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29
오튜브뮤직 2위.
버그 차트 1위.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발매된 의 음원은 순식간에 온갖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뉴블릭스에서 의 스트리밍이 시작되자 음원의 인기는 점점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 드라마 보다가 뽕차올라서 옴··· 노래 왤케 좋냐
┗ 싱인하 안 본 사람인데 노래 맨날 들음
┗ 다들 본업 개잘하네;;
┗ 여러분 싱인하 개재밌습니다
┗ 시켜줘 별란고 명예학생회
┗ 아니 근데 한유일은 왜 노래 잘함? 가수인 줄
대충 훑어본 커뮤니티 반응 역시 꽤나 우호적이었다.
물론 애초에 노래가 잘 뽑힌 덕이 컸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노래로 입덕한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유일아, 이거 봤냐?”
유일은 민우진의 호들갑에 그의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핸드폰엔 뉴블릭스 사이트가 켜져 있었다.
“···오.”
“···그게 다야?”
민우진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외쳤다.
“1위잖아, 1위!”
“···그러게요.”
처음에는 10위권이던 뉴블릭스 순위가 점차 오르더니,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한국 뉴블릭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얼마 안 가 비영어권 10위 안에 들기까지 했다.
발 빠른 브윈 덕에 뉴블릭스 순위마저 미리 알고 있던 유일은 민우진을 만족시킬 만한 리액션을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뉴블릭스 한국 1위는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브윈은 당연하다고 말했지만, 은 제작사의 기대보다도 나은 성과를 얻어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김규오 연출한테 직접 전화까지 왔다.
– 유일 씨 덕분에 다른 배우들도 자기 역량 제대로 낼 수 있었던 거, 잘 압니다.
김규오 연출의 말에 한유일은 대답할 말을 찾기 위해 한참 고민해야 했다.
“아, 아닙니다.”
– 겸손하긴. 나중에 스케줄 빌 때 다같이 여행이나 가죠. 다들 좋다고 하던데?
한참 감사인사를 한 뒤에 전화를 끊은 유일은 침대에 풀썩 누웠다.
이게 말로만 듣던 포상휴가인가?
‘기분 좋네.’
유일이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으려 할 때, 은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유일 님.】
‘왜?’
【내일은 리딩입니다. 목 건강을 위해 스카프를 하고 주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알았다.’
*
다음 날 오전.
의 리딩이 있는 날이었다.
상암의 한 회의실에 들어간 유일은 연출팀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아, 안녕하세요. 유일 배우님께서는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감독님이랑 조감독님께선 이쪽에 앉으실 예정입니다!”
그는 천천히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넓은 테이블엔 총 아홉 개의 의자가 놓여있었다. ‘꽃집 사장’ 역을 맡은 황이원, 그리고 ‘꽃집 알바’ 역을 맡은 한유일을 제외하고 조연 다섯 명 정도가 함께 리딩을 할 예정인 듯했다.
꽃집 사장.
무뚝뚝하면서도 엉뚱한 면이 있는, 비밀이 많은 중년의 주인공 캐릭터를 맡을 배우는 황이원이었다.
황이원은 23년 전 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큰 기복 없이 ‘꽃미남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배우였다. 시간이 갈수록 연기력 역시 상승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유일이 생각이 길어지던 때, 영화의 조연을 맡은 주희영과 김미소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아~ 안녕하세요~ 자리에 앉아요. 반가워요~”
그들과 인사를 나눈 한유일이 다시 자리에 앉아 시나리오를 읽고있을 때, 문틈 사이로 까무잡잡한 얼굴이 보였다.
손지수였다.
그와 함께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이전에 복도에서 마주쳤을 땐 핼쑥한 얼굴의 매니저였는데, 오늘 온 매니저는 통통한 체형이었다. 약간 어리버리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아하니 신입인 듯했다.
‘매니저가 바뀐 것 같은데.’
【손지수 배우의 매니저들의 평균 근속일수는 31.5일 입니다.】
‘···그걸 ‘근속’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가.’
손지수의 목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유일 씨, 오랜만이네요?”
유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때 보고 처음 뵙네요. 잘 지내셨어요?”
손지수가 다정하게 질문을 하며 한유일의 옆에 앉던 그때, 타이밍 좋게 문이 열렸다.
구찬익 감독이었다.
그를 발견한 손지수는 더욱 친절한 미소를 띄운 채 유일을 대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인터뷰에서 손지수 배우는 구찬익 감독을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았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여러모로 재미있겠네. 이번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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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친구야
“감독님, 황이원 배우님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스태프의 외침에, 구찬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손지수가 자세를 고쳐앉는 게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이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180은 되는 키와 기다란 다리, 호리호리한 몸이 회의실에 들어섰다. 높은 코와 깊은 눈에 절로 시선이 갔다.
“···!”
자기관리의 신.
원조 미남 배우.
