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20
【유일 님,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4만이 넘었습니다.】
‘···뭐?’
벌써?
고작 두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다.
【관련 기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대답을 하기도 전에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 까만달의 화려한 귀환···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 누구?
– [뮤직TALK!] 자타공인 최고 밴드 까만달 신곡 뮤비 공개
– 까만달 뮤직비디오, JJ엔터의 새 얼굴 한유일 ‘열연’···】
주르륵 떠오르는 수많은 기사 제목들을 훑은 한유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네.’
【네. 생각보다 뮤직비디오의 퀄리티가 높아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그리고 브윈은 오튜브의 댓글 반응까지 보여주기 시작했다.
모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특히 뮤직비디오에 대한 해석을 남긴 긴 댓글이 인상적이었다.
‘···재밌네.’
한동안 댓글들을 보던 한유일은 브윈의 부름에 겨우 지하철에서 내릴 수 있었다.
*
다음 날 오전, 한유일은 차에 타고 있었다. 새벽부터 샵에 들렀다 촬영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민우진은 백미러로 한유일을 살폈다. 그의 배우는 멀끔하게 메이크업한 모습으로 곧게 앉아있었다.
“유일아, 진짜 학교 다니면서 촬영 괜찮아?”
“그럼요.”
은 40분에 8회 분량인 ott 시리즈용 웹드라마로, 총 95회차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다.
2시간짜리 장편영화가 보통 80회차에서 100회차 사이인 것을 생각하면, 드라마는 같은 회차 내에서 5시간이 넘는 분량을 뽑아내야 했다.
‘심지어 그걸 학교랑 병행을 해야 하는데 말이지···’
약 5개월 간의 촬영기간. 거의 매일 촬영이 있을 뿐 아니라 오랜 시간 촬영장에서 머물러야 했다. 사실 이는 배우들이 드라마보다 영화 촬영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민우진 역시 JJ엔터테인먼트 입사한 이후에나 알게 된 사실이었다.
한유일은 가볍게 답했다.
“괜찮아요. 일부러 수강신청도 널널하게 했는데요.”
민우진은 주 2회, 탑처럼 쌓여있는 한유일의 시간표를 기억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맞아! 진짜 수강신청 잘했더라, 너.”
브윈이 사전에 알려준 스케줄대로 촬영일정에 맞춰 만든 시간표였다. 한유일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대본으로 눈을 돌렸다. 리딩 이후로 이미 너덜너덜해진 대본이었다.
민우진이 핸들을 잡은 검은 리무진이 서서히 느려졌다.
“오늘도 화이팅이다, 한유일!”
“고마워요, 형.”
한유일은 기분 좋게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아무리 애써도 민우진의 에너지는 따라가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며.
의 촬영 장소는 실내 세트장이었다. 외부 촬영은 폐 학교에서 진행하고, 실내 촬영은 세트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어머, 한유일 씨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조감독 님. 아침부터 고생 많으십니다.”
“아유 아닙니다!”
피곤한 얼굴을 한 채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조감독과 촬영감독을 지나, 대기실로 들어갔다.
베테랑인 스태프들은 피곤함이 더 커보였지만, 아직 촬영이 익숙치 않은 앳된 얼굴의 스태프들은 긴장한 얼굴로 눈을 굴리며 서 있었다.
콜타임보다 이르게 촬영장에 온 단역 배우들 역시 긴장한 얼굴로 서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모두 별란고의 학생들로서, 모두 교복을 입고 촬영이 예정된 교실 세트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어?”
한유일의 눈에 누군가 들어왔다. 그가 기억을 더듬기도 전에 브윈이 선수를 쳤다.
【오디션 날 대기실에서 있던 분입니다. 조/단역 대기실에 있던 분이셨습니다.】
그제야 한유일 역시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한유일이 핫팩을 건넸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남자는 한유일의 인사에 놀란 눈치였다.
“안녕하세요!”
“그··· 핫팩. 맞으시죠?”
“우와, 진짜 기억하시는구나!”
배우는 동그랗게 눈을 뜬 채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윤신우’라며 말을 이었다.
