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1
11
011. 나한테 빠꾸는 없다(2)
한순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던 아레스 길드원들은 이내 자신들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인상을 찌푸리며 역정을 냈다.
“미칠 거면 곱게 미칠 것이지…… 너 뭐하는 새끼야?”
순식간에 험악하게 변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 전까지 그들에게 부탁하고 있던 여자는 어색한 표정으로 아레스 길드원들과 뒤에 선 남자를 번갈아 봤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아레스 길드원, 그에 비해 남자의 표정은 평온하다 못해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희들은 안 되겠다. 친절하게 말해도 말귀를 못 알아 처먹네.”
김현우는 갑작스레 그렇게 말하더니 느긋하게 허리를 숙여 자신의 슬리퍼에 손을 가져갔다.
이윽고 그의 손에 들린 파란색 슬리퍼.
“야, 이리 와 봐.”
김현우는 파란색 슬리퍼를 쥔 손으로 손짓하며 카운터 너머에 있는 그들을 불렀고,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이 바라보던 아레스 길드원 중 한 명은 헛웃음을 지으며 카운터를 넘었다.
“이 새끼 이거 진짜 미친놈이네……?”
카운터를 넘은 그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김현우에게 다가갔다.
험한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며 헌터가 다가오는 모습에 김현우는 그를 느긋하게 쳐다봤고, 이내 김현우의 지척에 다가간 남자는 그의 멱살을 잡기 위해 손을-짜아아아악!
와장창창!
올리지 못했다.
“어?”
카운터 너머의 남자에게서 멍청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현우가 있던 곳을 바라보던 남자.
그는 곧 시선을 돌려 소리가 난 오른쪽을 바라봤고-
“이, 이게 무슨……?”
그곳에서 그는 거꾸로 처박힌 채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동료를 볼 수 있었다.
“야.”
그리고 곧 그는 자신의 귓가에 똑똑히 전달되는 목소리에 눈알만을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검은색 츄리닝에 파란색 슬리퍼를 들고 있던 남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슬리퍼의 윗부분은 마치 폭탄을 터뜨린 것처럼 흉하게 터져 있었다.
“헉……!”
그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켜며 억 소리를 내자. 김현우는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파란색 슬리퍼를 처박혀 있는 길드원 쪽으로 내던지더니 이내 쯧 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힘 조절을 했어야 했는데…… 야.”
“네…… 네!”
건들거리던 아까와 다르게 무척이나 예의 바르고 똑바르게 대답하는 아레스 길드원을 본 김현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신발 내놔.”
“네?”
“너도 쟤처럼 귀 뚫어 줄까?”
“아, 아…… 아닙니다!”
김현우가 금세 얼굴을 굳히며 말하자 남자는 곧바로 자신이 신고 있던 강철 슈즈를 벗어 그에게 내주었다.
‘끄…… 이번에 받은 보너스로 산 500만 원짜리 신발이……!’
하지만 그런 남자의 소리 없는 절규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현우는 그가 신고 있던 강철 슈즈를 신고 움직여 보며 생각했다.
‘이거 좋은데?’
무거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벼웠다.
500만 원이나 들인 슈즈인 만큼 ‘경량화’ 주문이 들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김현우는 순수하게 신발의 성능에 감탄하며 이내 자신의 옆에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야.”
“예……!”
“내가 그렇게 나쁜놈은 아니거든?”
툭.
“이거 가져라.”
그는 조금 전 자신이 신고 있던 파란색 슬리퍼를 남자에게 건네주며 말했고, 졸지에 맨바닥에 아무것도 신지 않고 서 있던 남자는 김현우가 건네준 파란 슬리퍼를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김현우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씩 웃더니 이내 별다른 말도 없이 ‘아도론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김현우가 던전에 들어간 뒤,
“저, 그…가보겠습니다.”
조금 전 던전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실랑이를 벌이던 소녀는 눈치를 보더니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소녀가 나간 뒤.
건물 안에는 거꾸로 처박힌 남자와.
“이런 씨발…….”
