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53
곧게 선 유일의 손끝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섬세하게 움직이는 손끝이 움직였다. 그는 금방이라도 상대방을 끌어올 것처럼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끌어당긴다.
굳어있는 상대가 자신에게 올 수 있도록.
마치 위험하지 않은 늪에서, 겁많은 누군가를 꺼내듯.
【···좋은 시도였습니다.】
브윈의 말에 유일은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한다.’
*
어젯밤 연습이 길어진 탓이었을까. 눈꺼풀이 평소보다 무거웠다.
‘브윈. 각성효과.’
【각성효과를 시작합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감각이 온몸을 강타한 뒤, 유일은 맑아진 정신으로 대본을 바라보았다.
“아, 유일 씨~”
얼마 지나지 않아 미팅룸에 들어온 원희수가 밝은 얼굴로 유일에게 말을 걸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더 인물이 훤해진 것 같어?”
“아닙니다.”
“겸손도 과하면 멋없어. 적당히 해, 적당히.”
그때, 전화를 받은 조연출이 원 감독에게 넌지시 말했다.
“감독님. 구일환 배우님 도착하셨답니다. 서현주 배우님도 5분 안에 도착하신다고 하고요.”
“어, 그래~? 좋아. 얼른 준비하자고.”
곧이어 미팅룸의 문이 열렸다.
회색의 유명 골프복 브랜드 상의와 검은 바지를 입은 구일환이 들어섰다.
구일환은 60대의 나이에도 꾸준히 다양한 매체에 얼굴을 비추는 배우였다. 에서는 진희의 아픈 남편을 맡을 예정이었고.
“안녕하세요, 선배님.”
유일이 벌떡 일어나 인사를 건네자, 그는 인자하게 웃으며 어서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문이 열렸다.
‘···!’
순간, 미팅룸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갑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저음이 회의실에 울렸다.
【서현주는 20대 중반, ‘유리구슬 같은 여자’라는 카피로 CF계를 평정했던 배우입니다.】
유일도 알고 있었다. 워낙 전설적인 광고였으니까.
서현주. 40대 여자 배우들 중 가장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
짙은 분홍색 블라우스에 검정색 슬랙스를 입은 그녀는 잘 정돈된 단발을 매만지며 걸어 들어왔다.
한편, 자리에 앉은 서현주는 유일을 빤히 바라보았다.
‘저 아이구나.’
상대역이 한유일로 캐스팅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에 처음 든 감정은 호기심이었다.
그녀가 최근 을 정주행한 탓도 있을 것이다.
‘데뷔한 지 2년 밖에 안 됐다지?’
한유일이 지금껏 찍어온 작품들을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었다. 신인으로서는 말이 안 되는 필모였으니.
소속사에서는 상대 배우의 나이를 걱정했지만, 처음부터 서현주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중요한 건 연기였다.
‘···실망시키지만 않았으면 좋겠네.’
그때, 원희수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지나가고, 원희수 감독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크랭크인 되기 전까지 캐스팅은 완전 비밀인 거~ 다들 아실 거라 믿습니다? 이거 흘러나가면 끝까지 뒤쫓습니다, 저?”
그리고, 의 리딩이 시작되었다.
.
.
.
“제발··· 울지 마세요. 진희 씨.”
한쪽에선 눈이 붉게 부을만큼 절절하게 울고,
“제가 부탁할게요. ···내 이름, 부르지 마세요.”
다른 한쪽은 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눈물을 애써 참으면서.
‘뭐야, 대체···?’
조연출은 당황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원희수 감독 역시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리딩을 이렇게까지 한다고?’
지금껏 이런 리딩 현장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서현주 급의 배우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리딩을 하는 건··· 더더욱.
구일환의 중후한 연기가 중심을 잡아주고, 그 사이에서 한유일과 서현주가 미친 듯이 대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리딩이 아니라 연극 리허설을 참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상하다. 분명 처음엔··· 이런 분위기 아니었던 것 같은데···.’
