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61
“그럼 , 즐거웠습니다.”
“파티에서 만나요.”
“Salut!”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든 필립은 한국에서 온 세 영화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희미한 미소가 점차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필립의 핸드폰이 울렸다.
– A.B : 어때, 될 것 같아?
문자를 받은 필립은 씩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 당연하지. 나 못 믿어?
– A.B : (한숨 쉬는 이모티콘)
필립은 돌아온 답장을 가볍게 무시하며 걸음을 옮겼다.
*
같은 시각, 서울의 한 고시원.
어느덧 성큼 다가온 시험으로 인해 반강제로 SNS 디톡스를 시작하게 된 HM은, 일주일에 딱 한 번만 스마트폰이라는 현대 문물을 접할 수 있었다.
HM이 뒷북을 치며 이제야 한유일의 온라인 팬미팅을 보고 있는 이유였다.
‘이걸··· 내가 놓치다니.’
HM은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꾹 쥐었다. 아쉬움에 절로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미 HM은 한유일이 오프라인 팬미팅을 한다면 갈 의사도 있을 만큼 꽤나 진심이 된 상태였다.
‘심지어··· 우리 하랑이랑 통화를 했다고··· 그것도 스피드 퀴즈를···’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봤어야 했는데···!
HM은 눈물을 삼키며 갓 만들어진 ‘유일무이’ 카페에 가입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뜻밖의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게시글 보려면 열흘 더 와야 하잖아.’
이대로라면 시험이 다 끝난 뒤에야 일반 멤버로 승격될 것 같았다.
HM은 결국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해지고 해진 떡밥이라도 붙잡아야 이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릴 것 같았으니.
– 어제자 베를린 간 한유일 (사진O)
[(사진) (사진) (사진)첫 상영회 있던 날이라고 함]
┗ 코발트블루 수트 머임; X잘어울리네
┗ 나 저 색 저렇게 잘 받는 사람 첨 봐.. 저런 색 어울리는 연옌 또 있나
┗┗ ㄹㅇ
┗┗ 트윙키 혜나
┗┗ 정수호.. 이번 연극 의상이 코발트블루임
┗┗ 다들 유명한 백설기들이네
┗ 분위기 진짜 ㅁㅊㅠㅠ살짝 흐린 날씨까지 찰떡
┗ 이 정도면 한유일 퍼스널 컬러 베를린 아닌지
댓글을 정독하던 HM은 또 다른 게시물을 찾아냈다.
이번엔 베를린 영화제에서 직접 한유일을 만났다는 사람이 올린 샤스타 인증샷까지 캡처된 글이었다.
– 레드카펫에서 한국 팬들한테 한명 한명 말 걸고 사인해줬다는 배우
[(사진) (사진) (샤스타 캡처본)= 한유일]
┗ ㅁㅊ 근접샷 봐
┗ 헐 셀카랑 느낌 전혀 다른데…? 후면 카메라가 더 잘 받나봐
┗┗ 아냐.. 율 셀고라서 그래ㅠ
┗┗ 아……
┗ 아니 레드카펫 분위기 뭐냐 나 갑자기 설렘;;
┗┗ ㄹㅇ.. 교복 입고 연기하는 것만 봐서 아가인 줄 알앗는데
┗┗ 군필 만 23세인데 아가는 좀..
┗┗ 지나가던 2n살 상처받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진짜 스타일링 따라서 확확 달라지긴 한다
┗┗ ㄱㄴㄲ 신기해
┗ 그나저나 사인 받은 남자분 진짜 행복해보인다
┗┗ 부러워,,
┗┗ ㅠㅠㅠㅠㅠ저 분 샤스타 들어가봤는데 한유일이 계속 안 춥냐고 걱정하고 그랬대,,
┗┗ 하 유죄다
┗┗222222
그 이후로 한참을 한유일의 소식을 쫓아 돌아다니던 HM은 이를 악물었다. 공시에만 붙는다면 세상 최고로 열심히 덕질을 해보겠다고 다짐하는 HM이었다.
*
유일과 황이원이 구찬익과 함께 베를린을 돌아다니는 동안, 민우진과 해연을 비롯한 JJ엔터 직원 몇 명과 황이원의 전담팀, 그리고 의 제작사 직원들은 호텔에서 휴식과 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정신 없는 메이크업 시간이 시작되었다.
민우진은 유일의 팔을 붙잡으며 외쳤다.
“유일아! 무조건 어깨 펴고! 절대 기죽지 마!”
우진은 그렇게 외치며 손을 뗐다. 손이 닿았던 부근에 땀이 흥건했다. 그걸 본 해연이 민우진의 명치를 주먹으로 치려는 하는 등의 작은 소란이 지나갔다.
유일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로고가 패턴처럼 박힌 진녹색 자켓에 아이보리 셔츠를 받쳐입은 그였다.
“뭘 입어도 예쁘긴 하지만··· 구X랑도 찰떡이네요. 배우님!”
해연과 우진의 응원을 받으며 방을 나선 유일은 황이원과 호텔에서 짧은 인터뷰를 한 뒤, 애프터 파티가 있다는 장소로 향했다.
바 앞은 이미 기자들과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시끄럽네.’
화려하고도 어지러운 공간이었다.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익숙한 듯한 사람들과, 얼굴은 알아도 이름은 낯선 사람들이 섞인 자리.
