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32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비타민 음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브랜드였다. 한유일이 입시생 때 즐겨 마시던 비타민 음료이기도 했다. 최근엔 젤리로도 나왔다지.
한유일의 표정을 살피던 민우진이 조심스레 말했다.
“···근데 음, 아주 작은 문제가 있다?”
“무슨 문제요?”
평소답지 않게 눈동자를 굴리는 민우진을 보던 유일은 덩달아 초조해졌다.
‘···불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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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일의 WHAT’S IN MY BAG]평소답지 않게 말을 더듬던 민우진이 입을 열었다.
“그··· 광고주 님이 ‘신나게 굴려라’를 너무 재미있게 보셨나봐.”
민우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춤을 같이 춰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더라고. 있잖아 그, 젤리젤리 춤 같은···”
“에?”
한유일의 목소리가 거칠게 갈라졌다.
‘···춤을 추지 말걸 그랬나.’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유일 님.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브윈의 위로도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았다.
이를 알았는지, 브윈은 말없이 촬영 당시 사람들의 반응을 계속해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됐으니까 이제 그만해라.’
끝없이 올라가던 댓글창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유일 님.】
한유일은 대답 없이 먼 산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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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일주일 뒤, 유일은 GINBERG의 화보 겸 광고 촬영현장에 있었다.
“잠깐 위에 보실게요~”
“눈 감아주세요~”
한유일은 분장실장이 하라는 대로 눈을 뜨고 감고를 반복했다. 어느새 거울 속엔 수려하게 정돈된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짙은 화장은 처음인 것 같네.’
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일의 또래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분장실장은 다양한 각도에서 유일을 바라보며 구수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크으··· 됐다!”
스모키하게 메이크업한 눈가와 헤어스프레이를 이용해 촉촉해보이도록 세팅한 머리가 말도 안 되게 잘 어울렸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거울을 응시했을 뿐인데, 감춰둔 서사가 보이는 듯했다.
분장실장은 감격스러운 눈으로 입을 열었다.
“너무 좋다~! 히야··· 사실 이런 컨셉 딱 어울리기 쉽진 않거든요.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요~?”
“감··· 사합니다.”
메이크업을 끝낸 한유일이 스튜디오로 나섰다.
밝은 조명 아래 유일의 얼굴이 드러나자, 스태프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오···.’
이번 광고를 맡은 ‘굿기획’의 AE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는 지금까지 광고회사의 AE로 일하면서 수많은 배우를 봐왔다. 그중에선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잘생기고 예쁜 광고모델들도 많았다. 신입 때야 신기했지만, 3년 차가 되면서 이제는 어떤 배우나 모델을 봐도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한유일을 본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델 진짜 잘 뽑았네.’
세련되고도 댄디한 이미지의 브랜드인 GINVERG와 한유일은 찰떡같이 어울렸다.
두루마기를 연상시키는 넓은 품의 검은 자켓과 벨트, 그리고 마우리츠 에셔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회색 패턴이 박힌 흰색 이너를 입은 유일이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았다.
“네~ 좋아요!”
“아 좋다! 이번엔 약간 거친 느낌으로 서 볼까요?”
그 뿐인가. 센스도 좋았다.
‘척이면 척이네.’
모니터에 쌓여가는 컷들을 보던 AE는 광고주의 표정을 살폈다. 누가봐도 만족스러워하는 얼굴이었다.
‘···됐다.’
하긴. 이 사진들을 보면 이 브랜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사고 싶어질 것 같았다.
AE는 주먹을 말아쥔 채 조용히 쾌재를 불렀다.
*
하얀색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구두 소리가 들린다.
또각, 또각, 또각.
이윽고 기다란 검은 자켓이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을 가린다.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한유일의 눈을 클로즈업한 컷과 독수리의 매서운 눈동자가 교차로 보여진다.
유려한 선으로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팔의 궤적.
그와 함께 품이 넓은 자켓이 바람을 갈랐다.
그 이미지 직후, 날갯짓을 하는 두루미들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인다. 동시에 한유일의 나레이션이 시작되었다.
