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67
한유일의 얼굴에 걸린 미소를 본 직장인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샤스타 탐방을 시작했다.
[@umji_gongju(사진)(사진)
얼굴도 성격도 만점인 유일씨~
덕분에 좋은 무대~ 만들었어요^^
#유랑극단은처음이지 #멋진후배와 #행복한 #하루]
직장인은 엄지영 배우와 함께 나란히 셀카를 찍은 한유일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한편, 유일은 댓글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 ‘고독한 한유일’ 방이요? 그게 뭐예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한유일은 조금··· 아니, 많이 귀여웠다.
‘이걸 모른다고?!’에서 ‘그래, 모를 수도 있지···’하고, 절로 마음이 누그러지는 얼굴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댓글로 줄줄이 설명을 이어갔다. 한유일의 매니저 역시 곁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말하는 듯했다.
– 와, 그런 게 있어요?!
유일은 당장 라이브가 끝나면 들어가보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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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가 끝나자마자 한유일은 처음으로 미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고독한’이 붙어있는 방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데 처음 놀라고, 자신의 방이 따로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 (ㅎㅇ)
– (무-하)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자신의 얼굴이 담긴 짤들을 보며, 한유일은 정성스레 메시지를 작성했다.
– 안녕하세요, 무이 님들! 한유일입니다. 늦은 저녁에 인사드리네요. 다들 좋은 밤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꽃 뿌리는 이모티콘)
‘이렇게 보내면 되려나.’
기대에 찬 얼굴로 무이들의 답장을 기다리던 유일에게, 뜻밖의 메시지가 돌아왔다.
– 익명32 : (;;)
– 익명68 : (ㅇㄱㄹ ㄴㄴ)
[참여할 수 없는 채팅방입니다. 방장이나 부방장에 의해 내보내기 되었습니다.]“···?!”
들켰다
‘아···. 오늘따라 어그로 장난 없네.’
한유일의 고독방을 염탐하던 누군가가 한숨과 함께 핸드폰을 닫았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공항에서 한유일에게 선물을 건넨 영상 이후 5만이 넘는 구독자를 얻게 된 오튜버, ‘유일이유일해’였다.
‘유일이유일해’. 일명 ‘율해’는 공항 영상을 시작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율해는 한유일이 등장한 드라마의 일부를 편집해 업로드하거나 소속사에서 나온 팬미팅 영상 등에 효과음과 자막 등을 추가해서 올리기도 했다.
요즘 율해는 의 방영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최근 ‘고독한 한유일’ 오픈 채팅방에 들어간 것 역시 기다림을 달래기 위한 일 중 하나였다.
한유일의 고독방은 기대보다 재미있었다.
– ( 벌떡 일어나는 ‘선기현’ 짤)
– ( 준기에게 협박하듯 말하는 ‘유일’ 짤)
– ( 방에서 헤매는 ‘남자’ 짤)
유일이 짧은 기간 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쌓아간 덕에 팬들은 짤만 가지고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했다.
무엇보다 무이들은 짤을 생성하는 데 진심이었다.
그러나 오늘 만큼 고독방이 시끄러웠던 적이 없었다. 유일이 샤스타 라이브에서 ‘고독한 한유일’에 대한 말을 꺼내자마자 순식간에 자신이 한유일이라고 주장하는 어그로꾼들이 고독방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장난하나.’
율해는 짜증 난 얼굴로 새로운 어그로꾼이 강제로 퇴장당하는 것을 보았다. 벌써 열세 번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그로가 사라진 것을 기념한 짤들이 채팅방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고독방에 들어 온 뉴비가 뜻밖의 사진을 올린 건, 그 흐름이 끝나갈 쯤이었다.
– (사진)
율해는 조공 받는 심정으로 한유일의 사진을 클릭했다.
‘대박.’
깨끗한 피부와 살짝 젖어있는 머리 끝이 눈에 띄는 셀카였다. 배경에는 침대의 헤드보드와 베개가 보였다.
자기 전에 편하게 찍은 사진인 듯했다.
자연스럽게 사진을 저장하던 율해는 문득 생각했다.
‘···근데 이 사진, 전에 본 적이 있었나?’
율해는 미간을 좁힌 채 사진을 뚫어져라 보았다.
‘진짜 처음 보는데?’
팬카페에서도 찾운 수 없는 사진인 것을 보니,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사진인 듯했다.
고독방의 누군가가 사진을 올린 당사자에게 짤로 물어 보았다.
– ( 한유일이 제작진에게 ‘이런 건 어디서 구하셨어요?’ 묻는 짤)
답장은 금방 돌아왔다.
– 안녕하세요. 한유일입니다. (웃는 이모티콘)
– 인증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방금 찍은 사진을 올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여러분!
그 메시지를 본 순간 율해는 그만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말도··· 안 돼!’
