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08
108
108. 언령사(言?辭)(3)
[확인 불가.]정보창 대신 떠오르는 단순한 문장 하나로 김현우는 그가 ‘등반자’인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사실 그가 등반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심하고 있기는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무신(武神)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고, 무엇보다도 아브가 그를 지목했다.
그래, 아브가 시스템 룸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중위가 된 정보 권한을 뒤져본 뒤, 그저 추론일 뿐이라며 들려준 이야기.
그것은 바로 하나의 의심론이었다.
어쩌면 메이슨이라는 남자가 ‘등반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론.
허나 그녀가 제시하는 의심론은 김현우가 듣기에도 굉장히 합당한 의심이었다.
김현우가 탑으로 나오기 전 일어난 세 번의 크레바스 사태.
하수분을 상대하고 나서 딱히 생각하지 않고 있었으나, 크레바스 사태 중 ‘구멍’이 닫히지 않은 것은 두 개였다.
그것은 아직 남아 있는 등반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때 타이밍 좋게 터진 게 바로 무신(武神)의 학살극.
그러나 무신(武神)은 ‘등반자’가 아닌 ‘예비자’였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등반자도 아닌 그가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서 알고 있나?
‘누군가가 무신에게 진실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래, 그것 말고는 답이 되지 않는다.
허나 거의 모든 증거가 메이슨이 등반자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고, 아브의 의심론을 들었을 때도 김현우는 딱히 메이슨을 찾아가지 않았다.
이유?
별거 없다.
그냥 그때의 김현우는 아직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그의 몸은 가볍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되었으나, 아직 등반자를 상대할 정도까지는 회복되지 않았다.
하물며 무신(武神)을 동료로 삼고 있는 녀석이다보니 어중간한 녀석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기다렸다.
몸의 회복이 다 될 때까지.
그리고-
꽝!
“크학!”
메이슨의 순식간에 지하 천장을 뚫고 하늘로 날아간다.
포탄처럼 쏘아지는 신형.
김현우는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팟!
“!”
사라진 김현우의 신형이 순간 메이슨의 뒤쪽에 나타난다.
그는 서둘러 김현우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몸을 뒤틀었지만.
“극청-유성각(極靑-流星脚)”
이미 김현우의 다리에서 펼쳐진 푸른색의 유성은 그의 등에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또 한번 떨어져 내려 이번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에 떨어져 내리는 신형.
쿵!!!
주변의 식물과 화단이 모조리 박살 나며 메이슨의 신형이 콘크리트 바닥에 처박힌다.
“이런 씨- 컥!”
땅바닥에 박힌 메이슨은 급하게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김현우는 그보다 빨랐다.
빡!
그의 손이 메이슨의 머리를 후려치고, 땅바닥에 처박힌 메이슨에게 더 이상 길게 끌 것 없이 최후의 공격을 준비한다.
“극-(極-)”
김현후의 온몸에 검붉은 마력이 소용돌이친다.
그 누가 보더라도 섬뜩해 보이는 마력들이 소용돌이치며 그의 근처로 몰려 들어가고, 검붉은 마력이 등 뒤에 거대한 흑원을 만들어낸다.
그와 함께 펼쳐지는 검은 흑익(黑翼)김현우는 다리를 한계까지 당겼다.
그리고-
“[멈춰라!]”
“!”
김현우가 멈췄다.
말 그대로였다.
김현우의 몸은 마치 처음부터 멈춰 있었던 것 마냥 그 자리에서 멈춰 있었고, 땅바닥에 몸을 처박고 있던 메이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간편한 가운을 입고 있던 메이슨의 모습은 달라져 있었다.
가운 대신 그의 몸에 걸쳐져 있는 것은 붉은색의 성해포였고, 그의 손에는 검붉은색의 책이 들려 있었다.
그 상태에서 그는 몇 번이고 고통스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김현우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이 개새끼!”
쿵!
조금 전까지 멈춰 있던 김현우의 몸이 바로 앞에 화단에 처박히고, 그는 어느새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는 눈으로 화단에 박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김현우를 보았다.
잠시간의 침묵.
그는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이제야 살겠다는 듯 자신의 몸을 툭툭 털더니 이내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멍청한 녀석.”
“뭐?”
