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0
10
010. 나한테 빠꾸는 없다(1)
“아도론의 연구소는 왜요?”
“아냐니까?”
“알기는 하죠. 의정부에 있는 C급…… 아니, C-급 던전이었나? 신입 헌터들이 성장하기에 좋은 던전이라고 해서 기억하고 있기는 해요.”
“그래?”
“그런데 거긴 왜요?”
김시현의 말에 김현우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대답했다.
“좀, 볼 일이 있어서.”
“볼 일이요? 혹시 던전 한번 돌아보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뭐, 그런 것도 있긴 한데 그 던전 안에서 확인할 게 있거든.”
“확인할 거?”
김시현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묘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더니 이내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근데 아마 형은 거기 못 들어갈걸요?”
“그게 무슨 소리야?”
김현우가 의아하다는 듯 묻자 김시현은 곧바로 말했다.
“거기, 아레스 길드가 독점권을 쥐고 있는 곳이거든요. 오늘 점심에 제가 설명해 준 거 들으셨죠?”
“들었지.”
아레스 길드가 던전의 독점권을 쥐고 던전을 빌미로 헌터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아레스 길드에 대해 생각하던 중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김현우는 물었다.
“그런데, 정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야?”
“정부요?”
“그래, 뭐 이렇게 일방적인 독점에 대한 규제라거나, 그런 게 있을 거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김시현은 피식 웃더니 자조하는 듯한 느낌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어요. 정치꾼들 뒤로 날름날름 받아 처먹는 건 잘하잖아요?”
그렇게 날름날름 쳐드시고 세금까지 깔끔하게 받고 있으니까 건드릴 이유가 전혀 없다는 거죠.
김시현이 그렇게 뒷말을 중얼거리며 커피를 마시자 김현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김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저도 제대로 물증이 있고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규제 없이 혼자 헌터업계를 다 처먹고 있는 걸 보면 딱 각이 나오잖아요?”
김시현의 말에 김현우 어처구니없는 듯 헛웃음을 보인 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주 개판이구만.”
“아무튼, 아마 형은 못 들어갈 거예요.”
“몰래 들어간다거나 하는 건?”
“당연히 지키고 있죠. 24시간 교대 돌리면서 지키고 있을 걸요?”
“입구는 열려 있는데 그냥 그 던전 입구 앞에서 자기 길드 소속이 아니면 못 들어가게 지키고 있다 이 소리지?”
“그렇죠.”
“억지로 들어가면?”
김현우의 말에 김시현은 순간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설마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말했다.
“억지로 들어가면…… 뭐, 아레스 길드랑 척을 지는 사이가 되죠.”
“그래? 그럼 나는 상관없겠네.”
“네? 그게 뭔 소리예요?”
“어차피 척을 지었으니까. 상관없을 것 같다고.”
“설마 형……?”
김현우는 김시현의 말에 답하지 않고 그저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
강남역에 있는 수많은 고층 빌라 중에서도 유난히 높게 솟아있는 중앙의 빌딩.
빌딩의 중앙에는 딱딱하면서도 위풍당당한 글씨체로 ‘Ares’가 음각되어 있는 그 빌딩의 상위층의 한 공간.
고풍스러운 레드 카펫이 깔려 있었고 중앙에는 거대한 원목 테이블이 놓여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회의실.
“그렇게 돼서 ‘패도’길드의 견제로 현재 한국 지부 쪽에서 아레스 길드의 중국 진출은 조금 시일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회의실의 상석에 앉아 있는 남자는 느긋하게 앉아 남자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걸릴 것 같지?”
“최소 5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 같습니다.”
“다른 지부는? 러시아의 예상 진출 시기는?”
“러시아는 아무리 빨리 잡아도 8개월, 일본은 7개월입니다.”
남자의 말에 상석에 앉은 남자.
아레스 길드 한국지부의 지부장이자 S등급 헌터이기도 한 남자, ‘흑선우’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쁘지 않군. 내가 말했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상관없어. 요점은 무조건 남보다는 빨라야 한다 이거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먹는 것처럼 말이야.”
흑선우의 말에 보고를 올리던 남자는 슬쩍 고개를 숙이곤 흑선우의 손짓에 따라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래서 너는?”
흑선우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남자. 인사부장 유병욱에게 묻자 그는 슬쩍 고개를 숙인 뒤 서류 하나를 책상 위에 올리며 말했다.
“저번에 말씀하셨던 김현우에 관한 능력치 표입니다.”
유병욱의 말에 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서류를 들어 올리더니 이내 서류의 내용을 보고 허 하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 뭐야?”
“저번에 말씀하신 김현우 헌터의 세부 능력치입니다. 분석과에서 헌터 협회의 튜토리얼 존 영상과 이번에 프로토타입으로 배치한 능력치 분석 비교기를 이용해 만든 겁니다.”
“이거 분석과 새끼들이 제대로 파악 못 한 거 아니야?”
“분석과에 문의한 결과 아무리 차이가 나더라도 한 등급 차이라고 합니다.”
“……그럼 실화라고?”
“……저도 믿기는 힘들지만 아무래도 분석과에서는 그렇게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흑선우는 허, 하는 웃음을 짓더니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영입은 했어?”
흑선우의 물음에 슬쩍 유병욱은 곧바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강병호 과장이 접선을 시도하기는 했는데…….”
“아, 됐어. 더 말할 필요도 없군. 영입 못 했다 이거지?”
“예.”
“오히려 이런 녀석은 영입을 안 하는 게 좋아.”
“예……?”
