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11
111
111. 미궁에 좀 가보자(2)
‘미궁’
의정부 가능동 외곽 쪽에 있는 거대한 동굴.
헌터들에게는 미궁(迷宮)이라고도 불리는 그곳의 10계층.
서울 길드와 아랑 길드, 그리고 고구려 길드는 각자의 팀을 짜 ‘미궁 탐험’을 위해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심연 계층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이미 개척이 되어 있는 20계층까지는 어차피 탐색을 시작해 봤자 길드의 목적인 ‘아티팩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찾을 수 없는 게 아닌, 이미 먼저 계층을 탐색한 길드들이 전부 다 들고 나가버린 것이었지만.
그렇기에 그들은 아직 다른 길드의 손이 닿지 않은 21계층 너머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고-
“키에에에-크엑!!”
꽈직!
“뭐가 이렇게 많아?”
김현우는 그런 길드 연합의 앞에서, 끝을 모르고 달려드는 트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키에에엑!
동료가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라는 게 없는 것처럼 달려오는 트롤.
콰드득!
김현우는 달려오는 트롤의 머리를 발로 차 머리통을 으깨 버린 뒤.
쾅!
이어 달려오는 트롤의 몸을 걷어차 몰려드는 트롤들을 제지했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
동료의 몸에 맞아 통로에서 이리저리 얽힌 채 허우적거리는 트롤들을 보며 김현우는 짧게 혀를 찼다.
“진짜 더럽게 많네.”
김현우가 트롤들이 허우적거리는 통로 너머로 동굴의 입구가 미어터질 정도로 밀어닥치는 트롤들을 보며 중얼거리자 그의 옆에 있던 미령이 입을 열었다.
“정리할까요?”
그녀의 짧은 물음.
“됐어.”
김현우는 고개를 젓고는 슬슬 다시 몰려들 기미를 보이는 트롤들을 보며 자세를 잡고 사고를 가속했다.
순식간에 주변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그의 두에 있는 길드연합이 잔류하고 있는 트롤들과 싸우고 있는 소리도.
김현우의 옆에서 다가오는 트롤의 머리를 깨고 있는 미령의 움직임도.
모든 것이 느려진 그 짧은 사고 속에서 김현우는 입구를 가득 채우고 있는 트롤을 한 번에 말소시켜버리기 위한 기술을 떠올렸고-씨익.
그는 그 찰나의 시간에 트롤로 들어찬 이 공간을 깔끔하게 비워버릴 수 있을 만한 공격을 떠올렸다.
생각함과 동시에 김현우의 몸이 움직인다.
탓-!
날카로운 소음.
결코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김현우의 도약음.
하지만 그 짧은 도약은 김현우의 몸을 순식간에 허우적대고 있는 트롤들의 앞으로 도달시켜 주었고.
“흡-!”
그는 그 상태로 자세를 잡으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김현우가 사용하려는 기술은 바로 다리로 몰려드는 수만의 몬스터 대군을 막아내기 위해 사용했던 어느 한 영웅의 기술.
그는 영지로 가는 협곡의 다리에서, 자신의 영지민들 지키기 위해서 이 필사(必死)의 기술을 사용했다.
쿠그그그긍-
그것은 500년이라는 가문의 역사 속에서, 오로지 가문을 계승하는 공작에게만 내려오는 가문의 비전.
김현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마력이 그의 오른손을 감싸고, 마치 검과 같이 날카롭게 벼려지기 시작했다.
분명 검이 아닌 마력임에도 불구하고 기이할 정도의 예기를 흩뿌리는 마력.
트롤들은 김현우의 마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허우적거리는 트롤을 밀어내고 김현우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Hell-”
이미-
“Diver-”
김현우의 오른 손에 만들어져 있는 검붉은 마력의 창날은 마주 달려오는 트롤들의 몸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콰지지지지직!!!
그가 쏘아 보낸 마력의 창날은, 마치 자신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듯, 트롤들의 몸을 관통하며 쏘아져 나갔다.
귓가에는 날카로운 절삭음이 들리고.
그 날카로운 절삭음 위로 트롤들의 괴성과 비명이 섞여 들려온다.
땅바닥으로 떨어진 트롤의 시체가 붉은 피를 토해내고.
