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13
113
113. 천마(天魔)의 제자(1)
“사……사부님이라니 그게 무슨……!”
존 마이클은 고통스러운 격통에 시달리면서도 본능적으로 그녀의 말에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왜? 맞잖아? 응? 네가 건드렸잖아?”
존 마이클은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있는 그녀에게서, 정확히는 무감정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 눈빛 안에서 그녀의 악의를 엿보았다.
증오와 분노로 점철된 그녀의 악의를- 그렇기에, 그는 희미해지는 정신을 똑바로 붙잡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죽는다.’
그녀의 눈빛을 본 존 마이클은, 여기에서 까딱 실수하는 그 순간, 그녀에 의해 죽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끊임없이 대답을 찾았다.
‘그녀가 말하는 사부님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를 건드린 것인가.’
생각해라, 생각해라, 생각해라.
고통으로 희미해진 의식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며 사고를 가속하던 존 마이클의 생각에 무엇인가가 걸렸다.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생각.
하지만 시기상으로 떠져 봤을 때는 맞을 수도 있는 그 사건.
그렇기에 존 마이클은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호, 혹시……김현우 헌터를……말하시는 겁니까?”
존 마이클의 물음.
그에 무표정했던 그녀의 입가에 비틀린 웃음을 지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콰직!
“끄-?”
존 마이클은 자신의 손등 위에 자그마한 단검이 박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푸화악!
“아아아아아악!!”
그의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사방으로 솟구친다.
순식간에 바닥을 더럽히는 붉은 피.
그녀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알고 있네?”
그녀의 긍정.
그에 존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제일 최악의 가정이 맞았다는 것에 절망하며 자신의 피로 흥건해져 있는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의 비명 같은 발악에 그녀는 씩 웃으며 땅바닥에 박은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러게, 누가 그러라고 했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저는 정말……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제발…… 제발!”
“아무것도 몰랐다고?”
“네! 네! 저는 정말로……!”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정말, 정말로…… 아무것도, 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제발…….”
생존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신이 만든 피 웅덩이에 고개를 처박는 존, 허나 그녀는 그의 애처로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저 무감정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곤 입을 열었다.
“아니, 아니지.”
“……예?”
“아니야, 아니잖아?”
콰직!
“끄아아아아아악!”
그와 함께 오른손에 또 다른 단검이 꽂힌 존 마이클은 비명을 질렀고, 그 모습에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는 알고 있었잖아? 사부님에 관한 기사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었다는 걸.”
“그, 그게 무슨!”
그녀의 말에 그는 답하면서도 순간.
“어?”
저도 모르게 말을 멈췄다.
존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그녀의 외투.
정확히는 그녀의 외투에 달린 문양.
삼각형에, 하나의 눈이 그려져 있는, 누가 보기에도 기묘해 보이는 그 문양.
‘설마…… 설마……!’
존은 그 문양을 보자마자 고통조차 잊은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봤고, 그녀는 기묘한 웃음을 지으며 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아…….”
그 짧은 탄성과 함께, 그는 언젠가 자신과 같은 AAC 기자와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존의 머릿속이 순식간에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낸다.
기억하는 장소는 AAC 기자들의 공동휴게실.
그곳에 있는 사람은 두 명의 사람이었다.
한 명은 존 마이클.
또 다른 한 명은 그의 동료이자 같은 AAC의 메인 기자인 로드릭. 그 둘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 김현우에 대한 이야기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야, 그러고 보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냐?’
김현우에 대한 의문을. 그들은 이야기 하고 있었다.
존 마이클의 머릿속에서, 그 기억들이 재생된다.
‘뭐가 이상한데?’
‘김현우 말이야. 어떻게 된 게 전부 이렇게 영웅담뿐이지?’
존 마이클의 물음에 그의 동료인 로드릭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긴 왜야, 칭찬받을 일 했으니까 영웅담이 퍼지는 거지. 이번에 헌터를 학살하던 무신을 잡았잖아?’
