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82
뿌득-
유중모가 쥐고 있던 붓이 그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부러지고 만다.
“네가, 정녕 새로운 ‘아비’를 찾은 것이냐.”
“···몸에 해롭습니다, 아버지.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집어 치우거라!”
유중모는 분노로 얼룩진 눈으로 유권을 바라보았다.
이 두 손으로 데려와 먹이고 씻고 키운 아이였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일까.’
그러나 유중모는 영영 모를 것이다.
그가 처음부터 그런 아이였다는 것을.
“애초에 저는 양자가 될 자격도 없는 놈이지 않았습니까.”
10년을 아들로 키워 왔던 유권의 입에서 차가운 말이 쏟아진다.
고저 없는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하는 유권과, 결국 차분함을 버린 채 소리를 치기 시작하는 유중모.
스태프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눈만 깜박였다.
구일환의 다그침은 멀리서 들어도 몸이 움찔 떨릴 정도로 매서웠다.
그러나 정작 그의 앞에 서서 그 분노를 받아내는 남자는··· 그 어떤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워.’
유권이 다시 입을 연다.
“뿌리 없는 아해를 거둬 키워주신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냉혹한 말이긴 하지만, 유권의 말은 사실이었다.
보통 입양은 가까운 촌수 내에서 이뤄졌다. 형제자매의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으며, 예사(禮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 듣기로는 대감님 종형제분의 아들이라는데.
– 아냐. 내가 듣기로는 재종숙모의 자랬어.
유권을 둘러싸고 소문이 무성한 이유도 그 탓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그는 그 무엇도 아니었다.
유중모에겐 몸이 약했던 부인이 있었다. 도화를 낳은 뒤 시름시름 앓던 그녀는 얼마 안 가 죽고 말았다.
– 영감마님께서는 재취를 들이지 않을 생각인가?
– 늦둥이 따님을 어찌나 아끼시는지!
부인이 죽은 뒤 한참 뒤에도 재취를 들이지 않은 탓에 여러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가 시양자를 데려온 데에는 그런 연유도 있었다.
“어차피, 저는 아버지의 변덕을 용인하기 위한 존재일 뿐이었지 않습니까.”
폐허가 된 마을. 그 안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통만 한 칼을 휘두르는 아이를 본 유중모는 본인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고,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파격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를 양자로 들이기로 한 것이다.
유권을 같은 성씨의 족보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유씨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던 유권은 서류상 유 씨 성을 지닌 먼 친척의 아이가 되어, 시양자가 되었다.
“대체 넌··· 너는···”
쉬이 말을 잇지 못하던 유중모가, 겨우 묻는다.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
유권은 쉽게 답할 수 없다.
‘갖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을 꺼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신중한 사람이므로.
대신 그는 아버지가 듣고 싶어하는 답을 선택한다.
“이 나라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유중모와의 독대를 끝낸 유권은 빠른 걸음으로 집을 빠져 나온다.
그는 길을 걸으며 천천히 생각을 이어간다.
병환이 깊다는 세자가 결국 목숨을 잃고, 왕위를 이을 세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궁은 난리가 난다.
늙은 왕, 그리고 젊은 두 대군.
대신들은 욕망을 감춘 채 혼란스러운 정국을 지켜본다.
그리고 궁의 바깥에서 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유권도 그들 중 하나였다.
– 이 나라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 싶다.
유권이 유중모에게 말했던 문장.
그 문장에는 중요한 단어가 빠져 있었다.
– 이 나라를, [내게]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 싶다.
그가 생각한 수단은 바로 임연대군이었다. 열등감과 욕망으로 똘똘 뭉친 사내.
절대 세자의 자리는 넘볼 수 없는, 왕위에 올라앉는 형제를 지켜보기만 해야하는 운명을 지닌 대군.
유권은, 임연대군의 위험한 욕망을 도울 생각이었다.
*
– ‘해와 달’ 한유일, “이 나라를 내게 나은 방향으로 만들 것” 욕망 드러내··· 최고 시청률 갱신
– ‘해와 달’ 강혜성의 가장 큰 장애물은 누구··· 15.8%, 동시간대 1위
– 해와 달’ 2주 연속 선두··· 키블링(KIVLING)에서 전주 대비 시청 시간 증가
장재현은 검은 가죽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여유롭게 기사들을 확인했다.
그가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을 20개 정도 넘겼을 무렵.
‘…음?’