“저 그날 오디션 끝나자마자 배우님 찾아봤잖아요. 그날 핫팩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닙니다. 촬영장에서 뵙게 돼서 좋네요.”
“저도요.”
그리고 한유일은 그의 주변에 있던 단역 배우들과도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주차를 하고 촬영장에 온 민우진이 한유일에게 달려왔다.
“···? 아는 분들이야?”
“아, 저번에 대기실에서 뵈었던 분들이어서요.”
그 순간 조감독의 목소리가 촬영장에 울렸다.
“보조출연자 분들이랑 단역 배우님들, 리허설 시작하겠습니다.”
한유일은 민우진을 따라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 문앞에는 [한유일 대기실]이라고 쓰인 A4용지가 붙여져 있었다. 유일은 묘한 기분으로 대기실에 들어갔다. 대기실은 아담한 동시에 아늑했다. 우진이 한유일에게 생수병을 건넸다.
“어때, 기분이?”
“음···”
한유일은 입에 물을 한가득 머금은 채 눈을 가늘게 떴다. 이내 물을 꿀꺽 삼킨 채 웃어보였다.
“좋아요.”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아무래도 촬영장이 체질이긴 한 것 같네.’
브윈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얹었다.
【여러 번 말씀 드리지만, 당연히 유일 님은 배우가 천직이신···】
‘방해금지 모드.’
【···.】
점차 대기실 복도에서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했다. 다른 주연배우들이 차례로 촬영장에 도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촬영이 시작되었다.
*
러브에이의 비주얼이자 리드보컬이지만 지금은 별란고의 ‘효빈’인 별.
효빈은 턱끝에서 떨어지는 상큼한 단발을 휘날리며 교실문을 벌컥 연다. 그리고 청아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친구의 이름을 부른다.
“희나야!”
“악, 깜짝아!”
성큼성큼 걸어가는 효빈의 모습을 카메라가 팔로우한다.
“좋아요, 컷!”
곧바로 이어진 또 다른 컷에 혜나에게 대회 전단을 들어보이는 효빈의 손이 클로즈업된다.
숨을 헐떡이던 효빈이 입을 연다.
“우리, 여기 나가자.”
“에에엥?”
혜나의 까만 눈이 가늘어진다. 기다란 손가락으로 효빈의 이마를 짚은 혜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어디 아프냐’고 묻고, 가까이 있던 하랑이 머리를 들이밀고 전단지를 살핀다.
“이게 뭔뎅?”
“뭐야. 저리가!”
“슈퍼스타··· 하이스쿨?”
혜나의 타박에도 하랑은 꼼꼼하게 전단을 읽기 시작한다.
“이거 하면 돈 좀 주나?”
“야, 넌 돈도 많으면서 무슨 돈 타령이냐.”
그때, 묵직한 목소리가 반에 울렸다.
“···얘들아.”
선기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애들 자습 중인데.”
순식간에 교실은 고요해진다.
그 적막 속에서 안경을 쓴 선기현의 안경 너머로 피곤한 눈동자가 효빈과 혜나, 하랑을 차례로 훑는다. 그 시선을 마주한 아이들은 뻘쭘한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제야 반에는 다시 평화로운 자습시간이 돌아온다.
선기현은 작게 한숨을 쉬고 자리에 앉았다.
“으악!”
그 순간, 이태우가 벌떡 일어난다. 혼자서 잠꼬대를 하다 깨어난 것이다.
“아··· 꿈이네.”
머리를 긁적인 채 다시 자리에 앉는 태우. 선기현의 눈동자가 이태우에게 향한다.
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눈으로.
김규오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리딩 때보다 훨씬 낫네.’
몇 번 테이크를 가져갈 생각이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생각보다 더 좋아.’
가장 큰 이유는 가운데에서 무게를 잡아주는 선기현 때문인 듯했다.
“컷.”
그는 필요한 컷들만 추가로 찍은 뒤 다음 씬으로 넘어갔다.
앞으로 몇 씬 동안은 이태우와 효빈의 씬이 위주였다.
유일은 촬영장 구석에 앉아 촬영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배우들이 짧은 쉬는 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 유일은 자신을 부르는 밝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형.”
