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86
몇 시간 뒤, 티오 엔터 측에서 뿌린 기사 몇 개가 포털 사이트에 올랐다.
그러나 논란 그 자체를 조명한 기사에 비해선 미미한 조회수였다.
‘씨X···’
강혜성은 미친 듯이 핸드폰을 만지며 끝나지 않는 기사 제목들을 보고 있었다. 쥐어뜯고 흐트러트리길 반복하며 엉망이 된 머리가 푸석했다.
그도 처음부터 이렇게 폐인처럼 지낼 생각은 아니었다.
처음 영상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 부리나케 회사에 달려간 그였다. 그러나 어떻게든 덮어달라고 하소연을 한 그에게 돌아온 건, 무시와 비웃음이었다.
– 그러게 처신을 잘했어야지. 네가 잘하는 게 이미지 관리 그거 하나인데··· 우리가 뭘 믿고 너한테 투자를 하겠냐?
그들이 그렇게 나오는 데엔 그의 재계약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매니저를 시켜 드라마 제작사 측에도 연락을 했으나, 그가 받은 것은 형식적인 답변이었다.
– 영상 유포자가 외주업체 소속이어서··· 그날 딱 하루 일일 보조로 온 거였거든요. 현재로선 저희도 잘 모릅니다. 확인 중에 있으니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드라마까지 성공적으로 끝났겠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선을 긋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건 강혜성에겐 독이었다.
“씨X, 씨X···!”
강혜성은 눈물이 번들거리는 얼굴로 거칠게 핸드폰을 던졌다. 액정이 부셔저 산산조각 났다.
하나같이 다.
전부 말썽이었다.
부정적 여론을 막기 위해 혼신의 댓글 방어를 펼치는 팬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번 불거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집요했고, 드라마 비하인드에 나온 이보희의 발언이나 과거 주변 연예인들이 강혜성에 대해 했던 말들까지 재해석 되며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논란에 또 다른 불씨가 붙은 것은, 방송계에서 일했다는 전직 관계자의 게시물이 업로드 되었을 때였다.
– 현재 논란되고 있는 배우 분과 일했던 전 관계자입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방송 관계자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전혀 다른 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일한 기간이 긴 만큼 수많은 연예인들과 마주하곤 했습니다. 최근 논란되고 있는 영상보고 처음으로 한 생각은 ‘터질 일이 터졌다’는 생각이었습니다.]글쓴이는 강혜성이 경력 있는 감독, 촬영감독 등 어느 정도 힘이 있는 이들과 대화할 때의 태도와 막내 스태프들을 대할 때의 태도가 전혀 다른 배우였다며 직접 들었다는 막말의 사례들을 몇 가지 적어두기까지 했다. 그중에선 본인보다 경력이 적은 상대 배우를 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에서도 라이벌로 등장한 한유일이 그보다 신인인 만큼, 그 문장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공개된 영상보다 더한 일들도 많았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 뭐야 그냥 소리만 지른 게 아니었네;
┗ 이번에도 한유일이랑 강혜성이랑 합 맞추는 씬 몇 번 있지 않았음?ㄷㄷ
┗┗ ㅇㅇ..
┗ 하 그냥 다 끝나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건지..^^
┗ 잘 만든 드라마에 이게 웬 똥투척이냐
해당 글은 ‘갑질 논란’의 원본 영상처럼 얼마 안 가 삭제되었지만, 캡처본은 오랫동안 커뮤니티의 인기글에 오르며 호응을 얻었다.
자극적인 이야기인 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은 것도 없었다.
– ‘나락맨’이었다가 찐으로 나락간 배우
– ㄱㅎㅅ 논란으로 현재 재평가 받는 배우들 (스압주의)
이에 조회수를 뻥튀기하기 위한 블로거들과 오튜브 사이버렉카들이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글과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
“···저기요. 장재현 대표님.”
장재이는 떫은 것을 먹은 듯한 얼굴로 장 대표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죠.”
“표정 관리 좀 하세요. 다들 무서워하잖아.”
“내 표정이 어때서.”
장재현의 말에 장재이는 가늘게 눈을 떴다.
“거울을 봐. 포식한 하이에나 같잖아. 살벌하다고.”
장재현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벌인 일인지 궁금했는데···’
그게 배우의 독단적인 행동이었을 줄은 몰랐다.
‘티오 엔터 측에서 알았다면 내버려두진 않았겠지만.’
그는 티오 엔터 측을 쥐고 흔들만한 패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패들 중 단 하나도 꺼내보이지 않았음에도, 판이 꽤나 흥미롭게 돌아 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이르지.’
고작 배우 인성 논란 정도로 끝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가 기분 좋은 상상을 거듭하자, 장재이가 쏘아붙였다.
“···얼른 표정 풀어. 유일 씨 부를 거니까.”
그 말에 장재현은 평소같은 얼굴로 돌아갔다.
*
같은 시각.
유일은 JJ엔터테인먼트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유일의 눈치를 살피던 민우진이 조심스레 말했다.
“···도착했어, 유일아.”
