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27
“한유일입니다. 반갑습니다.”
유일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동시에, 음악이 흘러나왔다.
촌스럽고도 발랄한 전주를 듣자마자 유일은 그 노래가 무엇인지 알았다.
몇 년 전, 흔치 않은 B급 감성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 화제가 되었던 걸그룹 ‘젤리젤리’의 대표곡이었다.
그때, 잠잠하던 브윈이 말을 걸었다.
【유일 님, 지금입니다!】
‘뭐?’
그와 함께 눈앞에 젤리젤리의 안무영상이 보였다. 무려 거울모드 버전이었다.
···이렇게까지 친절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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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굴려라! (2)
‘와··· 세다.’
여기서 젤리젤리 선배님이 나올 줄이야.
김하랑은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제작진이 한유일을 놀리기 위해 꽤나 머리를 쓴 것 같았다.
B급 감성의 컨셉추얼한 걸그룹 음악을 배경으로 ‘점잖은 신인 배우가 당황한 채 몸을 흔들다가 마지막에 수줍게 하트 한 번 날려주기’ 같은 클립만 얻어도 예고편으로 쓸 만한 내용은 다 건질 터였다.
‘어떻게 하려나.’
김하랑은 음악과 함께 굳어버린 한유일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하랑은 한유일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눈을 감고 짧게 한숨을 내쉰 그가 갑자기 자세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어?’
설마.
하랑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한유일을 바라보았다.
설마가 맞았다. 한유일은 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고 최고 최고 최고 YOU YOU YOU!]유일이 허공에 따발총을 쏘는 깜찍한 안무를 재연하기 시작했다.
“···!”
[내 꺼 내 꺼 내 꺼 내 꺼 YOU YOU YOU!]거기에 가슴께에 두 손을 올린 채 몸을 흔드는 안무까지 완벽하게 소화하자, 카메라 뒤에 있던 스태프들마저 환호를 보냈다.
“우와···!”
김하랑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생각 외로 제법 ‘안무를 한다’는 느낌이 났던 것이다.
비록 유일의 표정은 해탈한 수도승 같았지만 말이다.
예상치 못한 유일의 선전에 촬영장은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우워어어어어어!”
“아하하하! 유일 씨 춤 잘 추네에~!”
“뭐야, 매력있어!”
한유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한 얼굴로 꾸벅 인사를 하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붉어진 귀만 아니었다면 그가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믿었을 것이다.
“형, 잘했어.”
유일은 엄지를 들어보이며 속삭이는 하랑을 바라보았다.
“···.”
춤을 진짜로 잘 추는 애가 저렇게 말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처음 춤을 접한 사람 치고는 평균 이상으로 잘하셨습니다.】
“···.”
한유일은 그저 편집이 괴상하게만 되지 않기를 바라기로 했다.
*
[@jinnnny 내가 신나게굴려라 생방을 기다리는 날이 오다니]그렇게 블루챗을 쓴 이혜진은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바라보았다.
– 신나게 굴려라!
그녀는 둥글둥글한 글씨체로 써진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을 바라보았다.
‘이거 진짜 오랜만에 보네.’
한유일만 나오지 않았어도 굳이 생방송을 찾아보질 않았을 것이다.
이혜진은 엊그제 올라온 예고편을 떠올렸다.
며칠 전 떴던 기사로 한유일과 싱인하 출연진들이 나온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예고편을 본 순간 이혜진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최고 최고 최고 최고 너 너 너!]“이에에엨···?!’
영상을 본 순간 이혜진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까지도 커뮤니티에서 소소하게 회자되는 ‘젤리젤리’의 파격적인 데뷔곡, .
영상 속 한유일은 체념한 얼굴로 젤리젤리의 안무를 추고 있었다.
그러나 표정과는 달리 몸은 열정적이었다.
상큼한 마무리 안무와 함께 하얀 자막이 떠올랐다.
– 토요일 오후 6시 UBN에서!
