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06
106
106. 언령사(言?辭)(1)
강남에 있는 아레스 길드 한국지부의 꼭대기 층.
지부장의 집무실 안에는 한 명의 남자. 카워드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고민에 빠져 있었다.
“…….”
의자에 앉아 있는 그는 조용한 침묵 속에서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듯 한순간도 움직이지 않은 채 두 눈만을 깜빡거렸고, 이내 곧 자신의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달그락.
카워드의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바로 자그마한 하얀색 포켓.
담배 한 갑 크기도 되어 보이지 않은 작은 포켓을 열자 그곳에는 검은색의 마정석이 담겨 있었다.
빛조차도 제대로 투과하지 못해 정말 시커멓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로 칙칙한 마정석들.
“후…….”
그것은 바로 이전, 카워드가 메이슨을 만났을 때 그에게서 받을 수 있었던 마정석 조각이었다.
한동안 손에 포켓을 쥐고 있던 카워드는 이내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때 메이슨에게 들었던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이걸, 김현우에게 내줘야 하는 독점 던전에 심으라는 말씀입니까?’
‘맞네, 말 그대로 자네는 이 검은 마정석 조각들을 김현우에게 내줘야 하는 독점 던전에 심기만 하면 되네. 그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지.’
‘……이게 대체 뭐길래?’
기억 속의 카워드는 의심이 간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고, 메이슨은 변함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기폭제지.’
‘기폭제……말씀입니까?’
‘그래, 자네 혹시……몬스터 웨이브라고 아나?’
‘몬스터 웨이브라면…….’
몬스터 웨이브.
그것은 바로 튜토리얼 탑과 함께 던전이 등장했을 초기. 아직 사람들이 던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때 주로 나타났던 재앙 중 하나였다.
지금이야 길드들이 던전의 독점권을 주장하던 시기였으나 옛날, 처음 던전이 세상에 나타났을 때는 그 던전을 관리할 헌터들이 무척이나 적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헌터들이 미처 공략하지 못하고 남는 잉여 던전들이 있었고.
만약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날 동안 던전 내부에 리젠되는 몬스터들을 청소하지 않을 경우, 던전 안의 몬스터가 밖으로 튀어나와 버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것이 바로 헌터가 이 세상에 생기고 나서 크레바스와 같이 생긴 재앙 중 하나인 ‘몬스터 웨이브’였다.
‘알고는 있습니다만…….’
카워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억 속의 메이슨은 숨길 생각도 없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자네가 들고 있는 마정석은 바로 그 ‘몬스터 웨이브’를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마정석일세.’
“…….”
메이슨의 마지막 말과 함께 카워드는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그만두고 포켓 안에 담겨 있는 검은색의 마정석을 만지작거렸다.
‘몬스터 웨이브를 만들어내는 마정석이라.’
메이슨은 카워드에게 이 검은 마정석의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카워드도 마찬가지로 딱히 메이슨에게 이 검은 마정석의 출처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왜냐고?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이니까.’
이 세상에는 알아서 좋은 것이 있고, 또 몰라서 좋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카워드는, 자신의 포켓에 놓여 있는 검은 마정석의 출처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은 오히려 출처를 알아서는 안 되는 종류의 물건이라고.
그렇기에 카워드는 그 검은 마정석의 출처는 듣지 못했지만 그 대신, 메이슨에게 달콤한 유혹들 들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인위적으로 일으킨 다음에 독점 던전을 다시 빼앗아 온다……라. 거기에다 덤으로 아레스 길드를 통제할 방법까지 알려준다고 했었지.’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만약 메이슨의 말대로 정말 이 검은 마정석이 ‘몬스터 웨이브’를 임의로 유발할 수 있는 거라면 김현우는 갑작스레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에 대처하지 못할 것이었다.
아레스 길드가 김현우에게 넘겨줘야 할 던전의 숫자는 일백을 가볍게 넘어가니까.
만약 기적적으로 수많은 몬스터 웨이브에 대처한다고 하더라도, 크고 작은 사고까지는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곧 김현우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겠지.
아무리 수많은 업적으로 이름을 빛낸 영웅의 자리에 서 있는 김현우라고 해도.
오히려 그런 위치에 서 있는 김현우이기에 자그마한 흠 하나는 시민들이나 언론인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고, 만약 그렇게만 되어 준다면-
‘독점 던전을 다시 찾아오는 것은 쉬운 일이 된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면 독점 던전을 양도했던 아레스 길드에게도 화살이 돌아올 수 있겠지.
허나 그건 결코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요점은 욕을 먹더라도 독점 던전을 되찾아 올 수 있냐 없냐니까.
게다가 만약 아레스 길드가 독점 던전을 다시 찾아오지 못하더라도 좋다.
그래도 최소한의 복수는 한 셈이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카워드가 지금까지 망설이고 있는 이유.
‘너무 조건이…… 아니, 상황이 좋다.’
그것은 카워드가 본능적으로 받은 기묘한 느낌 때문이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일차적으로만 생각해 보면 카워드에게는 전혀 손해가 될 것이 없는 것들이었다.
김현우를 끌어내리고, 독점 던전을 되찾고, 거기에 덤으로 메이슨에게 아레스 길드를 통제할 방법까지도 들을 수 있게 된다.
겉보기에는 정말로 먹음직스러운 상황.
그러나 그렇게 먹음직스러운 상황 뒤를 좀 더 깊게 파보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는 어딘가 뒤틀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이 뒤틀려 있는가?
전부다.
우선 첫 번째로, 메이슨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그는 ‘마튼 브란드’와 친구였지만, 딱 거기까지의 관계였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로, 메이슨이 자신에게 검은 마정석을 주었을 때, 그는 ‘김현우’와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메이슨은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한 것이었다.