[밤이든 낮이든]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유일이 문득 걸음을 멈춰선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여유로운 뒷걸음으로 다가온다.
카메라와 눈을 마주친 유일은, 카메라를 빤히 바라본다.
장난스러운 얼굴이었으나, 스모키한 화장 탓인지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의 모든 순간은 특별하니까.]카메라와 눈을 맞춘 채 입꼬리를 올린 유일의 얼굴이 짧게 보였다가···
곧바로 카메라가 뒤집어진다.
베이지색 자켓에 무늬가 없는 깔끔한 하얀 셔츠, 그리고 연갈색 바지를 입고서 알 없는 검은 안경을 쓴 유일이 보였다.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
그러나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는 얼굴은 여전히 섹시함이 묻어났다.
“···.”
오튜브를 보다 자신도 모르게 광고를 넘기지 않고 끝까지 봐버린 HM은 뻑뻑한 눈을 깜박였다. 그저 광고였을 뿐인데, 눈이 아프도록 집중해버렸다.
HM은 홀린 듯 블루챗으로 들어갔다.
‘한유일을 좋아하는 건 아니야. 이건 그냥···’
HM은 어느새 블루챗 맞팔이 된 수많은 유일 덕후들의 계정을 훑었다.
‘···이 배우가 하랑이랑 친하니까.’
그래서 맞팔한 것 뿐이다. HM이 한 계정에 올라온 링크를 클릭한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jinnnny 하 ㅁㅊ (링크)]‘그래. 이게 다 우리 하랑이 때문이지.’
HM은 말도 안 되는 합리화를 하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렇지 않으면 김하랑에게 죄책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GB 매거진]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하다, 이 남자! 한유일의 WHAT’S IN MY BAG
링크는 GINBERG의 브랜드 오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었다.
영상 속 얼굴을 본 순간, HM은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우.”
카페인이 그득한 아메리카노를 원샷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한유일은 광고에 등장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역동적이지 않은 카메라로 보니 컨셉추얼한 화장이 더욱 잘 보였다.
‘어떻게 저런 화장이랑 옷이 어울리지?’
선기현이었을 때는 수수하니 잘생겼는데, 영상 속 메이크업을 한 유일은 타락 천사를 떠올리게 했다.
한유일은 시크하다 못해 날카로워서 베일 것 같은 외모로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 안녕하세요, 한유일입니다. 이런 영상은 처음이라 부끄럽네요.
그리고 한유일은 자신의 가방이라며 검은색 배낭을 꺼내보였다. 강의실에서 30명 중 10명은 들고 있을 법한 브랜드의 무난한 가방이었다.
가방을 뒤적이던 그가 무언가를 꺼냈다.
– 우선··· 다이어리가 있습니다.
검은색 가죽의 다이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 작년 겨울에 이모가 사주셔서 잘 쓰고 있는 다이어리입니다. 글씨가 좀 부끄러운데··· 조금만 보여드릴까요?
그리고 다음 순간, 클로즈업된 다이어리의 한 페이지가 보였다.
“뭐냐.”
HM은 진심으로 어이없었다.
‘저게 못 쓴 글씨라고?’
그렇다면 자신은 지금까지 태어나서 글씨를 쓴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한유일의 글씨는 깔끔했다.
– 립밤도 있습니다. 입술이 잘 트는 편이어서요. 그리고··· 아, 이건 좀 부끄러운데.
모자이크 처리된 대본이 가방 속에서 나왔다. 표지가 모자이크 처리 되었으나, 관심있는 사람들은 그게 임을 알 터였다.
너덜너덜해진 페이지들을 본 HM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은 한유일은 짠, 하는 소리를 내며 노트북을 꺼냈다. 그러면서도 발랄하게 말한 게 부끄러웠는지, 민망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 이제 개강을 해서··· 스케줄 중간중간마다 틈틈히 과제를 하고 있습니다.
– 제작진 : 와아아아···.
