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75
‘···왜 인기 많은지 알겠네.’
직장인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귀엽긴 했다.
– 유일 씨는··· 힌트를 직접 주시죠. 이를 테면 어릴 때 이야기라든가!
– 글쎄요. 저는···
고민하는 한유일의 얼굴과 하인주의 얼굴이 교차로 보였다.
보는 사람들은 눈치채기 어려웠지만, ‘칠밤’의 피디는 대화 순서를 미묘하게 바꿔서 대화 흐름을 전혀 다르게 바꿨다. 그리고 그 편집이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장면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 이모한테 들었는데, 제가 어릴 때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곧잘 따라했다고 하더라고요.
천천히 입을 연 한유일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 그 모습을··· 부모님이 좋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지금의 유일 씨를 보신다면 정말 좋아하시겠네요.
– 그러실 거예요.
직장인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니, 한유일이 10살 무렵부터 홀로 자랐다는 사실은 팬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돌았을 뿐, 그가 직접 본인의 입으로 공개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다.
┗ 유일이는 담담하게 말하는데 나 왜 울어..
┗ 한유일 사랑해
┗ ㅠㅠㅠ유일아..
나중에 뒤에서 어떤 말들이 나올지는 몰라도, 온건한 라이브톡 반응들을 보며 내심 안도했다. 그리고 다시 유일에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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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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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남짓한 ‘칠밤’의 분량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자, 그래서 오늘 결론은!”
하인주는 화이트보드를 들고 한층 더 흐트러진 글씨를 더했다.
[한유일 김하랑의 고향 : 유죄행성]– 한유일, 김하랑! 두 분을 유죄 외계인임을 선포합니다~!
– 우와아아~
– ···이거 박수 쳐야 하는 거죠?
해맑게 좋아하는 김하랑과 애매한 얼굴로 박수를 치는 한유일의 모습이 지나갔다.
그리고 두 게스트가 사이좋게 하늘색과 빨간색을 손에 바른 채 손자국을 벽에 찍으며, 은 끝이 났다.
*
“유일아, 그거 너무 재밌더라!”
잘 익은 딸기를 입에 넣던 유일은 진하영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는 진하영의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후식을 먹던 중이었다.
“뭐가요, 이모?”
그러자 진하영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스크린에는 ‘칠밤’ 캡처본이 떠 있었다.
“나 이거 자기 전에 한번씩 보고 자잖니.”
“···에?”
유일의 질겁한 얼굴을 본 진하영은 깔깔 웃기 시작했다.
그의 핸드폰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전화 좀 받고 올게요.”
한유일은 진하영의 호기심 넘치는 시선을 뒤로 한 채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유일 배우님~ 잘 지내셨어요~?
“아, 네. 선배님.”
한유일의 국문학과 선배이자 의 작가였던 김미진이었다.
영화 촬영 이후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까 좋네~ 엄청 바쁘죠, 요즘?
“아니에요. 영화 촬영 끝나서 쉬고 있습니다.”
간단한 안부인사를 전한 김미진은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갔다.
– 다른 게 아니라~ 저번에 말했던 것 같은데, 내가 요즘 웹툰 원작 드라마를 각색하고 있거든요~?
저번 뒤풀이에서 잔뜩 취한 김미진에게 들은 적 있었다. 새로 제작사를 옮기면서 제작사가 판권을 사들인 웹툰들을 꼼꼼히 읽는 중이라고 그랬지.
‘나느은~ 내 작품 하고 싶은데~ 으헝헝~’
···비록 그때 김미진은 그렇게 울먹이며 말하긴 했지만 말이다.
위험부담 없이 돈을 벌고자 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원작 팬층이 보장된 작품을 선호했으니, OSMU가 점차 활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긴 했다.
‘···그래도 목소리가 밝으시네.’
혹시라도 걱정했는데, 들뜬 목소리를 들으니 안심이 됐다.
김미진은 특유의 높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 아무튼, 이제 프리 단계 들어가서 슬슬 캐스팅 시작하는 중이에요~
“···!”
그 말에 유일의 눈이 반짝였다.
–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유일 씨가 이 캐릭터들 이미지랑 잘 어울리는 거야~!
‘원작이 있는 드라마라면···’
브윈이 빠르게 유일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웹툰 등의 원작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역시, ‘재해석’ 에 해당됩니다.】
‘역시.’
