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85
‘씨X.’
강혜성은 앞으로 다가올 일이 더 두려웠다.
그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그는 스태프 중 한 명이 핸드폰으로 자신을 찍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
마지막 촬영을 하던 제작진들 사이에선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았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시청자들은 그저 기대감에 부푼 채 최종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 하 기대된다
┗ 입으로 심장 튀어나올 것 같아
┗ 해달 볼 생각에 넘 떨리는데 막방인 거 생각하니까 슬퍼..
┗ 그냥 평생 해주면 안 되나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회가 방영되는 저녁이 되었다.
의 최종화를 기다리던 이들 중에선 HM도 있었다.
무사히 합격 한 뒤 공시 생활을 청산한 HM은 인생 최고의 백수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이게 삶이지.’
HM은 부모님과 함께 텔레비전 앞에 앉아 오프닝을 보았다.
워낙 사극을 좋아하는 부모님이라, 역시 1화부터 본방사수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마지막 화는 유권의 얼굴 클로즈업으로 시작했다.
“크~ 잘생겼다.”
“나쁜 놈인데 잘생겨서 뭐해.”
“잘생기면 다 착한 놈이지!”
유권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목소리를 흘려 들으며, HM은 온 신경을 집중했다.
중반부에서 유도화가 역병에 면역이 있음이 밝혀진 이후, 유도화는 자신의 피를 이용하여 역병의 치료제를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
그리고 수백 번, 수천 번의 시도 끝에 유도화는 치료제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소서나무 줄기껍질과 쥐엄나무 열매, 천리향 잎을 달인 뒤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의 피를 한 방울 떨어뜨려 만드는 약. 이는 가장 그녀의 피를 덜 쓰면서도 효과는 극대화한 약이었다.
그러나 치료제로 살아나는 사람들이 늘어 갈수록 ‘살아있는 약’이 있다는 소문이 돌게 되고, 심지어 유도화를 노리는 자객들까지 나타나게 된다.
한동안 유도화의 곁에서 떨어진 채 임연대군을 돕던 유권은, 위험에 처한 유도화를 돕는다.
단숨에 그녀를 노린 자객들을 베어 낸 유권은 평온한 얼굴로 유도화를 내려다 본다.
– 위험에 처했구나. 또.
– 또, 라니요.
– 넌 매번 그랬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꼭 큰 사고를 치고 있었어.
그게 재미있는 점이었지만.
유권이 작게 속삭인다. 유도화는 자신을 뚫을 듯한 그의 시선을 피한다.
– ···넌, 그자를 연모하는 것이냐.
불쑥, 유권이 묻는다.
그는 유도화를 알았다. 그녀는 화려한 방에 갇히기 보다는 차라리 풀숲에서 뛰어놀기를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이빈의 곁이 아닌 자신의 곁일 거라고···
그리 생각했다.
– 너를 옭아매고, 너를 너답게 만들지 못하는 자리는 싫다고 하지 않았느냐.
– 대군께선 그런 분이 아닙니다.
– ···하!
유권은 진심으로 비웃었다.
– 세자빈··· 정녕 그 자리가 탐나던 것이냐···!
– 전 자리를 탐한 적 없습니다.
– 그런데 왜!
유권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왜 너는 날 봐주지 않는 것이냐.
정녕 네 마음엔 내가 없는 것이냐.
나는 너를 가질 수 없는 것이냐.
그 모든 질문이 얽힌 눈빛이 유도화를 향했다.
‘헉···!’
HM은 바로 곁에 부모님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험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와 XX X미쳤다···”
“말 예쁘게 해야지.”
실시간으로 드라마를 달리며 댓글을 달고 있던 시청자들 역시 엄청난 속도로 글을 쓰고 있었다.
┗ 미쳤다
┗ (이미 죽은 자의 댓글입니다)
┗ 사약이 달다..
┗ 도화 기존쎄다.. 나같으면 무서워서라도 유권 따라갔음
┗ 나 진심으로 설레는데..이거 비정상인가요
┗┗ 삐빅 정상입니다
도화의 마음을 얻으려는 유권의 시도는 또 다시 좌절되고.
왕좌를 차지하려던 임연대군의 난 역시 실패로 돌아간다.
하이라이트는 이빈과 유권의 마지막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한유일은··· 말 그대로 정신이 나간 것처럼 연기했다.
– 대군께선 제 누이를 마음에 두고 계십니까.
유권의 입술이 비스듬하게 올라간다.
그리고 그는 이빈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상대역을 보이지 않게끔 만드는 살벌한 연기였다.
자신을 죽일 듯 온힘을 다해 쫓아오는 이빈을 가지고 놀 듯 움직이던 유권이 무너진 것은, 이빈의 말 한 마디였다.
– 그딴 게··· 어떻게 오라비의 눈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빈은 피투성이가 된 채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 유권은 몸이 칼에 궤뚫린 채 천천히 쓰러진다.
유권의 입과 눈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편집과정에서 추가된 피가 넘어가는 소리는 안락한 거실에 앉아있는 이들마저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 당신은··· 모를 겁니다.
