 사람 놀래키고 있어.”
프론디어는 그 강아지를 자신의 품에 올려놨다.
그리고 생겨난 긴 침묵.
펜리르가 깨어날 때까지 이 침묵은 오래도록 계속되겠지.
시간이 지나니 점차 그의 몸에 온갖 상처들도 낫기 시작했다.
정말로 신이 되어가고 있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있잖아, 펜리르. 나랑 별 친분도 없는 너니까 하는 말이지만.”
자는 펜리르를 두고, 프론디어는 멍하니 읊조려본다.
“진짜 무서웠어.”
그저 멍하니.
프론디어는 청명한 하늘을 앞에 두고 계속 말했다.
“와, 어떻게 게임 오버가 된 세계로 떨어질 수가 있냐.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아는 공략법이 하나도 없는데 거기서 맨땅에 헤딩하라니. 공략이 있어도 죽을 판국에. 게다가 프론디어라는 애는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가족들은 다 날 싫어하고, 학생들도 다 날 싫어하고, 교사들도 다 날 싫어하고. 아니, 내가 뭔 잘못을 했냐? 다 원래 프론디어가 한 거잖아. 젠장, 훈련도 실전도 죄다 더럽게 힘들고 아프고, 더럽고, 더럽게 위험하고. 더러워서 진짜. 야, 내가 뭐 하고 싶어서 나섰냐? 내가 뭐가 좋다고 앗지에한테 매일 같이 얻어맞았겠냐고. 뭐가 좋다고 테이번을 가고 예란헤스를 가고. 마물과 싸우기도 전에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만곶이 전쟁 일으켰다고 죽어라 벨페고르랑 싸우고. 와 진짜 나 아니었으면 누가 막았냐고. 악마 사건 때도 그래. 내가 뭣하러 악마 행세를 했는데? 근데 그걸 사람들이 진짜로 믿을 줄 몰랐지. 나, 제국에서 쫓겨나는 날엔 눈물 찔끔 날 뻔했다. 오딘 저 개자식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편안하게 죽었어. 제국에서 떠나 다른 대륙으로 갔더니 이젠 여기가 전쟁 일으킬 거라고 설치고. 그것도 내가 다 막았다고. 다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야 씨 내가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들으면 너도 눈물이 주륵주륵 날 거다. 내가 왜 제국에서 도망쳐야 해? 왜 악마라고 낙인 찍혀서 욕먹고, 온 세상이 다 날 죽이려 드는데. 열심히 했잖아. 나 정도면. 이 정도면 꽤 잘하지 않았나?”
하아.
긴 한숨이 흘러나온다.
오랫동안 묵힌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그럼에도. 그 전부를 내뱉은 뒤에는.
“그래도 괜찮았어.”
프론디어는 풋, 웃어버렸다.
“정말이야. 다 괜찮았어.”
프론디어는 양손을 바닥에 대고 반쯤 누워 고개를 들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거든.”
그의 시선 끝에 떠오르는 건 결국, 억울함과 분노가 아니다.
그의 곁을 지켜준 사람들.
누군가 그 대신 화를 내고, 대신 울어주었다. 그와 함께 목숨을 바쳐 싸운 사람들, 그를 돕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그를 믿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을 잃을 순 없었으니까.”
슥.
프론디어는 품 안에 곤히 자고 있는 펜리르를 쓰다듬었다.
“정말로 신이 된 건가. 나.”
그럼 이제 뭘 하지.
여기서 나갈 수도 없는데.
그렇기에 신인가.
신이라는 건 그거면 충분한 건가.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걸까, 펜리르.”
물론 자는 펜리르에게 대답은 없었다.
“……이걸로 괜찮은 거라면.”
뭐, 어쩔 수 없지.
프론디어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른한 웃음을 띠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