“멍청하다고 했다, 설마 나에 대해 제대로 모르면서 이렇게 함부로 집 안에 침입하다니,”
메이슨의 말에 김현우는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조금 전까지 뒤지게 처맞던 놈이 아가리는 잘 터네?”
김현우의 욕설.
허나 메이슨은 그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난 뒤,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넘겼다.
“지금도 네놈이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래 뭐…… 인정하지, 자네의 강함은 상상 이상일세.”
자네는 1200년 동안 무(武)에 모든 것을 바친 괴물마저도 이겨 버렸으니.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들어 놓은 이 권역 안에서, 자네는 나를 이길 수 없지.
메이슨의 비릿한 웃음과 함께 그의 손에 잡혀 있던 검붉은 마법서들이 펄럭이며 넘어가기 시작했고, 그의 주변으로- 아니, 정확히는 그의 저택 주변으로 붉은색의 장막이 쳐지기 시작했다.
김현우는 말없이 하늘을 덮는 붉은 장막을 바라보고 있었고, 메이슨은 이내 펄럭거리는 책을 허공에 띄워 놓은 채 입을 열었다.
“원래라면 네놈을 죽이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녀석에게 맡길 예정이었지만, 네가 내 권역 안에 들어온 이상 내가 직접 해도 상관없을 것 같군.”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내 소개를 하지.”
나는 세상의 목소리를 설파하는 자.
“‘언령사(言令使[)’다.”
그리고-
“네가 발을 들인 이곳은 바로 내가 이 계층에 올라오고 나서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나만의 ‘권역’이지.”
자랑스럽다는 듯 말하는 메이슨의 모습에 김현우는 화단에 처박힌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대충 이해했는데 이 권역 안에 있을 때만 힘을 쓸 수 있다 그거지?”
“그래,”
“아주 자기 약점을 사방에다 뿌리고 다니는구나?”
김현우의 빈정거림에 그는 오히려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왜냐니? 지금 이렇게 자기 단점 다 말해주고 있잖아?”
“어차피 죽을 놈한테 베푸는 선행이라고 하지.”
“붉은 장막 하나 쳤다고 자신감이 터지시네?”
김현우의 물음에 메이슨은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확실히, 그는 현재 다음 계층으로 올라가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내심 생각할 정도로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메이슨은 자신의 권역 안에서 펼칠 수 있는 ‘언령’의 힘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제 발로 걸어와 주다니……!’
원래라면 김현우는 자신으로써는 절대 잡을 수 없는 수호자였다.
아니 애초에 그는 8계층까지 올라오며 마주쳤던 모든 수호자들을 자신의 무력보다는 지략으로 해결했다.
자신의 능력인 ‘언령’은 그 권역 안에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절대적인 힘을 행사하지만, 자신이 만든 ‘권역’이 아닌 밖에서는 그 힘이 무척이나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탑을 오르기보다는 무엇인가를 지키는 데에 더 활용성이 높은 능력 덕분에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한 적이 없었다.
아니 활용하지 못했다.
그의 권역은 아무리 크게 만들어 봤자 반경 200m를 넘지 못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이번 계층에서도 딱히 자신의 능력을 통하기보다는 다른 등반자들과의 협동과 지략으로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나?”
김현우는 생각도 없이 자신의 권역 내로 들어왔다.
그래, 자신의 언령을 최강의 능력으로 만들어주는 ‘언령의 서’의 권역 안으로.
그렇기에, 메이슨은 뜻밖에 잘 풀리고 있는 일에 환희를 느꼈고-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됐고, 뭐 하나만 물어보자.”
-메이슨은, 자신이 이겼다는 생각 덕분인지, 생각 이상으로 여유로워 보이는 김현우의 표정을 캐치하지 못했다.
김현우의 물음에 거만해진 메이슨이 대답했다.
“답해주도록 하지.”
“너희들, 도대체 몇 명이나 있냐?”
“뭐?”
“말 그대로, 너 같은 ‘등반자’가 몇 명이나 있냐고.”
김현우의 물음에 메이슨은 키득거리며 말했다.
“어차피 죽을 놈이 쓸데없는 것을 물어보는군.”
“그래서, 말 안 해줄 거야?”
김현우의 말에 그는 답했다.
“아니, 말을 안 해준다기보다는 못 해준다고 보는 게 옳겠군.”
“……뭐?”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자 그는 대답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등반자’는 생겨나고 있으니까.”