화려한 수식어들이 단번에 이해 가는 외모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는 미모를 지녔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황이원이 입을 열자 묵직한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반갑습니다. 황이원입니다.”
한유일이 일어나 먼저 인사를 하려던 그때, 손지수가 선수를 쳤다.
“반갑습니다, 선배님! 손지수입니다!”
“···한유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황이원은 조용히 손지수와 한유일을 차례로 바라본 뒤, 다른 이들의 인사를 받기 시작했다.
기다란 테이블. 모두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구찬익이 앉았고, 황이원과 한유일은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았다.
서로를 건너편에 둔 채 앉은 한유일과 황이원 옆에는 손지수와 주희영, 그리고 김미소가 자리했다.
유순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손지수를 본 유일은 조금 놀랐다.
저렇게 온순해보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니.
【경력이 있는 만큼 연기를 잘하는 편으로 보입니다.】
유일은 브윈의 신랄한 평가를 들으며 대본을 펼쳤다. 그날 구찬익의 앞에서 읽은 뒤로 처음 보는 대본이었다.
“리딩 끝난 뒤에 앞에 놓인 대본은 가져가시면 됩니다~”
“네!”
배우들이 한목소리로 답한 뒤, 리딩이 시작되었다.
.
.
.
[S#4 꽃집 (낮)꽃집의 문이 열린다.
어딘가 불량해보이는 청년, 수일이 들어온다.
무관심하게 청소를 하고 있던 혁진은 천천히 고개를 든다.
혁진 : ···찾으시는 게 있습니까?
수일 : 여기 알바 구한다면서요?
혁진, 수일을 살핀다. 눈치를 보다 한 마디 덧붙이는 수일.
수일 : 아르바이트 하려고 왔는데요.
수일은 말 없는 혁진으로 인해 조금 조급해진다.
수일 : ···못 미더워서 그러신 거 다 아는데요. 저요, 피시방 알바도 했고요, 카페 알바도 했고··· 뭐, 돈만 주시면 다 할 줄 알아요.
혁진 : 알바··· 안 구하는데.
수일 : 에?
혁진 : 필요 없는데. 알바.
수일 : 에에에?! ]
그 이후로도 한 페이지는 넘게 이어지는 분량.
손지수는 대본을 읽으며 입안 살을 살짝 깨물었다.
‘아무리 봐도 내가 더 잘 어울리잖아.’
저 희여멀건한 놈보다는 자신이 더 남자답게 잘생긴 편 아닌가?
그는 무엇보다, 더 나은 연기를 할 자신이 있었다.
‘···혹시 모르지. 리딩 뒤에 바뀔지도.’
손지수는 구찬익에 대한 모든 소문을 섭렵하고 있었다. 구찬익이 한번 정한 마음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건 언제까지나 그가 정한 ‘옵션’이 최고일 경우를 가정할 때였다.
그가 미소를 숨기며 한유일을 바라보았다.
“···혁진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조연출이 지문을 읽자, 황이원은 건조한 눈으로 한유일을 바라보았다.
“찾으시는 게 있습니까?”
딱딱하지만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 말투. 묘하게 군인 같은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대사를 하는 이가 ‘황이원’이라는 점이 가장 컸다.
손지수는 드물게 생기 있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저정도는 돼야 남자 배우라고 할 수 있지.’
사실 황이원은 손지수에겐 일종의 롤모델 같은 배우였다. 그는 10년, 20년 뒤엔 황이원 같은 배우가 되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한유일이 입을 연 건 그때였다.
‘···어?’
손지수는 순간 자신이 잘못 보았나,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평범한 얼굴로 앉아있던 한유일이, 뭔가 달라졌다.
날카롭고 차갑지만, 어딘가 덜 여문듯한 분위기.
그는 지금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 같은, 치기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기, 알바 구한다면서요?”
비스듬한 자세로, 툭 던지듯 뱉은 대사.
탑배우 ‘황이원’에서 의 혁진이 된 그의 눈이 미세하게 가늘어진다.
그리고 수일을 살핀다.
천천히, 그러나 예리하게.
꿀꺽.
그 시선에 긴장한 수일이 침을 삼킨다. 그러나 여전히 허세는 버릴 수 없는지, 여전히 반항기가 가득한 표정이다.
“아르바이트 하려고 왔는데요.”
혁진은 아무 말 없이 수일을 바라본다.
늑대가 하룻강아지를 바라본다면 저런 얼굴일까.
그 기세에 수일은 살짝 주눅든 듯했다. 그러나 애써 티 내지 않으며 말을 잇는다.
“···못 미더워서 그러신 거 다 아는데요. 저요, 피시방 알바도 했고요, 카페 알바도 했고··· 뭐, 돈만 주시면 다 할 줄 알아요.”
그 말을 듣자, 드디어 혁진의 입이 열린다.
“알바··· 안 구하는데.”
“네?”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에 수일의 눈이 커진다.
진혁은 단호하게 말한다.
“필요없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은.”