백금발에 가까운 탈색머리를 한 채 싱그럽게 웃고 있는 김하랑의 얼굴이 보였다.
“잘 지내셨어요?”
“아, 네. 하랑 씨도 잘 지내셨어요?”
“그럼요.”
헤헤 웃으며 가까이 다가온 하랑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연기,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언제부터였더라.
【이제 1년 정도 되었습니다.】
“1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와.”
김하랑의 입이 떡 벌어졌다.
김하랑은 몇 년 간의 연습생 생활과 아이돌 생활을 거치며 깨달았다. 춤이나 노래는 일정 수준의 노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끼는 무에서 유가 될 수 없다. 이는 재능의 영역이었다.
연기도 마찬가지였다.
노력하는 것으론 자신있는 김하랑 역시 연기에는 선명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질투심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건, 한유일의 성격이 큰 이유를 차지하는 듯했다.
‘···담백해.’
그렇다고 마냥 재미없는 사람 같지도 않고.
짧게 생각을 마친 김하랑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거 방송되면 형 좋아하는 사람들 엄청 많아질 걸요.”
“···그런가요? 딱히 좋아할만한 캐릭터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선기현은 극에서 가장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태우(지은호)의 라이벌이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제가 장담하는데, 아니에요. 정말 인기 많으실 걸요!”
그렇게 말한 김하랑은 아이돌 눈웃음을 지으며 연출부 스태프를 붙잡았다.
“세희 누나, 저희 첫 방송 날짜가 언제죠?”
“이거 첫 방송?”
“네!”
“첫 방송은 7월 중순에 예정되어 있는 걸로 알아.”
“으아, 엄청 오래 기다려야 하네~!”
“오늘 첫 촬영이면서~ 마음이 급하네, 하랑!”
친해보이는 모습에 유일이 신기한 듯 보자, 시선을 의식한 하랑이 웃으며 말했다.
“아, 전에 다른 현장에서 뵌 적 있거든요. 제가 사람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라···”
“좋은 능력이네요.”
“진짜요?”
【걱정 마십시오, 유일 님. 그런 문제에선 제가 있는 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
한유일은 떫은 것을 먹은 듯한 얼굴로 생수병을 들었다.
*
촬영은 다행히 밀리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그래봤자 저녁 8시에 끝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중간중간 충분히 쉬어서 그런지 컨디션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 촬영 때 뵙겠습니다~”
유일이 모두가 인사하고 나가려던 그때, 낯선 얼굴의 직원이 다가왔다.
“유일 씨!”
자신을 의 연출부라며 소개한 직원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유일을 올려다보았다. 어쩐지 외면하기 어려운 눈이었다.
“혹시 이후에 스케줄 있으세요?”
“스케줄이요?”
곁에 있던 민우진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미심쩍은 눈으로 직원을 바라보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딱히 없습니다.”
유일의 답을 들은 낯선 직원은 고개를 푹 숙이며 외쳤다.
“그, 그럼··· 저희 한번만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네?”
하품을 하던 민우진은 자신을 붙잡는 직원의 손에 놀라 콜록대기 시작했다.
“제발요! 부탁입니다!”
···이런 전개는 생각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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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카메오 (2)
낯선 얼굴의 스태프는 바로 옆 세트장에서 촬영 중이던 일일드라마 의 연출부 막내였다.
그는 거의 울먹이다시피 말을 이었다.
“사실··· 저희 원래 카메오로 오실 예정인 배우님이 계셨거든요. 원래 지금 딱 도착했어야 했는데 그분이 갑자기 아프다고 하셔서···”
그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한유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대사가 적지 않은 탓에 단역이나 보조출연자를 쓰기엔 감독의 성에 차지 않은 듯했다.
“할게요.”
곁에 있던 민우진은 튀어나올 듯한 눈으로 한유일을 바라보았다.
“유, 유일아···”
“짧은 촬영이니까 금방 끝나지 않을까요.”
“그럼요! 당연합니다!”
목이 떨어질 듯 거칠게 고개를 끄덕인 스태프는 근심이 사라진 얼굴로 전화를 걸었다.