– (KTX타고 봐도 모범생)
다른 영상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스태프들의 감탄사와 함께, 자막이 떠올랐다.
– 아 그리고, 제가 민트사탕을 좋아해서 이렇게 사탕통도 들고 다닙니다.
가방 속을 탈탈 털어보인 유일은 어색한 얼굴로 목을 매만졌다.
– 그런데 원래 다들 이런 식으로 보여주시나요? 다른 영상들에서는 이런 느낌 아니었는데···.
그렇게 말하며 웃는 유일의 얼굴이 지나치게 해맑은 탓에, HM은 자신도 모르게 캡처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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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
거칠게 고함을 치며 뻣뻣한 머리칼을 움켜쥔 손지수는 이내 손에서 힘을 뺐다.
요즘 들어 탈모가 시작된 터라 함부로 머리카락을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체 왜 반응이 좋은 건데!!’
손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화보도, CF도, ‘왓츠 인 마이 백’도 모두 그가 똑같이 했던 촬영이었다.
그런데 왜?
뭐가 다르기에?
자신이 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심지어 한유일의 광고 캡처본은 배우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커뮤니티에까지 긍정적으로 확산되는 중이었다.
그는 입술을 깨문 채 한유일의 영상을 바라보았다.
“···짜증나네.”
빠르게 오튜브 댓글을 넘겨보던 그는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던졌다. 그리고 옆에 두었던 대본을 거칠게 잡아챘다.
운전을 하던 매니저는 흠칫 놀랐으나, 애써 정면을 바라보았다.
‘별별 카페. 산미 없이. 아메리카노 쓰리 샷.’
매니저는 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엑셀을 밟았다.
*
【┗ 지금까지 왓마백 나온 사람들 중 제일 현실적인듯 (추천:1.5k)
┗ 반도의_흔한_대학생.jpg (추천:4.3k)
┗ 근데 진짜 허세 1도 없어보여서 보기 좋다.. 걍 동기 가방 보는 것 같음 (추천:3.1k)
┗┗ 한유일이랑 같은 학교인데 맨날 저 가방 들고 와욬ㅋㅋㅋㅋㅋㅋㅋ공부도 진짜 열심히 하고.. 갓생러임 진짜
┗ 솔직히 가방 소개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옴 (추천:324)
┗┗ 한유일 얼굴이 복지다
┗ 아니 근데 나만 공부 자극되냐? 한유일 대본 걸레짝된 거 보니까 열심히 살고 싶어짐 (추천 : 654)】
“···큼.”
민망한 얼굴로 헛기침을 하자 순식간에 창이 사라졌다. 사람들의 댓글을 읽는 건 재밌으면서도 매번 부끄러웠다.
어찌되었든 반응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걱정인데.’
지금 한유일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엊그제 찍은 ‘비타 톡 세븐’ 광고.
그는 혼돈 그 자체였던 촬영현장을 떠올렸다.
– 더 상큼하게!
– 아아, 좋아요! 그거예요!아이 셔~ 그렇지! 너무 셔서 죽겠다는 느낌~!
– 내가 레몬이다! 내가 인간 라임이다라는 생각으로~!
···그만 생각하자.
한유일은 눈을 질끈 감았다.
‘···괜찮을까.’
일단 CF감독과 광고주는 매우 만족한 얼굴이긴 했다. 그 반응이 유일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복잡한 얼굴로 회사 복도를 걷던 그를 불러세운 건, 낯익은 목소리였다.
“유일 씨.”
유일은 묵직한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큰 체격이 눈에 들어왔다.
장재현 대표였다.
“우리 오랜만에 뵙네요.”
“아··· 안녕하세요, 대표님.”
장재현 대표는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어보였다
“잘 지내셨어요?”
“전 잘 지냈습니다. 유일 씨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겠지만.”
“아닙니다.”
빤히 유일을 바라보던 장재현이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의상 피팅해야죠, 유일 씨.”
“···의상이요?”
“곧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지 않습니까.”
맞다.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터라 잠시 잊고 있었다.
