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11
이어서 박준기까지 가세하자, 한유일은 민망함에 어쩔 줄 몰라했다. 그 모습을 보며 다른 배우들은 장난스러운 시선을 공유했다.
그의 반응 때문에 더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게 만든다는 것을 유일은 아직 모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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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은 흘러, 의 마지막 촬영날이 다가왔다.
“다들 준비 되셨습니까?”
“네~”
밝은 얼굴로 시선을 주고받은 주연 배우들은 금세 감정을 잡고서 대본에 시선을 고정했다.
감독과 배우들 뿐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기대와 걱정을 하도록 만든 장면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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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촬영
의 마지막 촬영은 특히나 드라마틱했다.
어떻게든 대충 덮어놓고 여행을 하던 인물들이, 서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희의 음독 사건이 시작이었다. 서로를 향한 불신이 터져서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결말에서 뜻밖의 반전을 드러낸다.
적절한 연출이 들어간다면 재미와 작품성 모두 잡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았다.
물론 아직 후시 녹음도 남아 있었고, 후반 작업이 모두 끝나기 전까지 앞으로 몇 달이 더 걸릴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얼른 완성본을 보고 싶네.’
유일은 기대감에 주먹을 쥐었다.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만 해도 영화 촬영의 끝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액션!”
마지막 씬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미 자신의 분량을 모두 촬영한 유일은 스태프들과 함께 촬영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삼, 영화가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필요한 장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기분이 이상하네.’
【현재 한유일 님의 심박수는 정상이며, 산소포화도 역시 정상입니다. 체온유지를 위해 노력하세요.】
‘···.’
그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핫팩을 손에 쥐고서 정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지금 한유일의 눈앞에는 서로에게 비명에 가까운 폭언을 쏟아내는 이들이 있었다.
이종순과 박준기, 민소희, 그리고···
‘저 분이 나오는 줄은 몰랐는데.’
한유일은 진지한 얼굴로 한 배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주희영.
그녀는 누가봐도 ‘아, 거기 나온 그 분?’ 하고 말할 정도로 유명한 명품 조연 배우였다. 출연한 천만 영화만 해도 벌써 세 개였던가.
어쩐지, 주연은 넷인데 왜 대본에 인물 하나가 더 있는지 궁금했었다.
보아하니 다른 배우들 역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주희영의 출연을 알지 못했던 것 같았다.
‘감독님이 일부러 숨기신 건가?’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조사 결과, 촬영이 시작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배우를 구했다고 합니다.】
···이젠 이 미친 인공지능이 그런 것들을 대체 어떻게 아는 건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나저나, 다들 에너지가 정말 좋으시네.’
【평균적으로 20여년의 경력을 지닌 배우들입니다. 연륜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도 연륜을 느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일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한유일은 눈앞에 있는 중년의 배우들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주희영을 제외한 네 명의 주연배우들은 연기를 사랑했고, 연기를 위해 다른 일들을 유지하며 생계를 이어 온 이들이었다.
한유일은 그들처럼 오직 연기를 위해서 험난한 길을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아닙니다. 걱정마십시오, 유일 님.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대체 뭐를···.’
유일이 꺼림칙한 얼굴로 목을 매만지던 그때, 유재호가 크게 외쳤다.
“···컷!”
그의 컷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모두가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해낸 배우들에게 보내는 응원이었다. 한유일 역시 손바닥이 얼얼할 때까지 박수를 보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저녁 드세요!”
온갖 인사들이 촬영장에 울려퍼졌다. 모두 실내 촬영장으로 저녁을 먹으러 향했다. 유일도 슬슬 자리를 옮기려 할 때, 누군가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저, 배우님.”
“네?”
추위에 얼굴이 발개진 막내 스태프가 쭈뼛대며 다가왔다.
“그··· 다른 게 아니라··· 같이 사진 좀 찍을 수 있을까 해서요.”
“···저랑요?”
한유일의 물음에 스태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목끝까지 차오르는 어색함을 누르며 핸드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하나, 둘, 셋!”
스태프는 언제 부끄러워 했냐는 듯 밝은 얼굴로 셔터를 눌렀다.
“감사해요.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성함이··· 한솔 씨 맞죠? 저도 응원할게요.”
유일의 말에 스태프의 눈이 커졌다.
“제 이름을 기억하세요?”
“첫 촬영 때 같이 밥 먹으면서 말씀해주셨잖아요.”
‘대박···!’
막내 스태프가 두 손을 모은 채 반짝이는 눈으로 한유일을 바라보았다.
‘음향감독님도 내 이름 헷갈려 하시는데···.’
많은 경험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린 나이에 촬영 현장에 들어가면서 나름 여러 배우를 봤던 그였다.
는 지금까지 그가 가봤던 곳 중에서도 분위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던 현장이었다.
감독도 감독이지만, 배우들의 준비성과 빠른 이해도도 큰 이유였다.특히 한유일은,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이 좋은 배우였다.
“날이 많이 춥네요. 들어가죠.”