유권의 눈엔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광기가 가득했다.
– ···너도 모를 것이다.
차가운 눈으로 그를 지켜보던 이빈이 입을 열었다.
– 도화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어느 계절에 걷는 것을 좋아하는지. ···네 머릿속엔 오로지 너 하나만 있지 않느냐.
유권의 텅 빈 눈이 화면 가득 보이고···
장면이 전환되었다.
┗ 와 숨 참고 봄.
┗ 나 왜 우냐
┗ ㅠㅠㅠㅠㅠㅠㅠㅠㅠ유권··· 죽지마···
┗┗ 죽이지도 말고 죽지도 마···
┗ 한유일 연기 진짜 무슨일이야
┗ 아니 싸움씬인데 유권밖에 안 보이네 이게 맞나
┗ ‘해와 달’에서 달이 유권인거지?
┗ 강혜성 컨디션 안좋나..? 왤케 힘이 없어 보이지
┗┗ 22..
성원대군, 이빈의 든든한 지지를 발판 삼아, 도화의 치료제는 전국에 퍼진다.
이빈은 무사히 세자에 책봉되고, 도화는 역병을 퇴치하는 데 큰 힘이 되었음을 인정 받아 정경부인(貞敬夫人)이라는 봉작을 받는다. 이는 본래 문/무관의 처에게 내리는 작호였으나, 자칫하면 국가가 붕괴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영웅적 면모를 보였던 것을 고려하여 수여된 작위였다.
몇 년 뒤, 어진 왕이 되어 궁을 거니는 이빈과 그의 곁에서 함께 길을 걷는 도화의 모습을 끝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 도화가 행복하면 됐어..
┗ 권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우리 권이는.. 양지 바른 곳에 묻혔을까..?
┗┗ 능지처참당해서 어디 버려지지 않았을까
┗┗ ㅅㅂㅠㅠㅠ너무해
HM은 방문을 닫고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서브남주를 파는 슬픔이 이렇게 괴로울 줄이야.
HM은 눈물의 블루챗을 폭풍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어?”
HM이 뜻밖의 게시물을 발견한 것은.
나락
HM의 눈에 들어온 것은 블루챗 계정에 올라온 영상의 링크였다. HM은 홀린 듯 영상을 클릭했다.
영상에선 중앙에 선 두 사람과, 그들을 둘러 싼 카메라와 사람들이 보였다. 영상은 흐릿했으나, 대충 보아도 촬영장인 듯 했다.
– ···씨, 완전 미친 거 아냐? 사람 죽일 일 있어?!
‘뭐야, 이거···’
청색 도포를 입은 채 험악한 얼굴로 고함을 치는 남자. 을 본 이들이라면 그가 누군지 알았다.
“강혜성이잖아.”
‘···장난치는 건가?’
그러나 영상 속 당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달려나와 사과하는 매니저의 모습까지 보았을 때, 절대 장난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 촬영 중 소리 지르는 강혜성
영상의 원본은 오튜브에 짧은 제목과 함께 올라온 쇼츠 영상이었다.
원본 영상을 올린 계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 되었지만, 커뮤니티와 SNS에선 복제된 영상이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었다.
┗ 엥
┗ 이거 해달 막회잖아
┗ 강혜성 뭐야?
┗ 헐ㄷㄷ
┗ 계자가 찍은 건가 본데..?
┗ ㅁㅊ..
해당 영상을 올린 커뮤니티 게시글엔 순식간에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 강혜성 진짜 이미지 언플 오지게 하지 않았냐
┗┗ ㅇㅇ;;
┗ 저거 한유일한테 소리지르는 거임..?
┗┗ 인성 뭐야
이후 타 카페들에서도 영상이 옮겨가면서, 반응 역시 한층 더 다양해졌다.
┗ 아이고.. 어른들 다 있는데서 저렇게;;
┗ 전에 한밤스타인가에 나와서 부모님 이야기하면서 울던 친구 아닌가요. 정많고 선한 친구인 줄 알았는데 실망입니다.
┗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거 너무 무섭네요ㅠㅠ
┗ 해와 달 재미있게 봤는데~ㅠㅠ. 성원대군 이미지랑 너무 다른 거 아닌지~
물론 모든 이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특히 강혜성의 팬들은 그런 논란에도 꿋꿋하게 버텼다.
┗ 앞뒤 상황 다 자르고 저것만 보여주면 어떡함;
┗┗ 내 말이.. 서로 협의 안 하고 애드립친 거면 어떡하라고
┗┗ ㅁㅈ 위험한 씬인데 합 이상하게 맞아서 화내는 거 아냐?
┗ 내 배우 안 그래도 컨디션 안 좋아 보이는데 진짜ㅠㅠㅠ 속상하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은, 모든 연락을 차단한 채 잠적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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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와 달’ 촬영장에서 대체 무슨 일이? 강혜성 측 “억측 자제해달라’
– “사실무근이다” 티오엔터, 강혜성 논란에 강경대응 예고
– 강혜성, ‘해와 달’ 촬영장서 고성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