“의상팀에서 몇 벌 골라 놨다고는 하니까, 이따가 스타일리스트 사무실에서 피팅해보시죠. 장재이 실장도 같이 갈 겁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유일은 직원들의 손에 이끌려 10여평 남짓한 사무실로 향했다.
“···와.”
유일은 가끔 오튜브에서 등의 제목으로 올라온 배우들의 브이로그가 올라온 것을 본 적 있었다.
브이로그에서 본 것 만큼이나 수많은 옷들이 한유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 가득 채워진 온갖 색과 디자인의 정장들. 그중엔 이름만 들어본 유명 브랜드들의 옷들도 꽤 많았다.
“우선 이것부터 입어보실래요?”
유일은 행거의 빈 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히 걸려있는 옷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옷 입어보는 거야 어렵지 않으니까.’
···유일은 그것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야··· 역시 옷걸이가 중요해!”
“유일 씨 무슨 왕자님 같아요!”
의상팀원들은 의상이 바뀔 때마다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며 감탄사를 외쳤다.
“이것도 입어볼까요?”
“다음엔 이 의상으로 할게요~”
‘이런 게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베이직한 의상들은 당연히 찰떡 같이 어울렸고, ‘설마 이런 게 어울릴까?’ 싶은, 살짝 난해한 색이나 디테일이 들어간 의상 역시 굉장히 잘 어울렸다.
인형놀이를 하듯 한유일을 입혀보던 의상팀은 고민에 빠졌다.
‘다 잘어울리는데 어떡하지?’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준 이는 장재이였다.
“이번에는 베이직한 블랙으로 가고, 다음 번부터 새롭게 시도해보는 건 어때요? 넥타이도 깔끔한 디자인으로··· 아, 이게 좋겠네.”
장재이가 은은한 광택이 있는 검은색 넥타이를 들어보이자, 다른 팀원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핏은 봤으니까 이런 스타일들은 일단 킵해두면 되고.”
한유일은 손끝으로 의상팀을 지휘하듯 통솔하는 장재이를 바라보았다. 유일의 시선을 느낀 그녀가 매끄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장재이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패디과 출신이거든요.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디자이너 하고 싶었는데. 오빠··· 아니, 사장님 덕분에 엔터 쪽에 발을 들이게 됐죠.”
···분명 오빠 뒤에 시옷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붙을 뻔했는데.
유일은 모른 척 고개를 끄덕였다.
비로소 피팅 지옥에서 벗어난 유일은 의자에 편안히 앉은 채 한숨 돌렸다. 정신없이 의상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니 기가 쭉 빠졌다.
‘차라리 운동하는 게 낫겠네.’
【오늘 저녁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운동 루틴으로 설정해 드리겠습니다.】
‘···.’
브윈이 설정한 운동 루틴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루틴이었다.
그날 밤, 헬스장에서 운동까지 하고 돌아온 한유일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좀비처럼 쓰러져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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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 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기 일주일 전, ‘비타 톡 세븐’의 새로운 광고가 공개되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컨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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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인데
– 여러분, 오늘까지 각자 발표 부분 정리해서 피피티 올려주시기로 했는데 다들 완성하셨나요?
오늘 아침 이혜진이 보낸 톡은 12시간 째 조별과제 팀원들에게 읽씹당하고 있었다.
이혜진이 팀플을 피하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전공 특성상 팀별 과제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번 학기에도 이혜진은 팀플 빌런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었다.
‘1분 안에 답장 안 오면 이름 다 빼야지.’
그렇게 벼르고 있던 이혜진의 귀에, 반가운 알림음이 들렸다.
미톡!
미톡!
연달아 들린 알림에 이혜진은 약간의 기대를 품은 채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 죄송합니다. 오늘 저녁 가족모임이 있는데 빠질 수가 없습니다.
– 저 너무 아파서 오늘까지 피피티 못 드릴 것 같아여ㅠㅠ죄송해여 선배님
‘씨X.’
이혜진은 알고 있는 모든 욕설을 중얼거리며 신경질적으로 노트북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