조연출은 미간을 좁히며 어디서부터 자신이 놓쳤는지 생각하려 했다.
그러나.
“남편이 기다려요.”
싸늘한 진희의 말에 기원이 천천히 입을 연다.
기원의 애절한 얼굴 위에, 진희가 보였던 단호한 표정이 서서히 덧입혀진다.
“···떠나고 싶죠?”
“그게 대체 무슨···”
“늙고 병든,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던 남편.”
언뜻 차갑게 들릴 만큼 차분한 기원의 목소리가 미팅룸을 울릴 때, 조연출은 생각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홀린 듯 연기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
.
.
“언니, 오늘 완전 멋졌어요! 언니가 완전 다 씹어먹었던데요?!”
리딩이 끝난 후, 차에 올라 탄 서현주에게 어린 매니저가 엄지를 올려보였다. 그러나 매니저의 열정적인 칭찬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 내가 한 거 아냐.”
“네?”
서현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매니저의 시선을 피한 채, 불과 몇 분 전을 떠올렸다.
애초에 리딩에 힘을 빼려는 생각은 없었다. 서현주에게 있어 리딩은 그저 대사가 입에 잘 붙는지 보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왜 자꾸 찾아오세요.”
“보고 싶어서요.”
자신이 담담하게 말하면 애써 담담하게 누른 감정이 돌아왔고,
“난 다 잊었어요. 우리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
“아직도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십니까···!”
슬픔과 분노가 섞인 톤으로 대사를 뱉으면 상대방은 응축된 슬픔을 조금씩 터뜨렸다.
그렇게 대사를 주고받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깊이 몰입을 하고 말았다.
의문이 풀린 건 리딩이 끝난 뒤 유일에게 던진 원희수 감독의 질문 때문이었다.
– 내가 준 미션, 성공했구나?
원희수 감독의 말에 유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 기원은··· 거울이에요.
– 거울?
– 자기 자신조차 스스로 거울임을 알지 못하는, 깨진 거울이요.
그제야 서현주는 깨달았다.
그가 왜 묘하게 자신의 어투와 표정을 따라했는지를.
서현주의 입에서 작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재밌는 아이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이번 영화 선택을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
“유일아, 다 왔다!”
【3단계 목표 달성률 : 25.8% 】
조금이지만 늘어난 목표 달성률을 바라보던 유일은, 의상팀 사무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스타일리스트의 손에 이끌려 로비로 들어섰다.
“레드카펫 의상 정하기 전에, 간단하게 체크 좀 할게 있어서요!”
스타일리스트는 눈을 빛내며 유일을 훑었다. 어쩐지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시선이었다.
“유일 씨는 평소에 캐주얼하게 입죠?”
“···그런 것 같습니다.”
솔직히 연기를 하기 이전에는 스타일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아울렛에서 가장 크게 할인하는 옷만 샀지, 디자인이나 색을 따질 만한 주머니 사정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브윈과 회사의 조언에 따라 조금씩 자신에게 맞는 옷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저번에 GINVERG 광고 찍었을 때 느꼈는데, 유일 씨는 이런 스타일들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회색 코트에 비니, 그리고 검은 슬랙스를 입은 룩, 회색의 기본 맨투맨 위에 카키 블루종을 걸치고 검은 슬랙스와 검은 구두를 매치한 룩, 브라운 계열의 블레이저와 바지, 그 위에 검은 코트를 걸친 룩까지···
깔끔한 듯 캐주얼하고, 자연스럽고도 멋스러웠다.
열심히 레퍼런스들을 보던 유일이 입을 열었다.
‘이런 걸 놈코어(normcore)라고 하던가?’
【맞습니다. 놈코어는 ‘Normal(평범함)’과 ‘Hardcore(철저함)’의 합성어로, 내추럴한 가운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포인트를 매치한 스타일을 말합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찾아봤던 게 도움이 되긴 하는구나.
“놈코어 룩···맞나요?”
