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79
– ···!!
달달한 향이 코끝에 스쳤다.
앳된 얼굴과 반짝이는 눈동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도 모르게 품안에 들어온 여인을 살펴보던 이빈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이빈이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에 당황하던 그 순간, 유도화를 따라갔던 유권 역시 도화와 이빈을 발견한다.
– 도화야.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림자에 숨어든 사내가 보인다.
이빈과 그의 호위무사는 눈을 번뜩이며 그의 얼굴을 살피려 한다. 그러나 어둠과 하나가 된 유권의 얼굴을 쉬이 볼 순 없다.
도화는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유권을 빤히 바라보았다.
– 오, 오라버니···가 어찌 여기까지···.
함께 놀라 굳어있던 이빈은 그제야 여인이 자신의 품을 벗어났음을 알게 된다.
– 하나뿐인 누이에게 흑립을 빌려주었으니, 내가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
도화는 알 수 있었다. 유권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유권은 자신을 향해 쭈뼛쭈뼛 다가오는 도화를 바라보았다.
[가지고 싶은 것은 무조건 손에 넣는다.]그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
전쟁에 나간 유중모의 눈에 띄어 시양자가 되었을 때도.
궁을 나와 한량인 척하는 임연대군에게 접근했을 때도.
모든 순간들은 그의 계산대로 흘러갔다.
그의 인생에 있어서 계산 밖에 있는 존재는 오직 하나였다.
‘유도화.’
그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누이.
그러나 괜찮았다. 어린 누이가 하나 있는 것쯤이야.
가끔 보이는 엉뚱한 면이 보기에 즐거웠고, 다른 소저들과 다른 모습이 퍽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 누이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내에게 눈길을 주는 것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 다친 곳은 없느냐.
– 전 괜찮습니다···.
누이를 부축한 채 뒤돌아 걷던 그는 이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날카로운 눈빛만은 형형했다.
– 야심한 시각에 무례를 끼쳤습니다.
누가 보면 자신의 누이를 아끼는 다정한 오라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빈은 똑똑히 확인한다. 그가 어떤 눈으로 자신을 보는지.
– ···!
살을 베어낼 것만 같은 차가운 시선이 그를 훑었다.
– 앞으로는, 이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건 분명한 경고였다.
이빈을 향한 냉혹한 경고.
.
.
.
김진우가 들고 있던 포크에서 떡볶이가 뚝, 하고 떨어졌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바닥에 물든 붉은 얼룩을 지울 생각은 하지 못했다.
“···찢었다.”
김진우가 중얼거렸다.
드라마가 끝난 이후로도 한참 수다를 떨던 친구들은 자정이 가까워진 뒤에야 하나 둘씩 집으로 향했다.
【- 해달 미쳤음
[1부 끝나는 순간 느꼈다.. 이건 대작이다..]┗ ㅈㅂㅈㅂ 이대로만 쭉 가길
┗ 진짜 연출 연기 영상미 음악 빠지는 거 하나 없어ㅠ
┗ 생각보다 원작에 충실한 것 같더라.. 너무 좋아
– 나 웹툰 안 봤는데 유권 원래 저런 캐릭터야?
[진짜 싸하고 눈깔 돌아있는데.. 너무 마음에 듬..]┗ 응^^
┗ 연재 당시 별명 싸한데 잘생긴 미친놈이랑 삼돌사였음
┗┗ 삼돌사는 뭐야?
┗┗ 359도 돌아 있는 사내
┗┗ 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역시 드까알이라니까
[욕하던애들 다 어디갔냐ㅋㅋ 아 속시원해]┗ ㄹㅇ캐스팅 별로라는 애들 다 어디감?
┗ 하 짜릿하다~
┗ 한유일 찰떡이야..
┗┗ 연기 진짜 잘하는듯ㅠ】
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만큼, 커뮤니티에는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올라오는 게시물 수가 월등히 많았다.
– ‘해와 달’ 한유일, 강렬한 첫 등장··· 싸늘한 눈빛 연기 주목
– ‘해와 달’ 한유일,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이보희 잡으러 온 K-오라버니
– ‘해와 달’ 강혜성X이보희의 아찔한 만남 ‘심쿵’
┗ 남주 이빈이지? 동생이 자꾸 한유일 보고 남주라고 해서 싸우고 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첫 등장이 강렬하긴 했어..
┗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 드르륵..탁..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 드르륵..탁..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 드르륵..탁..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방영된 2화에 대한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 ‘해와 달’ 이빈을 검으로 제압하는 한유일··· 심상찮은 관계성
– 한유일, 조선에 퍼지는 역병에 의미심장한 미소 “그게 사실이냐”
– ‘해와 달’ 2화 시청률 7.1%··· 상승세 보여
┗ 아니 유권 처음부터 유중모 시양자 자리 노리고 나타난 거였어?;; 떡잎부터 남달랐네
┗ ㅁㅊ임연대군한테도 일부러 접근한 거였음
┗ 걍 유권이 다 갖고 놀고 있던 거네;;
┗ 목검씬 미친 거 아니냐ㅠㅠㅠ 육성으로 소리지름
3화와 4화는 본격적으로 역병이 시작된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왜 시작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역병.