황이원은 제작사 대표와 함께 어디론가 향했다. 유일에게 ‘너무 취하지 말라’는 당부를 남긴 채.
‘아마 차기작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러 갔겠지.’
유일은 달달한 칵테일을 홀짝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전 단 한번도 클럽을 가 본 적 없는 그에게 클럽의 이미지는 그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편적으로 본 게 전부였다. 머리가 울릴 정도로 쿵쿵대는 비트와 엄청난 광량을 뿜어대는 색색의 조명, 그리고 포그머신까지.
취하지 않았음에도 울렁거리는 기분이었다.
월플라워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으나, 그는 의도치 않게 계속해서 질문을 받게 되었다.
“배우이신가요?”
“아, 혹시 디렉터 구의···?”
“와우! 당신이 그 , 그 소년이었군요?”
브윈은 유일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눈에 보이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짤막하게 덧붙였다.
【엘렌 가렐. 최근 할리우드에서도 인기 있는 촬영감독입니다.】
【나초 파티노. 스페인의 영화감독이며, 3년 전 특별언급 상을 받은 감독입니다.】
그가 정신 없이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있던 사이, 익숙한 애칭이 들렸다.
“율···!”
고개를 돌리자, 불과 몇 시간 전 만났던 필립이 그곳에 있었다.
그런데 그의 곁에 있는 이들이··· 범상치 않았다.
【에이미 바움벡. 뉴욕대 출신의 감독이자 각본가로, 5년 전 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데이비드 퍼거슨. 배우이자 가수인 인물이며, 에이미 바움벡의 의 주연이었습니다.】
“···필립.”
“워우~ 못 알아볼 뻔 했잖아, 율!”
몇 시간 전 편안한 데님자켓에 후드티를 입었던 필립은, 깔끔한 보라색 셔츠에 검은 자켓을 걸치고 있었다.
“디렉터 구가 찍은 이번 영화의 주인공, 맞죠?”
레게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에이미 바움벡이 유일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미소를 짓자 새하얀 이가 조명을 받아 빛났다. 필립은 간단히 에이미와 데이비드를 소개한 뒤 그를 스피커와 가장 먼 곳으로 데려갔다.
그제야 머리가 조금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제 상영회에서 영화를 보고 놀랐어요. 당신의 연기, 놀랍던데요.”
인사 이후, 데이비드가 한유일에게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감사합니다.”
“언제부터 배우로 활동해왔죠?”
“2년···. 그렇군요. 그럼 아카데미나 따로 연기를 배운 적은요?”
“촬영 기간이 길었습니까?”
아이스브레이킹과 인터뷰 그 사이에 있는 혼란스러운 대화가 지나갔다.
“···그나저나 반갑네요. 를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오, 고마워요.”
에이미는 가볍게 웃은 뒤 필립과 데이비드를 가리켰다.
“이 둘과는 몇 년 전에 같이 작업하면서 친해졌어요. 힘들 때 이 둘이 많이 도와줬거든요.”
그녀는 장난스럽게 눈썹을 찡그리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사실, 우리는 지금 프로젝트에 참여할 후보자들을 물색 중이에요.”
“후보자들이요?”
“영화제 기간 동안 단편 하나를 찍어 볼 계획이거든요! A와 내 아이디어죠.”
필립이 재빠르게 끼어들자, 에이미가 덧붙였다.
“기껏해야 하루 이틀이면 끝날 거예요. 재미로 찍는 거니까.”
필립은 자신에게 카메라가 있고 에이미에게 녹음 장비가 있다며, 단편 하나쯤은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메라 한 대와 녹음장비 하나. 지금까지 유일이 갔던 현장과는 전혀 다른 가볍고 미니멀한 촬영이었다.
“그 ‘후보자들’은 정했나요?”
“글쎄요, 이제부터 설득을 해야 해서.”
에이미와 필립, 데이비드가 서로를 보며 시선을 교환하는 것을 바라 본 유일이 의아함에 미간을 좁혔다.
‘···배우를 설득하는 게 어렵나?’
유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시도해보고 싶지 않을까요? 재미 있는 프로젝트인 것 같은데.”
“정말이에요?”
에이미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표정이 지나치게 밝다는 생각을 했을 때,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럼 같이 하죠, 율!”
“···?”
에이미는 유일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 주인공, 당신이 해줬으면 좋겠거든요.”
이건… 된다
‘···이런 전개는 기대 안 했는데.’
에이미는 반짝이는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분명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다 해보고 싶을 거라고 했죠?”
의기양양하게 빛나는 필립의 눈을 본 유일은 깨달았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던 것 역시, 이를 제안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할 거냐고.’
당연히 좋았다.
걸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제 영어가 연기하기에 그리 완벽한 영어는 아닐 텐데.”
“No! 그 정도면 충분해요!”
필립이 외쳤다. 브윈이 조용히 덧붙였다.
【걱정마십시오. 브윈은 언제나 자연스러운 번역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유일 님.】
···그렇다고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좋습니다.”
에미이와 필립은 환호하며 하이파이브를 했고, 데이비드는 미소를 지으며 유일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게 한유일은 예상 밖의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소속사에는 통보하듯 말하게 되었으나, 돌아온 장 대표의 답은 간결했다.
– 재미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