“오, 맞아요! 쉽게 말하면 꾸안꾸. 베이직한 듯하면서도 포인트가 있는!”
스타일리스트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베이직한 스타일보다는 살짝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는 게 유일 씨랑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흠, 제 개인적으로는 아예 유니크한 룩도 궁금하긴 한데···”
유일은 입맛을 다시는 스타일리스트의 시선을 빠르게 피했다.
“자, 배우님!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죠?”
···올 것이 왔다.
유일은 몇 달 전에도 와 봤던 사무실을 향해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온갖 색의 정장과 스카프, 온갖 패션 아이템들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설마, 이게 다···”
“당연히 다 유일 씨 의상이죠!”
분명 장재이 실장이 ‘몇 벌’ 골라놓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멀거니 서 있는 유일을 곁에 둔 채, 스타일리스트와 의상팀 직원들은 본격적으로 열정적인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베를린 영화제니까, 블랙 말고 다른 컬러로 가죠.”
“유일 씨는 피부톤이 밝은 편이니까 아예 비비드한 컬러도 좋을 것 같은데!”
들뜬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유일은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 순간 나타난 장재이 실장이 그를 향해 발랄하게 물었다.
“어때요, 생각보다 별로 없죠?”
“···네?”
···유일은 절실히 집에 가고 싶어졌다.
*Michael Chekhov, 『On The Technique of Acting』
**Michael Chekhov, 『Lessons for The Professional 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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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불안하지
“우선 오늘은 최종적으로 세 벌을 고르는 게 목표예요.”
의상팀 직원은 인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하나는 포토콜, 하나는 GV, 하나는 폐막식!”
저번 깜짝 파티 때 유일을 담당했던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든 채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소속사의 자체 컨텐츠를 위한 촬영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한유일입니다. 오늘은 제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착용할 의상을···”
카메라를 바라보며 간단한 멘트를 한 이후로는, 본격적인 패션쇼의 시작이었다.
유일은 탈의실과 거울 앞을 오고가며 여러 벌의 옷을 걸쳤다.
브라운 계열의 정장 세트부터 긴 기장의 검정색 벨벳 턱시도···.
‘생각보다는 무난하네.’
유일은 살짝 마음을 놓으며 다음 의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다음으로 입어볼··· 와.”
한유일은 잠시 말을 잊었다. 방금 전에 했던 말을 깨끗하게 취소하게 만드는 옷이었다.
스타일리스트가 꺼내보인 의상은 보라색과 핫핑크가 적절히 섞인 마젠타 색의 정장이었다. 심지어 안에 받쳐 입는 셔츠마저 연한 분홍색이었다. 자세히 보니 흰 실로 패턴까지 들어가 있었다.
“유일 씨라면 소화 가능해요.”
“맞아요오~!”
“···다들 저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고 계신 것 아닐까요.”
소심한 반항은 먹히지 않았다. 유일은 순순히 탈의실로 들어갔다.
“···어머.”
장재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유일을 바라보았다.
“대박이다··· 어쩜 이렇게 색이 잘 붙지~?”
“제가 말했죠? 괜찮을 거라고?”
반신반의하던 유일은 거울을 보자 생각만큼 나쁘진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생각보단 괜찮네.’
【완벽한 매칭을 위해선 추가적인 메이크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나도 안다.
유일은 떨떠름한 얼굴로 다시 탈의실에 들어갔다. 그렇게 몇 벌 더 입어본 뒤, 최종적으로 영화제 의상이 정해졌다.
포토콜에서는 흰 이너에 코발트블루 색상의 정장 세트, GV에선 데님바지에 회색 자켓, 그리고 캐주얼한 셔츠, 마지막으로 폐막식에선 루즈핏의 검은 정장과 실키한 회색 블라우스가 최종 낙점되었다.
“이번엔 블루니까 다음엔 꼭 마젠타로 가요오~!”
스타일리스트는 ‘마젠타를 놓치 못하겠다’며 아쉬운 티를 냈다.