한유일이 평소처럼 웃으며 차에서 내리자, 그제야 우진은 안심한 듯 풀어진 얼굴로 돌아왔다.
그러나 유일에겐 기분을 숨길 수 없는 존재가 가까이에 있었다.
【기쁘지 않으십니까?】
고저 없는 목소리가 울렸다.
‘어.’
한유일은 기쁘지 않았다. 당연했다. 기쁠 이유도, 좋아할 이유도 없었다.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뭐가 부족해서 그런 짓까지 한 걸까.’
분명 강혜성은 재능 있는 배우다. 외모도, 연기력도 경쟁력이 있고.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이 불건전한 방식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알겠는데···’
그러니까···
대체 왜?
머리로는 알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일 님께서는 ‘열등감’을 느낀 적 없으십니까?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 즉 열등감을 인지했을 때 생기는 감정을 의미···】
‘그건 아는데.’
내가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감각.
‘···그런데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한유일은 단 한번도 스스로 ‘잘해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그렇기에 학생 때는 밤을 새워 공부하면서도 불안했고, 지금은 연습을 하면서도 한구석에선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
요즘 들어선 배경화 덕에 조금씩 불안을 덜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
브윈의 긴 침묵과 함께, 유일은 회사로 들어갔다.
“유일 씨. 잘 왔어요.”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반기던 장재이는, 유일의 얼굴을 보자마자 미간을 좁혔다.
“···유일 씨, 밥 잘 먹고 있는 거 맞죠?”
뒤늦게 들어온 우진이 유일 대신 발랄하게 답했다.
“저랑 유일이랑 같이 쌈밥 먹고 왔습니닷!”
“오늘 들은 것 중 제일 반가운 소리네요, 그거.”
장재이 실장은 들고 있던 패드를 내밀었다.
“유일 씨. 이거 한번 볼래요?”
패드에는 예능들의 캡처본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건···”
“ 개봉일자가 확정되었잖아요. 다음 달 말일로.”
‘···아.’
드라마 촬영을 하느라 정신 없이 지낸 탓에, 개봉일자가 확정되었다는 소식도 촬영장에서 들었다.
그제야 스치듯 들었던 스케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유일 씨가 지금까지 출연한 예능들이 다 반응이 괜찮아서, 이번에도 홍보차 예능을 나갈까해요.”
장재이 실장은 이어서 설명했다.
“는 명작이지만, 지금 젊은 층들은 잘 모르죠. 씨네필 아니면 이름도 잘 모를 걸요.”
는 15세 관람가 영화였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아닌 만큼, 홍보가 중요했다.
“우선 홍보 타겟층이 2030세대인 만큼, 이를 고려해서 예능 몇 개를 추려봤어요.”
유일은 설명을 들으며 꼼꼼히 패드에 떠 있는 예능 제목들을 살폈다.
“우선 토크쇼 형태 예능은 서현주 배우와 함께 하게 될 거예요. 이미 서현주 배우님 측에서는 어느쪽이든 좋다고 답변 받은 상태니까, 유일 씨가 편하게 결정해주면 돼요.”
브윈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후보군 중 를 추천드립니다. 홍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유일이 페이지를 빤히 들여다보자, 장재이 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었다.
“그 프로도 좋죠. 젊은 MC에 감 좋은 피디들이 붙어서 평도 좋고. ZBS에서 하는 거라 오튜브 예능 중에서는 인지도 면에서도 탑급이고요.”
【는 130만 채널로, MC이자 프로그램의 메인 PD 중 하나인 ‘우주(본명 우혜주)’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적절한 밈의 사용과 꾸준한 시청자수 증가가 장점인 웹 예능입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토크쇼는 그걸로 하기로 하고··· 지상파 채널도 하나 나가면 좋을 것 같은데.”
장재현 대표가 입을 연건 그때였다.
“유일 씨.”
“네, 대표님.”
“요리 좋아합니까?”
“···하는 것보단 먹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좋네요.”
여유롭게 웃은 장재현은 유일이 들고 있던 패드에 손을 가져다 댔다.
“저는 유일 씨가 여길 나가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장재현 대표의 말에 유일은 시선을 돌렸다. 장 대표의 손끝에는 칼과 국자를 든 채 서 있는 박희진이 서 있었다.
박희진은 다섯 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 브랜드를 소유한, 이른바 요식업계의 ‘큰 손’이었다.
특유의 입담과 능청스러운 태도가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얻어 어느새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인물이기도 했다.
【좋은 선택입니다. . 통칭 ‘오식탁’은 요리쇼를 차용한 예능프로그램으로, 일반인 신청자 중 선정된 이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그날의 출연자들이 팀을 나눠 경합을 벌이는 예능입니다.】
유일이 프로그램 제목을 읽자, 장재현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 씨.”
“네.”
“국자로 국 저을 줄 알죠?”
“···네.”
“젓가락으로 콩 집을 줄도 알고.”
“······네.”
“그럼 됐네요.”
‘…?’
···그렇게, 유일의 홍보 예능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