“네, 감독님! 네, 한유일 배우님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네! 지금 바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민우진 역시 사색이 된 얼굴로 회사에 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브윈 역시 뜻밖의 상황에 놀란 듯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저렇게 부탁하는데 안 해줄 수가 있냐.
【···이런 상황은 예상 못했습니다. 의외군요.】
‘···.’
【은 현재 10%이상의 시청률을 꾸준히 내고 있는 일일드라마로, 주 시청자층은 40~60대 여성입니다. 다양한 러브라인과 이혼한 30대 여자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가 주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감독은 김호신으로, 다른 일일 드라마 감독들에 비해 연기에 있어 까다롭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여자주인공은 정유나, 2세대 아이돌 출신 배우입니다.】
한유일은 브윈의 설명을 들으며 옆 촬영장으로 향했다.
“아, 한유일 배우님!”
반갑게 한유일을 맞은 김호신 감독은 찬찬히 한유일을 뜯어보았다.
‘어디 보자···.’
180cm은 훌쩍 넘을 것 같은 키와 깨끗한 피부, 속쌍커풀이 진 깊은 눈.
‘깔끔하게 잘생겼네.’
잘은 몰라도, 요즘 조금씩 뜨고 있는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런 배우가 운 좋게 옆 촬영장에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김 감독은 격려를 담아 연출부 막내의 등을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어떤 역할인지 대충 설명은 들으셨을까요?”
“네. 설명해주셨습니다.”
한유일이 연기할 역은 주인공의 막내 동생의 친구였다.
주인공의 집에 놀러왔다가 주인공에게 관심을 보이는 역할로, 우연히 집앞을 들른 이혼한 전 남편에게 질투심을 불붙이는 역할이었다.
유일이 고개를 끄덕이자, 곧 이어 쪽대본 한 장이 유일의 손에 들어왔다.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준비 되시면 말씀해주세요.”
1~2분간 대본을 훑어보던 한유일이 고개를 들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에?”
김 감독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한유일을 바라보았다.
“벌써요? 그렇게까지 무리 안 해도 되는데. 어차피 퇴근까지 몇 컷 더 남아있어서요.”
“아닙니다. 괜찮을 것 같아요.”
한유일의 말에 김 감독은 얇게 뜬 눈으로 한유일을 바라보았다.
‘이 친구, 그렇게 안 봤는데 허세가 좀 있네.’
김호신 감독은 작게 혀를 찼다. 뭐, 허세든 아니든 배우가 촬영을 하겠다는 데 시작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럼 가볍게 한번 해보죠. 배우들 불러주시죠~”
그리고 대기실에 있던 배우들을 불렀다. 대기실에서 나온 정유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어, 오늘 카메오 못 올 것 같다고 하지 않았어요?”
정유나는 친근한 이미지로 오랫동안 음악방송 MC자리를 지켰던 아이돌이자, 이젠 ‘일일드라마의 제왕’이라 불리는 배우였다.
한유일은 그의 또래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일방적인 친밀감을 누른 채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한유일입니다.”
한유일에 인사에 정유나는 화사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정유나라고 합니다!”
정유나는 해맑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짙은 쌍꺼풀에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눈이 호를 그렸다. 예민하고 도도할 것 같은 인상과는 달리 꽤나 활달한 성격인 듯했다.
주인공 박혜주(정유나)의 동생이자 한유일의 친구, 박도진 역을 맡은 김해준이 대기실에서 나왔다. 그 역시 반갑게 한유일을 맞았다.
김해준은 귀염상인 외모와 작은 키로 인해 나이에 비해 어린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한유일 보다 10살은 더 많은 배우였다.
“감사해요. 바쁘실텐데 이렇게 와주시고.”
“아닙니다. 저야말로 같이 촬영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촬영은 집밖을 꾸며놓은 세트장에서부터 시작했다. 대학교 졸업반인 둘은 함께 취업스터디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며, 박혜주는 집 안에서 비빔밥을 먹고 있었다.
연출부 막내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시나리오와 일촬표(일일촬영계획표)를 내려다보았다.
[S#25 혜주네 집 앞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