마침내-
꽈아아앙-!
트롤들을 관통하며 나아가고 있던 검붉은 창날은, 던전의 벽에 막혀 그대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반으로 잘려 있는 트롤들의 시체를 사방으로 날려버릴 정도의 강려한 폭발과 동시에 일어난 흙먼지.
그 끝에 남아 있는 건.
“쯧.”
입에 흙이 들어가 짧게 혀를 차는 김현우와, 그의 뒤에 쓰러져 있는 엄청난 수의 트롤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연합을 짜 김현우의 뒤를 따라오던 김시현과 이서연, 그리고 한석원은 혀를 내두르며 입을 열었다.
“진짜 대단하군.”
한석원을 감탄에 이서연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마주 대답했다.
“그러게요…… 진짜 항상 오빠가 저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는데 보다보면 정말…….”
“안 믿기지.”
김시현의 말에 이서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인 힘.
물론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 중 저 정도 숫자의 트롤을 잡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들은 없었다.
그래, 김시현이든 이서연이든 한석원이든,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저 정도의 트롤을 잡을 수 수 있었다.
‘그래도, 형처럼 저렇게 단시간에 잡을 수는 없겠지.’
그래, 그게 바로 김현우와 그들이 다른 이유였다.
그들은 그 정도의 트롤을 잡을 수는 있지만, 혼자 저 정도 숫자의 트롤을 잡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할 것이었다.
거기에 덤으로 김현우처럼 저리 느긋한 표정을 보여주지도 못하겠지.
‘진짜 아무리 봐도 말도 안 된다니까.’
그렇게 김시현이 김현우에 대한 감상을 또다시 내뱉고 있을 때-
[에라드래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에는 또 뭐냐? 대박사건] [집에가고싶어요: 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실화냐? 김현우 이제 보니까 정육점 사장님이었자너~~~~~~~] [양가야가고: 거의 뭐 프로 도축장인이죠? 트롤 들고 가기 힘드니까 상체 따로 하체 따로 분류한 거 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이자너~] [인생을날로먹고싶다: 아 진짜 김현우 능력 어느 정도냐? 5계층부터 10계층까지 김현우가 혼자 보스 다 때려죽이면서 다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쩐다.]‘대박! 대박!!’
박가문은 자신의 얼굴 앞에 보이는 수많은 채팅을 보며 간만에 입가가 찢어질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다.
최근 헌터 일이라고는 다른 이들의 ‘부산물 짐꾼’으로밖에 활동하지 않던 박가문.
그는 김현우가 미궁으로 내려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김시현에게 부탁해 짐꾼으로서 같이 미궁을 내려 올 수 있게 되었고.
‘초대박이다!’
박가문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의 실시간 시청자 수가 금세 21만 명을 돌파하고 그 위에 있는 엄청난 금액의 후원금을 보고 감탄을 내뱉었다.
물론 후원금의 8할은 고스란히 김현우의 통장으로 가게 되지만 박가문으로서는 남은 2할만 먹어도 무척이나 많은 돈을 먹는다.
게다가-
‘구독자수도 다시 떡상한다!’
최근, 고인물에 대한 영상이 없었던 터라 떨어지기 시작했던 구독자수가 실시간으로 차오르고 있는 것을 보며 박가문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물론 11계층부터는 인터넷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무리기에 순수하게 짐꾼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는 5계층부터 모든 몬스터를 자신의 손으로 전부 때려잡고 있었으니까.
