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RAW novel - Chapter (605)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605화(605/60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605화
158장 후일(2)
“……엉?”
그렇게 앞을 보는데.
프론디어의 정면, 그 허공 어딘가가.
“……뭔가, 얼룩이 진 것처럼.”
프론디어는 기묘한 것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인데, 무언가 새까만 것이 묻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저게 뭐,”
콰지지지직!!
프론디어의 말을 끊어내듯이.
얼룩은 거친 소리를 내었다.
마치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불쑥!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손이.
콰직, 콰지지직!
새까만 얼룩에서 튀어나온 손이 허공의 경계를 붙잡았다.
그리곤 다음 손이 또 튀어나와 양손을 밀어젖혀, 조금씩 그 경계를 넓히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이……!”
그리고 양팔이 쫙 펼쳐지고 열린 공간으로,
터억!
당당함을 넘어 난폭한 발이 앞으로 내딛고,
“안 괜찮아!!!”
아스가르드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내지르며 프론디어의 눈앞에 선 한 사람.
“하나도 안 괜찮다고! 프론!!”
“……엘로디?”
프론디어는 너무 놀라 벙쪘다.
엘로디가 그 푸른 눈동자를 이글거리며 프론디어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여기에 있지?
꿈인가?
벌써 외로움에 미쳐 정신이 돌아버렸나?
“와! 나! 진짜! 와!”
엘로디는 척척 걸어오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소리를 뱉었다.
“진짜 이해가 안 가! 하나도 이해가 안 간다 너!!”
“너, 어떻게 여기……. 아니 어디서부터 들은 거,”
“프론!!!”
엘로디는 프론디어의 말은 듣지도 않고 외쳤다.
“내가 너 때문에 무슨 고민을 했는지 알아? 와 얘 진짜 어이없네? 사람 고민을 아예 쓸모도 없게 만들어버리네? 이야, 이렇게 명확한 답이 있었으면 진작 말해주지 그랬어!”
“그, 그러니까 무슨 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프론디어.
그에 열받은 엘로디가 두 눈을 감고 소리를 빽 질렀다.
“내가 너! 원래 세계로 보내주려고 했다고!!”
“……허?”
“다 들었단 말이야! 네가 원래 누구고, 무엇 때문에 여기로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여기서 살아갔는지 알았다고!”
그 외침에 프론디어의 생각이 완전히 멎었다.
이 정도로 생각이 날아간 건 이 세계에 와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너, 내가,”
“그래! 프론디어가 아니잖아!”
엘로디는 프론디어를 척 가리켰다.
“그래서 사원소 조합으로 너를 보내주려 했다고! 근데 그걸 방금 써버렸어 바보야! 생애 단 한 번 찾아오면 많이 올 거라는 우연인데, 그걸 또 내가 억지로 비유 속의 행성까지 움직였다고! 너 이제 원래 세계 못 돌아간다.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 다 니 탓이니까! 나중에 울고불고 해봐라 티끌이라도 먹히나!”
덥석!
그러고는 엘로디는 프론디어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자, 빨리 돌아가자! 언제까지고 열리는 통로가 아니야!”
“자, 잠깐. 그러면 신은…….”
“뭔 소릴 하는 거야!”
프론디어는 펜리르를 안아 들고, 멍하니 엘로디가 손길에 이끌려 따라간다.
“이제 우리한테!”
그리고 통로 너머로 보이는 하늘.
엘로디는 프론디어와 함께 낙하하면서 외쳤다.
“그런 건 필요 없다고!”
“……!”
프론디어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잠시 몇 번 깜박이는 눈.
그리곤 그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그래, 그렇지.
이제 그런 건 필요 없다.
쉬이익─
땅이 가까워져 오자, 프론디어를 발견한 이들이 하나둘 외치기 시작했다.
“프론디어!!”
“프론디어, 프론디어!!!”
“와아아아!!”
그들의 커다란 외침을 들으며 그들은 지상에 가까워져 온다.
프론디어는 점점 가까워져 오는 사람들과 전장 전체를 둘러보았다.
‘……그렇구나.’
신들이 모두 쓰러졌다.
프론디어가 구원의 세계에 갇혀 있었을 때, 이미 전쟁은 끝나 있었다.
프론디어와 엘로디는 가벼운 부유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프론디어! 프론디어! 프론디어!”
그때 이미 목소리는 하나가 되어,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프론디어는 멍하니 사방에서 터지는 자신의 이름을 들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잔느.”
“프론디어.”
메노소르포로 소환된 영웅, 거인들.
그들이 프론디어 앞에 모였고.
스윽.
모두가 천천히 프론디어를 앞에 두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고마웠어요.”
잔느의 목소리. 프론디어는 무어라 말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야말로.”
그러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프론디어를 향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 의미를 프론디어는 알고 있다.