걸린 이들은 온 몸에서 고름이 나고 피가 섞인 가래를 토하다가 한 달 내에 죽음 맞이하는 끔찍한 병이었다.
이빈은 왕의 허가를 받아 의관들과 함께 이 역병을 조사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장을 한 유도화를 또 마주친다.
조선시대에 양갓집 규수가 남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지적하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긴 했으나, 원작에 충실했다는 점과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퓨전 사극이라는 점은 좋은 방패가 되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는 이빈의 말에, 유도화는 눈을 빛내며 답한다.
– 에 이르기를, ‘공경으로 마음을 정직하게 하고 의로 행동을 바르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저의 ‘의’입니다.
여인의 입에서 나오리라 생각지 않았던 말에 이빈은 크게 놀란다. 그리고 이빈은, 도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한다.
그러나 메인 커플이 착실하게 서사를 쌓아가고 있음에도, 시청률은 생각보다 크게 오르지 않았다.
– 질문 있는데 해달 3화 4화에
[유권 분량 원래 이렇게 적어..? 왜 안 나와..?]┗ 원작에서도 중간에 공백이 좀 있음
┗ 원래 유권은 없는 분량 착즙해내는 맛에 파는 거야
┗┗ ㄹㅇ 유권 얼굴 나올 때마다 집중 빡됨;
┗┗ ㅋㅋ아.. 웃긴데 안 웃김
– 해와달 솔직히
[강혜성 이보희 얼굴합 너무 좋긴한데.. 자꾸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그냥.. 유권 분량 더 많아져도 좋을 것 같음..]┗ ㅠㅠ어쩔 수 없음,,
┗┗ 여기서 분량 더 많아지면 원작 파괴임
┗┗ ㅇㅇ.. 유권 캐릭터 자체가 도파민이라 그래..
┗┗ 도파민 ㅇㅈ
이야기가 전환점을 맞게 되는 것은, 유도화가 역병 환자가 토하듯 뱉어낸 피가 섞인 가래를 몸으로 받아낸 순간이었다.
그 광경을 이빈과 유권이 함께 보게 되고, 둘은 크게 충격을 받는다.
역병은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전염되었기에, 도화는 자신이 역병에 걸리게 되었다고 믿는다.
이빈과 유권은 스스로를 초막에 격리한 도화를 밤새 지킨다.
– 유 소저의 오라비가 당신이었군.
– 그렇습니다.
어느새 말을 높인 유권을 보며, 이빈은 눈을 가늘게 뜬다.
– 언제부터 안 것이냐.
– 그리 오래 되진 않았습니다. 알았다면 제가 목검을 건네지 않았겠지요, 대군 자가.
어둡고 불안한 밤.
거짓과 진실이 교묘하게 섞인 문답이 오간다.
둘의 마음이 맞는 순간은, 오직 유도화의 안전을 바랄 때 뿐이었다.
그러다 유권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빈은 작게 노래를 흥얼거린다. 도화는 그 노래를 들으며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 ···어?
도화는 멀쩡한 채로 깨어난다.
– 정, 정말 괜찮은가?!
– 조금이라도 성치 않은 곳이 있다면 말해라.
–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오히려 잘 자고 일어나 개운합니다.
말간 도화의 얼굴을 본 이빈과 유권은 깨닫게 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게 만드는 그 역병에, 오직 유도화만이 면역이 있다는 사실을.
해와 달 (2)
유도화가 역병에 면역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6화가 방영된 다음 날.
촬영장에 도착한 강혜성은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배우님··· 오늘 어디 아프세요?”
“그냥 잠을 좀 설쳐서요~”
강혜성의 매니저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하는 자신의 배우를 가늘어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미지 관리 하나는 철저하다니까.’
강혜성은 밴에 들어오자마자 속사포처럼 짜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니, 기사를 쓸 거면 주인공 위주로 써야 하는 거 아냐? 그게 기본 아니냐고~”
“···그래도 형 연기 칭찬하는 기사 되게 많던데···.”
“민재야, 눈이 없냐~? 대충 봐도 제목에 한유일 단 기사가 훨씬 많잖아.”
매니저는 포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잔뜩 짜증난 강혜성을 달래는 일은 그가 맡은 일 중에서도 가장 고역이었다.
“참 나.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유권 한다고 했지.”
사이코 연기가 뭐가 어렵다고.
이어진 강혜성의 중얼거림에 매니저는 자신도 모르게 의심스러운 눈으로 강혜성을 보았다.
배우들의 모니터링을 하는 것도 매니저의 역할 중 하나였다.
사실 강혜성의 매니저는 한유일이 등장할 때마다 그 연기에 집중하느라 정작 강혜성의 연기를 놓치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만약 들켰다면 한 달, 아니 일 년은 달달 볶았을 것이다.
‘안 들켜서 다행이지···’
한유일, 그리고 유권이라는 캐릭터는 그보다 잘 맞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싱크로울을 보였다. 이젠 다른 배우가 연기한다는 생각이 쉽게 떠오르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