아레스 길드를 통제할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을 구실로.
그것은 카워드에게 무척이나 나쁠 것이 하나 없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으나 그렇기에 오히려 이상했다.
이상하다 못해 수상하기까지 했다.
카워드는 지금까지 아레스 길드의 부길드장 자리를 맡아오며 이 세상의 냉정함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으니까.
‘달콤한 독사과.’
그렇기에 현재 카워드는 포켓 안에 놓여 있는 검은 마정석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카워드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망설이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정말 단순히 메이슨과 자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1%의 가능성 때문에.
더 정확히는-
‘이제 이것밖에는…….’
정말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수단이 이것밖에 남지 않았기에, 그는 고민하는 것이었다.
카워드가 그렇게 손안에 쥔 마정석을 바라본 지 얼마나 지났을까.
달칵-
카워드는 결국 선택을 내렸고.
“…….”
그런 카워드의 모습을, 칠흑빛의 가면을 쓴 무사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
의정부 민락동 근처에 있는 A급 던전 ‘역귀 하수도’.
아레스 길드가 독점 던전으로서 관리하는 던전의 안쪽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으스스하군.”
그는 금방이라도 몬스터가 튀어나올 것 같은 던전 내부를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혼자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도…….’
그 남자 ‘오석현’에게는 이 던전 안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 구슬만 제대로 심고 나온다면, 다음 인사이동 때 무조건 인사부장의 자리에 앉을 수 있으니까……!’
그 이유는 바로 오늘, 김현우와의 협상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아레스 길드의 길드장인 카워드가 자신에게 했던 매력적인 제안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검은 마정석을 넘겨주며 그리 말했다.
이걸 아무도 모르게 던전 안쪽에 심고 돌아온다면 다음 인사부장 자리를 넘겨주겠다고.
그 누가 들어도 매력적인 제안에 오석현은 그 제안을 수락했다.
‘그 누가 봐도 뒤가 구린 일이라는 건 안다.’
이미 ‘관리부’에서 활동하던 그로서는 이런 구린 일을 하는 것은 그다지 감흥이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관리부에서 이것보다 더한 일들도 얼마든지 해봤으니까.
‘도대체 이 구술이 뭔지, 또 어떤 이유로 이 구슬을 묻으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 ‘구슬’이 대체 무엇인지가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카워드의 제안을 성공적으로 수락해서 얻을 수 있는 ‘인사부장’의 자리.
‘이건 기회야.’
흑선우의 라인을 타지 못해 변변찮은 자리 하나 없이 5년 동안을 관리부에서 버텨왔던 오석현 에게 이것은 ‘위험한 일’이 아닌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부장의 자리를 얻고, 아레스 길드장인 카워드의 라인을 탈 수 있는 기회.
“후…….”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결의를 다진 뒤, 던전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크륵…… 크륵-
A급 던전 답게 하수도 내에는 구울과 각종 언데드들이 들끓었지만, 그는 자신의 고유스킬인 ‘은신’을 이용해 몬스터와는 전투를 치루지 않은 채 던전 안에 진입했다.
‘흙에, 흙에 묻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카워드에게 들었던 말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받은 구슬은 무조건 어딘가 파묻을 수 있는 곳에 묻어야 한다는 카워드의 말.
그렇기에 그는 점점 깊은 던전까지 들어가기 시작했고, 이내-
‘찾았다……!’
그는 구슬을 묻을만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오염된 폐수와 토양이 섞여 있는, 약간은 끈적거리는 토양이 있는 그곳에서 오석현은 슬쩍 발을 이용해 토양을 들어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구슬을 묻을 수 있겠어.’
그는 곧바로 구슬을 손에 쥔 채 땅을 헤집기 시작했고-
“?”
그는 곧, 땅을 파고 있던 자신의 시야에 보이는 슬리퍼를 바라보았다.
검은색 바탕에, 하얀색 선이 그어져 있는 삼선 슬리퍼.
오석현의 시야가 그것을 바라봄과 함께-
“안녕?”
빡!
“끄악!”
오석현은 턱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오석현은 저도 모르게 쥐고 있던 검은 구슬을 놓쳤고, 이내 급하게 시선을 돌려 놓친 구슬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야, 분명 내가 왜 인사했는데 인사를 안 해?”
기분 나쁘게.
“기, 김현우……!?”
오석현은 순간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김현우를 보며 저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그는 삼선 슬리퍼에 검은 추리닝을 입은 채, 한 손에는 그가 흘린 검은 구슬을 집은 채로 오석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순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으나-콰득!
“끄아아아악!!”
그는 순간 자신의 발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김현우는 그의 앞에 앉아 신음을 흘리는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빠져나가려고 눈알 굴리는 게 너무 잘 보이는데 그러지 마라?”
이미 전부 다 알고 왔으니까.
“그, 그게 무슨.”
그는 저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김현우는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지는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되지, 네가 알고 있잖아? 내가 지금 무슨 일 때문에 여기에 있는지.”
너도 대충 감이 오지?
김현우의 이죽거림에 그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기 시작한다.
본능적으로 떠오른 생각
‘좆됐다.’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일어난 건지 최소한의 인과관계도 파악 할 수 없었지만, 그는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좆됐다는 걸.
그런 오석현의 표정을 제대로 캐치했는지 김현우는 여유롭게 말하며-
“자, 그럼 하나하나 전부 다 말해볼까? 카워드에게 뭘 들었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까지. 만약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자신의 주머니에서 짱돌을 꺼내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정의봉(正義蜂) 2호의 참맛을 보여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