실시간으로 올라온 한 기사를 본 순간, 장재현의 눈빛이 달라졌다.
“…뭐야.”
이 버러지는?
해와 달 (4)
장재이 실장은 장 대표의 전화를 받자마자 헬스장에서 달려나왔다.
덕분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출근하게 생겼으나, 당장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 [단독] 한유일 팬과의 마찰 있었나··· 경찰 조사 확인
장재이는 이를 악문 채 차에 시동을 걸었다.
홍보팀에서 확인해본 결과, 경찰 관계자들은 모르는 눈치라고 했다.
당시 숨어 든 기자 하나가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서 들고 있었던 걸 누군가 덥석 낚아챈 듯했다.
애초에 별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 JJ엔터 측엔 처음부터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짜증나네.’
장재이의 커다란 눈이 날카로워졌다.
장재이는 오빠와 닮았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조차 부정할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그건 바로 화가 났을 때였다.
‘대체 어떤 새X냐.’
JJ엔터는 대부분의 언론사와 연이 닿아있었다. 특별하게 사이가 나쁜 곳도 없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조용하게 기사를 터트릴 정도면···
‘백퍼 엔터다.’
어디서 수작질을 벌이기 시작한 건지 알아야 했다.
해당 기사는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포털 상위권을 차지했다.
벌써부터 커뮤니티가 시끄러웠다.
– 한유일 경찰조사 받았다는데..? (기사 링크有)
[(기사 캡처)링크는 댓글로 달아뒀음]
┗ 헐…
┗ 팬과의 마찰..?ㄷㄷ
┗ 조사까지 받을 정도면 심각한 거 아니야? 팬들 멘탈 괜찮아..?ㅠ
– 솔직히 ㅎㅇㅇ
[처음부터 쎄하다 싶었음..]┗ 너무 회사에서 바이럴하는 것 같긴 했음ㅋ
┗ 강혜성 닉값하네ㅋㅋ
┗┗ 역시 나락맨;;
┗┗ 몰라서 그러는데 그게 뭐야?
┗┗ 강혜성 나락맨이잖아.. 같이 찍은 남배들 다 나락간다고 해서
┗┗ ㅁㅊㅋㅋㅋㅋ
– 하 짜증난다..
[이때싶 쎄믈리에들 나셨네ㅋㅋㅋㅋㅋ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쎄하다 ㅇㅈㄹ]┗ ㄹㅇ.. 아직 정확하게 나온 것도 없는데 억측 자제 좀ㅠ
┗ 하 답답하다..
커뮤니티는 걱정스러워하는 이들, 즐기는 이들, 답답한 이들로 난리였다.
장재이는 사무실 문을 열었다. 이미 주요 직원들은 회의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근데 이번 경우는 유일 씨가 피해자인 건인데··· 문제가 될까요?”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제는 기사화였다.
“이미 논란이 되었다는 게 문제죠. ···유일 씨한테.”
배우가 조용히 넘어가길 바랐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으니.
다른 것보다도 한유일이 걱정이었다.
“유일 씨는 아직 연락 안 돼요?”
“계속 연락 중인데··· 우선 우진 씨가 집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
한편, 한유일의 오피스텔.
유일은 모두가 애타게 찾는 줄도 모른 채 두 번째 배경화에 들어간 직후였다.
그가 배경화를 연달아 한 데엔 이유가 있었다.
의 마지막 촬영이 바로 내일이었고, 유일이 등장하는 마지막 씬이자 드라마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장면. 바로 이빈과 유권의 싸움이 있는 씬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액션스쿨에서 합은 맞춰보긴 했지만···’
아직 부족했다.
움직임에 신경을 쓰느라 자꾸만 감정이 무너졌던 것이다.
다행히 배경화에 요령이 생긴 덕인지, 지속기간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12부 19씬의 배경화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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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얼굴에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주변엔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주변엔 참혹한 모습으로 쓰러진 시체들이 가득하다.
이빈··· 성원대군이 그에게 다가온다.
“···왜 그런 선택을 했지.”
마치 정말로 안타깝기라도 한 얼굴이다.
유권의 얼굴에 저절로 얼굴에 비웃음이 차오른다.
‘넌 절대 모를 것이다.’
양반의 서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처음부터 끝이 정해진 길을 꾸역꾸역 걸어가는 것을 의미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우는 것뿐인 어미와 화를 내는 것밖에 모르는 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