그 덕분에 길드연합은 힘을 보전하며 올라갈 수 있었고, 박가문은 김현우의 영상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앙기모리: 아 솔직히 김현우도 이명 고인물이 아니라 무신(武神)칭호 붙여줄 때 되지 않았냐? 김현우가 무신 이겨 버렸자너ㅋㅋㅋ] [로열패밀리: ㅋㅋㅋㅋㅋㅋㅋ 무신은 이미 쓰던 이름이니까 무신 말고 그냥 뇌신이 나을 것 같은데 ㅇㅈ? ㅇㅇㅈ.] [비둘기: 꾸르구르륵 꾸륵 꾸르구르륵 꾸륵꾸르구르륵 꾸륵꾸르구르륵 꾸륵꾸르구르륵 꾸륵꾸르구르륵 꾸륵꾸르구르륵 꾸륵꾸르구르륵 꾸륵]– 비둘기 님이 채팅방에서 강제 퇴장 당하셨습니다. –
[오롱이: ㅋㅋㅋ 관종 칼벤 ㄱㅇㄷ] [카르톤9220: 아 솔직히 12층이면 방송 끝나는 거 진짜 ㅈㄴ 아쉽다.]그 이외에 채팅방에서 쏟아져 내리는 수백 수천 개의 채팅을 보며 박가문이 흐뭇해하고 있는 와중, 김현우는-
——
불완전한 악천의 원천
등급: S+
보정: 없음
스킬: 없음
-정보 권한-
9계층에서 무신(武神)이라 불렸던 남자 ‘악천’은 자신을 가르친 첫 스승인 그가 향했다는 ‘위’를 향해 가고자 -권한부족-의 말을 따라 ‘등반자’가 되려 한다.
그는 -권한부족-의 도움으로 아티팩트 속에 있는 여러 무인들에게 도움을 받아 그들의 무공을 대성할 수 있었고, 그는 나중에 들어서는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명칭인 ‘무신’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무(武)’를 얻을 수 있었다.
허나 그는 ‘등반자’가 되지는 못했기에 원천이 불안정해 그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등반자’들이 자연스레 계층을 건너오며 쌓는 ‘미궁’의 힘을 얻어야 한다.
미궁석 게이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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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찼는데?”
꽤나 차오른 미궁석 게이지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맨 처음, 김현우는 이 미궁석 게이지를 어떻게 해야 채울 수 있나 상당히 고민했으나, 그 고민은 얼마 가지 않아서 해결되었다.
그 해결법은 바로 몬스터를 잡는 것.
김현우가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미궁석 게이지는 차오르기 시작했고, 김현우는 그 사실을 확인한 뒤부터 닥치는 대로 몬스터를 잡고 있었다.
그 결과.
‘이거, 다 안 내려가고 조금만 더 있다가 다시 올라가도 되겠는데?’
김현우는 5일짜리 미궁 탐험에서 빠른 복귀각을 세워보고 있었다.
어차피 김현우의 목적은 이 미궁석 게이지를 전부 채우는 것이었으니까.
그는 은근슬쩍 고민에 빠졌다.
***
“후욱……후욱…….”
아레스 길드 한국지부.
지부장실의 집무실에서, 카워드는 초췌한 표정으로 어지러운 책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 끝에 위치에 있는 노트북에는 ‘메이슨’의 수배 관련 뉴스가 떠올라 있었고, 책상 위에는 아레스 길드가 독점으로 가지고 있는 던전 서류가 어지러져 있었다.
“젠장.”
꽝! 우지지직!
나지막한 음성과 달리 카워드의 주먹은 그대로 책상을 내리치는 것으로 모자라 완전히 박살을 내버렸고, 그 때문에 책상 위에 있던 서류와 노트북이 박살 났으나.
“씨발…….”
그는 안중에도 없이 그저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얼마 전의 기억.
김현우가 자신이 묵던 호텔로 와 메이슨의 정보에 대해서 알아갔던 그때에 느꼈던 압도적인 무력감.
김현우가 사라지고 난 뒤, 그제야 그는 깨닫고 후회를 했다.
그에게 40%의 던전 지분을 내어주는 것이 최소한의 피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에게 애초에 덤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후회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그러나, 카워드는 알고 있었다.
지금 와서 깨닫고 후회해봤자 더 이상 되돌릴 방법은 없다는 것을.
메이슨을 죽인 김현우는 이제 자신에게 와 지금보다도 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것이었고, 그때부터 자신의 길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카워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딸깍-
카워드는 자신의 포켓 안에 남아 있던 검은 마정석을 보았다.
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겨두었던 5개의 검은 마정석.
‘이렇게 됐으니…….’
카워드는-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고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겠다……!’
조용히 결심하며, 땅바닥에 흘러내린 서류 중 하나를 바라봤다.
아레스 길드가 독점하고 있었던 던전 중 하나인 S등급 던전, ‘지옥 사마귀’.
던전을 바라보고 있는 카워드의 입가에 비틀린 광기의 미소가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