한유일의 말에 스태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실내로 들어가자마자 배우들은 작은 탄성을 흘렸다.
그들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저녁식사도, 생크림 케이크도 아닌 커다란 글씨였다.
[마지막 촬영을 위해 – 제작진 일동]영화에 참여한 스태프들이 직접 손글씨로 쓴 현수막이었다. 쉬는시간에 잠시 짬을 내서 만든 듯한 모양이었다.
“어머, 이런 건 언제 준비했대.”
“진짜 귀엽다~”
“여기 여기 그림 뭐야! 이거 누가 그렸어.”
유재호 감독까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현수막 앞에서 몇 번이고 단체 사진을 찍은 뒤에야 본격적으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뒷풀이는 다른 날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거의 뒷풀이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었다.
촬영이 예정보다 이르게 끝나 다들 쌩쌩한 덕이었다.
*
“어어, 안 돼~ 벌써 가려고?”
“내일 아르바이트가 있어서요.”
“···아이고.”
안타까운 시선들을 뒤로 한 채 집에 겨우 돌아온 한유일은 녹초가 되어 침대 위에 누웠다. 몸은 미친 듯이 피곤했지만, 잠에 쉽게 들 순 없었다. 누군가 그의 뇌를 들고 저 위로 올라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영화, 꽤 재미있네.’
한유일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1단계 목표 100% 달성.】
【···지금부터 2단계에 돌입합니다.】
*
“···아니, 유일아.”
진하영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여기가 맞아?”
“네.”
그녀는 한유일을 따라 차에서 내린 뒤에도 여전히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
“···여기서 저녁을 먹자고?”
“네. 다 예약해뒀어요.”
‘여긴··· 호텔이잖아.’
진하영은 고급스럽다 못해 스스로를 초라할 정도로 느끼게 만드는 호텔입구를 바라보았다.
조카가 밖에서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을 때는 그저 기분이 좋았다. 유일이 직접 운전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저 기특하기만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웬 서울 중심부에 있는 호텔인 것이다. 진하영은 지금껏 4성급 이상이 넘는 호텔의 입구를 넘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진하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일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녀를 안내했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걸린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식당이 등장했다.
“정말··· 여기서 먹는다고?”
모르긴 몰라도 이곳에서 먹는 음식은 1인당 10만원은 훌쩍 넘을 게 분명했다.
“나는 동네 중국집만 가도 좋은데. ···네가 돈이 어디있다고.”
한유일은 진하영의 말에 화사하게 웃어보이며 답했다.
“괜찮아요. 어제 페이를 받았거든요.”
진하영이 여전히 눈을 깜박이자, 한유일이 덧붙였다.
“영화 출연료요.”
촬영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유일은 계약에 따라 페이를 받았다.
총 12회차 촬영이었고, 회당 페이는 40만원이었다. 그러니 그가 받은 금액은 총 480만원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언제가 되었든 꼭 이모랑 같이 오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말을 고르던 진하영은 입을 다물었다. 환한 한유일의 얼굴을 본 그녀는 잠시 불편한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자신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은 조카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최대한 맛있게 먹어야 겠네.’
진하영은 진지한 얼굴로 목을 축였다. 먹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입이 짧은 탓이었다.
그러나 코스요리의 시작을 알리는 에피타이저가 나오는 순간, 그녀는 그 모든 걱정이 허황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먹었던 랍스터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부드럽고 달달한 살을 한입 베어문 뒤 함께 나온 샐러드를 입에 넣자, 싱그럽고도 향긋한 레몬과 허브 향이 풍겼다.
에피타이저를 시작으로 진한 크림 수프와 구운 도미와 당근 퓨레, 부드러운 스테이크와 이름도 기억 못할 희한한 디저트까지···.
‘비싼 게 좋긴 좋구나.’
맛을 음미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내가 네 덕에 호강을 다 하네.”
진하영은 연신 감탄을 하며 밥에 입을 넣었다.
“이모.”
“응?”
“드릴 게 있어요.”
“뭐를?”
만족스러운 얼굴로 등을 기댄 진하영에게, 한유일은 편지봉투를 건넸다.
“어머, 편지야?”
밝게 웃으며 봉투를 열어본 진하영의 입이 힘없이 벌어졌다.
너무 큰 돈이었다.
“···유일아.”
자신의 조카에게는 더더욱 받을 수 없는 돈이었다.
진하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한유일을 설득해보려 했으나, 조카의 고집을 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의 실랑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야 겨우 끝났다.
결국 진하영은 돈을 생활비에 보태겠다는 말로 합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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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아. 앞으로 이모한테 이런 밥 안 사줘도 돼. 돈은 더더욱 필요 없고. 나 너보다 돈 많다?”
“알아요.”
‘알기는.’
진하영은 한숨을 삼키며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의 조카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무 애를 애늙은이로 키운 것 같네.’
나중에 언니가 보면 뭐라 하진 않겠지. 진하영은 새어나오려는 한숨을 삼켰다.
“내일도 아르바이트 가는 거니?”