┗ 아 미쳤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추천 : 234)
┗ 한유일 극호감.. 신굴 나와서 저렇게 열심히 추는 배우 처음 봄 (추천 : 2.3k)
┗┗ 표정 변화 1도 없는 거 봐라ㅋㅋㅋㅋㅋㅋㅋ
┗┗ 개웃기네 진짜ㅋㅋㅋㅋㅋㅋㅋ
┗ 그 와중에 개잘생겼다 (추천 : 654)
┗┗ ㄹㅇ얼굴이 다함
‘···생각보다 잘추잖아!’
이혜진은 빠르게 영상을 공유하여 블루챗에 올렸다. 어느 정도 콩깍지가 껴 있음을 그녀도 알고 있긴 했다.
하지만 반응을 보니, 한유일의 최선을 다한 춤사위와 어딘가 해탈한 듯한 얼굴이 개그 포인트와 귀여움을 모두 잡아냈음은 맞는 듯했다.
‘내 배우··· 못하는 게 없어!’
이혜진이 흐뭇한 얼굴로 예고편에 대해 떠올리고 있을 때, 어느새 의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화제의 예고편을 포함한 모두의 자기소개가 지나간 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혜진은 과자를 새로 뜯으며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했다.
에서의 한 칸의 기준은 매 회차마다 달라졌다.
가끔 지름길이 나오기도 했고, 버스나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길이 나오기도 했다. 이동수단 역시 미니 게임에 따라 정해졌는데, 자신이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모르니 이동수단이 ‘자동차’가 나오더라도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 자, 그럼 던져보실까요?
한유일은 힘차게 주사위를 던졌다.
[3]지은호와 혜나는 네 칸, 하랑은 다섯 칸, 별은 두 칸이 나왔다.
기존 멤버들 중 김재혁과 남희진은 두 칸, 정주하는 한 칸, 한범수는 여섯 칸이 나왔다.
– 첫번째 이동수단은 제비뽑기로 정하겠습니다.
조형진 피디의 말에 다들 긴장한 얼굴로 모자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버스와 자동차를 고른 하랑과 별은 꽤나 행복해보였으나, ‘어린이용 킥보드’를 고른 지은호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을 챙겼다.
한유일은 자신이 뽑은 종이를 카메라에 보였다.
[자전거]‘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혜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과자를 입에 한움쿰 집어 넣었다.
*
결과적으로는, 유일은 그리 힘들어보이지 않았다.
‘뭐야! 자전거 되게 잘타네.’
영상 속 한유일은 마치 이온음료 광고를 찍는 듯이 굉장히 청량해보였다.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와 깨끗한 피부, 그리고 기분 좋은 듯 살짝 지은 미소까지 모두 완벽했다.
-···유일 씨, 안 힘들어요?
-네?
차를 탄 채 촬영 중이던 촬영감독의 질문이었다.
정면을 주시하던 유일이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 아, 네! 오랜만에 자전거 타서 좋네요.
– 자전거 되게 잘 타시네요. 엄청 빠른 거 알아요, 지금?
촬영감독의 말에 한유일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곤 듣기 좋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하고 답했다.
– 사실 걱정했어요. 다른 편들 보니까 인라인이랑 스케이트보드까지 나오더라고요. 전 그런 거 못 타거든요. 만약 걸리면 그냥 걸어가려 했죠.
이전 편들에서 인라인스케이트나 스케이트보드를 아기처럼 업고 걸어가는 출연진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음악과 함께 짧게 보여졌다.
– 자전거가 나와서 다행이네요?
– 맞아요. 제가 고등학교 3년 내내 자전거로 등교했거든요.
‘···헐.’
벌써부터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한유일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이혜진은 행복한 얼굴로 과자봉지를 끌어안았다.
‘무슨 브이로그 같네.’
본래 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밟기 위해 경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자연스럽게 추격전을 방불케 했는데, 한유일은 그런 경쟁엔 관심이 없는 듯했다. 특유의 느긋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가 심심하다기보단 특이하게 느껴졌다.
그때, 유일을 담던 화면 뒤에서 작은 점이 점점 커지는 게 보였다.
허벅지까지 밖에 오지 않는 분홍색 킥보드를 탄 채 전력질주를 하고 있던 지은호였다.
– 어?
한유일의 눈이 커졌다. 그는 뒤를 돌아보고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나 이혜진은 보았다.
그의 눈이 살짝 빛나는 것을.