메이슨의 말에 김현우는 김이 샌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씨발 그건 결국 모른다는 소리잖아?”
김현우의 욕설에 메이슨의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김현우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럼 뭐 하나만 더 물어보자. 이게 마지막이다.”
김현우의 물음에 메이슨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대답했다.
“마지막 자비다.”
메이슨의 말에 김현우는 욕설을 하려다 결국에는 입을 닫은 채 질문했다.
“‘재등반자’에 대해 뭔가 아는 거 있냐?”
김현우의 말에 메이슨은 입을 열었다.
“그들은 좌에서 떨어진 자들을 말한다. ‘권한’을 잃고 ‘좌’에서 밀려나, 다시 권한을 얻기 위해 탑을 오르는 이들이지. 대표적으로는…… 그래-”
구신좌(舊神座)들이 있군.
“……구신좌?”
김현우가 한 번 더 되묻자 메이슨은 그 이상 대답해 줄 생각은 없는지 이내 그를 바라보며 씩 하고 웃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이 새끼 정보 주는 거 존나 짜네.”
메이슨의 말에 김현우는 욕설로 화답했으나,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어차피 이제 곧 죽을 놈에게 이 정도의 자비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의 물음에 김현우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뭐, 그래…… 어차피 죽을 놈한테 솔직히 이 정도의 자비는 사치지.”
파직-
“!”
“그렇지?”
그리고, 메이슨은 거기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그것은-
“무-슨!!”
김현우가 움직였다.
메이슨은 김현우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순간 자신의 권역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그리고 자신의 권역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어……어떻게!!”
그렇기에- 메이슨은 저 말도 안 되는 현상을 보며 경악 어린 비명을 토할 수밖에 없었고, 김현우는 그를 보며 말했다.
“왜? 궁금해?”
김현우가 메이슨이 자신하는 권역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이유.
그것은 그가 바로 이 권역의 특징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메이슨의 ‘사기’를 파악했다.
그는 ‘언령’을 내뱉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마력을 지배하고 있을 뿐이잖아?”
김현우의 말에 메이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메이슨의 권역에 숨겨진 비밀.
그것은 바로 마력이었다.
그의 권역 내에 있는 마력들은 정말 메이슨의 말뜻에 따라 동결되고 서기를 반복했다.
당장 지금만 해도-
“[멈춰라!]”
“[숨 쉬지 마라!]”
“[스스로 목을 졸라라]”
“[자해해라!]”
권역 안에 있는 말들은 다급해진 메이슨의 말에 따라 그의 몸에 달라붙었다.
억지로 그의 몸에 달라붙은 마력들은 신기하게도 메이슨의 뜻을 이루기 위해 김현우를 조종한다.
그의 발에 달라붙어 마력을 동결시킨다.
그의 코와 입에 달라붙어 김현우가 숨을 쉴 수 없도록 기관지를 막는다.
그의 왼손을 조종해 목으로 가져간다.
그의 오른손을 조종해 심장으로 가져간다.
하지만-
-파직!
“!!!”
그것은 김현우의 간단한 동작 하나로, 모조리 박살 났다.
“어떻게……!!”
간단히 오른손을 쳐내는 것만으로 자신의 온몸에 달라붙어 있는 붉은 마력을 쳐낸 김현우.
그것은 김현우가 무신(武神)과 싸울 때 터득한 것이었다.
무신(武神)이 수라 무화격을 막았을 때 썼던, 김현우는 이름조차 모르는 그 무공을 이용해, 자신의 혈도 전체로 마력을 돌려 자신의 몸에 침투하고 있는 마력들을 쳐냈다.
물론 무공이 완벽하지는 않은 탓에 김현우의 몸은 평소와는 다르게 느릿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으나-
“자, 기술 들어간다.”
김현우의 오른발에 검붉은 마력이 터져 나온다.
메이슨의 말에 따라 검붉은 마력을 막기 위해 붉은 마력들이 달려들지만, 김현우의 마력은 마치 붉은 마력을 연료로 삼는 듯 더더욱 그 세를 불려 나갔다.
그와 함께 김현우의 뒤에 만들어진 흑원과 흑익(黑翼).
그것으로-
“극(極)-”
쥐새끼를 죽이기에는-
“패왕(?王)-”
충분했다.
괴신격(怪神?).
콰아아아아아────!
검붉은 마력이 메이슨의 권역을 잡아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