영화제 의상까지 모두 정하고 나니, 벌써 하늘이 어둑해져 있었다.
“수고했다, 유일아! 이제 집에 데려다주면 되지?”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진은 기지개를 펴며 물었다.
– 미톡!
고개를 끄덕이려던 유일은 핸드폰 소리에 시선을 내렸다.
“···형.”
“왜 유일아!”
“저는 회사에 내려주시면 될 것 같아요.”
유일의 말에 민우진의 눈이 커졌다.
“엉? 회사?”
한유일은 방금 받은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 박영현 선배님 : 유일 씨. 혹시 시간 되면 회사로 와줄 ㅅ.
– 박영현 선배님 : 혹시 시간 되면 잠깐 회사로 와줄 수 있어요? (오타 미안합니다.)
*
박영현은 회사 지하에 있는 연습실에 있었다. 삼면이 거울로 되어있는 꽤나 넓은 연습실이었다.
유일은 두리번거리며 연습실을 구경했다.
‘회사 연습실에 온 건 처음이네.’
회사까지 오기 번거로워서 방에서 연습했는데···.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진작 쓸 걸 그랬다.
박영현은 한유일의 표정을 살피다 입을 열었다.
“···바쁜 것 같은데.”
“아뇨, 괜찮아요. 어차피 다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었거든요.”
유일의 말에 영현은 조금 안심한 눈치였다.
“사실 유일 씨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불렀습니다.”
그는 짧은 고민 끝에 말을 이었다.
“···연기 연습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연기 연습이요?”
그리고 박영현은 꼬깃꼬깃한 대본을 내밀었다.
그가 건넨 대본은 .
【20년 전 개봉한 김종환 감독의 영화로, ‘청춘의 우울과 그늘을 섬세하게 다룬 수작’이라는 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유일도 본 적 있는 영화였다. 영화를 봤던 당시엔 꽤 어렸던 터라 인물들에게 온전히 이입할 순 없었지만, 작가를 꿈꾸는 남자 진호와 배우를 꿈꾸는 여자 가희가 서로의 꿈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멜로였다.
“꼭 하고 싶은 작품이 생겼는데··· 감독님이 캐스팅을 확정 하기 전에 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고 하셔서요.”
“아.”
감독에게 직접 미션을 받은 사람이 여기 또 있었다.
“그게 바로 인가요?”
“네.”
박영현은 ‘습작기의 남자 주인공을 원작과 다른 캐릭터로 만들어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혼자서 하니까 나아지는 것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도와줄 사람도 딱히 없어서요. 선아 씨와는··· 따로 연락을 할 정도로 가깝진 않아서.”
‘혼자 연습하기 힘들만도 하지.’
원작의 캐릭터가 유명하고 인상적일수록 이런 문제가 생긴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캐릭터가 아닌 ‘연기하는 배우’를 따라하게 된다는 문제.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성대모사를 하는 것인지, 연기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유일 역시 혼자서 기원을 연습할 때 겪어본 터라 알고 있었다.
···잠깐.
‘그럼 이것도 일종의 재해석 아닌가?’
브윈이 침묵을 통해 암묵적인 동의를 표했다. 유일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같이 연습해요.”
“···고맙습니다.”
유일은 시나리오로 눈을 돌렸다.
‘그러고보니 이거, 황이원 선배가 했던 역할이네.’
【그렇습니다. 황이원 배우는 로 데뷔한 이후, 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 받기 시작했습니다.】
황이원이 연기했던 의 진호는 조용하고 차분하며, 또래보다 성숙한 분위기를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만큼은 온갖 과감한 공상을 즐기는 인물이었다.
유일은 영현이 체크한 페이지로 눈을 돌렸다.
[S#25 주호의 방, 밤가희 : 야, 왜 이렇게 쳐져있어?
주호 : ···그냥.
가희 : 또 온 거야? 그 ‘블루 타임’이?
주호, 답없이 계속 누워있다.
가희 : 나가자. 햇빛이라도 쐬면 훨씬 나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