– 저도 열심히 달려야겠네요.
그렇게 말한 한유일은 갑자기 놀라운 속도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의 바로 옆에서 카메라를 들고 따라가던 촬영감독마저 당황한 속도였다.
비장한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며 분홍색 킥보드 손잡이를 꽉 쥐고 있는 지은호의 모습과 여유롭게 페달을 밟는 한유일의 모습이 교차로 보여졌다.
둘의 신경전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웃겨서, 혜진은 잠시 과제 스트레스를 잊고 웃음을 터뜨렸다.
초반부에 이기고 있던 하랑과 혜나가 두 번째 미니게임에서 ‘걷기’에 당첨되면서 경기의 흐름은 크게 바뀌었다. 중간중간 게스트들에게 어둠의 거래를 제안하는 기존 멤버들의 모습도 재미있게 편집되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중간에 ‘지름길 칸’에 걸린 지은호가 달리기로 모든 출연진들을 추월해서 1등을 차지했으나, 얼마 가지 못했다.
– 헐, 저거 유일이야?
– 미쳤나봐 쟤!
지은호에 이어 어린이용 킥보드에 당첨된 한유일이 엄청난 속도로 그를 따라잡은 것이다.
출퇴근 시간인 탓에 각각 버스와 택시 안에 갇혀 있던 출연진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그들의 경주를 지켜보았다.
이혜진은 실시간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 한유일 은근 개그캐임ㅋㅋㅋ
┗ 뭐냐 지은호 소속사에서 꼭 이기고 돌아오라고 당부했냐
┗ 쟤네 나올 때만 불타는 CG입혀지는 거 왤케 잘어울림ㅋㅋㅋ
┗ 아 방금 싱인하 보고 왔는데 갭차이 뭐냐고ㅋㅋㅋㅋㅋ
┗ 와 쟤가 선기현임? 못 알아보겠네
┗ 지금까지 신굴 보면서 공주 킥보드로 저렇게 열정적으로 달리는 출연진들 처음 봄
이혜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한유일의 매력에 빠지고 있었다!
그녀는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팔로워를 보며 뿌듯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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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같은 시각.
한유일은 얼떨떨한 얼굴로 텔레비전에서 시선을 돌렸다. 중간중간 민망함에 채널을 돌리고 싶었지만, 진하영이 너무 좋아하는 눈치라 차마 그러지 못했다.
‘의외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네.’
【그렇습니다. 예상대로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이전 화 조회수 역시 180% 상승했으며, 다음 화 조회수 역시 기존보다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굴’은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한유일과 지은호가 서로를 견제하며 달리던 때, 마지막 지름길을 찾아낸 별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전력질주를 하며 결승선에 도착했다.
‘···어릴 때 인라인 하키를 했다고 했지.’
헬멧을 쓰고 낮은 자세로 빠르게 달려오는 모습이 꽤 멋있었다. 밝아보이기만 하던 평소의 별과는 전혀 다른 진지한 얼굴이라 낯설기도 했다.
제작진 역시 같은 생각을 한 건지, 별이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었다.
유명 스포츠 영화 ost인 배경음악까지 깔리자, 그녀는 거의 올림픽 출전을 앞둔 선수처럼 보였다.
“어머, 저 친구는 진짜 잘하네~”
유일의 곁에 앉아있던 진하영도 감탄하며 말했다.
– 오늘의 MVP, 별!
헬멧을 벗은 별이 자신의 그룹 춤으로 세레모니를 하는 것을 끝으로, 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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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튜브 실시간동영상 1위··· 연기돌들의 반격
– K-하이틴 로맨스, 해외에서도 통했다! 글로벌 화제성 1위
– 59회차 만에 최고 시청률 달성, 조형진 PD “싱인하 출연진 효과 톡톡히 봐”
– [이 주 화제의 영상] 한유일의 상큼한 ‘최고야 ☆YOU’, 예고편 화제】
한유일은 브윈이 보여주는 기사들을 쭉 훑었다.
‘다행이네.’
의 촬영은 막바지로 향해갔다.
“다음 주에는 각자 스케줄 되실 때 음원 녹음하러 오시면 됩니다.”