자신의 신발을 빼앗긴 체 파란색 슬리퍼를 들고 있는 남자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
“그래서, 현우 오빠를 그냥 보냈다고?!”
“아니, 뭐 그냥 보냈다기 보다는 형이 그냥 갔…….”
“그걸 그냥 보내면 어떻게 해!!”
“아이, 씨 왜 갑자기 소리를 빽빽 지르고 난리야?! 귀청 떨어지겠네!”
“그 말을 듣고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성내 공원 사거리 쪽에 있는 서울 길드의 빌라 건물 꼭대기 층의 길드장실에서 김시현과 이서연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왜 그렇게 화를 내? 현우 형이 네 남자친구야?!”
김시현의 말에 이서연은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말했다.
“이 멍청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너도 아레스 길드가 얼마나 지랄 맞은지 알면 말렸어야 될 거 아니야!!”
이서연의 빼액거림에 김시현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문질거리더니 이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러니까, 나도 말했다니까? 그런데 막무가내로 걱정하지 말라면서 가는 걸 어떻게 하냐고. 너는 현우 형이 막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냐?”
김시현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이서연은 약간 주춤한 기색으로 그를 바라봤다.
“봐, 너도 확신 못 하지?”
김시현의 말에 이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서연도 김현우의 성격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의 과거까지도.
이서연은 한숨을 김시현과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아 조금 전 탔던 커피를 입으로 가져가며 생각했다.
정말 오래전이라고 할 수 있는 12년 전, 튜토리얼 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가 어쩌다보니 뭉쳐서 살아남게 되고 김현우를 비롯한 현재의 맴버들과 친해졌을 때.
이서연을 포함한 그들은 김현우의 과거에 대해 들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12년이나 지난 일이라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뭉뚱그려 기억나긴 했다.
그의 불우한 과거.
사촌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모의 유산을 빼먹고, 김현우를 쓰레기 같은 고아원에 처박은 것부터 시작된 그의 과거 이야기.
덕분에 이서연은 김현우의 비틀린 성격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고 있었다.
‘뭐, 가만히 있으면 그렇게 문제 되는 성격은 아닌데…….’
오히려 가만히 있으면 멀쩡했다.
다만,
“아무튼 현우 오빠랑 아레스 길드랑은 지금 척을 졌다 이거지?”
“나도 상황을 자세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현우 형 말에 의하면 그렇지.”
그의 말에 이서연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랑 척을 졌을 때.’
그 척을 진 사람에 한해서, 김현우는 비틀린 성격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렇게 이서연이 김현우에 대해 걱정하고 있자 커피를 마시고 있던 김시현은 그런 이서연을 바라보더니 커피잔을 내려두고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뭐.”
“솔직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뭐?”
이서연이 마치 이상한 놈을 쳐다보듯 김시현을 바라봤으나 그는 이서연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한 뒤 그녀를 마주 봤다.
“진짜로,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니까? 적어도 형이 해준 말이 사실이라면.”
“……그게 대체 뭔 소리야?”
이서연의 물음에 김시현은 답했다.
“어제 아레스 길드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나서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현우 형의 능력치 등급에 대해서 들었거든.”
“들었는데?”
그녀의 되물음에 김시현은 어젯밤 들었던 김현우의 능력치를 말해 주었고.
“그거…… 사실이야?”
그 말을 들은 이서연은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그런 이서연의 물음에 김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
C+ 급 던전 아도론의 연구실.
연구실 내부는 다른 일반적인 곳과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바닥에는 여기저기 피로 얼룩진 목재 바닥이 깔려있고, 벽은 마치 콘크리트를 깐 것처럼 무척 깔끔하게 마감이 되어 있는 던전.
연구실 내에는 이제 막 탑에서 빠져나온 헌터라도 침착하게 연습하며 잡을 수 있는 ‘좀비’와 ‘구울’들이 주 몬스터로 나타났고, 이 던전의 중앙 연구실에는–큭큭큭큭…… 내 연구 소재! 내 연구 소재는 어디에 있나!
이 아도론의 연구실의 보스인 ‘아도론’이 있었다.
“우리가 잡자.”