“에에에?!”
수일은 평소엔 표정을 가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으나, 당황할 때면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인물이었다. 그가 느끼는 당황과 어쩔 줄 모르겠다는 기분이 온몸으로 표현되었다.
“이거, 이거 좀 보세요.”
그렇게 말하며, 수일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를 꺼냈다.
“여기 있잖아요. 아르바이트 구한다는 공고! 7월 13일까지 오라면서요.”
진혁은 여전히 변화 없는 얼굴로 종이를 바라본다. 건조한 눈으로 수일이 건넨 종이를 살핀다.
“···”
실제로 유일이 꺼낸 종이는 주머니에 들어 있던 오래된 영수증이었다.
그러나 연기가 시작된 순간 새로운 진실이 만들어진다. 유일이 아닌 수일이 꺼낸 종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꽤나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쳤을 것으로 보이는 구인공고가 된다.
꼼꼼히 구인공고를 살피던 진혁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이거. 작년 거네요.”
“···진짜요? 거짓말 아니고요?”
그러나 진혁을 다시 바라본 수일은 그가 거짓말할 성격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때였다.
수일의 얼굴에 아주 짧게, 이전과는 다른 표정이 스쳐 간 것은.
“···알겠습니다. 갈게요.”
수일의 표정을 살핀 혁진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린다.
도대체 뭐가 그의 마음을 건드렸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쩐지 그를 이대로 보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 이 느낌은 비를 쫄딱 맞은 유기견을 목격한 느낌과 비슷했다.
지금의 수일은, 마치 떠돌이 개가 자신의 집을 빼앗겼을 때 지을 법한 아쉬움 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혁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연다.
“내일부터 나오세요.”
“···진짜요?”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리던 수일이 미심쩍은 얼굴로 진혁을 바라본다.
“왜요?”
“일하고 싶은 거 아니었습니까?”
“맞는데···.”
수일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서 말을 잇는다.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셨는지 해서.”
두 눈이 마주친다.
공기가 텁텁해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불편한 분위기였다.
“···흐.”
손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흘렸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수일이 피식 웃음을 흘린다.
“···내일부터 나오면 되는 거죠?”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수일을 빤히 바라보는 진혁.
여전히 수일을 탐색하는 듯한 시선이다.
그러나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내일 뵙죠.”
“그럼.”
고개를 까닥해 보인 뒤에 나선다.
‘와··· 뭐야?’
조연출은 눈을 크게 뜨고 수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잘해?’
직접 몸을 움직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현장에서 저만큼만 해도 성공이다.’
구찬익 감독이 처음 한유일을 콕 집어 말했을 땐, 솔직히 놀랐다.
애초에 구찬익이 오튜브나 OTT 같은 플랫폼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성격이기도 했고, 뜨기 시작하는 신인 배우들을 쓰는 감독도 아니었으니까.
‘감독님··· 다 생각이 있으셨구나.’
조연출은 새삼 구찬익의 안목에 대해 놀라며, 꾹 다문 구찬익의 입매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러나 구찬익 역시 놀라지 않은 건 아니었다. 티가 나지 않았을 뿐, 그는 지금 조용히 감탄하고 있었다.
속 수일은 소년과 성년의 경계. 그 사이에 비스듬히 걸쳐있는 인물이었다.
거기에 한유일은 또 다른 레이어를 겹쳤다.
‘싸가지 없고 급하며 참을성도 없지만, 그럼에도 마냥 싫어할 수는 없는 아이’라는 레이어를.
결과적으로 지금 한유일이 그려낸 수일의 표정과 말투는 시나리오보다도 더 시나리오에 충실했다.
‘···똑똑한 친구야.’
그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감추며 다음 페이지로 대본을 넘겼다.
*
리딩이 끝난 뒤, 스케줄이 있는 배우들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들과 함께 나가려는 손지수를 조연출이 잡았다.
어느새 자리에는 손지수와 한유일만 남아있었다.
“아, 배우님들. 촬영 관련해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조연출은 아이패드를 들고 사진 몇 장을 띄웠다.
언뜻 보면 분홍 꽃밭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언덕의 사진이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벼, 혹은 갈대처럼 보이기도 했다.
“핑크뮬리, 다 아시죠?”
‘핑크뮬리···?’
【현재 지구의 분류 체계에 따르면, 외떡잎식물 벼목 벼과에 속합니다. 조경용으로 식재되는 여러해살이풀로, 미국 중서부에서 자생하는···】
그러고보니 뉴스에서 한두 번 본 적 있는 것 같았다.
조연출은 밝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로케 헌팅할 때부터 지켜본 장소인데, 여기서 찍으려면 9월 전에는 찍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회차는 본래 스케줄대로 가고, 16회차만 촬영을 앞당겨야 할 것 같아요. 두 분 촬영만 있는 날이라,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네~”
【···출연진들의 스케줄을 살펴본 결과, 다음 달 2주 내에 촬영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유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