‘그래 그건 맞는데…… 그렇다고 해도 너무 깔끔하지 않냐?’
그때 당시에 존은 그 사실이 분명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원래 옳은 정보를 취재하고 편집해 올리는 ‘언론인’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99%의 기자들은 올바른 정보보다는 조회수, 조회수보단 돈을 쫓고, 그렇기에 올바르고 옳은 정보보다는 거짓되고 자극적인 기사를 더 좋아한다.
그렇기에, 존은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음모론이나 자극적인 기사가 하나도 없지?’
조회수를 위해서라면 없는 기사도 만들어내는 것이 기자들이었다. 대형 언론사는 그나마 조절을 하는 편이지만 소형 언론사는 그런 것도 없다.
당장 자신도 AAC 메인기자의 자리를, 그리고 시청률을 위해 일부러 기사를 날조해 뿌린 적이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형 언론부터 소형 언론까지 올라와 있는 뉴스는 전부 김현우에 대한 영웅담과 미담뿐.
거짓 기사나, 음모론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이상할 정도로.
물론 그런 그의 고민이 무색하게,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동료인 로드릭은 그에게 말했다.
‘뭐, 너무 그렇게 깊게 파고들려 하지 마.’
‘깊게 파고들지 말라니?’
‘말 그대로지, 대세를 따르라 이거야. 지금은 김현우의 음모론이나 다른 ‘추문’보다는 그의 순수한 미담이 더 조회수가 높게 나온다 이거지.’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커피를 전부 마시고는 말했다.
‘그러니까 너도 괜히 한번 눈에 띄어 보겠다고 혹시나 이상한 짓 하지 말라고.’
동료의 말에 로드릭은 이상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말하려 했으나, 그는 할 일이 있었는지 종이컵을 버리고는 휴게실 밖을 향해 몸을 움직였고.
그때 존은 볼 수 있었다.
‘어? 너…….’
‘왜?’
‘너, 몸에 뭐 그리는 건 야만적이라고 하더니, 왜 문신을 했냐?’
그의 오른 팔뚝에 그려져 있는 문신을-눈의 형태를 띄고 있는 문신.
그는 마이클의 지적에 자연스럽게 거둬 올렸던 소매를 내리곤 말했다.
‘뭐, 기분전환이지.’
그 말과 함께. 존 마이클의 회상이 끝났다.
“기억했어?”
나지막하게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존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입가를 덜덜 떨며 그녀를 올려다볼 뿐.
그러다 그는 입을 열었다.
“도……대체…….”
“?”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 정도의 정보 통제를…….”
덜덜 떠는 입에서 나오는 그의 의문.
분명 온몸은 끔찍한 고통으로 인해 금방이라도 정신줄을 놓을 것 같았으나, 그런데도 존은 그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도대체 왜?’
정보의 통제.
그것은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다.
아주 기본적인 정보를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해 드는 돈은 천문학적이고, 들여야 하는 시간도 길다.
하물며 그것은 기본적인 정보가 아닌 ‘김현우’ 같은 유명인의 정보라면, 그 난이도는 몇 십 배로 높아진다.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소모되는 금액은 엄청나고.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소모되는 인력도 엄청나다.
그리고, 자신을 납치한 이 집단에서 하고 있는 ‘김현우’의 정보 통제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음모론도 없다.
추문도 없다.
그 이외에도 부정적인 기사들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존은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그녀가 점점 더 두려워지고 있었다.
미국의- 아니, 전 세계의 언론을 이 정도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이가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
“그야 당연하잖아? 사부님의 제자인 내가-”
존은 그녀가 순수하게 내보이고 있는-
“사부님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걸 놔둘 리가 없잖아-?”
광기가 뒤섞인 미소에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 메어져 있던 나무가면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림과 동시에, 그녀는 그의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자, 그럼-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지?”
“히익! 사……살려주세요!”
그녀의 말 한마디에 차오르는 공포.
허나, 그녀는 그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뭐 너무 걱정하지 마, 죽이지는 않을 거야.”