유병욱이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듯 슬쩍 그를 향해 묻자 흑선우는 그를 보며 피식 웃곤 말했다.
“에이, 우리 유 부장 그렇게 멍청하지 않잖아? 연기 안 해도 돼.”
“…….”
흑선우가 능청스럽게 말하자 그는 입을 다물었고, 그것을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흑선우은 피식하는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뭐, 이런 녀석을 영입하면 당연히 아레스 길드에는 이득이지. 나도 당장 돌아오는 실적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 이런 녀석은 나한테는 독사과야 독사과.”
독사과 알지?
느긋하던 흑선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그는 원목 책상에 두 발을 올리곤 말했다.
“먹음직스럽게 생겼고, 지금 당장 먹으면 달콤하겠지만 이런 녀석들을 아레스 길드 내로 들이면 압도적인 성장에 더불어 지원도 빵빵하게 받을 거고 그러면…….”
그는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를 툭툭 치며 말했다.
“내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잖아?”
그러니-
“이런 놈은 영입하기보다는 ‘상처’를 내 줘야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지?”
그의 말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는 조용히 고개를 조아렸고, 그 모습에 흑선우는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이며-
“‘관리부’ 애들한테는 말해 놓을 테니까. 잘 해봐.”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유병욱은 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것을 끝으로 회의실을 빠져나왔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 중-
“부…부장님!”
“왜 그러지?”
유병욱은 자신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뛰어오는 인사계원을 보며 물었다.
“이, 일이 터졌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유병욱의 얼굴이 굳은 것을 본 인사계원은 급하게 입을 열었고, 유병욱의 굳어진 얼굴에 인상이 드리워지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의정부에 있는 천보산에 있는 C-급 던전 ‘아도론의 연구실’의 입구 앞.
“한 번만 들어가게 해주시면 안 되나요……?”
“안 된다니까?”
입구 앞에 설치된 매대와 비슷해 보이는 아레스 길드 휘하의 건물 앞에서는 한차례의 실랑이가 일어나고 있었다.
“제발요……! 여기 아니면 사냥할 곳이 없어요……!”
던전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아레스 소속의 길드원들은 애절하게 두 손을 맞잡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낄낄거리더니 말했다.
“아니, 그럼 미궁이라도 가서 사냥해야지~ 미궁은 무료잖아? 깊숙하지 않은 곳에는 저급 몬스터도 많고.”
물론 아레스 길드 소속 헌터가 하는 말은 개소리 중의 개소리였다.
미궁 초반에는 분명 신입들도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약한 몬스터가 있었지만, 그곳은 기본적으로 사냥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무법지대였다.
게다가 아무리 던전의 초입이라도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강한 몬스터 때문에 A급 이상의 헌터도 길드 파티를 맺어 아티팩트를 발굴하러 가는 것이 아니면 잘 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소녀는 자신을 비웃고 있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발…… 한 번만…….”
“흠, 정말 안 되는데, 뭐 우리에게 성의를 조금 보여준다면 또 은근슬쩍 눈감아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
아레스 길드원이 은근슬쩍 손을 맞잡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야리꾸리하게 웃었고, 그들의 시선을 받던 헌터는 읏 하는 신음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녀는 저도 모르게 본인에게 자문했다.
‘이런 상황도 예상은 하고 부탁하러 온 건 맞는데…….’
그녀가 아직 아레스 직할의 하위 길드에 가입되어 있었을 때, 그녀는 이런 종류의 소문을 많이 들었었다.
아레스 길드 소속이 아닌 헌터들이 은근히 던전의 입구를 지키는 헌터들에게 몸을 주거나 돈을 써서 몰래 던전을 들락거린다는 소문.
아니, 사실 소문도 아니었다. 그녀가 하위 길드에 소속되어 있을 때도 그런 장면은 얼핏 몇 번 정도 봤으니까.
그렇게 그녀가 입을 다물고 묘한 공기가 흐를 때쯤-끼이익.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뭐야?”
아레스 길드원들은 순간 묘한 분위기가 깨진 것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눈앞에 나타난 남자를 바라봤고, 곧 그들은 조금 전 들어온 남자를 훑으며 물었다.
“……이건 또 뭐야?”
검은색 츄리닝과, 파란색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는 남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의 앞에 서 있던 아레스 길드원은 조금 전 들어온 남자를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쯧 하는 소리와 함께 말했다.
“여기 화장실 없어요.”
‘여기가 무슨 자기들 화장실인 줄 아나.’
아무래도 던전의 입구가 등산로 중에 있다 보니 시민들 중에서 가끔 길을 잘못 들어 이곳으로 오거나 잠시 화장실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화장실을 빌리러 오는 시민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길드원은 짧게 혀를 차며 말했고, 곧 문 앞에 서 있던 남자는 말했다.
“화장실 찾으러 온 게 아니라 이 던전에 볼일이 있어서 온 건데?”
“……뭐?”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순간 되묻던 길드원은 다시 한번 그의 옷차림을 바라봤다.
상하의는 검은색 츄리닝, 발에는 파란색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는 남자.
‘……미친놈인가?’
그는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츄리닝 차림의 남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고, 그것은 옆에 있던 다른 길드원도 마찬가지였다.
“저기요 아저씨, 여기 장난치는 데 아닙니다. 여기 던전이에요, 던전. 예?”
길드원의 짜증스러운 말에 순간 남자는 눈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그래, 알고 왔다니까? 던전에 볼 일이 있어서 왔다는데 왜 말을 못 알아먹어? 귀에 좆 박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