그렇게 던전의 보스가 리젠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도론의 중앙 연구실의 쪽문에 서 있던 3인으로 이루어져 있던 파티는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이 앞에 아도론이 리젠되어 있는 건 확인했어?”
“그럼! 아까 정찰할 때 있었다니까?!”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남자검사의 말에 쌍수 단검을 양 허리에 차고 있던 여자 도적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럼! 내가 그런 것까지 안 찾아봤겠어?”
그녀의 자신만만한 말에 남자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뒷돈까지 찔러 주고 들어왔으니까 어지간하면 잡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문제는…….”
검사가 그렇게 말하며 굳게 닫혀 있는 쪽문을 바라보다 이내 파티원들을 바라봤다.
“우리가 잡을 수 있냐 이거지. 게다가 원래 보스들은 길드에서 자체적으로 잡지 않나?”
던전 내의 보스들은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그 부산물이 돈이 되기에 각 길드는 던전의 보스 몬스터의 리젠 시기를 재며 꾸준히 잡는 편이었다.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남자 ‘이천’이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긁적이자 이민영이 말했다.
“아도론은 돈이 안 되서 안 잡는다고 전에 아레스 길드에서 말했잖아? 나오는 부산물도 없고, 게다가-”
이거 안 잡고 나가면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이득이잖아?
쌍수단검을 쥐고 있는 도적, 이민영이 투덜대자 옆에 있던 마법사 김창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던전에 보스 몬스터가 운 좋게 리젠되어 있다면 잡고 가는 게 좋기는 하지.”
어차피 우리는 뒷돈찔러주고 몰래 들어온거니까 애초에 우리가 잡았다는 것도 눈치 못 챌 테고.
김창석이 말하자 그녀는 거기에서 힘을 받았는지 설득하는 투로 말했다.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봤는데 오도론은 방어력만 높지 공격력이 높지 않아서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잡을 수도 있다고 하던데.”
이민영이 그렇게 희망적인 관측을 대며 말하자 이천은 고민에 빠졌다.
‘잡아야 하나?’
그들은 17회차 때 탑에서 빠져나온 헌터들이었다.
준수한 실력으로 탑을 통과하지 못한 터라 어느 길드에서도 영입제안을 받지 못했던 그들은 헌터로서의 역량을 키워 재기하는 것을 목적으로 모인 파티였다.
‘확실히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능력치 상승폭이 크다고 했으니…….’
잠시간 고민하던 이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잡아보자.”
“좋아!”
“다만, 위험해지면 바로 빠진다. 죽으면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
이천의 말에 이민영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고, 그와 함께 그녀는 미리 찾아놓았던 중앙 연구실의 쪽문을 열었다.
그리고-
“응?”
연구실의 쪽문으로 들어온 그들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연구실 중앙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아도론이 있었다.
그리고, 한 남자도 있었다.
“……저 사람은 또 뭐야? 헌터?”
“아니, 헌터로는 보이지 않는데……?”
“??”
연구 가운과 함께 온몸에 이상한 기계장치를 붙이고, 이제야 내 연구 소재가 왔다며 광기 어린 웃음을 짓고 있는 오도론의 앞에 있는 남자.
그는 던전에는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츄리닝을 입고, 발에는 그 츄리닝과는 어울리지 않는 강철 슈즈를 신은 채 싸울 준비는 하지도 않은 채로 눈앞에 아도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깡! 깡!
-키히히히히히! 어디부터 연구해 볼까? 눈? 심장? 그것도 아니면 척추? 원하는 곳을 말해라. 어디든 내가 잘 어루만져 주지.
아도론이 손에 쥐고 있는 실험용 메스를 이리저리 튕기며 음침하게 웃자 남자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하지 마라.”
-뭘 하지 말라는 거냐 키—?!!
꽝!
그대로 발을 들어 올려 오도론의 상체를 날려 버렸다.
“?????”
그 비이상적인 광경에 쪽문 근처에 테이블에 숨어 있던 파티원들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
“칼로 쇳소리 내지 말라고 이 씹새끼야.”
김현우는 짜증을 내며 오도론의 남은 하체를 발로 후려 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