조연출은 모든 음원은 의 마지막회가 공개될 때 함께 공개될 예정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유일은 예능 출연 뒤 한결 돈독해진 싱인하 출연진들과 인사를 나누고 촬영장을 나섰다.
– 민우진 매니저 형 : 유일아 나 지하주차장이다!! 지하 2층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면 바로 보임.
– 민우진 매니저 형 : 그리고 좋은 소식 있다!!!
건물에서 가장 한적한 화장실(하랑이 알려준 곳이었다)에서 나온 유일은 민우진의 문자를 확인했다.
그때, 다시 한번 핸드폰이 울렸다.
– 민우진 매니저 형 : 구찬익 감독한테 연락 옴!!!
‘···구찬익 감독이라고?’
구찬익 감독.
한국 영화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다. 칸영화제에도 초청받은 적 있으며, 영화를 내면 베를린 영화제엔 밥먹듯이 초청받는 감독이었다.
들뜬 기분으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유일이 복도를 걷고 있던 그때, 복도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진짜 미친 거 아냐?!”
“···지수야, 제발 조용히 좀···”
“아니 형. 이거 다 듣보잡 신인 이용해서 내 개런티 깎으려는 거잖아! 아냐?”
애걸복걸하는 남자의 목소리와 꽤 화가 난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함께 들렸다.
모르는 척 지나가려던 유일의 발걸음을 잡은 건 이어진 말이었다.
“그냥 감독 아니고 구찬익 감독이잖아··· 그러실 분은 아니···”
“그래서 뭐, 한유일? 걘 뭔데, 그 감독 숨겨둔 자식이라도 된대?”
“제에발···! 지수야··· 여기 우리만 있는 거 아니잖아. 일단 자리 좀 옮기고···”
“X발! 형은 내 매니저 아냐?! 누구 편 드는 거야, 지금?”
유일의 걸음이 멈췄다.
【···내려가지 않으십니까?】
‘원래는 그냥 갈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흥미가 생겨서.’
누군지 얼굴 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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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맡아 줄 수 있겠나?
구찬익 감독은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만큼 소문도 무성했다. 인성이 쓰레기라더라, 배우랑 싸우던 사무실의 유리창이 깨졌다더라 하는 이야기도 소소하게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영화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작품성으로도, 흥행면으로도.
‘···그러고보니 최근에 작품을 안 내긴 하셨네.’
【마지막 작품인 의 개봉이 8년 전이었습니다.】
한유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났다고 한들, 구찬익은 여전히 씨네필들이 사랑하는 이름이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냐? 그 정도면 노망난 거 아니냐고···!”
한유일은 새된 목소리가 들리는 근원지로 향했다. 비상문 가까이에 붙어 있는 두 인영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간 뒤에야 유일은 그가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아, 씨··· 깜짝이야.”
한유일의 등장에 두 남자는 매우 놀란 듯했다. 특히 매니저로 보이는 마른 남자는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유일의 얼굴을 아는 듯했다.
“뭐야?”
까무잡잡한 피부에 두꺼운 쌍꺼풀을 지닌 남자가 날카롭게 말했다.
‘···이쪽은 모르는 것 같고.’
유일은 한걸음 가까이 그에게 다가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유일이라고 합니다.’
“···아.”
누군지 알아도 딱히 변함없는 태도. 한유일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브윈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손지수 배우입니다. 소문대로군요.】
손지수. 그는 아역 때부터 활동해 온 배우였다.
【20년 전 JJ엔터테인먼트의 박영현과 함께 EBC 드라마 에 출연하며 데뷔했으며, 현재 만 28세입니다.】
유일은 브윈의 설명을 들으며 손지수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아래위로 유일을 훑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에, 뭐.”
그의 매니저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유일과 손지수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조금 안쓰럽기까지 한 모양새였다.
한유일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앞으로 더 자주 뵙겠네요.”
“···뭐라고요?”
“선배님께서 구찬익 감독님 차기작에 참여하신다고 들어서요.”
정확히는 들어버렸던 것이지만.
“···하.”
손지수는 비웃음과 한숨의 경계에 있는 소리를 뱉은 뒤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렸다.
“벌써 구찬익 감독한테 연락 왔어요?”
유일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손지수는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