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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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언령사(言令使)(4)
국제 헌터 협회 3층의 연합실.
그곳에는 두 남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연합실의 문 쪽에 앉아 있는 남자는 바로 김현우였고,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는 바로 국제 헌터 협회의 상위의원 중 한 명인 리암이었다.
그는 의자에 앉지 않고 김현우의 뒤에 서 있는 미령을 한번 바라보곤 이내 김현우가 내어 준 스마트폰의 영상을 재생시켰다.
그리고-
[무신(武神)이 실패하다니…….]익숙한 목소리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김현우의 뒤를 따라갔던 미령이- 아니, 정확히는 그녀의 수하인 가면 무사가 김현우의 명령을 받고 그와 함께 들어가 찍은 영상이었다.
영상 안에는 메이슨이 홀로 독백을 하는 것부터 나중에는 김현우의 힘에 대적하는 힘을 내보이는 것까지, 영상 자체는 이동이 많아 흔들림이 많았지만 상세하게 찍혀 있었다.
[나는 ‘언령사(言令使)’다.]메이슨이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붉은 마력장이 전개되는 것으로 영상은 끝이 나 있었고, 한동안 영상 재생이 끝난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던 리암은 김현우를 바라봤다.
“이게, 진짜인가?”
김현우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리암은 멍하니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오늘 오후.
현재 미국은 난리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 이유는 바로 세간의 집중을 받고 있던 메이슨의 집에서 일어난 강렬한 마력 폭발 때문.
메이슨의 집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마력폭발이 몇 번이고 일어났고, 그로 인해 메이슨의 집은 마치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처럼 전소되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에 기자들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그 사건을 사방으로 퍼다 날랐고, 그로 인해 메이슨의 집에서 일어난 마력폭발사건은 현재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
현재 리암의 손에는, 이 국제 헌터 협회의 정권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영상이 손에 들어왔다.
사실 TOP50 학살극이 실패하고 무신(武神)이 죽었을 때부터 이미 승기는 기울어져 있었다.
다만, 메이슨이 구설에 올랐다고 해도 그를 밀어내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슨에게는 아직 그를 지지하는 고위 정부 관계자들이 있으니까.
이미 메이슨과 정치적으로 엮여 있는 그들은 메이슨을 버리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정치적으로 엮여 있는 메이슨을 버린다는 것은 곧 자신의 정치 생명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기에 그들은 오히려 메이슨이 ‘진짜’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를 감싸고돌 이들이었다.
허나 이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영상은, 메이슨을 감싸고도는 이들을 완전히 침몰시킬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리암은 그 스마트폰을 꾹 쥐며 김현우를 바라봤다.
“자네가 이걸 내게 가져왔다는 것은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맞는가?”
그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역시 말이 통해서 좋네.”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곤 리암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뭐, 사실 내가 원하는 건 별거 아니고…… 그냥 그걸로 적당히 언론 좀 만져달라 그거죠.”
“……언론을 만져달라고?”
“네, 물론 제가 해도 별 상관없는 일이기는 한데.”
또 기자들이 옘병하는 걸 들어주고 싶지는 않아서요.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다리를 꼬았다.
“한마디로 서로서로 좋은 걸 가져가자 이거죠. 우리 의원님은 메이슨이랑 그 세력들을 깔끔하게 쳐낼 수 있어서 좋고, 나는 쓸데없는 귀찮아지지 않아서 좋고.”
김현우의 말에 리암은 단박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스마트폰의 영상을 공개하는 것은 김현우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메이슨.
그는 현재 많은 구설수에 올라있긴 해도 아직 그의 옆에 붙어 있는 정치인들은 많다.
그렇기에 만약 김현우가 홀로 정보를 공개한다면 그들은 어떻게든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김현우를 타깃으로 한 각종 음모와 찌라시 뉴스들을 뿌릴 것이다.
그로 인해 김현우가 여러 가지 구설수에 휘말리게 될 것은 자명한 일.
‘그래, 만약 김현우 혼자 정보를 공개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허나 최고의원 자리를 맡은 자신이 정보를 공개한다면?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물론 자신이 타깃이 되어 조금 귀찮아지기는 하겠지만, 메이슨의 잔당들을 확실하게 협회 내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면 그 정도의 귀찮음은 당연히 감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리암은 메이슨 정도는 아니었으나, 학살극이 일어난 뒤 협회 내외로 지지세력들을 모았기에 김현우 보다도 확실히 여론전에서 화력을 낼 수 있었다.
한마디로 김현우의 제안은 서로에게 윈윈인 셈이었다.
리암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 안에 스마트폰을 집어넣더니 이내 김현우를 보며 물었다.
“그럼 언론을 어떻게 만져달라는 건지는 이따 더 자세히 들어 보는 것으로 하고, 혹시 뭐 하나만 물어도 되겠나?”
리암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고, 곧 리암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결국 메이슨은 죽은 건가?”
리암이 스마트폰 영상에서 봤던 것은 그가 스스로를 메이슨이 아닌 ‘언령사’라고 부른 부분까지였다.
물론 김현우가 찾아 온 것으로 봐서 그가 어떻게 됐는지는 대충 유추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유추일 뿐.
리암은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김현우에게 대답을 구했고.
김현우는-
“아니, 아직 안 죽었죠.”
리암에게 아직 메이슨이 살아 있음을 알렸다.
그 말에 리암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진다.
이어지는 질문.
“……자네와 메이슨은 싸운 게 아닌가?”
“그렇죠?”
“……그런데 죽지 않았다고?”
리암은 그렇게 질문하며 자신이 아까 전 확인했던 뉴스를 떠올렸다.
저택이 한 방에 사라질 정도로 거대한 마력폭발.
그런 마력폭발이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터졌기에 분명 리암은 메이슨이 김현우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고 내심 추론하고 있었다.