너처럼 끌려온 녀석들을 전부 ‘처음’부터 죽이지는 않았거든.
“다만-”
그녀의 뒤로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도열하기 시작했다.
언뜻 봐도 5명은 되어 보이는 남자들.
“교육은 해야겠지?”
“으……으아아아악!”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는 존을 보며, 그녀는 웃었다.
***
그로부터 5일 뒤. 천호동에 있는 단독주택.
—-
[아레스 길드장 ‘카워드’ 알고보니 메이슨과 동맹? 충격-]지난 3일, 국제 헌터 협회에서 아레스 길드장인 ‘카워드’와 무신을 이용해 TOP50 학살극을 벌였던 메이슨이 동맹관계였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현재 마튼 브란드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인해 길드장의 자리에 앉게 된 카워드는 현재 마튼 브란드가 실종된 것이 아닌 카워드가 죽인 게 아니냐는 의문을 받고 있다.
그 의문이 시작된 것은 바로 3일 전, 카워드가─(중략)
—-
김현우는 해외 뉴스 메인에 대문짝만하게 떠오른 기사를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5일 전, 김현우는 지옥 사마귀에서 카워드를 잡고 난 뒤, 그가 심었던 검은 마정석을 회수하고 더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를 국제협회에 넘겨 버렸다.
어차피 김현우가 카워드를 일일이 조지려면 불편하기도 할뿐더러, 그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리암쪽이 더 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막 국제헌터협회를 차지 해 열심히 지지기반을 쌓아 올리고 있던 리암은, 안 그래도 슬슬 새로운 장작을 넣어야 했기에 카워드를 달갑게 여겼고 그 결과가 이 상황이었다.
‘뭐, 잘하고 있나 보네.’
뉴스에서는 연일 아레스 길드와 메이슨의 관계를 세상에 퍼뜨리기에 여념이 없었고-
“스승님”
“왜?”
“우선 이번에 넘겨받은 독점 던전의 기본 인원 배치는 모두 끝났습니다.”
“잘했다.”
김현우는 어제부로 아레스 길드에게서 독점지분의 40%를 빼앗는 것에 성공했다.
물론 그 덕분에 관리해야 할 던전이 많아졌으나, 가디언 길드의 인원을 다시 뽑을 필요도 없이 미령을 도움을 받았다.
그는 왠지 기분 좋은 듯 헤실거리는 미령의 모습을 한번 바라보곤. 이내 시선을 돌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검은 천과 검을 바라봤다.
——
불완전한 악천의 원천
등급: S+
보정: 없음
스킬: 없음
-정보 권한-
미궁석 게이지: 100%
■■■■■■■■■■
[미궁석 게이지를 모두 채웠기에, ‘한 번’에 한에서 악천의 힘을 한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습니다.] [원천의 주인이 등반자가 되려다 실패했기에, 원천의 효과가 변질됩니다.]——
그의 눈앞에 떠오르는 로그.
김현우의 입에 미소가 지어졌다.
준비가 끝났으니까.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김시현에게 받아왔던 천마의 검에 시선을 돌리곤, 망설임 없이 그 두 개의 물건을 집어 들었다.
갱신되는 로그-
[악천의 원천을 ‘천마검(天魔劍)’에 사용하시겠습니까? Y/N]김현우는 입을 열었다.
“제자야.”
“예, 스승님.”
“나 잠깐 어디 좀 갔다 올 테니까 그동안 던전 관리 잘하고 있어라.”
“어디를……?”
미령의 물음에 김현우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를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좀 볼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한 김현우는 악천의 원천을 사용했고-
“……!”
곧, 세계가 일변했다.
바뀌어 나가는 배경.
분명 김현우가 있던 곳은 작은 거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어느새 굉장히 넓은 장원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바닥에는 잘 깔아놓은 흙이.
그 주변에는 고풍스러운 중국풍의 담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일변한 세상의 가운데-
“……,”
김현우는 장원의 가운데에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는 한 남자를, 아니-
“후-”
-천마(天魔)를 볼 수 있었다.