“네. 아르바이트 갔다가 연극 준비하러 가요.”
“···그 두 개를 병행할 수가 있는 거야?”
한유일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하니까 되던데요.”
···자신의 조카지만 지독한 아이였다.
진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지나가는 차들이 뿜어내는 빛들이 강 위에 아른거렸다.
“유일아.”
“네.”
“네 엄마랑 나랑 가끔 잠 안 올 때 뭐하고 놀았는지 알아?”
그 물음에 유일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진하영은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말을 이었다.
“나중에 가지고 싶은 것들 늘어놓으면서 놀았어.”
“···자동차, 강아지, 뭐 그런 것들이요?”
“응.”
진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는··· 그러니까 네 엄마는, 항상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만 말했어. 에펠탑, 모나리자, 뭐 그런 것들. 진짜 웃기지 않니?”
“···.”
“네 이름이 유일이라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렸는데. 딱 자기 같은 이름만 짓는다고···”
진하영의 시야가 길가의 빛들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
한유일은 빠르게 자신의 눈가를 쓸었다.
그들이 탄 자동차는 오래도록 도로를 달렸다. 아름답고도 고적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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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1)
“어, 유일이 왔어?”
한유일은 자신을 반기는 정수호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형.”
‘…?’
매번 같이 있던 조연출은 덤덤한 표정이었으나, 오랜만에 연습실에 온 스태프들은 놀란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원래 둘이 아는 사이였어?”
“그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나치게 다정한 둘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스태프들을 뒤로한 채, 정수호는 한유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모습이 꽤나 훈훈했기에 스태프들은 의아함을 잊고 둘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비니를 눌러 쓴 채 대본을 체크하고 있던 서미희는 벌떡 일어났다.
“다들 컨디션 괜찮죠?”
“네.”
한유일이 담백하게 답하자, 곁에 있던 정수호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연출님 덕분에요.”
“아이고.”
서미희는 그의 넉살에 피식 웃고는 손뼉을 크게 쳤다.
“자아, 그럼 연습 시작하죠. 어제는 유일 씨가 소년이었으니까, 오늘은 수호 씨가 소년으로 해봐요.”
“알겠습니다.”
한유일은 하얀색 테이프로 경계가 표시된 연습실의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지금껏 사용했던 연습용 무대였다.
한유일은 천천히 연습실 중앙으로 향했다. 며칠 전 브윈이 했던 말이 스치듯 떠올랐다.
【스타니슬랍스키는 배우가 무대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우 스스로 무대 내에서 흥미를 잃지 않아야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 유일이 서 있는 연습실은 넓고, 또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니 당연히 주의가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학교 소극장에서 연극을 올린 적도 있고, 오디션에서도 기량을 충분히 보였던 그였다. 그러나 넓은 극장은 또 달랐다. 특히 개방된 넓은 연습실에서 오랜시간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한 ’경계’가 흔들리지 않아야 관객 역시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최근 브윈은 집중력을 기르는 훈련을 중점적으로 시켰다.
언제나 그렇듯 힘든 훈련이었다. 그러나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이젠 조용하지 않은 연습실에서도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미희와 정수호는 그런 한유일을 보며 연습할 때마다 좋아진다며 칭찬을 건넸다. 특히 정수호는 평소에 어떻게 연습하냐고 끈질기게 묻기까지 했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브윈이 협박을 안 하네.’
한유일이 그런 생각을 이어갈 때, 서미희가 입을 열었다.
“그럼 연습 시작하죠.”
유일은 바닥에 반듯하게 누웠다.
그가 바닥에 누운 직후, 더는 한유일은 없었다. 오직 뱀파이어만 있을 뿐이었다.
뱀파이어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눈꺼풀을 올렸다.
기계적인 움직임이었다.
서미희의 곁에 서 있던 조연출은 감탄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봐도 봐도 신기하네.’
한유일의 ‘소년’도 좋았지만, 그는 ‘뱀파이어’를 연기하는 한유일을 조금 더 좋아했다.
뱀파이어를 연기하는 한유일은 정말 ‘비인간적’이었다. 그 모습이 한유일의 평소 이미지와 지나치게 다르다는 점도 그의 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뱀파이어와 소년이 만난다.
뱀파이어에게 소년이 말을 건다.
뱀파이어는 소년을 무시한다.
극은 점점 초반부를 지나가고 있었다.
“···움직이기가 힘들죠? 여기 돌이 너무 많아요. 점점 더 많아져요···.”
소년이 눈썹을 내리며 애처로이 말하자, 고개를 살짝 돌려 소년을 본 뱀파이어는 최소한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손짓 한번에, 소년의 몸이 해방된다.
“…어?”
깜짝 놀란 소년이 웅크리고 있던 몸을 서서히 움직여본다.
몸을 옥죄기 시작했던 건물 잔해들이 점차 가벼워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가 있는 공간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소년은 눈을 깜박이며 천천히 일어나본다.
“이거··· 이거 봤어요? 내가 일어났어요!”
소년의 말에 뱀파이어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왜 그런지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