─제가 이곳에 다시 돌아오는 날에, 저를 음해한 모든 이들이 사죄하게 될 것이며,
─저에겐 어떠한 상처도 없을 것입니다.
프론디어는 눈을 감았다.
어떻게든 해결했나.
이제 집에 갈 수 있겠다.
[잠깐, 잠깐.]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낯익으면서도 약간의 변조된 음성.
프론디어가 고개를 들자 거기엔,
“아, 젠장.”
위저뷰가 있었다. 그 화면에는 거기에 익숙한 새까만 옷을 입은 여자가 보였다.
“또에요? 퀴니에 씨?”
[이번에야말로! 영웅의 얼굴을 제대로 찍어둬야겠다 싶어서!]대체 언제 준비했지.
위저뷰 화면이 바뀌더니, 이번엔 프론디어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자! 이 화면은 황궁, 제국, 온갖 도시와 방벽 전체, 게다가 저 먼 대륙 아고리스에까지 나오는 특급 생중계라구!]어련히 그러시겠지요.
프론디어는 갑자기 나른해졌다.
[프론디어, 뭔가 할 말 없어?]그 말에 프론디어는 잠시 생각했다.
모두가 보고 있는 생중계라.
그럼 할 말은 하나뿐이다.
프론디어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
“그때도 말한 거 같은데 저는,”
그 말을 할 때 우연히도, 앙페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굳이 시선을 피할 필요는 없었다.
“저는 프론디어 드 로아흐입니다.”
* * *
신은 무너졌고,
인간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듣자 하니 신들이 사라지는 건 기정사실이지만, 아직 죽지 않은 신들은 사라지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것도 꽤 오래 걸린다나. 거기다 사라지는 건 신들이지 그 세계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즉 아스가드르라든가, 마계라든가 하는 곳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영혼이 사후세계로 가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은 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세계의 시스템이라, 이쪽이 바뀔 일은 없다고 했다.
……사실 이건 그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 난 대부분의 정보를 엘로디에게 들었다. 엘로디는 내가 이런 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내 휘하에 있던 72악마 대부분은 마계로 향했다. 드디어 고향 땅을 밟은 것이다. 물론 이건 팔마 왕이 에드리움을 점령하기 전에 예정된 수순이었다.
다만 리리는 남았다. 정확히는 마계랑 이곳을 오가며 간간이 마계에 관한 소식을 내게 전해주고 있었다. 마왕인 나도 상황을 알아야 한다면서.
내가 아직도 마왕인가.
벨페고르가 마계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도 리리에게 들었다. 칠죄종 대부분을 정리하고, 벨페고르는 거의 마계의 왕 자리를 차지한 모양이다.
로키의 영혼을 수거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나를 죽이든가 내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든가 해야 하는 모양이다.
벨페고르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겠지.
다만 리리가 마지막에 날아온 소식이 좀 신경 쓰였는데,
─바엘과 바알제붑, 아직 판테모니엄에 갇혀 있음.
……그쪽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지금 로아흐 저택에 있다.
내가 저택에 돌아왔을 땐 말리아가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안더니 펑펑 울었다. 듣자 하니 황궁에서 내 위저뷰를 볼 때부터 나를 만나기까지 계속 울었다고 한다.
나에게 다친 데가 없냐고 물었는데, 속으로는 ‘다치지 않는 게 조건 아니었던가?’라고 생각해 버렸지만 아무리 그래도 눈치가 그 정도로 없지는 않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결국 나는 어떻게 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가.
엘로디와 그녀의 다른 신들과 열심히 상의한 결과 대답이 나왔다.
미정.
내가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설마 그 ‘우연’이라는 게 엘로디의 행성 전부가 일렬로 맞춰질 때를 기다리라는 거였을 줄이야.”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비유에서나 그런 거지. 다른 마법사들이라면 또 다를 거야. 뭐, 내 비유가 그 우연을 눈으로 관찰하기 좋은 건 확실하지만.”
라고 엘로디는 말했다.
게다가 나를 아스가르드에서 꺼냈을 때는 그 우연도 부족해서 행성 하나의 위치를 강제로 움직였는데, 이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행성 하나 갖고는 어림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또다시 어떻게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지 모를 처지에 놓였다.
“……망겜.”
“무어라 말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셀레나는 여전히 나의 호위다.
그리고 겸사겸사 고대어를 배우고 있다.
이제 와서 이걸 왜 배우려고 하나 싶었지만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어 가르쳐주고 있었다. 다시 내 정기 스케줄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프론디어 님, 다음에 쇼핑을 가야겠습니다.”
“쇼핑?”
“예. 수영복을 사야 합니다.”
“……아, 그래. 바다를 가기로 했었지.”
나는 문득 생각나 고개를 끄덕였다.