리암이 멍하니 있자 김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도망갔거든요.”
“……도망가다니 그 마력폭발 속에서?”
“네.”
김현우는 그리 대답하며 슬쩍 인상을 찌푸리고는 아까의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메이슨에게 공격이 명중했을 때만 해도 김현우는 메이슨이 죽을 거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
갑작스레 메이슨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김현우의 공격을 맞고 있던 메이슨은 갑작스레 사라졌고 패왕괴신격은, 그의 저택을 날려 버렸다.
무엇 하나 없이 깨끗하게.
그리고 김현우는 그곳에서 메이슨을 찾지 못했다.
처음에는 마력폭발에 휘말려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그건 아니었다.
‘……알리미가 뜨지 않았어.’
등반자가 죽으면 알림이 뜬다.
그를 죽였고, 정보권한이 누적된다는 알림이.
허나 메이슨의 집을 날려 버렸을 때 김현우의 눈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곳 메이슨이 김현우의 공격을 빠져나와 도망갔다는 것을 의미했다.
“쯧.”
거기까지 생각을 도달시킨 김현우는 짧게 혀를 찼다.
‘뭐, 녀석이 다시 등장해 봤자 사회적으로 귀찮아지는 일은 없겠지만.’
어차피 등반자는 찾아서 죽여야 하는 게 김현우의 입장이니만큼 또 그를 찾으러 돌아다닐 생각에 김현우는 머리가 아파지는 것 같았다.
‘이참에 메이슨을 수배하는 것도 같이 말해놔야겠네.’
김현우는 이어지는 생각 속에서 비밀리에 메이슨을 수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고-
“……응?”
“무슨 일인가?”
곧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알리미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로그를 바라봤다.
“뭐야……?”
***
멕시코시티 지하에 위치해 있는 거대한 공동.
“크으윽!”
그곳에는 메이슨이 있었다.
성해포는 이미 붉은 피로 물들어 있고, 입가에서는 끊임없이 피를 토해내고 있었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메이슨’이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다……다행이다.’
메이슨은 달라진 주변 풍경을 보며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비틀거리듯 주저앉았다.
메이슨이 김현우의 공격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그의 언령에 있었다.
메이슨의 능력은 자신의 권역 내에 있는 마력을 자기 뜻대로 다루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그는 김현우의 공격이 닿기 전, 그에게 능력을 사용한 것이 아닌 자신에게 능력을 사용했다.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죽은 목숨이었다.’
그는 김현우의 다리가 자신의 몸에 닿기 전, 스스로의 몸을 텔레포트시켜 그 상황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쿨럭.”
‘그 덕분에 몸은 완전히 망가졌지만-‘
제대로 된 마법진도 없이 그저 순수한 언령에만 유지한 터라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으나 메이슨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우선은 살았으니 됐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은 거대한 중세풍의 성 내부의 모습.
그가 있는 곳은 틀림없는 지하였다.
그러나 그곳은 지하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 공간은 넓고 거대했다.
메이슨의 양옆에는 기다렸다는 듯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거대한 공동의 앞에는 거대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어찌 보면 장엄하다고 느껴질 것 같은 그곳을 보며 메이슨은 미소를 지었다.
‘이 조직만 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가 아주 예전, 두 번째 플랜을 가정하고 만들어 놓은 ‘조직’.
물론 메이슨은 이 조직을 사용할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은 터라 그저 조직을 만들어만 놓고 거의 관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관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은 거대해졌다.
그냥 거대해진 것도 아니었다.
지금 이 멕시코 지하에 만들어져 있는 조직 ‘일루미션’은 멕시코 전역을 넘어, 유럽의 암흑가를 전부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만큼 거대한 흑막조직이 되어 있었다.
메이슨 본인조차도 이 조직을 확인하러 오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로, 그들 철저하게 음지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키워 나갔다.
그리고-
“오셨습니까?”
피를 흘리며 주저앉아 있는 메이슨의 앞으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정장을 입고 있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온몸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 외투를 입은 그녀.
그녀는 언뜻 날갯죽지까지 내려오는 머리가 아니었다면 남자로 착각할 정도로 자신의 몸을 빈틈없이 가리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어깨에는-달그락.
누가 보기에도 낡아 보이는 나무 가면이 달려 있었다.
그런 그녀의 등장에 양옆에 도열해 있던 정장을 입은 이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였고.
그녀는 입가에 지어진 미소를 지우지 않고 메이슨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좋지 않아 보이시는군요.”
그녀의 물음에 메이슨은 힘겨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일이 좀 있었네,”
“일이라면……?”
“김현우, 그가 방해로군.”
메이슨의 입에서 나온 말.
그의 말에 순간 그녀는 눈을 슬쩍 크게 뜨는 듯하더니, 이내 재미있다는 듯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 대답했다.
“……호오, 그렇습니까?”
“그래, 그 덕분에 우리가 ‘암약’해야 하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다네.”
“그것, 참 유감이군요.”
그녀의 유감.
허나 메이슨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걱정하지 말게, 내 ‘오른팔’인 자네 덕분에 조직이 이 정도까지 세를 키웠으니 조금만 더 있으면 이 세계를 손에 넣는 것도 문제는 아니지.”
그와 함께 메이슨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번을 봐도 웅장한 내부.
그렇게 메이슨이 내부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니, 그게 아니에요.”
“그게 무슨 소-”
-푹
“……커-억?”
그는 자신의 심장을 뚫고 나온 한 자루의 검을 보며 저도 모르게 피를 토해냈다.
그와 함께 메이슨의 고개가 돌아가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을 때-
“내가 유감을 표한 건-”
그녀는-
“멍청하게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네게-”
비틀린 웃음을-
“유감을 표시한 거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