그리고 그날, 한유일이 한번 강퇴를 당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고독방에서 직접 사진을 올리고 갔다는 사실이 온갖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 본인 고독방에서 강퇴 당한 배우
[(오픈 채팅방 캡처 이미지)는 한유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ㄱㅇㅇㅠㅠ
┗ 커엽..
┗ 아니 인증용 셀카 뭐임.. 왤케 뽀송하냐
┗┗ 22,,
┗┗ 3333,,
┗┗ ㅇㅈ,,나 한유일 팬 아닌데 저장함
– 한유일<< 요즘 호감임
[촬영 기간에 라이브 개열심히하고 고독방 오는 배우,,, 극호]┗ ㄹㅇ
┗ 팬들은 좋겠다
┗┗ ㄹㅇ,, 난 돌 파는데 진짜 우리 애들보다 라이브 열심히 하는듯..ㅋ
┗┗ 아..
┗┗ (숙연)
┗ 한유일 요즘 뭐 찍어?
┗┗ 진희! 70년대 영화 리메이크작이야
┗┗ 헐 ㄱㅅㄱㅅ
┗┗ 기대된다
.
.
.
소식은 한유일의 동기들에게도 퍼졌다.
– 국문 김진우 : 한유일
– 국문 김진우 : 너 고독방 생겼더라ㅋㅋ
– 국문 황리우 : 고독방이 뭐임?
– 국문 김진우 : ..;;
– 국문 김진우 : 넌 좀 심하다 야
며칠 전까지만해도 고독방의 존재조차 몰랐던 유일은 살짝 찔린 상태로 단톡방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지켜보았다.
– 국문 강하나 : 유일아! 수강신청 했어?
– 응.
한유일은 빠르게 답했다.
수강신청 기간 내내 베를린에 있었던 유일은, 과감히 수강신청 기간을 포기하고 수강정정 기간을 노렸다.
– 국문 황리우 : 엥
그러나 유일이 보낸 시간표를 본 동기들은 입을 모아 현실 부정을 시작했다.
– 국문 황리우 : 너 시나리오 어케 담았음?
– 국문 김진우 : ㅁㅊ;
– 국문 강하나 : 말도 안 돼..
– 국문 강하나 : 거짓말 아니야..?
유일이 온라인 캠퍼스 캡처본을 보여주자, 톡방은 다시 한 번 불타기 시작했다.
– 국문 강하나 : (눈물 뿌리는 이모티콘)
– 국문 김진우 : (머리카락 뽑는 이모티콘)
– 국문 강하나 : 누구는 정정기간에 담는데.. 나는 8시부터 대기했는데도 광탈이라니
– 국문 황리우 : 님이 좀 똥손이긴 함
– 국문 강하나 : 리우야..
– 국문 강하나 : 혹시 죽고 싶어?
– 국문 김진우 : 담부턴 나도 정정 때 주워담기 간다ㄱ
브윈의 제안을 그대로 따라 순서대로 버튼을 눌렀을 뿐이었던 유일은 생각보다 큰 반응에 놀랐다. 시나리오 강의 수강신청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시나리오 창작은 들어보고 싶었는데.’
무엇보다 전공 학점까지 채울 수 있는 데다가 과제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이기에, 유일에게는 최고의 강의였다.
유일은 후기를 알려주겠다는 답장으로 동기들의 질투심에 다시 한번 부채질을 하며 톡을 마무리했다.
*
“언니, 언니!”
서현주의 매니저는 발랄한 걸음으로 자신의 연예인을 향해 뛰어갔다.
“다치겠다, 혜인아.”
서현주의 우아한 얼굴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던 매니저는 다시 정신을 차린 뒤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 스크린엔 오튜브가 켜져 있었다.
“언니! 아직 이거 못 보셨죠?”
서현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매니저가 이어서 설명했다.
“이게 뭐냐면요, 유랑극단 예고편인데요··· 그 엄지영 배우님이랑 문유화 배우님이랑, 또-”
“슬아 나오는 그거지?”
“어어! 맞아요!”
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이미 윤슬아에게 ‘유랑극단’ 이야기라면 질리도록 들었던 서현주였다.
하지만··· 그녀도 예고편이 궁금하긴 했다.
“한번 틀어드릴까요?”
“···그래.”
예고편의 시작은 밝은 얼굴로 비행기에서 내리는 엄지영, 문유화, 윤슬아로 시작했다.
[당당하게 독일에 발을 내디딘 유랑극단!]행복한 얼굴로 길거리 음식을 사 먹고 숙소 침대에 뒹구는 이들의 얼굴이 빠르게 보였다.
하지만, 금세 음악이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 진짜 올릴 수 있어요?
– 아, 난 안 될 것 같아.
– 하루는 게스트랑 같이 올려야 한다고?
심각한 얼굴로 대화하는 엄지영과 문유화.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윤슬아의 모습이 차례로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