“수영복이라면 내가 같이 가는 건 좀 그렇겠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갔다 와.”
“후후, 농담이 심하시네요.”
……농담?
셀레나는 살갑게 웃었다. 정말로 내가 농담을 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근데 농담이 아니라고 했다간 그 웃음 뒷면의 표정을 볼까 봐 아니라고 말하지를 못했다.
“그나저나.”
셀레나는 문득 생각난 듯 방의 오른쪽 구석을 보았다.
“저 강아지, 정말로 펜리르입니까?”
“그래.”
내 방 작은 방석 위에 곤히 자고 있는 펜리르. 저렇게 작으니 늑대라기보다 그냥 강아지다.
“분명 이야기에 따르면 하늘과 땅을 동시에 먹어치울 정도로 거대하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거대하진 않지만 크긴 컸어. 오딘이랑 싸우느라 힘을 다 소모한 모양이야.”
“그럼 회복하게 되면 다시 커지는 겁니까?”
“……그렇겠지?”
생각해 보면 좀 곤란하다.
내가 처음 펜리르를 보았을 때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 로아흐 저택 부지가 아무리 넓다지만 그만한 늑대가 돌아다닐 공간이 아니다.
게다가 크기보다 더 문제인 게 위압감과 살기다.
나랑 벨페고르 둘 다 동시에 쫄았던 그 눈빛. 일반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걱정 마. 이 상태로 있을 거니까.”
그때 방석에서 자고 있던 펜리르가 언제 깼는지 말을 걸었다.
“…….”
셀레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펜리르를 보았다.
“……프론디어 님. 개가 말을 합니다.”
“그러니까 펜리르라니까. 개가 아니라 늑대라고.”
“늑대가 말을 합니다.”
“……그래. 신기하지?”
우리 둘의 대화를 듣던 펜리르는 방석 위에 제 턱을 푹 묻었다.
“내가 무슨 풍선인 줄 알아? 마력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하게. 어차피 마력을 보존하려면 이 형태가 가장 좋아. 걱정 안 해도 돼.”
“너 말투가 바뀐 거 같다?”
“이 크기로 어떻게 근엄하게 말하냐? 그게 더 피곤해.”
펜리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개가 한숨을 내쉰다. 정말 느낌이 이상했다.
“다른 이들에게 공포를 주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아. 그래서 내가 그렇게 된 거니까.”
“……그래, 미안.”
“뭐가. 내가 고마워해야지.”
펜리르는 그렇게 말하며 쭉 등을 늘렸다.
생각해 보면 펜리르는 그저 강하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그 오랜 세월 동안 묶여 있었다.
그건 펜리르의 잘못이 아니지만, 누군가를 무섭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겠지. 어딘가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셀레나를 가르치는 시간이 끝났다.
“……후우.”
나는 방 안에서 고개를 들고 한숨을 쉬었다.
이 한숨은 걱정의 한숨이다.
며칠간 서로 되도록 마주치지 않고자 했으나.
분명히 정리하고 가야 할 사실이 있었다.
“…….”
“…….”
그렇게 나는 로아흐 저택의 뒤뜰에서.
앗지에와 한마디도 안 하고 서로 가만히 서 있었다.
긴장감이 있다기보다 어딘가 어색하다.
대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앗지에였다.
“프론디어.”
“……예, 형님.”
나는 진짜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 원래 호칭으로 돌아왔다.
그에 앗지에가 내게 말했다.
“그래, 너는 나를 형님이라 부르지. 원래의 프론디어는 그렇게 부르질 않는데 말이야. 거기서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그렇군요.”
뭐라 할 말이 없다.
앗지에는 나를 가만히 보다가, 결국 나와 비슷한 한숨을 내쉬었다.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뭡니까?”
“너는 아버지에게 ‘파문’에 관한 편지를 받았을 때, 이미 너였지?”
“그렇습니다. 그때는 이미 바뀌어 있었습니다.”
“……프론디어를 내쫓을 생각을 품었을 때부터 너였단 소리구나.”
그렇게 된다.
앗지에는 다시 물었다.
“너는 왜 나를 구했지?”
“전쟁에 형님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 그랬지.”
“……그렇게 말하면 납득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 이유를 댔습니다만.”
나는 한 마디 더했다.
이걸 다시 묻는 이유, 왠지 알 것 같았다.
“그냥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명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나의 대답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말이었다.
앗지에는 그런 나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 눈이 천천히 옆을 보고, 하늘을 보고서.
“프론디어.”
앗지에는 나를 다시 불렀다.
“오래 살아라.”
“…….”
나는 그 말에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내 손끝이 떨리는 걸 느꼈다.
“내 동생을 보았던 기간보다,”
그렇게 앗지에는 걸음을 옮겼다.
마치 바람에 흘려보내듯 말을 건넸다.
“널 더 오래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