– 아, 웹툰 제목은 들어 봤어요?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습니다.”
김미진이 각색을 맡은 작품은 .
장르는 판타지이자, 퓨전 사극이었다. 한때는 수요 웹툰 1위를 차지하며 모두를 ‘해달 앓이’에 빠지게 했던 웹툰이었다.
‘엄청난 인기였지.’
당시 고등학생이던 한유일의 반 학생들이 수요일만 되면 모여서 을 주제로 수다를 떨었을 정도였다. 웹툰을 자주 보지 않는 유일도 웹툰의 제목을 알고 있는 이유였다.
– 아,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김미진은 밝은 목소리로 빠르게 설명을 이어갔다. 원작에서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셋, 그리고 드라마를 하며 새롭게 만들어낸 캐릭터들이 셋.
– 사실, 이미 주연은 정해졌어요. 이건 비밀인데··· 강혜성이 하기로 했어요.
강혜성.
그는 연극배우 출신의 20대 후반을 향해가는 배우로, 탄탄한 연기력과 준수한 외모로 남녀노소에게 폭넓게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였다.
그리하여 남은 배역 중 유일 또래의 남자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두 개였다.
– 한 캐릭터는 원작에 있는 빌런이고, 한 캐릭터는 이번에 각색하면서 새롭게 만든 서브 커플 남주인데···.
그때, 브윈이 끼어들었다.
【원작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할 경우, ‘재해석’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유일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원작에 있는 캐릭터로 하고 싶습니다.”
– 어머, 그래요~?
그러자 김미진의 목소리가 살짝 꺾였다.
–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긴 하네요~
“무슨 걱정이요?”
– 유일 씨, 웹툰 내용을 자세하게 아는 건 아니죠?
“···네.”
김미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그, 빌런이··· 여자 주인공에게 조금 집착을 하거든요?
‘집착하는 캐릭터라.’
나쁘지 않다.
‘최근 연기한 캐릭터들과도 겹치지 않고.’
– 솔직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이긴 한데, 제일 어려운 캐릭터기도 해요~
“그런가요?”
– 응. 제정신이 아닌 캐릭터라서 그래요~ 왜냐하면···
김미진은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 ···사이코패스거든.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는데.
“해보고 싶습니다.”
– 으음~ 좋아요~!
김미진은 감독과 이야기를 해본 뒤 다시 연락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사이코패스라.’
그 말을 듣자마자 유일의 머릿속에 열일곱 살이었던 어느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 이번 주 해달 봤어?
– 당연하지.
– 유권 너무 잘생겼어···.
– 응~ 어차피 남주는 이빈임~
남주인 이빈과 서브 남주인 유권.
매일 자정 웹툰이 업데이트 된 날 아침이면 반 아이들은 ‘유권 파’와 ‘이빈 파’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했다.
유권에 대한 호평은 대체로 외모에서 왔다. 잘생겼다, 섹시하다, 등등···
– 해달 세계관에서 태어났으면 유권 따라다닌다.
– ···엥. 아무리 얼빠라도 그건 좀···
그러나 아무리 유권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 ···걘 따라다니다가 목 날아갈듯.
에서 묘사된 유권은 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결여된 인물이었다. 본인이 아닌 다른 이들에 대해선 어떤 관심도 없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일말의 죄책감 없이 잔인하게 동물들과 사람들을 죽이는 모습이 등장할 때면, 유권 파들도 다른 독자들과 함께 두려움에 떨었다.
【‘유권’의 성격을 분석한 결과, 인지 영역을 제외한 애착, 행동, 지배성, 정서, 자기 영역에서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브윈의 말에 유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은 지금껏 매체에서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를 매력적으로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연기자로서는 도전의식이 생기는 캐릭터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우선 실장님께 연락부터 드리고.”
‘휴식을 하지 못했다’며 듣게 될 핀잔 아닌 핀잔에 벌써부터 살짝 피곤해진 유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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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 씨.”
이튿날.
장재이 실장과 만날 줄 알고 회사에 갔던 유일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장 대표를 보고 놀랐다.
“···분명 저는 유일 씨가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장재현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일부러 들어온 광고 계약들도 최대한 미뤄두고 있었는데.
정작 배우가 협조를 안 해줄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